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느 겨울동화 세계문학의 숲 12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김수용 옮김 / 시공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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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아닌 것 만은 확실하다. 그는 낭만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러나 그는 낭만시인이 아니었다. 그는 저항시인이었고, 타락한 시대 속에서 독설을 품어대는 비판자요 예언자였다. 로렐라이 언덕의 노래로 그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치주의와 독일 특유의 반유대인정서 때문에 쉽지 않는 인생을 살았다.

철저한 독일의 시인이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고 몇 번의 실패의 쓴 맛을 보아야 했다. 망명하는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낸 프랑스에서의 삶도 그의 정신을 한층 반항자로 만들어 놓았다.

그의 시는 독설, 풍자, 해학, 그리고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부서져가는 사회를 보면서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려 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이용해 배에 기름을 채우려는 권력자들을 신날하게 비판했다. 보수와 진보간의 권력 다툼의 틈바구니 속에서 굶주리는 시민들을 보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가진 자들에게 텍스트의 칼을 들이댓고, 죽어가는 이름없는 시민들을 향해 향기로운 위로의 국화가 되어 주었다.

"나는 울었다. 눈물로 가득찼다. 내가 그 사라져 버린 사랑의 외침을, 황제 만세! 라는 외침 소리를 들었을 때."

그렇다. 그의 시는 민중들의 눈물이었다. 소외되고 슬픈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고통의 눈물이었다. 하이네는 생존을 위해 치장한 유명한 창녀인 구넬을 세이렌처럼 치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영혼을 빼앗아 버린 세이린이 늙어빠진 창녀 구넬이라고? 그렇다. 그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을 그렇게 표현했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삼중적 정체성으로 인해 그는 신화와 현실을 오락가락 했다. 독일에서 태어난 독일 사람으로 성장했지만 진작 독일 사람들은 그를 유대인이라고 프랑스로 쪽아 버렸다. 친구를 세례요한이라고 독설로 응대하지만 헤브라이즘의 아련한 추억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온 삶으로 끌어 안았다. "그래 낮에는 난 울 것이다. ㅡㅡ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에 있는 연인의 무덤 앞에서. 지나가는 유대인들은 틀림없이 이리 생각을 할 것 할 것이다. 내가 사원의 몰락을 예루살렘의 몰락을 슬퍼하노라고." 그의 시는 온통 히브리 성경의 단어들이 즐비하게 널려져 있다. 이것은 그가 자신이 뿌리를 결코 뿌리치지 못했다는 증거일 게다.

이 책을 읽은 나에게는 다행이다. 1844년에 출간된 <독일, 어느 겨울동화>와 1847년 출간된 <아트 트롤, 한 여름밤의 꿈> 두권이 한권으로 묶여졌으니 말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덕분인지 신화와 문학에 정통한 덕분인지 하인리의 시는 온 갖 신화속의 이름들과 당시의 사람들의 이름이 이곳 저곳에 덧 뿌려져 있다. 해석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출판사에서 이들의 이름과 출처 등을 각주로 달아 놓아 한층 이해하기 쉬워졌다. 신비스러움은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시집치고는 300페이지가 넘는 많은 쪽수이다. 종이질이 약간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를 읽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좋다. 가벼움의 쾌락이라고 해야할까? 하여튼 그런 느낌이 강렬하다.

마약처럼 강열한 그의 해학과 풍자가 나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자신의 시를 잘라내는 악독한 검열관들에게 쏟아붓는 그의 독설이 잔뜩 약을 올린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만났더 그를 상상하고 이 시집을 집어 들었다면 당신은 아마 무척 실망할 것이다. 이 곳에 낭만은 술취한 넝마꾼의 독설로 변해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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