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권만 골라"


난 그녀 그리 매정할 줄 몰랐다. 아니다. 과분한 것이리라. 생일 선물이라며 옷과 쓸만한 몇 가지를 주었다. 이틀 전에는 책 선물까지 해준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런데 서점에 들어가면서 하는 말, 


"딱 한 권이야 알았지?"


주머니 사정의 여의치 않음에도 아내는 나의 생일을 맞아 약간 무리했다. 그 고마움을 어찌 모를까? 그런데 책까지 사주니 기분은 날아갈듯.... 


그런데 이상하다. "딱 한 권"이라는 말에 최선을 다해 골랐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는 책이 없다. 모두 읽고 싶지만, 딱 한 권은 아니었다. 


알베르토 망구엘이 여러 사정 때문에 서재를 정리하며 쓴 <서재를 떠나보내며>에 나오는 심정이 이와 같지 않을까? 아직 읽지 못해 아쉽다. 


내 인생에도 딱 한 권을 고르라면 여간 힘들어하지 않을까? 


딱 한 권은, 최선의 선택을 너머 생존과 존재의 이유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책이 아닌 이상 말이다. 어쨌든 딱 한 권의 책을 고르기 위해 마음의 통증을 느끼며 딱 한 권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잡은 책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안 그래도 사진에 관한 철학적 사유나 비평을 읽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다. 


일종의 불멸성...

원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활동이다.


상황에 개입하면 기록할 수 없고, 기록하면 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 자체도 사건인데...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공격성을 총보다는 카메라를 통해서 분출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어지럽고 복잡하다. 그러나 한 문장도 어긋나지 않고 정확하게 앞으로 30년 후의 대한민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2004년 그녀는 골수암으로 세상을 뜬다. 그 때라며 아직 디지탈 카메라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녀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사냥하듯 찍어대는 지금의 시대를 예언한 것이다. 


수전 손택은 이번이 처음인데... 모든 책을 읽고 싶을 만큼 통찰력이 탁월하다. <타인의 고통>이 동일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수전 손택에 무지한 나에게 놀란다. 













































헉... 한 두 권이 아니다. 어쨌든 다음을 위해....
















아내가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묻는다.

"만족해"

"응 대 만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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