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말을 건네다
황진숙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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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은 항상 어렵습니다. 수도 없이 책을 읽고, 독서지도사 2급을 가지고 있지만 거의 장롱면허와 다르지 않습니다. 몇 번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싶었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책을 나누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가 봅니다. 우연은 아닐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가지고 수업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장 신청했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선생님은 어떻게 할까? 부풀어 오른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서두에서 ‘주위에 선물처럼 주어진 모든 것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말하네요. 저 역시 그 눈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것을 주의 깊게 보는 눈 말입니다. 아마도 저자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듯합니다.


책을 모두 4부로 나누어 스무 권의 그림책을 나눕니다. 1부는 ‘마주보다’, 2부는 ‘손잡다’, 3부는 ‘놀다’, 4부는 ‘친구되다’입니다. 그런데 아직 그림책 나눔이 서툴러서 그런지 어떤 기준에서 나누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여튼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해서 한장 한장 꼼꼼히 읽어 나갔습니다. 다행히 현장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그대로 옮겨 놓아 인도법을 배우려는 이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선생님은 그렇게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은 기발하다. 

“벌이 좋아할 것 같아요.”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날 것 같아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는 나에게 대화들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아이들의 기발함과 순수함은 그대로 전해옵니다. 그림 독서모임을 인도할 때는 인도자가 책을 읽고 어떤 질문을 만들고,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사실 너무나 어렵습니다. 노련한 인도자들이야 잘 하겠지만 나와 같은 초보들은 진땀이 흐릅니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을 예시로 제시합니다.


Q.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Q. 표지 그림 속 소년의 마음은 어떨 것 같나요?

Q. 무엇인가를 조마조마하게 지켜 본 적이 있나요?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묻고, 그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으며 수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정말 뜻밖의 질문과 대답을 하거든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교사들이나 상담사들에게 꽤나 유용한 책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서론이나 1장 정도를 할애하여 이 책의 용도와 수업 진행 방식 등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었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자기 고백적 서술보다는 그림책 수업 진행 방식을 배우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는 이들을 위해 강의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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