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찾아, 엄마를 찾아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귀향,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 집어들었다.

그리운 고향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귀향은 나를 읽어달라고 외치는 듯했다. 망각 속에 잊혀진, 아니 보지도 못했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은 결국 아버지를 찾아 만나지만 차갑고 냉정하고 처절하게 아들을 밀쳐 버린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떠나고 귀향한다. 아버지... 그러나 그는 더이상 아버지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리운 채로 내버려 두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냥 마음으로 그리워하던 그대로 있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아버지를 다시 망각의 자리에 내던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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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6년이 넘도록 원고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를 엄마로 바꾸었을 때 순식간에 글이 쏟아져 내려왔다고 신경숙 작가를 말했다. 엄마를 잃어 버렸다. 아니, 오래 전에 엄마는 잃어버린 채로 살아오고 있었다. 이제서야 엄마를 찾는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잃어버린 엄마의 존재를 찾아가는 가족들의 땀나는 수고가 엄마를 제자리에 세워 놓았다. 왜 엄마를 찾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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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개봉된 강한연 감독의 [엄마찾아 삼만리]

 


1981년 개봉된 [엄마찾아 삼만리]는 엄마 잃은 아이가 엄마를 찾아 모진 고생을 하며 엄마를 찾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단순한 육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존재는 분명 아니다. 마음의 고향과 같은 존재요. 영원히 안식해야할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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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온 국민을 올린 한편의 영화가 개봉된다.  어느 바닷가의 한적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엄마 없는 하늘아래]이다. 가난한 집, 그러나 단란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엄마가 돌아가시고, 육이오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정신착란까지 일어나게 된다. 13살의 장남 영출은 아빠를 대신해,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기며 살아간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힘겨웠던 시절의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재미나고도 슬픈 연재물이 하나 더있다.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엄마를 찾아 떠나는 철이 그리고 항상 엄마처럼 친구처럼 철이와 함께 해준 미모의 여인 메텔. 우주는 끝없이 방랑하는 우리의 인새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엄마를 잃은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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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달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 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_9_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_9_9 은하철도 9_9_9


기차는 은하수 건너서 밝은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위에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쫓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_9_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_9_9 은하철도 9_9_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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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고향이다. 엄마는 고향이다. 김정현 작가는 망각된 아버지를 되살려 우리를 그렇게 울렸다. 이제 신경숙 작가는 엄마로 우리를 다시 울렸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엄마는 넋을 잃고 울었다.

'엄마! 엄마~'

정말 이상했다. 엄마가 엄마를 부르고 있다니. 그렇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다. 엄마도 고향 같은 엄마가 그리운 것이다. 그렇게 잊혀진 존재로 엄마는 살아가고 계셨던 것이다. 엄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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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무뚝뚝하다. 정말이다. 어릴 적 아버지는 무섭고 냉정한 철면피 같은 존재로 보였다. 그러나 명절 때면 육남매를 모두 불러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아무 말도 못했다. 364일 동안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얘기하자고 해서 얘기가 술술 나오겠는가? 아버지는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늘 엄마에게 찾아가 말했다.

'엄마, 내일 소풍가요'

'엄마, 내일 학용품 사야돼요, 돈 주세요'

등등....

아버지는 늘 소외 된채로 살아가셨다. 어느 날인가는 아버지는 그 것 때문에 무척 화를 내셨다. 왜 자기 한테는 말하지 않느냐고, 우리는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아빠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도 아버지다. 나도 그럴까? 아이들은 나를 소외시키고 있을까? 그래도 나는 아닌 듯하다. 아들이 내가 없는 날은 찾는다고 한다. 

'아빠 어디갔어?' '아빠 보고싶다'

그래 난 그래도 괜찬은 아빠인 듯하다. 십여년 전에 읽었던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 오늘 그 모습이 점점 나에게로 다가오는 듯 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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