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
아타나시우스 지음, 피넬로피 로슨.오현미 옮김 / 죠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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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신학의 불모지에서 또 한 권의 교부 문헌이 출간되었습니다. 교부 문헌들이 하나둘씩 번역되어 출간되면 설렘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성도들은 교부 문헌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부 문헌은 의외로 쉽고 간단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쯤 읽었을 어거스틴의 <고백록>도 중요한 교부 문헌 가운데 하나입니다. 교부 신학을 알지 못하면 역사신학도 교리신학도 반쪽 밖에 알지 못한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교부 문헌은 사도들 이후 교회의 변천 과정과 교리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 우리나라는 교부 문헌이 거의 출간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가톨릭출판사인 분도출판사에서만 출판되고 있습니다.


최근들은 여러 출판사에서 한두 권씩 교부 문헌을 출간하고 있어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예를 들어 새물결플러스에서 폰투스의 에바그리오스의 <폰투스의 에바그리오스의 실천학>(2015년)을 출간한 이후 3년 만인 2018년 4월에 오리게네스의 <오리게네스 기도론>을 출간한 것입니다. 이번에 죠이북스에서 아타나시우스의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를 출간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 책은 아타나시우스의 <De Incarnatione Verbi Dei>를 잉글랜드 성공회 마리아회의 피넬로피 로슨 수녀가 영역한 것을 오현미가 다시 한역한 것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한글로 번역된 아타나시우스의 저작은 은성과 카이츠, 분도출판사 등에서 출간한 <성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이 책이 전부입니다. 초대교회 교리사를 공부한 분들이라면 ‘아리우스’와 ‘유사본질’ 논쟁을 익히 알 것입니다. 아타나시우스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유사한 본질이 아니라 ‘동일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예수님의 하나님 되심을 선언하는 ‘동일본질’의 선언문과 같은 책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동일 본질이면서 왜 육신을 입으셔야 했는가를 주장합니다.


367년 아타나시우스는 신약성경 정경 범위와 목록을 제안했고, 397년 카르타고 공회의에서 신약성경 27권을 확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약성경의 확립은 이후에 일어날 수많은 교리 논쟁과 정통교회의 수호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마치게 됩니다. 후대 교회는 아타나시우스의 노고를 기려 대 바실리우스,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우스, 요한 크리스토무스와 더불어 동방의 4대 교부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1장은 이전 책을 통해 소개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창조와 타락의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합니다. 2-3장은 성육신의 의미와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다음 5장에서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6장에서는 부활을 논증합니다. 6-8장까지는 성육신에 대해 부정하는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에게 성육신의 필요성과 그들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차례로 논박해 나갑니다. 9장에서는 간략하게 마무리합니다.


필자가 읽기에 아나타시우스는 창조를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는 듯합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만물이 존재하게 된다’(20쪽)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타락은 결국 죽음이 인간들을 지배하게 했고, 인간들의 ‘비참한 상황 때문에 말씀이 이 땅에 오셔야 했’(27쪽)다고 말합니다. 말씀이 인간이 되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신 것입니다. 아타나시우스는 구속을 ‘재창조’(34쪽)로 해석하며, 창조는 말씀의 육신 됨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자신을 죽음에게 넘김으로 ‘그분의 죽음 안에서 우리 모두가 죽고, 그럼으로써 사망의 법이 폐지될 수 있게 하셨’(36쪽)습니다.


아타나시우스는 이 짧은 글에 다 담어 내기는 역부족입니다. 아리우스파와의 논쟁과 그로 인해 황제들에게 미움을 받고 추방당하고 회복되는 일이 반복하여 일어났습니다. 아타나시우스는 잘못된 교리에 빠진 세상에 대항하여(Contra mundum) 순수한 복음을 지킨 위대한 교부였습니다. 다사다난했던 그의 생애로 인해 완성도 높은 신학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했지만 삼위일체론의 완성과 신약성경의 완결은 그의 중요한 업적입니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귀한 책을 번역 출간한 죠이북스에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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