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지 않는 법 소노 아야코 컬렉션 3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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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는 <약간의 거리를 두다>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입니다. 그의 글은 청순하고 단백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문장이 어떨 때는 낯선 풍경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거리 두기''나이 듦'이란 두 가지 주제가 그녀의 책에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이 책 또한 '노인이 되지 않는 법'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으로 노년의 삶에 대해 아야코의 소견을 담백하게 풀어 놓습니다. 번역자인 김욱은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소노 아야코의 책들을 몇 번 번역한 경험도 있어 매끄럽게 잘 번역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7가지 주제로 짧은 단상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자립, , 관계, , 고독, ‘늙음, 질병,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을 다룹니다. 담백한 그녀의 에세이는 소금 외에도 어떤 양념도 들어가지 않은 밋밋한 반찬 같습니다. 하지만 오래 씹으면 원재료의 맛을 가장 풍부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첫 글은 자립에 대한 글입니다. 아야코는 자립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며, 자신의 지혜로 생을 꾸려’(11)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약해졌음을 알고 현실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소노 아야코의 나이 듦에 대한 이해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약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전형적인 성향이 소노 아야코의 글에도 종종 드러납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의 친절을 기대하기보다는 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낫’(19)다고 말합니다. 80대 할머니가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면서 나처럼 넘어져서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신신당부’(12) 했다는 표현은 약간 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한국 사람이 그런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과도한 집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늙어 감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삶을 초연해 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녀를 가르쳐 최종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상태에 놓였을 때 자녀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사라지는 것’(63)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아름다운 은퇴야말로 한국인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벌려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자신만의 취미를 만들어 규모 있는 생활을 하는 것 역시 멋지게 나이 드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려놓음 역시 노년에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노년의 시간은 할 수 없게 된 것들을 체념하며 버리는 시기입니다. 집착과 속념(俗念)을 억누르면서 다가오는 운명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성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체념과 금욕은 만년에 이른 인간만이 도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신적 과제입니다.”(87)

 

소노 아야코의 특유한 재치와 독설은 어떨 때는 낯설고, 어떨 때는 통쾌합니다. 유독 돈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합니다. 적게 벌면 적게 쓰고, 일부러 의리 때문에’(90)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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