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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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은 비주얼이 중요한 아이돌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는 케이팝에 대해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을 구분하자는 나의 주장은 (...) 그저 내 삶에 대한 울분이자 자학”(p.13)이라고 솔직하게 시작하는 복길의 일기이자 대중문화비평서이다. 한마디로 케이팝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 모순에 상처받은 한 개인의 애절한 자기고백이자 생존 전략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들은 신나는 비트에도 불구하고 애절한 가사를 가진 케이팝처럼 전체적으로 ‘슬픔’이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저자가 2019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선보인 케이팝 디제잉 공연의 기획 역시 ‘슬픔의 케이팝 파티’였다. 케이팝, 그러니까 아이돌 산업, 소속사 자본의 논리와 환상을 소비하는 팬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감정을 그 당시 시대의 맥락과 함께 녹인 글들이다.

문장 중에 은어가 제법 많아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정은지 배우가 HOT 콘서트장에 가서 춤추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읽히는 책이다. 적어도 초반 느낌은 그랬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음악이라는, 큰 감성의 맥락으로 퉁쳐버려 한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신세계 영역의 글로 읽히기도 했다. 내가 오디션 심사위원이라 친다면 “이 복길 연습생, 나에게 인지도도 없었고, 뭔가 기본이 없는 B급 같았는데 뭔지 모를 매력 터지는데?”
아무튼, 저자의 전작 <아무튼, 예능>을 통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문법을 선보인 글쟁이이기도 하다. 이 책은 6년만의 신간으로 2023년부터 3년간 〈씨네21〉에 연재했던 칼럼을 바탕으로 쓰였다.

총 4부에 걸쳐 익숙한 케이팝 가사들을 소제목 삼아 저자의 자전적 경험 속 케이팝의 기억을 서술한다. 저자가 선곡한 음악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경험까지도 함께 편집하여 독자와 교감하는, 글로서 케이팝을 디제잉하는 글이랄까. 예를 들어, 아웃사이더의 ‘외톨이’ 가사를 읽으며 쓰레기가 쌓인 집에서 은둔하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하의 롤러코스터를 선곡하며 같이 알바하던 B가 “언니 저 이제 죽고 싶을 때마다 ‘후렌치 에볼루션’ 탈거예요.”(p.133)라 말하는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아가 '슬픔의 케이팝 파티'를 운영하며 겪었던 분투기와 그 과정에서 마주한 연대기를 요약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케이팝 문화를 '철저히 설계된 사랑의 볼모'로 규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팬들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결코 허상이 아닌 '진짜'라고 긍정하는 대목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뒤통수 맞아가며 자책과 회피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끝내 음악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을 즐기는 모든 리스너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BGM이었던 케이팝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케이팝을 들으며 현타 오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 날, 새로운 케이팝을 흥얼거리는 케이팝 덕후들에게는 더욱 추천한다. 케이팝에 대한 의리를 계속해서 다짐하며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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