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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강호 세트 - 전16권
김용.양우생 지음 / 중원문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자고로 강호에는 예의가 있었다. 제자는 사부에게 사부는 사조에게 깍듯했고 감히 후배가 선배를 능멸함이 없었다. 협객들은 사악함을 불 보듯 했으며 협의를 목숨처럼 숭앙했다. 종종 이런 법도를 거스르는 무뢰배들은 마침내 선배 대협들의 한 칼에 자신의 예의 없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그것이 무림의 법칙이다. 그래서 대협 김용은 ‘사조영웅전’의 마지막 장에서 ‘그래도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하여 언급했던 것이다.
나도 소싯적 3류 무협지 강호에서 협의의 길을 걸으며 졸작, 아류작, 삼류작들과 밤 새기를 날밤 까 먹듯 한 인간이지만, 보다보다 이런 예의 없는 무협지는 처음이다. 물론, 김용 대인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소오강호를 그 내용이나 문학성에 있어서 쓰레기라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용과 문학성을 저급하게 만드는 번역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간판을 철판으로 코팅한 출판사다.
출판사는 표지 외에 책을 만들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반면 책을 팔아먹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페이지 당 한번이상 등장하는 오자와 탈자, 번역인지 반역인지 모를 오역은 읽는 이로써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양우생의 소설을 소오강호 2부라는 타이틀로 한 세트를 묶어 팔아먹겠다는 심보는 가히 놀부 볼따구를 왕복으로 쌔려줄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독자에 대한 우롱이고, 저자에 대한 모욕이며, 상도에 대한 후안무치다.
그리하여, 무뢰배에게는 정의의 심판이, 예의 없는 출판에는 예의 없는 리뷰가 남겨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