책을 학살하다....

 











※이 글은 위의 책을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다만 인용하고 참고 했을 뿐입니다.


이 제목으로 수천 페이지의 책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료도 거의 없이 감으로만 쓰는 것이니 그냥 편하게 써내려가 보자. 아주 간략하게 말이다.
 
그럼 먼저 왜 도서관 학살 또는 파괴 사건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자. 스티븐 로저 피셔는 그의 책 <읽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책은 증인이라고 첫 장에서 밝힌다. 그대로 인용해 보자.
 
“기원전 약 1300년, ‘읽기’는 ‘암송하기’라고 이해했던 이집트의 필경사들은 ‘그를 읽는 화자의 입을 통해서’라고 읊었다. 읽기의 전 역사를 통해 읽기는 거의 모두가 말하기였다. 인류는 일찍이 말로 하는 지시나 약속, 계산 등은 쉽게 분쟁에 말리거나 왜곡되거나 망각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원한 증인’이라고 할 특별한 증인이 필요했으니, 그 증인은 상품과 수량을 틀리지 않고 소리 내어 기억하고, 필요하면 언제라도 심문하여 말로 확인함으로써 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쓰기가 탄생했고, 언뜻 보아 인간의 목소리가 돌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도시국가가 왕국으로 확장되면서 쓰기에 대한 수요는 급팽창했으며, 보다 복잡한 기록 문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낭독하도록 되어 있었다.”(13쪽)
 
자 어떤가? 이곳에 말의 기록으로서의 문자, 즉 책의 놀라울 만한 힘이 담겨있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일에 대해 기록된 것으로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감시하는 눈이다. 후에는 기록을 조작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더 많은 의미를 후에 찾기로 하고 책의 한가지의 기능은 증언으로서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책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해 보자. 증언이라면 권위이기도 하다. 신뢰할 만한 것이다. 말은 하고나면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의도적 조작이 아니라도 사람의 기억력은 한 없이 미약하기 때문에 곧바로 온갖 오류와 편견에 의해 사실(fact)은 변질 되어 버린다. 그러나 당시 기록된 책은 왜곡과 변질을 방지해 준다. 지워지지 않는 이상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권위 또는 캐논이라고 말한다. 자, 이제 책의 권위가 인정 되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어떤 두 사람이 양 한 마리를 사고팔았다. 10만원을 주고 양을 팔았고, 그것을 문서에 기록하여 서로 자신의 사인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자신이 10만원을 받았는지 9만원을 받았는지 희미해졌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럴 수 있다. 더 많이 받아 내려고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조작 또는 사기라고 말한다. 서로 말다툼을 하며 싸우게 된다. 그 때 양을 샀던 사람이 ‘양을 10만원을 주고 샀다’는 영수증을 보여준다. 다툼은 간단하게 해결 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은 이 영수증을 도둑질하여 불태워 버린다. 증명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양을 산 사람은 양을 되돌려 주든지 아니면 10만원을 다시 물어야 할 판이다. 도서관 학살 사건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책의 파괴는 증거인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도서관 파괴는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을 들 수 있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면서 몇 가지의 개혁을 단행한다. 하나는 법치국가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량화 시키는 것이다. 계량화는 기계뿐 아니라 문자에서도 일어난다. 상형문자였던 한자는 당시에 금문 등이라는 많은 종류의 글자가 난무했다. 진시황은 이러한 문자들을 통합하고 개량된 문자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하여튼 이러한 강제적 억압에 뿔이난 유생들이(그들은 학자들이다) 책에 근거하여 진시황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진시황은 그들이 주장하는 책들과 유생들을 산체로 파묻어 버렸다. 이것이 분서와 갱유 사건이다. 합하여 분서갱유 사건이라고 부른다.
 
자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보자. 진시황이 왜 책을 불태우고(분서), 유생들을 생매장 했을까? 그들은 증인들이기 때문이다. 옛 시대의 기록을 담고 있고, 옛것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것을 비판한 것이다. 진시황을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옛 것의 기록을 지워 버리려고 한 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국가의 안정’이라는 빌미를 내걸고 말이다. 바로 이곳에서 새로운 이름이 탄생한다. 그것은 ‘금서(禁書)’이다. 지난 2008년 국방부가 금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장병들이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재미난 것은 금서로 지정된 후 나쁜 사마리아인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금서는 욕망을 깨우는 사이런이다. 아담이 왜 선악과를 먹었을까? 금지된 과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금지된 것을 탐하는 욕망이 강하다. 그래서 더욱 그것을 갈망한다. 이러한 금지요법은 심리학에서 종종 사용되는 방법이다. ‘남자 전용’ ‘여성전용’ ‘백인 전용’도 금지요법 중의 하나이다. 궁금해지지 않는가. 금지 된 것에 대한…….
 
현대에 일어난 도서관 파괴 사건은 사회주의자들에게서 종종 일어났다. 캄보디아를 점령한 크메르 정권이 가장 먼저 단행한 일은 도서관 파괴와 학자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북한이 공산주의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식인들을 공개처형하는 일이었다. 히틀러도, 마오쩌뚱도, 스탈린도, 레닌도 모두모두……. 권력을 잡은 이들은 가장 먼저 도서관을 파괴했다. 그리고 옛 사실을 기록한 증언들의 입을 막았다. 기득권층에게 책은 위험한 것이다. 혁명을 가져오는 폭탄과도 같다. 암흑의 중세에서 빛을 가져온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것은 가톨릭교회가 개인에게서도 빼앗아 버린 성경(책)을 되돌려 줌으로 가능했다. 루터는 금속활자를 만든 쿠텐베르그에게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투표기간 : 2012-09-28~2012-10-19 (현재 투표인원 : 1명)

1.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100% (1명)

2.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1월
0% (0명)

3.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0% (0명)

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100%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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