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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주지 않는 따뜻한 말의 힘
이정숙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초에 독서계획을 세우면서 화술에 대한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1월에 세운 이 계획을 4월에야 실천하기 시작한게 조금 민망하지만 책을 고르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 시중에는 정말 멋진 책이 많았다. 유머를 곁들인 화술을 구사하는 방법,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말의 방법, 남을 설득시키는 말하기 방법등 가지가지였다. 무작정 화술에 대한 책을 보겠다고 생각한것이 잘못이었다. 좀 더 자세한 목적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왜 화술에 대한 책을 보고싶어했는지를 다시 따져보았다. 그리고 금새 답을 찾았다. 말이 많고 말하는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만큼 늘어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 실수라는 것은 바로 남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잠들기전에 그날의 일을 가만히 떠올리다 뒤늦게 이 말이 그애에게 기분나쁘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된적이 있어 조심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읽은 책이 대화전문가 이정숙의 책이다. 제목도 내게 딱이다.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할때는 심심했다. 한마디로 누가 몰라? 라는 대꾸가 자꾸 나오는 내용이 펼쳐졌다. 책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위로하고 긍정적인 말을 따뜻한 말이라고 칭한다. 반대로 화를 누르지 못하고 내뱉어져 상대방도 할퀴고 상처주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말을 차가운 말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 따뜻한 말이 왜 좋은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그래서 심심했다. 따뜻한 말이 좋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심드렁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는 책이 절반을 넘어가기도 전에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내게 비추어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책을 덮을때엔 읽기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사람들은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지인이라고 여기면서도 그런 따끔한 충고를 들으면 고마움보다 상처와 놀라움이 앞선다. 나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경험을 했다. 더 웃기는 것은 이런 내 반응을 잊고 남에게는 밀어붙이기를 참 잘했다는 것이다. 말미엔 항상 아팠다면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면서도 어쩐지 말을 내뱉는 나도 속이 시렸다. 이제까지 나는 착각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 말이 좋은 말이라고 여겨왔는데 이제보니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나 의도는 좋았지만 상대에게 전하는 과정은 엉망이어서 내 뜻과는 반대방향으로 향해있었다. 이를 책을 읽고나서 명확히 알았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들으면 언짢은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흥분하고 화가나면 말의 내용보다 불편한 마음에 더 집중을 하게되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불편한 감정을 이해해주고 먼저 표현해주어 화를 가라앉혀야한다.
이에 못지않게 눈여겨 볼 내용이 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에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느 차가운 말이 있다. 평소 짐작조차 못한것이어서 책을 읽으며 정말 놀랐다. 다음에 나열하는 말은 차가운 말이다. <하지만, ㅇㅇ했어야지, 하라, 하지 마, 안돼, 어쩔 수 없어, 별문제 없지?, 넌 항상 그러더라.> 이 말중에 뭔가 잘못됐다고 여겨지는 말이 있는가? 사실 책을 읽으면서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별문제 없지 라는 말은 이게 왜 차가운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쉽게 듣고 쉽게 쓰는말이 아닌가. 책을 읽고서야 알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부정하는 느낌을 주고 말에도 부정의 단어가 들어가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에는 없다라는 단어가 들어가 듣는 사람에게 성의없게 들린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별문제 없지 라는 말에도 없다라는 단어와 부정의 뜻을 담는 문제라는 단어가 있어 듣는사람은 자신이 문제꺼리이거나 혹은 그런 문제를 안고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여겨 마음을 닫게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지만은? 하지만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파괴적인 단어라고 한다. 때문에 이 단어를 들으면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않고 말대답하는 것으로 들린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구어체로 여겨지지 않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게 다행스러웠다.
책을 읽으면서도 선뜻 납득하지 못할때가 간혹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연기하듯 말을 해보았다. 가끔 드라마 속에서는 등장인물이 같은 말을 다양한 톤과 어감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말하는 장면이 나오곤한다. 나도 그렇게 이해가 어려운 말을 차가운 느낌과 따뜻한 느낌을 담아 말해보았다. 그렇게 하고보니 둘 중 하나는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들어 그 말이 왜 차가운 말인지 왜 따뜻한 말인지 이해되고 이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말을 하는 방식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인격이 우선임을 알았다. 말은 그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면서 역으로 내가 짚어낸 평소 내 말투의 단점에서 내 성격의 모난부분을 보았다. 처음에 기대한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뇌에 입력된정보들을 차갑고 공격적으로 편집하면 공격적이고 사나운 말이 나오고, 부드럽고 따뜻한 방향으로 편집하면 부드럽고 따뜻한 말이 나온다. 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