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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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리딩이 책 읽기의 기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독을 원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수천 페이지를 몇 분 안에 읽을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이 아닌가. 눈 운동, 집중 등등 많은 기술을 익히면 일분에 몇 십 페이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속독에 대하여 제동을 거는 사람이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그 주인공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속독을 ‘단순한 기름기’일뿐이라고 말한다. 뇌과학에서도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유입이 되면 단기기억에 잠깐 저장되었다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즉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하여 수박 겉핥기식의 속도는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는 슬로 리딩(천천히 읽기)의 예찬가이다. 그는 책은 반드시 슬로 리딩 기법으로 읽어야 된다고 말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몽테스키외와 포도주 비유를 들어보면 저자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약간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본다.

“여기, 좋은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좋은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질, 기후, 수목의 질, 시기에 맞는 수확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그는 어느 정도의 완만한 압력으로 과즙이 포도송이에 축적되는지, 어느 정도의 인내와 어떠한 행운이 이와 같은 성숙을 촉진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 작가인 그 역시 마찬가지로 좋은 책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알 고 있을 것이다.(장 스타로뱅스키,[몽테스키외])” 44-45쪽

저자는 슬로 리딩이 필요한 이유는 한 권을 책을 쓰기 위해서 작가들은 수년에서 수십 년의 생각과 고민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런 책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이다. ‘물론 쓰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고 해서 꼭 이십 년에 걸쳐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 만에 다 읽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우리는 저자의 이십 년에 대해 겸허한 마음을 갖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45-46쪽)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을 쓰는 데 20년이 걸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슬로 리딩을 통해 독서를 해야만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다.

눈 길가는 주장이 있다. 저자는 그것을 ‘창조적 오독’이라고 말한다. 의도적으로 잘못 읽는다는 뜻이 아니라, 독자가 저자의 의도를 넘어 자기만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응용하는 것을 두고 말한다. 단순히 말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논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빈곤한 오독’이고, 천천히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 이상의 흥미 있는 내용을 찾아내면 ‘풍요로운 오독’이다.(63쪽) 속독은 빈곤한 오독의 전형이다. 오직 정보를 얻고 책의 주제와 지식만을 찾아내려는 다급함이 빈곤한 오독을 만들어 내고 만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넘어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슬로 리더의 재미라는 것이다.

슬로 리딩에 있어서 저자는 몇 가지를 주의한다. 소리 내어 읽지 말 것, 조사나 조동사를 주의하여 읽을 것, 사전 찾기를 게을리 하지 말 것 등을 당부한다. 깊게 읽기 위해서이다. 천천히는 곧 깊게 읽는 것을 말하고, 결국 자기의 것으로 완전히 만드는 것을 말한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속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스토리가 전부가 아니라 대화체나 서술문장 등에 저자의 의도와 의미들이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슬로 리딩의 실천편으로 어떻게 슬로 리딩하는가를 보여준다. 실천편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것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주장을 책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질문을 던지고, 감정의 단어들에 주의해 보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물음표도 달고, 밑줄과 메모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때로는 색연필로 과감하게 표시도 한다. 책은 절대 깨끗하게 보면 안 된다.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의 흔적들이 충분히 책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과연 옳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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