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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 미술관에서 찾은 심리학의 색다른 발견
문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9월
평점 :
<미술관에 간 심리학>, Psychology meets the Art gallery
표지를 넘기면 1500년에 자신을 그린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예전에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를 그렸다고 생각했다.(아니다, 파마 어디에서 했을까를 먼저 떠올린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예수님이라고 하기엔 표정이 뭔가 숨기는 느낌이 들었다. 옷을 여미는 손에서는 뭔가 긴장감도 느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당시 예수님을 그릴 때만 허용되었던 정면묘사를 최초로 화가 본인에게 시도한 자화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보아도 뒤러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술심리학자, 미술치료사는 알고 있었다. 이 책, <미술관에 간 심리학> 87쪽에는 내가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뒤러의 자화상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문주씨로 프랑스 에꼴 데 보자르에서 미술전공,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예술치료학 석사학위, 차의과학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입신병부터 다문화 부부, 장기 입원환자, 청소년,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및 미술 치료를 진행해왔다. 저자의 깊은 예술에 대한 이해가 많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공감하고 미술로 치료하는 행보가 인상깊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1장 ‘미쳐야 그릴 수 있다?’에서는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도)이 사랑하는 화가 반 고흐, 쿠사마 야요이 등을 통해 예술과 광기의 위험한 동행을 읽어볼 수 있다. 2장 ‘내가 보는 나’에서는 처음에 이야기한 뒤러, 렘브란트, 프리다 칼로 등 자화상을 꽤 남긴 거장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3장 ‘당신 안의 여성과 남성’에서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라는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야한 그림을 많이 그린(!) 클림트, 르네 마그리트 등의 작품에 드러나는 무의식의 성을 보여준다. 4장 ‘색이 말하는 것들’에서는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분홍 등 색에 담긴 문화적 상징과 심리적 의미를 풀어낸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왜 검은색만 입느냐는 외국인이 많다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 검은색이 궁금하긴 하다. TV에서 검은색으로 도화지를 채우는 아이들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부정적인 쪽으로만 이야기하던데 꼭 그렇기만 할까, 싶기도 하고. 170쪽에 한국인의 색상 선호도표를 보며 파란색 다음으로 검은색을 좋아하는 비율이 높아 ‘역시’ 하며 보기도 했다. 5장 ‘무의식적 상징’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시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그 외 이브 탕기와 막스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자들의 세계를 따라가며, 무의식이 예술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 ‘문주’님의 그림 두 점(p.126)을 작은 사진으로 볼 수도 있다. 토마스 듀잉의 <암송>이 표지로 나왔던 미술 카테고리 책(제목이 기억이 안나네..)도 꽤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4장 색채의 녹색을 이야기할 때 생각나서 좋았고 또 개인적으로 쿠르베를 좋아하는 터라 즐거웠다.
슬이도 보면 공부를 하다가 문제집 구석에 낙서를 그린다. 당연히 하기싫다는 에너지가 잔뜩 그려진 드로잉이다. 그런 그림 몇 개 그리다가 또 다시 문제를 푼다. 이 책을 읽고보니 이것이 슬이 나름의 미술치료의 효과였구나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화가 개인의 심리와 색채,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통로임을 보여준다.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