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김밥 시대는 갔는가?
IMF가 시작되던 시기에 우후준숙처럼 일어난 가계가 있었다. 1000원으로 김밥 한줄을 살 수 있는 김밥집들이다. 기존의 분식집에서 김밥을 전문으로 하되 가격을 1000원에 맞춘 것이다. 천원은 아무리 힘든 시기라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수직하양된 시기에 천원으로 한끼를 때운다는 발상은 탁월했다. 집에서 절약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찾아도 가장 잘 보이는 것은 역시 밥 값이다. 당시만 한끼에 적어도 5천원 이상을 들여야 한끼를 할 수 있으니 천원에 한줄의 김밥의 매력을 폭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밥의 매력은 단순한 천원의 가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편리함과 간편함에도 있다. 배달까지 해주니 말이다. 심지어 어떤 학부형은 아이들 점심을 김밥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김밥이 매력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기에 사람들은 과소비를 지향하고 가치를 따지고 감성보다 이성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끼 때우는? 데 몇 만원씩 소비하는 것은 옳치 못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돈을 아껴 좀더 가치가 있고 다급한 것으로 사용하려 했다. 또한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는 심리가 있다. 누림보다 대비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불황의 경제학>에서 이러한 불황 속의 심리를 잘 그려주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단 불황이 끝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면, 즉 계속하여 좋은 수입원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적은 돈으로 가치가 적은 천원짜리 김밥으로 박박하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즉시 예전에 했던 것처럼 한끼에 15000 정도의 식사를 편하게 한다. 오늘 써도 내일 돈을 벌 수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 유행했던 천원의 개념은 '천냥점'이라는 신종 가계를 만들어 냈다. 천원으로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단 천원짜리 한장이면 원하는 물건을 편하게 살 수 있다. '천냥하우스' 등이 이름으로 상점은 연 가게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다. 그러나 그곳에 진열된 상품들은 모두 천냥이 아니다. 실제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면 많은 물건이 천원보다 비싼 2천원, 3천원 심지어는 만원이 넘도 물건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천원짜리 물건들은 대부분이 투박하고, 잘 부러지고, 질도 낮은 중국산일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찾는 이유는 천원으로 이 정도의 가치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불평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불황이 끝났을 사람들은 다시 그곳을 잘 찾지 않는 다는 것이다. 차라리 웃돈을 주고 명품을 사려고 하지 저질의 저가의 상품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얼마 전에 김밥집에 갔더니 최저가격이 1500원이었다. 언제 가격을 올렸냐고 물으니 벌써 2년이 넘었다고 한다. 1000원으로 김밥을 만들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동안 1000원으로 김밥한줄을 만들기에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이제 1000원짜리 김밥을 먹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천원짜리 김밥의 의미는 불황이 오고 위기가 올 때마다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잘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