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메모습관


이건 순전한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일상의 삶을 꼼꼼히 기록해 나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사소한 일상의 정리는 미래를 멋지게 여는 문고리가 된다. 인류의 역사의 서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그들이 가진 합리성? 아니면 과학능력? 군사력? 물론 그것들은 서구발달의 일부일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메모하는 습관이다. 많은 서구인들은 하루를 시작하거나 되돌아보면서 일과를 계획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을 노트에 기록하고 사상을 정리한다. 이러한 사소한 일상의 습관이 그들로 하여금 글쓰기의 대가들로 만들었고 수많은 사상과 창의적 사고의 씨앗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의 기록을 보면 고등학교 때부터 적기 시작한 읽기가 열 권정도 되고 몇 년 전부터 기록한 독서노트가 5권 정도 된다. 20년 사이에 읽은 책을 보면 1만권은 훌쩍 넘겼지만 생각보다 축적된 것이 없다. 독서노트를 적어 나가면서 축적되는 것을 느낀다. 원하는 정보를 노틀에 요약하거나 카피해 놓으면 나중에 생각이 나서 들여다 본다. 단편적인 단어와 문장이 연상되면서 당시의 기억을 편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록 습관을 통해 과거를 재현하고 현재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상의 대가들은 메모, 기록의 대가들이었다. 기록은 처음에 낱알처럼 작고 미약하지만 그것을 확장시키고 키워가면 어느 새 커다란 나무가 되어 수많은 새들과 열매들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8세기 뉴잉글랜드에서 부흥과 지성주의 운동을 불러 일으킨 조나단 에드워드 목사는 외출할 때 항상 메모지를 가지고 다녔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거나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즉시 기록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이었다. 덕분에는 그는 미국  최고의 목사요 철학자요 사상가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그가 특별히 총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그의 빈틈없고 쉴 틈 없는 기록의 습관이었다.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렵지는 않다.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라면 서너장은 거뜬히 쓴다. 그러나 글쓰기라는 타이틀을 달면 주눅이 들어 몇 문장을 넘기지 못하고 절필?하고 만다. 글쓰기는 아무렇게나 쓰는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하루에 꾸준히 쓰는 습관, 사소한 것을 생각하고 기록하려는 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거대담론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의 사소한 것이면 충분하다.  그것도 안된다면 마음 속의 생각을 그냥 적어도 된다. 독백하듯이 말이다. 즉 이런 것이다. 


오늘 ㄱ로부터 비판을 들었다. 기분이 정말 안 좋았다. 짜식 지는 뭐 잘하나... 생각하면 할 수록 기분 나쁘네... 오늘은 왠지 우울해 진다. 내가 이것 밖에 되지 않는가 한심하다. 그냥 자고 싶다. 아니면 영화나 보러갈까? 친구하고 술 한자... 아이 몰라. 하여튼 별로다.


그냥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결코 어려운 것이다. 일상의 독백과 생각을 풀어내는 훈련을 꾸준히 하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깊이있게 묘사하는 방법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게 된다. 적어도 몇 달 동안 일기를 쓴다면 말이다. 



작가 지망생들이 주로 쓰는 방법도 있다. 그것은 대가들의 중요한 부분들을 발췌하여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다. 200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분야에서 상을 받은 신인작가 황지운은 대가들의 글을 필사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중에 김연수의 <첫사랑>의 일부분이다.


“나는 앞뒤를 살핀 뒤, 크게 반원 모양을 그리며 자전거를 반대편 차로로 돌렸지. 잠시 자전거가 비틀거리면서 등에 멘 가방에서 빈 도시락 소리가 났어.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너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어.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그 도시락 소리가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라도 되는 양. 그렇게 찾아온 가슴뛰는 그 느낌 사이로 내가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뭔가가 찾아왔지. 그 사랑이 모두가 깊이 잠든 밤에 몰래 들어온 도둑처럼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내 마음 깊은 곳의 빈터에 자리잡았지. 레몬즙으로 쓴 글자처럼 그 뜨거움에 노출되기 전까지는 아직 어떤 글씨가 씌여져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사랑이 내게 찾아온 거지.”


우리는 엄청나고 완벽한 뭔가를 써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스케이트 선수들도 처음에는 수도 없이 자빠지고 넘어지는 경험을 겪고 난 후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듯이 글쓰기도 여전히 그렇다. 오늘 일상을 끄적거려보고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어보고, 하나의 칼럼으로 확장시켜 보는 방법 외에는 지름길 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 당장 노트를 사서 일기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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