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펑펑>은 비주얼이 중요한 아이돌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는 케이팝에 대해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을 구분하자는 나의 주장은 (...) 그저 내 삶에 대한 울분이자 자학”(p.13)이라고 솔직하게 시작하는 복길의 일기이자 대중문화비평서이다. 한마디로 케이팝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 모순에 상처받은 한 개인의 애절한 자기고백이자 생존 전략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들은 신나는 비트에도 불구하고 애절한 가사를 가진 케이팝처럼 전체적으로 ‘슬픔’이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저자가 2019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선보인 케이팝 디제잉 공연의 기획 역시 ‘슬픔의 케이팝 파티’였다. 케이팝, 그러니까 아이돌 산업, 소속사 자본의 논리와 환상을 소비하는 팬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감정을 그 당시 시대의 맥락과 함께 녹인 글들이다.

문장 중에 은어가 제법 많아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정은지 배우가 HOT 콘서트장에 가서 춤추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읽히는 책이다. 적어도 초반 느낌은 그랬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음악이라는, 큰 감성의 맥락으로 퉁쳐버려 한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신세계 영역의 글로 읽히기도 했다. 내가 오디션 심사위원이라 친다면 “이 복길 연습생, 나에게 인지도도 없었고, 뭔가 기본이 없는 B급 같았는데 뭔지 모를 매력 터지는데?”
아무튼, 저자의 전작 <아무튼, 예능>을 통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문법을 선보인 글쟁이이기도 하다. 이 책은 6년만의 신간으로 2023년부터 3년간 〈씨네21〉에 연재했던 칼럼을 바탕으로 쓰였다.

총 4부에 걸쳐 익숙한 케이팝 가사들을 소제목 삼아 저자의 자전적 경험 속 케이팝의 기억을 서술한다. 저자가 선곡한 음악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경험까지도 함께 편집하여 독자와 교감하는, 글로서 케이팝을 디제잉하는 글이랄까. 예를 들어, 아웃사이더의 ‘외톨이’ 가사를 읽으며 쓰레기가 쌓인 집에서 은둔하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하의 롤러코스터를 선곡하며 같이 알바하던 B가 “언니 저 이제 죽고 싶을 때마다 ‘후렌치 에볼루션’ 탈거예요.”(p.133)라 말하는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아가 '슬픔의 케이팝 파티'를 운영하며 겪었던 분투기와 그 과정에서 마주한 연대기를 요약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케이팝 문화를 '철저히 설계된 사랑의 볼모'로 규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팬들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결코 허상이 아닌 '진짜'라고 긍정하는 대목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뒤통수 맞아가며 자책과 회피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끝내 음악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을 즐기는 모든 리스너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BGM이었던 케이팝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케이팝을 들으며 현타 오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 날, 새로운 케이팝을 흥얼거리는 케이팝 덕후들에게는 더욱 추천한다. 케이팝에 대한 의리를 계속해서 다짐하며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될지도.

#펑펑#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복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탱크>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라는 극찬을 받으며 2023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에서는 외롭고 절박한 인간의 심리묘사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이번 신작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는 전작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연작소설이다.

소설은 서로 연결된 네 개의 단편으로 신영, 이소, 성희, 주연의 삶을 교차시킨다. 첫 번째 제목이자 이 책의 표지인 <우리는 한 때 같은 성에 살았고>에서는 요양병원에서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조카 이소의 이름만을 끝내 붙잡고 있는 신영, <돌들을 주우러>는 흐릿한 과거의 기억을 알루미늄판에 새기며 존재의 윤곽을 그리는 예술가 이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곳에 두고 온 사람은>에서는 신영의 뒤섞인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겹쳐 보는, 간병인 성희, 그리고 마지막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방법>에서 이소를 지키기 위해 성을 불태워버렸지만 이후, 딸 이소에게 자신의 부모가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와, 아빠에게 맞은 엄마라는 사실을 비밀로 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성에 들어간 엄마 주연의 고백이 엮인다. 이들은 폭력적인 과거라는 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트라우마에 담긴 기억을 잊어버리려, 잃어버리려 애쓴다. ’성이라는 감옥’이라는 은유는 보호의 공간이자 동시에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인 기억의 구조를 형상화한다. 트라우마라는 소재에 대해 과장하거나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 폭력으로 부서진 기억에 대해서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끈질기게 지키려 애쓰는 네 명의 여자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영, 주연, 이소, 성희, 각각의 예민한 감각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신영은 방통대에서 음향녹음 기술을 전공하여 소리를 수집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방에서 일어나던 폭력의 소음을 닫힌 문 하나로 버텨낼 수밖에 없었던 신영의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주연은 작은 바다마을 출신으로 그녀의 이야기에는 물이 빠지지 않는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생수병을 건네 준 것, 아이를 낳았을 때, 벽지를 ’바다를 닮은 파란색‘(p.44)으로 칠한 것, 진단을 받고 이소를 데리고 바다로 떠난 것이 그렇다.
이소는 아버지의 화 속성과 어머니의 물 속성을 다 가진 아이로 보인다. 준은 화를 내는 듯한 인상을 가진 이소에 이끌린다. 그들의 관계에서 이소는 불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소의 작품에는 알루미늄 조각이 콜라주되어 있다. 물은 불을 끄는 상극이며, 불은 철을 녹여 강하게 만드는 상생임을 생각해볼 때, (이소의 이야기는 여기서 너무 짧다고 생각되지만) 이소는 이 네 명의 여자들 중, 강한 사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이야기를 신영의 목소리로 듣는 간병인 성희는 달리는 감각에 대해 민감하다. 그녀가 요양원으로 출근하면 만나는 장노인은 아침마다 달린다. 그런 장노인을 바라보며 그녀의 어린시절, 키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억지로 뛰게 시켰으며 후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잃은 아버지의 달리고 싶어했던 마음을 떠올린다. 이들 넷의 감각은 각자의 서사에서 때로는 고통을 증가시키기도, 잊게 하기도 한다.

신영과 주연은 다소 비극적이지만 이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치환한 성희와, 성희의 연락에 응답한 이소의 마지막을 보며 그래도 이 작품은 온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옥같은 기억의 성을 버리고 “네가 할 수 있는 걸 끝까지 해. 그걸 붙잡고 살아.”(p.115)라는 주연의 말을 기억하며 앞으로 작품활동으로 계속해서 이어나갈 이소의 모습을 상상한다. 또한 요양원이라는 삶의 마지막 공간에서 함께 계속해서 달려나갈 성희의 삶도 응원하고 싶다.

잊고 살면 안되는데 다 잃어버리고 잘 사는 사람들이 보이는 사람들,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우리는한때같은성에살았고#김희재#다산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창곤 저자는 전 한겨레경제사회원구원장 겸 논설위원으로 이 책,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연재했던 칼럼을 바탕으로 2026년 현재 시점에서 전면 재구성 및 보완한 책이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났다. 나는 급변하는 시대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여 미리 방주를 만들어 대한민국 국민을 건져낼 정치인에게 투표했지, 그들이 속한 정당의 파벌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한 것이 아니다. 그 방주는 온전히 정책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정치인의 화려한 수사나 몸짓이 아니라, 실제로 입안되고 집행되는 정책이야말로 그 정치가 지향하는 철학의 결정체다.”(p.18)이기에 “정치는 정책이고, 정책은 정치다.”라는 저자가 도달한 명제에 공감하는 바다. 이제는 당선인들이 내건 공약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정책들을 수립하고 제대로 수행해나갈지 지켜볼 차례다.

책 표지의 검은 테이프 세 개가 인상적이다. 엑스자 테이프는 실패한 정책을, 찢어진 테이프는 중단된 정책, 오래되어 쭈글쭈글한 테이프는 때늦은 정책을 시각적으로 웅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정책이 실패했거나, 중단되었거나 뒤늦은 정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정책이 베일에 싸인 블랙박스와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대통령, 비서실, 경제 부처, 정당, 국회 같은 권력의 정점부터 시민단체, 노동조합, 사용자 단체, 이익집단, 대학교수, 언론과 시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를 움직이는 모든 행위자를 입체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왜 수많은 정책이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실패를 거듭하는지, 왜 정작 정책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은 철저히 배제되는지 그 구조적 모순의 민낯을 밝힌다. 또한 권력과 책임,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적 과정으로서의 정책'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4장으로 1장 ‘정책의 정치학: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오작동’에서는 뒤늦은 문제 인식으로 결국 인구 비상사태를 초래한 저출산 정책과 같은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오작동 지점을 짚어낸다. 2장 ‘무능한 정점 혹은 위대한 조율사: 최고 결정자의 일그러진 초상과 책임의 무게’에서는 최고정책 결정자로서 대통령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통령비서실의 비대한 권력, 그리고 예산집행에 있어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전 기재부, 경제 부처의 권력을 비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왜 기재부를 분리해 상호 견제를 시도하는지 그 배경이 되는 부분이다. 3장 ‘칼날 위에 선 시민사회 정책 행위자들: 책임, 역할, 그리고 변화의 모색’에서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의 위기, 배제당하고 고립된 노동조합, 의협 같은 이익 집단의 포획 현상과 지식인들을 분석한다. 마지막 4장 ‘정책 생태계의 혁신과 뉴비전을 향하여’에서는 '뉴비전 2045'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정권이 지지율 때문에 시급한 정책을 미뤄온 예시였다. "정책적 본질이 윗선의 정치공학에 매몰될 때 개혁의 골든타임은 사라지고, 그 유무형의 손실은 오롯이 시민들의 노후 불안으로 전가된다." (p.126) 제때 수립하지 못한 정책은 온전히 국민의 고통이 된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분도 눈에 띈다.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는 일은 대개 구경꾼의 몫, (...) 우월한 자원과 수단을 가진 강자와 맞서는 약자라도 구경꾼들이 호응하고 편들어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p.245) 이 문장을 인용하며 저자는 과연 한국의 노동조합이 국민이라는 구경꾼들의 호응을 불러모을 의지와 역량이 있을지 질문한다. 아스팔트 투쟁만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이라는 ‘정교한 돌팔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온 국민이 삼성 편을 드는 이런 신기한 나라에서 노조는 답이 없을거라 판단했던 나에게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 부분이었다.
대학교수와 언론이라는 정책행위자에게는 직업과 소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가 있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정치적 이론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정치적 영향을 많이 끼치는 집단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며 실망도 크다. 그들의 공론장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온 우리나라가 이제 숙의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라의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나설 때이다. 나처럼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늘 의문과 답답함을 품고 있었던 주권자 시민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정책은왜실패하는가#이창곤#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 최연성씨는 AI 시대의 커리어 전략과 조직 혁신 분야에서 네슬레, 보잉, 아마존, 액센츄어 등 포춘 500대 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하고 조직을 혁신해 온 이력보유자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IBM장학생으로 MBA를 취득하고 MIT에서 Industry 4.0 과정을 수료했으며, PMP와 린 식스시그마 블랙벨트 등 다수의 글로벌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차세대 리더로 동시 선정된 바 있고, 현재는 뉴질랜드 무역진흥청 산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업의 프로덕트 아키텍처 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저자는 FMCG 식품 제조기업의 공정 엔지니어와 R&D 매니저로, 항공우주 산업체인 Boeing으로, 이커머스로의 이직을 실례를 든다. 연관성이 1도 없어 보이는 이 이직의 토대가 된 피벗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개인의 커리어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재설계하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서다. 피벗(Pivot)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략 중 하나로, 농구의 피벗 동작에서 유래한다. 한 발을 땅에 고정한 채 다른 발로 방향을 전환하듯, 자신이 가진 핵심 역량과 가치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향해 유연하게 몸을 돌리는 역량의 재배치가 피벗의 본질이다. 단순하게 퇴사나 이직이 피벗이 아니라 급변하는 기술 생태계 속에서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고정축으로 두고 어느 방향으로 전환하여 살아남는 것이 진정한 피벗임을 짚어낸다.

전체적 구성은 개인의 생존 전략에서 시작하여 기업의 혁신,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 분석으로 확장된다. 1부, 2부에서는 지금 피벗이 필요한 이유를 밝히고, 개인이 산업,직무,창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이 가능한 역량을 발견해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리도록 돕는다. 3부와 4부에서는 카카오, 애플, 레고 등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기술, 고객, 수익 모델 등의 축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피벗 전략을 분석한다. 나아가 인구 구조의 변화와 기후 위기 등 거대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조직과 개인이 갖추어야 할 미래 지향적 마인드셋을 다룬다.

2008년 9월 15일, 158년 역사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 유능한 금융 전문가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절대 무능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쌓은 인재들이었으나, 그 전문성이 놓여 있던 맥락이 사라지자 경력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한 우물만 파라”는 오랜 미덕은 기술이 업무를 해체하는 오늘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우물을 깊게 파는 성실함보다 내가 파고 있는 우물에 아직 물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내가 가진 기획력이나 문제 해결력 같은 핵심 역량을 다른 우물로 어떻게 옮겨 심을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눈이 필요하다. 특히 저자는 한국계 1.5세대로, 한국인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한국인 독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한국인들이 칭찬받을 때 “별거 아니예요”라는 대답은 겸손이라는 미덕이 아니라 직무유기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신 “당신의 경험 속에 숨겨진 보석같은 ‘전이 역량’을 찾아내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닦아서 보내주어라”(p.82)라고 조언한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예전에 유퀴즈 프로그램에 영국 국립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계 분이 나온 적이 있었다. 칭찬에 대해 한국인들은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지만 칭찬은 자존감의 토대가 되는 것인데 이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고 겸손으로 대응한 한국인들의 자존감은 정작 바닥을 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중 누가 피벗을 잘할 수 있을까, 누가 보더라도 답은 정해져있다. 이 책이 본질적으로는 피벗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전략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한국사회에서 자라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저자가 한국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책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026년 현재 AI와 자동화의 파도 속에서 자신의 쓸모를 고민하는 모든 직장인, 그리고 과거의 성공 공식에 갇혀 정체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와 기업의 리더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변화를 마냥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축으로 두고 생존을 향한 방향전환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전략적피벗#터닝페이지#최연성#피벗#AI생존전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군대에서 꿈을 설계하다
정진웅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정진웅씨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국방대학원에서 국방관리를 전공했다. “보병병과 장교로 인사특기를 부여받아 34년간의 군 복무를 하면서 국방부, 육군본부, 지상작전사령부, 군단급이하 제대까지 모든 제대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았다.”(p.6) 현재 육군 준장으로 군 인사관리 전문가이다.

이 책은 저자 생각에 일반적인 “리더십 관련 정보나 서적은 넘쳐나나 군인 진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안내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p.5)라는 안타까움으로 집필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진로 탐구를 중심으로 자유학기를 보내는 아이를 생각하며 집어들었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해 그나마 게임을 좋아하니 프로그래밍쪽으로 지망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AI열풍으로 전세계적으로 컴퓨터공학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낮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성향은 성실한 편인데 자기 의견이 딱히 없고 적성검사를 받아오면 비판력, 창의력이 상당히 낮다. 한마디로 별 생각없이 남의 말 잘 듣는 편이라(옛날에 태어났으면 노예겠지만....) 체력도 꽤 좋은 편이라 암만 봐도 군대가 딱인데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1~3장에서는 군인의 품격, 즉 상하좌우 모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군인의 기본 자세와 육군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군 구조는 (...)유무인 복합형 부대구조로 병력은 줄지만, 그 공백을 드론, 로봇이 중심이 된 무기체계로 보강되어 임무 수행을 위한 완전성은 향상될 것이다. 또한 작전지속 분야에는 민간기업이 확대 진출할 것이며,(...) AI, 드론, 로봇이 중심이 되는 무기체계로 전장기능은 재편될 것이며 이를 운용하는 사용자의 능력이 전투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무인 전투체계는 우주 영역과 결합이 되어 그 동안은 없었던 새로운 전장이 탄생할 것이다.”(p.37)

이외에도 민간영역으로 이전될 분야나 예비전력을 위해 부족한 병력의 상당 부분을 상비 예비군이 채워줄 것이라는 것, 통신 영역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예상하는 점, AI기반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체계 사용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엿볼 수 있다. 인구감소로 이스라엘처럼 남녀 모두 군대에 가는게 아닐까 했는데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의외였다. 미래에 군인은 그저 위험한 전투에 투입되는 총알받이가 아니라 그런 전투는 드론과 로봇이 대체할 것이며 그것들을 지휘할 지휘관으로서의 군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AI와 우주영역의 테크놀러지등의 필요한 전문지식이 있는 군사전문가로서의 군인, 이 두 가지의 길이 앞으로의 육군 미래상으로 읽혔다.

4장에서는 육군의 보병, 포병, 기갑, 정보, 정보통신, 공병, 육군항공, 방공, 군수, 기술병과, 행정병과, 특수병과에서 파생된 24개 병과별 특징과 세부 진로에 대해 분석한다. 5~7장에서는 장교로서의 진로 및 꿈을 설계하여 병과를 선택하고 위관장교와 영관장교 시기를 단계별로 가이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군 전역후 사회로 나갔을 때의 설계에 대한 내용이다. 군인 복지제도를 활용한 자산 형성과 군에서의 경력을 이어갈 제2의 직업찾기까지 담고 있다.

'MBTI 성향별 군 진로 선택' 및 '병과별 복무 여건 평가'라는 부록도 흥미롭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병과의 진로를 선택하고 병과별로 진로 전망 평가가 담겨 있어 유용하다.

내 아이의 성향은 군대에 잘 맞아 보이지만 딸이라서 남성중심의 상명하복 조직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전쟁의 위험도 커보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직업으로서의 군인에 호감이 간다. 이 책은 군장교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 외에 나처럼 군인이라는 직업군, 특히 육사에 관심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직업군인으로서 부대관리를 공고히 하고 싶은 중견 간부들에게는 단순한 복무를 넘어 커리어로 설계할 수 있는 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교준비#군사장교#군사학#초급장교#군대에서꿈을설계하다#정진웅#하움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