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압축 금리 공부 - 경제 원리가 단숨에 이해되는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추동훈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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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은 지난 7월 29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3.75%로 유지하며 5회 연속 동결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만장일치였던 이전과 달리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며 신중하고 긴축적인 기조를 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AI 투자 붐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발을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박, 특히 에너지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에 기준금리를 2.40%로 0.25% 기습 인상했다.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과 3%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한은 총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재 글로벌 세계는 금리를 통해 돈줄을 죄고 있다. 금리가 뭐길래 이렇듯 경제의 신경망처럼 작동하며 핵심지표 역할을 하는가,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초압축 금리 공부>를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추동훈씨는 2013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디지털테크부, 부동산부, 증권부, 정치부, 뉴욕특파원 등을 거친 산업부 기자이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의 경영 전략, 사업 트렌드를 취재해 왔다. 그의 이번 책, <초압축 금리 공부>는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핵심 원리인 '금리'를 다룬 경제 입문서이다. 은행 이자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금리가 어떻게 시장을 움직이고 개인의 삶을 바꾸는지 핵심만 추려 초압축으로 제시한다. 구성은 3부로 1부에서는 돈의 사용료로서 금리의 본질과 인플레이션, 금융위기의 관계를 다룬다. 2부에서는 중앙은행과 기준금리의 결정 구조, 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마지막 3부에서는 대출, 부동산, 소비 등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의 현실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세계와 금리가 내리는 세계는 전혀 다른 경제라는 것을. 그래서 시장은 숫자 하나보다 화살표 하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융 시장에서 가장 값비싼 자원은 돈이 아니라 정보다. 그리고 그 정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중앙은행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다. 중앙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전에 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는 행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p.146)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지만, “누구라도 3번 연속으로 금리를 맞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억만장자가 될 것이다.”라는 피터 린치의 말처럼 전문가 조차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된다. 또 코로나 시절 각 나라 들이 시중에 돈을 엄청 풀었고 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이후 물가가 살인적으로 올라 많은 홈리스들을 만들어냈고, 평범한 시민들도 식료품값이 비싸 ‘못살겠다’라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아직 치명적인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달러 강세와 함께 강대국의 위력이 느껴진다. 연준이 금리를 오르거나 내리거나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치명적이지는 않겠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면서 배아프기도 한다.

경제 원리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이 책, <초압축 금리 공부>는 ‘경제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금융상식’이다. 우리는 보통 학교에서 금리가 오르면 물가가 내려가고, 금리가 내리면 물가가 오른다, 경기가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낮추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식의 단순한 메커니즘을 교과서에서 배우고 성인이 된다. 막상 경제 주체로서 아는 것이 없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 내던져지는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라 집도 필요로 하지만 돈의 흐름이 어떤지 몰라 손해를 보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 뉴스를 볼 때마다 막막함을 느꼈던 주린이들과 내 집 마련과 대출 계획을 앞두고 실질적인 금융 상식이 필요한 사회초년생 및 신혼부부에게 추천한다.

#초압축금리공부#추동훈#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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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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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다. 해부학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클림트를 해부하다>라는 책으로 독자와 만나왔다. 이번 책, <비주얼 의과학사>는 인류가 질병과 싸우며 생명의 신비를 밝혀온 결정적 순간 40개를 150여 점의 시각 자료와 함께 엮어낸 의과학 교양서이다. 단순한 의학 기술의 발전을 넘어 그 뒤에 숨은 의과학자들의 질문과 추론, 치열한 사고 과정을 도판 중심으로 펼쳐낸다.

구성은 총 5장으로 1장에서는 몸을 수치로 번역하려 애썼던 과학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베살리우스의 해부도, 하비의 혈액순환론, 청진기와 혈압, 적혈구 등을 다룬다. 2장은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탐구부터 파스퇴르와 코흐의 세균학 경쟁, 제너의 백신과 항생제 개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규명한 역사 속 의과학에 대해 서술한다. 3장에서는 몸을 다루는 기술의 시대로서 외과쪽을 다룬다.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부상자들 덕분에 발전된 기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뜨거운 기름을 붓거나 무조건 절단하던 시대를 거치며 우연한 발견을 놓치지 않은 몇몇 의사들 덕에 태어난 외과 기술과 마취·소독법의 발전, X-ray와 MRI의 원리를 다룬다. 4장에서는 뇌 신경세포를 그린 카할의 도판,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 지도, 인슐린의 발견과 비타민의 추적 과정을 통해 생명 조절 시스템을 분석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세포와 염색체, DNA 이중나선 구조의 해독 및 줄기세포 연구로 이어지는 생명 설계도의 탐구 여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의과학사라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읽다보면 의학을 매개로 예술과 윤리, 그리고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도 읽힌다. 저자에게 의학은 회화와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이 된다. 클림트의 그림에 나타난 적혈구 형태나 메치니코프가 현미경 아래에서 본 장면이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의 <진정한 태아>, <교차로에 선 사람>이 그렇다. 특히 저자가 존경하는 라몬 이 카할의 인체해부도와 신경세포 스케치에 대해 “그의 스케치는 과학적 기록이자 예술작품이었다. 세포의 가지돌기와 축삭은 하나의 리듬처럼 흘렀고, 그 안에는 형태의 질서와 생명의 아름다움이 공존했다.”(p.307)라고 평가한다. 의학적 관찰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예술적 행위와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과학의 진보가 항상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제너의 천연두 예방접종 실험 대상자였던 제임스 핍스는 제너의 정원사 아들로서 사회적, 경제적 종속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실험이었다. 또 저자는 심장 연구 과정에서 쓰인 수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윤리적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p.195)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의과학의 혁명은 윤리적 책임감과 집요한 태도에서 나온다. 30년 동안 먹고 마시고 배출한 것을 기록한 산토리오 산토리오, 면역에 대한 연구를 주고받은 메치니코프와 에를리히,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외과 경험을 남긴 파레, 인슐린을 발견한 밴팅이 그랬다. 저자는 이들의 성과에 대해 “용기가 아니라 실험이었고 직관이 아니라 검증이었으며,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협력이었다.”(p.264)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과학사를 통해 “과학의 역사는 천재들의 단선적인 승리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옳은 생각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인내의 기록”(p.9)이라고 말한다. 단지 지식으로서의 과학적 성취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의 과학적 사고 방식을 익히고자 하는 청소년, 메디컬 지망생, 그리고 문이과적 경계를 넘어 깊이 있는 교양을 쌓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독성이 좋아 나의 비문학 문해력 실력이 늘었나, 살짝 착각하기에 이르렀으니 과학 특히 의학에 관심있는 중학생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주얼의과학사#한겨레출판#유임주#하니포터12기#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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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
김성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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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작가는 전작 <늑대 사냥>으로 제11회 SF Award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26년에는 로커스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SF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로 독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SF적 상상력과 과학적 개연성, 미스터리와 호러를 융합하여 독창적인 서사를 펼쳐오고 있다.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이 책, <시간의 끝>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특수상대성 이론의 해석 중, “우주가 이미 만들어진 4차원 시공간(3차원 공간+1차원 시간)의 덩어리라는 것이 있다.”(p.357) 이것을 ‘블록 우주’나 ‘영원주의’라고 하는데 이 이론과 H.P. 러브크래프트 작가로부터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와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요그 소토스 안에서 하나다’라는 소재를 빌려온 소설로 달이 과자처럼 산산조각난 세계관에서 시작한다. 사교도의 주술과 테러가 횡행하는 종말론적 세상에서 사교도수사과의 형사 천수영과, 이 사교도들의 중심에 있는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의 논문을 풀어내는 수학자 지호, 그리고 시간을 끝내려는 자들을 막아내려는 교주, 이 셋의 시점이 교차하며 얽히고 설킨 시공간 속에서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독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한 ‘2차 시간’에 스며들수록 시간이라는 이 물리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이 홍콩에서 사왔다는 스노글로브가 특히 그렇다.

“홍콩에 눈이 내린다. 지난번에 흔들었을 때와는 다른 모양으로. 그러나 끝에는 모두 바닥에 쌓일 것이다. 다음번에 흔들릴 때까지.”(p.349)

처음에는 왜 이렇게 반복되나 싶었는데 다 읽고나서야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들어있음을 깨닫는다. ‘시간의 끝’에 갇힌 주인공과 흔들 때마다 다른 모양의 결과로 쌓이는 것, 그러나 끝이 아니라 다시 반복이라는 것까지. 게다가 홍콩에 눈이 내릴 리 없으니 이 허구적 상상을 읽는 나마저 이 스노글로브안에 갇혀진 느낌이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처럼 시공간의 틀을 깨는 SF를 좋아하는 독자와 수학과 상대성이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습한 이 여름에도 어울리는 책이다. 오소소 소름돋는 책을 찾고 있던 독자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하니포터#하니포터12기#시간의끝#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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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당신의 마지막에 관하여, 개정판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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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면서 죽음을 가까이서 접하기란 쉽지 않다. 교회나 부모님으로부터 얼굴을 알았던 지인의 부고를 전해듣거나 장례식장을 찾아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오는 것이 전부다. 나는 죽음에 대한 무지를 채우기 위해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김형숙 간호사가 쓴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유품정리사의 기록,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등. 죽음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기록인 희정의 <죽은 다음>은 작년에 읽은 책 중 손에 꼽는 책이다. 이번에 접한 <죽음의 에티켓>은 지금까지 읽어온 죽음을 주제로 하는 책들과는 다른 결로 다가왔다.

저자 롤란트 슐츠는 ‘독일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테오도르 울프상’과 ‘독일 리포터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다. 의사, 간호사, 장례지도사, 법의학자, 화장장 직원들을 수년간 취재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서사 방식이 죽음과 슬픔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습니다”(p.322)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독자 자신의 죽어감과 죽음을 직접 서술하는”(p.321) 저자의 문장은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시선 사이를 오가며 죽음의 실체를 존엄하면서도 사실적인 탐사 기록으로 복기해냈다.

책의 줄거리는 인간의 소멸 단계를 네 단계로 쪼개어 임종 직전의 미세한 신체 변화부터 장례를 거쳐 애도가 완성되는 순간까지 연대기 순의 파노라마로 추적한다. Part 1(임종)은 죽기 전 심장이 주요 장기로 에너지를 몰며 몸이 스스로 이별을 예비하는 생물학적 단계를, Part 2(죽음 직후)는 숨이 멎은 육체 안에서 무너져 내리는 폭풍 같은 세포 붕괴와 유족이 마주하는 사망진단서 등의 법적, 행정적 절차를 조명한다. 이어 Part 3(단장)은 시신을 정돈하여 온기 없는 실체를 직시하도록 돕는 장례지도사들의 실무적인 일들을 다루며 Part 4(장례)는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가 된 이후 유품을 정리하며 비로소 완성되는 기나긴 슬픔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죽음이 당사자부터 시작해서 가족 친지와 지인들, 그리고 죽음을 다루는 병원과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거쳐, 사망신고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을 거쳐 완전한 죽음으로 이동하는 구성이다. 이 죽음을 맞이할 나의 신체적 변화에 대한 서술들이 나의 죽음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선물해주며 또한 이 죽음이 닿는 사람들이 하는 실무적인 일부터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까지 파고들며 기록한다.

죽마고우 친구의 어머니가 10년 전쯤 돌아가셨다. 오랜 투병 끝의 별세였고 연세도 많으셨다. 장례 후 만난 친구는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많은 사람이 어머니의 죽음을 '호상'이라 말했지만, 자신에게는 그 말이 너무 큰 상처였다는 고백이었다. 그런 친구가 작년 말, 아버지마저 떠나보냈다. 그때의 나는 친구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으나 끝내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친구 혼자 슬픔을 감내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죽음은 당사자보다 남겨진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며, 그 슬픔은 타인과 나눌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자괴감에 스스로가 참 쓸모없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친구가 겪었던 감정들이 자세히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게도 곧 있을 일이며 나의 아이도 언젠가 마주쳐야 할 일이라는 것도. 이제야 이 책의 제목이 나에게 다가온다. ‘죽음의 에티켓’은 인간으로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할 때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 예의다.

“당신을 기억하던 지상의 마지막 사람이 마침내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 사람의 죽음과 함께, 당신의 죽음 또한 비로소 완연하게 완성됩니다.”(p.311)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이들과 슬픔에 빠진 유족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운명이기에 생명이 있는 모든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죽음의에티켓#롤란트슐츠#스노우폭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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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책사 - 한국사의 명암을 가른 관계의 힘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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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균관대학교 역사학자로 오늘날 조직 경영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인문학 콘텐츠가 담긴 저서를 써왔다. 개인적으로는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와 <공자가 AI시대를 산다면>을 읽어봤던터라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이 책에서는 고구려, 신라와 고려, 조선 까지의 대표적인 40편의 군신 관계를 통해 역사의 흥망성쇠를 왕과 책사의 관계를 통해 되짚어본다. 흔히 역사는 위대한 군주 한 사람의 독무대로 기억되기 쉽지만, 저자는 왕의 곁에서 길을 밝혀준 책사의 역할에 주목한다. 충언을 받아들인 왕과 외면한 왕, 책사를 성장시킨 왕과 소모품으로 다룬 왕의 차이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갈랐는지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균형이 조직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책은 시대별 군신 관계를 3장으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을파소를 파격 등용한 고국천왕, 김유신과 손잡은 무열왕 등 결핍을 채워 시대를 바꾼 고구려와 신라의 인재들을 다룬다. 2장에서는 굳건한 신뢰로 거란을 물리친 현종과 강감찬의 동행부터 소통 단절로 파국을 맞은 의종과 문극겸의 비극 등 고려의 역사를 살핀다. 3장에서는 재상 정치를 꿈꾸다 왕권에 쓰러진 정도전, 사심 없는 직언을 수용한 세종, 영조와 그의 유일한 벗 박문수 등 조선 왕조 500년 동안 펼쳐진 빛과 그늘의 이중주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세조(수양대군)와 한명회의 관계를 떠올렸다. 책사 한명회는 단종(이홍위)의 영월 유배를 계획하고 촌장 엄흥도와 마을 사람을 이용하여 감시와 압박을 가한다. 또한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금성대군의 움직임을 명분삼아 단종을 제거하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이 책 <왕과 책사>에서는 거대 권력을 가진 한명회를 견제하는 세조와 성종 앞에서 취하는 한명회의 모습을 대조한다.

“한명회의 이 두 가지 장면은 높은 지위에 오른 성공한 참모일수록 처신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책사가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주군이 그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한명회처럼 은밀한 업무를 다루고 주군의 약점과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참모는 언제든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기 편일 때는 든든하지만 돌아서면 그만큼 무서운 적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pp.183-184)

세조 때 납작 엎드려 화를 피한 한명회는 이후 성종 때 압구정에서 무너지고 만다. 왕과 책사라는 관계에서 서로 간의 신뢰를 잃는 순간 벌어지는 참사다. 권력 앞에서 서로를 신뢰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왕의 신뢰가 책사의 잠재력을 어떻게 폭발시키는가에 대한 서사를 보여주는 고국천왕와 을파소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고국천왕이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천한 출신의 을파소를 끝까지 보호해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일론 머스크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둔감한 사람이었으나 최근 "능력보다 인성과 선한 마음을 보지 못했던 것이 내 가장 큰 실수였다"라고 발언한 것이 회자되고 있다. 왕과 책사 둘 다 기본적인 인성을 갖춰야 신뢰감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조직내에서 리더와 참모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또한 조직 내에서 소통과 불통의 기로에 서 있는 리더에게 더욱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바른 방향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이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것은 리더에게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왕과책사#믹스커피#김준태#한국사#관계의힘#리더와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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