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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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 무엇일까? 신비적 존재로 여겨져 왔던 인간은 과학의 발달로 분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한 것일까? 사실 이러한 해설은 인간을 설명하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인 마리아 포포바는 지독한 독서가이자 비평가이다. 그녀가 쓴 문예비평 사이트인 ‘브레인 피킹스’는 미국 의회 도서관의 영구적인 디지털 기록보관소 명단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도대체 그녀는 인간, 아니 사람을 어떻게 본 것일까?


요하네스 케플러, 마리아 미첼, 허먼 멜빌, 엘리자벳스 배럿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찰스 다윈, 윌리어미나 플레밍, 해리엇 호스머, 에멀리 디킨슨, 레이첼 카슨,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들이 목차를 대신하고 있다. 800쪽이 넘어가는 분량이 나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치밀하게 조각된 인간에 대한 세공은 책을 덮고 나면 영롱한 빛을 비춘다.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인정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시사뉴스이기도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의 순수한 설렘, 미지의 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석에서 지식의 작은 조각을 직접 깎아낼 때 느껴지는 희열이었다.”(53쪽)


이 문장을 이 책의 주제라고 말하면 억지일까? 비록 정답은 아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문장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소개되는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비상하려 했고, 한계의 편협을 깨고 무한의 세계로 도약하려 했던 인물들이다. 이 문장은 정확히 그렇게 말한다.


“당시 교사는 여자가 결혼하면서 남편의 경제적 원조를 받기 전까지 잠시 거치는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바로 한 세대 이전에 엘리자베스 피보다 이 관습을 뒤집고는 교육을 결혼으로가는 기착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종착지로 만들었다.”(193쪽)


그러니까 저자는 인간의 존재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요하네스 케플러로 시작된 인간탐구를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까지 이어오면서 답을 준다. 아이러니함은 마지막 주자인 레이첼 카슨이 암으로 생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마무리할까? 사뭇 궁금했다. 슬프게도 비극으로 끝난다. 청아하게 아름다운 비극으로.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나도 죽으리라. 당신도 죽으리라 우주적 관점에서 아주 잠깐 자아의 그림자 주위로 뭉쳤던 원자들은 우리를 만들어낸 바다로 돌아가게 되리라. 우리 중에 살아남게 될 것은 기슭 없는 씨앗과 우주먼지뿐이리라.”(834쪽)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마거릿 풀러이다. 안타깝게 그녀는 미국으로 향하던 엘리자베스호에서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이 책은 인간의 무용성(無用性)성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저자의 깊은 한숨이 들린다. 절망 속에 숨겨진 초연의 한숨이다. 


“그동안에도 세계 어디선가에서는 누군가 사랑을 나누고 있으며 누군가는 시를 쓰고 있다.”(833쪽)


필자의 어리석음 때문인지 저자의 ‘주장’보다는 ‘문장’에 밑줄이 그어진다. 나만 그럴까?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문장들은 떨리는 손으로 밑줄을 긋게 한다. 허무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놓치고 싶지 않아 밑줄 친 문장을 덧댄다.


관측된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성실함은 교향악적 상상력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30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마음을 통해 세계의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56


친숙한 것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건과 만날 때, 현실의 지도가 변화하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떠밀린다. 295


미국에는 호스머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지금 호스머는 기쁜 마음으로 문화적 난민이 되었고 로마의 퀴어 예술가드이 모인 하위문화의 메카에 정착했다.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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