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디자인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나 책의 질은 좋았던 책이었다.

이 책은 내가 세 번 째로 접한 일본소설이었는데 이상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이다.

곤충채집을 나왔다가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빠져 그 곳에서 평생을 모래를 퍼내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남자. 무엇보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 펼쳐지는 증오, 욕망 등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 점만 집중해서 봐도 소설은 정말 박진감이 넘친다.

나는 이 모래 구덩이와 그 속에 낡은 집에 사는 여자, 그리고 그 곳에 어이없게 갇히게 되는 남자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이 상황을 유심히 보면 모래구덩이는 여자의 그 곳, 남자는 여자와 가장 구분되는 특징인 그 것, 그리고 여자는 그 남자를 유혹하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남자는 그 곳에 갇혀있는 시간 동안 시시각각 여자에게 유혹받기도 하며 스스로도 참을 수 없는 욕망을 품는다. 남자는 끊임없이 탈출하려는 구상을 하며 소설은 끝난다. 그러나 그 결말이 애매모호한 것은 마지막에 그가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탈출을 다음으로 미룬다는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작가는 어쩌면 이를 통해 인간의 이중적 인격의 단면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야 나는 프로이트나 라깡이 왜 좋은 정신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문학에 조예가 깊어야 한다고 말했는지 조금이나마 알겠다. 그 전에는 그냥 프로이트, 융 등의 분석샘플을 보고 이해하거나 내 자신이나 남의 행동을 분석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런 작가들의 정신활동의 산물을 분석한다는 것은 정말 진부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