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다 나중이 좋은 책


책을 급하게 읽는다. 수백쪽은 몇 시간 만에 읽어 낸다. 속독가는 아니지만 굉장히 빠르게 읽는 편이다. 잘 몰랐지만 최근들어 빠르게 읽으면 '맛'을 못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도널드 매킴의 <칼빈과 함께하는 매일 기도>를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짜깁기 느낌이 강했다. 왜냐하면 칼빈의 서적들에서 발췌하거나 설명한 것들은 다시 풀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의도는 알지만 입에 착 달라 붙지 않아 겉돌았다. 번역을 잘못 한 것 같지 않으니 아마도 원저자가 글을 깊이 없이 쓴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오늘 다시 서평을 기고하기 위해 읽었다. 지난 주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아주 맛깔스럽다. 문장들에게서 은은한 향도 나고 달콤새콤한 맛도 난다. 

아하.. 이런 맛이구나. 

급하게 음식을 먹으며 맛을 잘 느끼지 못하듯, 책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읽으면 맛을 느끼지 못한다. 뭐.. 그렇다고 책을 천천히 읽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는 것이다. 


파스칼이 팡세에서 말했든 글이란 너무 빨리 읽지도 말고, 너무 천천히 읽지도 말아야 한다. 왜 둘 다 맛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적당한 독서의 속도가 필요한 시기다. 참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