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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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오륙년 전 어떤 책을 읽을 때 ‘플랫폼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때도 플랫폼이 존재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다양하지는 않았다. 낯설기도 하거니와 당시 플랫폼이라고 해 봐야 포털 사이트 정도나 옥션, 지마켓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물론 그것도 대단하지만 최근의 모습과는 상당이 달랐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경제와 소비 패턴이 플랫폼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기업의 방향도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저로서는 저자가 말하는 명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자체가 어렵기도 하거나 그러한 세계는 저에게 낯설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플랫폼과 네트워크라는 단어를 병행하며 사용하고 있으며, ‘만남’이란 단어를 중요한 키워드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와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일단 저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며,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를 받았고, 미국 듀크대학에서 국제개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경제와 정책에 관련한 적지 않은 공부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네트워크 경제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책의 전반적인 성향에 대해 소개합니다. 저는 여기서 ‘네트워크’라는 단어에서 주목했고, 실제로 책은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소통의 관점에서 보면 초기에는 말로 소통합니다. 그러다 문자가 발견이 되고, 현재는 네트워크로 소통합니다. 문자의 발견은 놀라운 것입니다. 말은 즉흥적이고 휘발성이 강합니다. 하지만 문자는 남겨지고 축적이 됩니다. 그러다 중세가 무너지게 된 계기는 손이 아닌 기계로 문자를 찍어 내게 된 인쇄술의 발달 때문입니다. 문서, 즉 정보는 폭발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수준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 됩니다. 지금은 수천 수만 자도 단 몇 초 만에 복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네크워크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정치•권력은 누구일까?

*네트워크 경제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네트워크 경제에 알맞은 새로운 제도와 문화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한 것입니다.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일단 저자가 말하는 플랫폼이 뭔지를 먼저 살펴봅시다. 플랫폼은 문자적으로 ‘역’이지만 역이 갖는 의미인 ‘만남’을 플랫폼의 개념으로 소개합니다. 경제적 차원에서 플랫폼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곳이 될 겁니다. 그럼 시장일까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시대에 플랫폼은 조선시대의 5일장은 아닐 겁니다. 저자는 플랫폼을 카카오톡, 네이버, 쿠팡, 유튜브, 에이버앤비, 신용카드사, 결혼중개회사 등으로 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라는 두 주체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은 ‘양면시장(two-sided maker)’입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듣는 단어인데 내용은 그냥 양쪽이 같이 만난다는 뜻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책 제목에도 일부 들어가 있지만 ‘공짜 점심’이 플랫폼에서 기묘하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35쪽)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에 대한 책임 따르는 법이고, 어떤 것을 얻으면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짜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플랫폼이 지배하는 사회는 공짜 점심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달 무료 사용권’ 같은 것이죠. 이제 이해가 되시죠. 저도 몇 번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미끼입니다. 그런데 미끼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가 많은 것을 공짜로 사용합니다. 메일도 공짜고,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도 공짜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프리미엄입니다. 즉 공짜에서 유료화 단계인 것이죠. 그리고 세 번째는 ‘대가서 광고’입니다. 저는 네이버 메일과 다음(카카오) 메일, 그리고 구글 메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메일에는 하단에 광고가 붙습니다. 공짜지만 공짜가 아닌 것이죠.


플랫폼 경제 안에서 기업의 방향성


초기비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기업은 공짜를 제공함으로 ‘미끼’를 던지지만 그 미끼를 덥석 무는 소비자는 그리 많습니다. 카카오톡은 공짜였지만 기업은 공짜에 대한 대가를 지불합니다. 흑자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 고통을 감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플랫폼이 안정권에 들어가자 기존의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저자는 은행에 도전하는 블록체인, 기존의 택시회사를 넘어서는 카카오택시 등을 소개합니다. 플랫폼 경제는 ‘공유’라는 새로운 발상이 가능하게 했고, 그로인해 ‘정규직 없이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세상’(66쪽)인 ‘긱 이코노미’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이미 그런 세상은 도래했고,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플랫폼 경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연결은 권력: 새로운 권력의 등장


플랫폼은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 냅니다. 유튜버는 동일한 정보와 콘텐츠를 보여주던 포털 사이트를 축소 시켰고, 블로그 역시 정보의 사적화를 불러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개인적 리뷰나 상품평 자체는 플랫폼 안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며, 기업이 주는 혜택을 얻기 위해 개인정보를 넘기는 ‘프라이버시의 역설’(83쪽) 현상이 일어납니다. 플랫폼 기업은 공짜를 통해 개인정보를 획득하고, 이것을 통해 다시 상품을 판매하여 ‘유혹’하는 현상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더욱더 흥미로운 점은 일반 대중들은 플랫폼을 통해 ‘만남’이 가능해 졌지만 사유화되고 검증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많은 사람들을 호도(糊塗)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평등과 소통이란 옷을 입은 새로운 권력층의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플랫폼으로 서로 연결되고 하나의 성향을 만들어갑니다.


“플랫폼은 사람들의 생각을 비슷하게 만들어 버린다.”(104쪽)


저는 이 표현이 정말 맞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글을 쓰면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쓴이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답니다. 반대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댓글을 잘 달지 않습니다. 그냥 회피하는 것이죠. 저자는 SNS가 작은 국가의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규합하는 일종의 디지털 정당’(105쪽)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흐름


카카오톡은 이미 톡의 범위를 벗어나 선물, 송금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제가 깜짝 놀랐던 것은 계좌번호를 몰라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돼 헷갈렸지만 직접 해보니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개인을 찾아 송금을 하면 카카오가 가지고 있다가 그 사람이 송금했으니 돈을 받으라고 말하고 자신의 계좌 번호를 쓰면 그곳으로 송금이 됩니다. 물론 페이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직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 자체는 플랫폼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Part4에서는 은행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다양한 변화들이 일어날 것을 예언합니다.


나가면서


이번 서평은 요약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 성향과 관점에 따라 극히 일부만을 추려 정리한 것입니다. 이 책은 이 글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다룹니다. 이곳에서 소개하지 않는 직업의 문제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었음에도 저자의 명확한 의도는 파악하기는 저희 이해력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앞으로 한국사회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거시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책입니다. 가격을 2만 원 이상 책정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유익한 정보로 채워져 있습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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