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시 (최신 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신미나.최지혜 엮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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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새 교과서를 받는 날, 낑낑거리며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펼쳐보는 과목은 나의 경우 국어였다. 내가 봤던 책이 있을까, 아는 수필가의 이름이 있네, 하며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런 날이었다. 아이의 교과서도 신기했다. 신학기에 집에 들고 오지 않고 바로 사물함에 넣기 때문에 학기말에나 그것도 “국어는 가져와서 구경시켜주면 안돼?” 요청을 해놓아야 볼 수 있었다. 요새는 이렇게 크네, 그림이 많네, 이런 걸 배우네, 신기해하며 아이에게 “라떼는”을 시전하곤 했다. 이제 아이가 중학교 입학이 멀지 않아 거기선 무엇을 배울까 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내가 배웠던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은 그대로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많은 출판사에서 중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시리즈를 펴낸다. 그중 2010년 초판 이후 지금까지 230만 독자에게 선택받은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가 최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으로 2026년 중학교 2학년이 배우게 될 새 국어 교과서에 대비하는 최신 개정판이다. 그중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 중2 시>를 소개한다. 새로 바뀐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 10종에 실린 작품 중 시를 시인과 현직 국어 교사가 꼼꼼히 골라 교과서에 수록된 시 중 35편을, 교과서 밖의 시 7편을 더해 총 42편의 시를 담았다.

1부 ‘반짝이는 말, 엇갈린 마음’에서는 “반어, 역설, 풍자 등의 개념과 학습 요소”(p.7)를 주로 담았다. 2부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에는 시 속에서 말하는 이, 흔히들 작가라고 여겨 시험문제에서 틀리는(!) 화자에 집중한다. 3부 ‘시대의 숨결 속에서’에는 작품에 반영된 시대, 고려,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들을 담아 시인이 전하고자 한 시대상황과 사회문제를 살펴본다. 4부 ‘너의 마음에 닿는 세상’에서는 “문학은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고,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바라보게 하는 안내자”(p.7)의 시의 역할을 중학생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공감의 경험에 닿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에 중학생들이 접할 만한 시라면, 짧은 시로 유명한 하상욱 시인의 시가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이전 교육과정 개정 때 수록되어 있었다. 올해 유희경 시인이 쓴 “도넛을 나누는 기분”처럼 따끈따끈한 시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병일 시인의 “마스크 유행”은 코로나 시절의 마스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정몽주, 이방원, 정약용 시인부터 김소월, 이육사 등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 그리고 정호승, 나희덕, 함민복 시인의 유명한 현대시까지 고작 42편의 시만을 실었지만 꼭 있어야 할 시인들의 시는 다 모아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고민하며 이 시를 뽑았을까, 엮은이의 고심이 눈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문해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더했다. 단어의 뜻 유추나, 중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현직 교사가 출제한 지필고사 예상 문제를 수록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소 시를 읽고 싶었던 입문자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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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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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나는 사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소설도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누군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농담삼아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을 꼽았다. 한 명씩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유명한 사람들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대선에 출마했던 정치인만 봐도 그렇다. 그때 나는 그의 이력을 보며 그야말로 잘나가는 작가가 인물을 설정했어도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쓸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게다가 어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정치성향의 다양한 매스미디어에서 다뤄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화자만 바뀌어 묘사하는 소설의 설정효과처럼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들 재미있자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나는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바랬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보통사람들을 밥 먹여 주는 민주주의가 좋은 정치라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북한의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딱 그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주의라고 맘놓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집권해온 민주당이 평범한 중간층의 백인들, 그러니까 보통사람들을 밥 먹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을 때 강한 대통령을 원한다. 그가 박통처럼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줄 리더십 있는 사람이길 바라면서도 인권을 유린하고 홀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는, 그 시절 그 대통령은 원하지 않는다. 십년도 채 안된 기간에 벌어진 두 번의 탄핵으로 이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돌아보고 내다보고’라는 제목으로 2주 간격으로 연재한 한겨레 신문의 칼럼을 묶었다. 무조건적인 보수당의 잘못을 짚어내기보다 지난 정치의 문제점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당파적 관점을 떠나 더 큰 흐름과 구조적 요인을 짚어보려는 이철희 저자의 시선이 담겼다.

이 책은 총 3부로 1부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으로의 여정’은 작년 12월의 비상계엄에 대한 전 정권이 가진 문제점들을 다뤘다. 검찰이라는 권력, 트럼프식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윤석열의 극우 정치, 그리고 법에 정통한 그가 보여주는 버티기는 한국의 민주주의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부 ‘윤석열 정부와 검찰 공화국은 어떻게 몰락했는가’에서는 읽다보면 대통령이 아니라 왕이고자 했던 그에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구가 참 잘 어울린다. ‘검찰 공화국’의 문제점은 한겨레출판사의 다른 책,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이라는 책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2부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3부 ‘팬덤·극단주의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의 오늘’에서는 미국의 모습과 우리나라에서 정치 양극화가 시작된 노통과 박통의 시점을 다시 들여다보며 오늘날의 팬덤, 극우, 포퓰리즘의 원인을 찾아보고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좋은 정치임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불평등과 싸우지 않는 민주주의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우리의 다수가 보통사람이기에.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극우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서로 자신들의 목소리만을 바벨탑처럼 쌓더니 무너져버리고 저 밑으로 떨어져 파편화된 목소리들만 메아리처럼 울려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두 번의 탄핵에서 보여준, 우리가 가진 회복탄력성을 짚어낸다. 그 탄력이 다 하기 전에, 정치에 대해 무관심과 혐오를 갖기 전에, 보통 사람들이 불안없이 밥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한국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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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몬스터 통통 1 - 지구는 처음이야
유병록 지음, 벼레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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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멜론 별, 그곳에는 멜론 몬스터들이 산다. 그 중 딱 둘만 매일 데굴데굴 굴러다녔는데, “하나는 통통, 하나는 르르”(p.6)다. 통통이는 통통 튀듯이 굴러다녀서, 르르는 데구르르~ 잘 굴러다녀서 지은 이름이다. 어느 날, 지구별을 보며 킥킥 대던 르르가 사라지자 통통이는 르르가 지구로 향한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르르를 찾아 통통이도 지구에 온다.

초등학교에서 마주친 수많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르르를 찾는 통통이. 통통이 시점에서 본 어린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신기한 행동을 하는 존재였다. 통통이는 이 책의 독자일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 낯설게 하기로 묘사하는 글과 그림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마도 그림책에서 줄글로 넘어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때 글과 그림을 맞춰가는 재미를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통통이가 지구에서 느끼는 감정들도 새롭다. 통통이는 친구인 르르가 지구인들을 관찰하는 모습처럼 육교 한가운데 서서 차들을 바라보는 노란 모자를 쓴 아이를 발견한다. 알고보니 수술 자국이 있어 모자를 썼던 아이는 어렸을 때 병원생활을 오래 한 아이였다. 그 아이와 헤어지고 혼자남은 통통은 그동안 르르를 찾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지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보게 되고

“비록 르르를 찾지는 못했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알게 된 느낌이었어. 그게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하게 느껴졌지.”(p.71)라고 느낀다. 또 한 할머니가 통통이를 도와주려 하다가 등을 토닥여주고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통통은 할머니가 손으로 등을 두드려 주는 순간에 뭔가 찌릿한 느낌이 들었어.(...) 어쩌면 지구인은 손으로 자기의 에너지를 상대에게 보내 주는 능력이 있는 건가 궁금했지.”(p.75)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모르는 아이들과 축구도 같이 하게 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벌어질 일들 통통이가 대신 하고 다닌다. 아이들이 이전의 자신을 중심에 놓고 돌아가던 삶에서 앞으로는 친구들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공간적으로도 시장에서, 놀이터에서 길가에서 보호자 없이 독립적으로 다닐 때, 만나게 될,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에 대해 용기있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쓰였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시장에서 과일가게 사장님이 멜론을 한 조각 집어서 통통의 입에 넣어주었을 때, 편의점에서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고르지 않고 수박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으면서 만족했을 때(근데 얘, 계산은 안한 것 같은데)이다. 주인공이 멜론이다 보니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가능하다.

그림책에서 줄글로 막 넘어가는 아이들, 멜론을 좋아하는 아이들,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생각에 두근거리는 어린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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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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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코로나 확진자로서 세 번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던 우식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세 번째 자가격리에 우식은 격리 브이로그 영상들을 보다가 ‘격리 전문가 조기준’이란 단어에 꽂혀 휴먼북 라이브러리라는 사이트에 연결, <휴먼북 조기준>을 읽게 된다. 그렇게 우식의 서사와 기준의 서사는 교차하며 이 소설이 진행된다. 우식이 기준의 격리에 가장 가깝게 이입될 때,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건가’라고 독자가 살포시 결말을 예상해볼 바로 그 때 이 소설은 방탈출을 위한 절정으로 치닫는다. 나는 이 책에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이야기의 힘을 이 책에서 느꼈다. 그 이야기는 가해와 피해로 얽혀있는 인물들을 통해서 그려진다.

주인공은 아마도 우식, 기준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우식과 디지털 세탁소를 운영하던 마태공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였다. 격리 전, 같은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그는 우식에게 디지털 세탁소 ‘더 빨래’를 제안한다. 개인 SNS나 딥페이크에 이용되거나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을 지워주는 선의의 일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반대의 상황이 더 돈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식과 함께 세번째 자가격리되었던 마태공은 돌아오지않는다.

“어쩌면 더러움은 더러움으로 남겨둔 채 강력한 처벌을 하고 인간은 빨아 쓸 수 없다는 말을 진리로 믿으며 죄를 죄로 박제해두는 것이 악의 재발을 막는 데, 정당한 사회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몰랐다.”(p.84)
이후 우식은 전직장 동료로부터 마태공이 전국 사과투어를 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공유받는다. 디지털 세탁소가 처음에 마태공이 생각했던것 같지 않았음을 유추할수있는 대목이었다.

”사람에겐 누구나 나가고 싶은 자기만의 벽장이 있다. 마태공에게는(...) 죄의식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벽장이 되어 그를 가두고 있었을 것이다.“(p.91) 이 책을 다 읽은 후, 그래서 마태공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예전에 은으로 된 가느다란 사슬형태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한 부분이 꼬여버렸고 그것을 풀기 위해 애를 쓰다 더 꼬여버려 화장대 구석에 던져놓았던 목걸이였다.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은 그 꼬인 줄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가해와 피해로 얽힌 사슬들은 하나의 얽힘을 풀고 나면 한 명의 서사라는 밧줄이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식, 기준, 근태, 안나, 마태공의 서사가 각각의 줄이 되어 하나의 동아줄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에 매달려 이 어두움으로 가득 찬 벽장을, 상자를 탈출할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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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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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는 전작들<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리테일 트렌드>,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사지 않고 삽니다>등의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일본의 경영정보 플랫폼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국내 매체에 일본 트렌드 관련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저자다. 작년에 나는 2024 소비의 변화에 대해 쓴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읽었었는데 저성장시대에 일본기업이 추구하는 것들이 앞으로의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며 읽었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책에는 일본이 잃어버린 다섯가지를 이야기하며(중산층, 세대 구분, 지방 소멸, 1인가구(줄어드는 가족수), 인구감소) 거기에 맞춰 진화하는 일본인들의 트렌드를 담았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가 이끄는 트렌드의 시대가 지나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 입장이다. 이들은 그 해답을 ‘세밀한 관찰’에서 찾는다. 특히 총 5장 중, 1장의 양극화와 2장의 탈세대에서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1장에서 말하는 ‘양극화’란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말한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백화점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부유층이 빈 곳을 메꾸고 백화점 역시 이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장의 탈세대에서는 일본의 덕후들이 나이를 먹어 40대, 50대가 되어도 계속해서 장난감을 사는 형태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며 요새 논란 중인 ‘영포티’가 맴돌았다. 이 단어는 2016년도의 한 트렌드 책에서 최초로 사용한 표현이다. ‘자신을 위해 소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40대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지금의 20대들에게는 ‘감 못 잡은 꼰대’라면 좀 우아하게 표현한 편이고 젊은 척하면서 아가씨들에게 들이대는 진상 아저씨 또는 자신은 다른 어른들과 다른 척하면서 결국 꼰대질하는 기득권의 느낌으로 쓰인다. 어느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룬 40대의 ‘레트로 욕망’이 2장의 키워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장 지방소멸에서는 활력을 잃은 지역들을 살리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부분에서는 꽃축제, 무슨 물고기 축제, 여름에는 워터밤, 가을, 특히 11월에는 다들 한결같은 단풍축제로 똑같은 모습을 복제하는 우리 나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었다. 평일에는 도쿄에 있고 주말에는 지방에서 휴식을 즐기는 ‘별장 구독서비스’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무인양품의 지역 주민들의 인프라를 챙기는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나오진 않지만 나오시마의 섬에 위치한 미술관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4장 1인가구에서는 앞으로 특히 1인 고령 가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부분에서 힌트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장담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1위 일본(38%), 2위는 한국(36%)이다. 10가구중 4가구가 1인가구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데이터는 2050년이 되면 44%가 넘어갈 것으로 일본국립인구사회보장 연구소는 예상하고 있다. 중년세대의 미혼율이 급상승한 상황이며 여성의 편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에 여성고령1인가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는 1인가구부터 주로 ‘돌봄’을 서비스로 하는 비즈니스가 압도적으로 필요해보인다.
5장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라 축소되는 서점, 은행 등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시도들을 살펴본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책을 좋아한다는 일본에서도 살아남는 서점에서는 더 이상 책만 팔지 않는다. “물건이 아닌 공간을 팔며,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p.245)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기업들 중에서도 2000년대의 디지털 전환에 맞추지 못한 회사는 소니여도 무너져버렸음을 우리는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 그 저성장에 맞추어 소비패턴을 읽으려는 ‘세밀한 관찰’을 계속한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외국에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인구감소현상이 심각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감소 트렌드가 일본에 전해져 저자가 반대로 <서울 트렌드 인사이트>를 일본에 출판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책장을 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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