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 선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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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풀어 나가는 큰 기둥은 센트럴 도그마이다. 센트럴 도그마는 유전정보의 방향이 DNA에서 RNA, RNA에서 단백질로 진행된다는 원리이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면 수정란이 된다. 수정란은 줄기세포로 이후 모든 분열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세포의 시작 세포이다. 이후 피부와 머리카락으로 분화되는 체세포가 된다. 수정을 이루어지는 생색 세포는 증식이 목적인 체세포와 다르게 유전정보 전달’(28)이 목적이다. 체세포가 한 번의 분열로 두 개의 세포가 만들어지는 반면 생식 세포의 분열은 하나의 세포가 두 번의 분열을 거쳐 네 개의 세포를 만들어 낸다.’(29)


저자는 세포 분열의 특징을 통해 표도르의 네 아들의 성향을 비교한다. 표도르의 성향은 어떤 아들에게 가장 많이 전달되었을까? 물론 답은 내릴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소설 안에서 나타난 아들들의 특징을 면밀하게 훑어 나간다. 흥미롭게도 표도르를 DNA’와 더불어 광대 DNA’ ‘호색 DNA’ ‘무정’ ‘DNA’로 분류한다. 이러한 DNA가 모든 아이들에게 전달될까? 하지만 DNA 복제 오류가 발생한다. 하지만 오류는 절대 크지 않다. 세포들은 가공할 만큼의 정화도’(65)를 유지한다. 잘 전달된 정보는 아버지와 아들이 닮게 한다. 난해한 생물학 용어나 개념을 알지 못하는 자녀들은 부모를 닮는다는 것을 잘 안다. 외모뿐 아니라 심지어 성격까지도.


250쪽 분량의 작은 책인데도 읽고 나면 한라산 백록담 앞에 서 있는 듯한 웅장함을 갖게 한다. 생물학의 세계에 잠시 머물다 온 느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든다. 내년에는 중단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를 다시 읽어야겠다. 생물학자의 관점으로 읽은 뜻밖의 선물을 앞으로 필자의 성경 읽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 같다는 행복한 느낌이 든다. 올해가 가기 전 이 책을 읽는다면 새해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날는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코로나 이야기가 한 부분만 들어가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필자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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