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사업을 적자로 접을 수는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험장으로 다 들어간 상황이라 더 이상 교문 앞에는 사람들이 오가지 않았다.  

나는 토익 시험을 치르는 교실로 들어가 연필을 팔 결심을 했다. 시험 시작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고 게다가 고객들이 한 곳에 모여 있기까지 하니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나를 향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시험 감독관이 물었다. 

 “연필 팔러 왔습니다.” 

 “여기서 그러시면 안 돼요.”  

“아, 죄송합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나는 선생님에게 혼난 학생마냥 한마디도 못하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잠시 뒤 사람들이 한두 명씩 운동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시험 시작 직전에 짬을 이용해 담배를 피우러 나온 것이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외쳤다. 

 “토익 만점자가 파는 연필입니다! 이 연필로 체크하면 찍어도 맞아 운수 대통합니다. 제가 파는 연필은 끝이 뭉툭해서 한번 쓱 내리그으면 0.01초도 안 걸립니다. 단돈 천 원! 선착순 열 분께는 따뜻한 커피까지 드립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한 명, 두 명 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모조리 팔아버렸다. 교문 앞에서 오백 원에 판매하던 연필을 천 원이라는 두 배의 가격을 주고도 사람들은 행복해했다.  

그들은 연필이 아닌, 연필이 전하는 가치에 돈을 지불한 것이다. 안 팔리는 물건은 없다. 팔지 못하는 판매자가 있을 뿐이다. (심현수, ‘꿈은 기회비용을 요구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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