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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총지휘관 栗林忠道
가케하시 쿠미코 지음, 신은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깊고 선한 눈매의 아저씨가 표지에 있는 책을 받았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라는 책을 알게되면서 관심없었던 '아버지의 깃발'에 대해서 알게 됐고 전투의 양측 입장이 각각 쓰인 작품은 쉽게 접할 수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읽어보게 됐다. 시작은 단순한 관심과 흥미였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 비참했다. 전쟁참여국으로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껏 우리네 아픈것만 신경을 써왔다. 그래도 독자적인 힘이 있으니 전쟁도 할 수 있는것이 아닌가? 상처받았다 해도, 힘들었다 해도 어디 식민국이 된것에 비할까 했다. 내가 세계대전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다.
이 책,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중 일본의 이오지마에서 벌어진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 본토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이오지마임에도 일본은 군사들을 보내두곤 포기하는 입장으로 돌아서버린다. 사람도 부족해 식구가 딸린 40대의 가장에서 16~17세의 어린 학생까지 징집한 것이다. 섬은 걸어서도 모두 돌아볼 수 있을만큼 작은데다 어딜 파도 식수로 쓸 수 있는 물이 없고 식물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무척 덥고 파리와 모기, 바퀴벌레 따위의 벌레가 들끓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곳에 최고사령관으로 온 쿠리바야시 타다미치는 지하굴을 파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고 동식물을 길러내가며 전쟁준비를 하고 이끌었던 사람이다. 미군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늘리고 하루라도 전쟁을 길게 끌어 종전이 되길, 그래서 본토의 가족들은 공습을 받지않고 무사하길 바라면서 이오지마의 군사들은 무더위와 땅속 유황가스, 갈증, 설사와 장티푸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모두 이겨내고 있었다. 그들을 지탱해준 가족들의 편지와 그들이 보낸 편지. 이것을 토대로 당시 전쟁의 일본군 상황을 역추적하여 쓴 작품이 바로 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이다.
어느것 하나 좋은 환경이 없었고 지원도 제대로 받지못한 채 가족만을 생각하며 전투에서 죽어간 그들은 누가봐도 안쓰럽고 눈물나는 모습이었다.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이오지마로 간줄도 모른채 편지를 기다리고 열심히 써서 보낸 유가족의 이야기를 봐도, 그 편지내용을 봐도, 쿠리바야시가 보낸 전보내용을 봐도, 당시상황이 낳은 사상자의 수와 기록을 봐도 일본군의 사정이 너무 간절해서 안타까웠다. 전쟁이라는 것은 나라간의 이해관계로 빚어지지만 그 전투를 벌이는 '사람'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스런 기억을 떠안게 된다. 그런 기억에 아파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어린 눈에도 힘들어 보였으니 본인은, 그 가족은 어떠할까.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형제가 쓰러져간 땅. 유족들이 그들의 유골을 밟고 내릴 수 밖에 없는 곳. 이오지마는 그런 섬이었다. (p. 180)
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죽어간 병사들과 이들을 훌륭하게 이끌었던 명장으로서의 쿠리바야시를 이야기하고 당시의 본영 간부들을 비판하고있다. 얼마나 힘든전투였는지,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보인 전투였는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은 전투였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전투의 상황과 그 이후 최근 근황까지 모두 전하고 있다. 인간적으로나 지휘관으로나 훌륭했던 쿠리바야시는 존경스러운 사람이고 이오지마 전투는 가슴아픈 일이다. 그에 대한 기념비까지 세우고 모임을 만들어 따뜻한 시간을 가진것은 정말 좋은 모습이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가해국이겠지만, 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마주보고 웃었다. 정말 잘 된 일이다. '사람'으로서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피해국이라 믿는듯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한국사람으로서 보면 무척 씁쓸하다. 자국 국민이 죽고 다친것은 기억하면서 그들이 억압했던 나라와 국민은 아직도 모른척 하고 있다. 이것을 항상 담고있는 '상처받은 국민으로서'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어느 나라 어느 전투에 대한 광고이다. 누가 기카드만,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시대착오가 뭐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지 않아. 일본하고 이제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말이지. 근데 와 갸들은 만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가. 갸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거 봤네. 정신대도 늙은 할망구들이 만들어 낸 거라고 우기지 않아. 갸들이 와 기게 함부로 입을 놀리갔어. 너희 나라 우습다 이거야. 겁 안난다 이거지. 어느 책에서 본 이 부분이 귀에 들리듯 떠올라 실은 기분이 상했다. 서로 다치게 하고 다쳤던 사람들이 모여 손을 잡았다는 부분에서였다. 젊은 나도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군측의 이오지마 전투를 마냥 가슴아프게 바라볼 수가 없다.
처음의 감정과 달리 책을 덮으면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인간적으로 가슴아픈 전쟁이라는 몹쓸것에 대한 마음과 우리역사가 어우러진 마음이 뒤섞여 착찹했다. 힘이라는 것에 의해 각각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온 역사들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전쟁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그리고 지난날 다치고 한맺힌 우리네 기억에 대해 사과를 받고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너무 큰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