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복사꽃이 화사하다.
언제 핀 것일까?
오늘? 어제? 늘 다니던 길인데 왜 보지 못했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왜 '부끄럽다'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하도 궁금해 찾아보니 부끄러월 때 볼이 붉어지는 것이 꼭 복사꽃 같아 그리 표현한 것 같다. 그러고보 보니 복사꽃은 영판 새색시가 부끄러워 하는 얼굴이 아닌가. 화사하고 도도한 사쿠라와 너무나 닮았지만 복사꽃은 더 짙고 진지하다.

복사꽃 피는 날
-유치환
한풍(寒風)은 가마귄 양 고독에 걸려 남아 있고
조망(眺望)은 흐리어 음우(陰雨)를 안은 조춘(早春)의 날
내 호젓한 폐원(廢怨)에 와서
가느다란 복숭아 마른 가지에
새빨갛게 봉오리 틀어오름을 보았나니
오오 이 어찌 지극한 감상이리오
춘정(春情)은 이미 황막한 풍경에 저류하여
이 가느다란 생명의 가지는 뉘 몰래 먼저
열여덟 아가씨의 풋마음 같은
새빨간 순정의 봉오리를 아프게도 틀거니
오오 나의 우울은 고루하여 두더지
어찌 이 표묘(漂渺)한 계절을 등지고서
호을로 애꿎이 가시길을 가려는고
오오 복사꽃 피는 날 온종일을
암(癌)같이 결리는 나의 심사여

하여튼 세 권을 사고 싶다. 봄이 가기 전.... 특히 <설레는 건 많을 수록 좋아>... 글이 꽤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 좋은 책이다. 왜 부끄러운 새색시 느낌이 이 처자는 누구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