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쉽게 성공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황규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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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쉽게 성공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우리나라에서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이 왜 이리 인기인가, 생각해본다. 네이버 블로그가 다져놓은 기반을 인스타그램이 나타나 삼키기 일보직전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럴까? 물론 네이버 블로그도 살아남기 위해 분투중이지만 젊은 세대를 잡지 못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스타그램이 아이들의 카카오톡을 훔쳐 보는 엄마들 덕분에 MZ들에게 퍼졌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페이스북 DM이 먼저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스타그램은 10대에 의해 견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이 책의 황규진 저자는 2010년 인스타그램의 론칭과 함께 시작한 15년차 인스타그래머로 서울을 대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seoul_korea 계정을 만들었다. 지금은 18만 팔로워 인스타그램 운영자이자 MKYU·배민아카데미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무나 쉽게 따라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쓴지 5년만에 ‘성공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더해 <아무나 쉽게 성공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이번에 출간했다. 그 사이 인스타그램은 수많은 업데이트를 거쳐 다양한 플랫폼들 위에 올라섰다. 그렇게 끊임없는 업데이트 덕분에 이 책도 거의 새로 쓰였다시피 했다. 이번 신간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ChatGPT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다. 아무래도 사진이나 동영상 위주의 플랫폼이다 보니 눈길을 끌어야 살아남는데 쉽게 따라하기 위해선 AI와의 협업이 필수다. 그래서 ‘혼자서 해내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이라는 홍보글에 시선이 간다.

총 5부로 1부에서는 일관된 컨셉을 유지하고 재미와 신선한 콘텐츠, DM 소통 등 각의 성공한 인스타그램의 사례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인스타그램이 어떤 플랫폼인지 가볍게 알려주며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한다. 또 첫 게시물이 중요한 만큼 어떤 컨셉의 페르소나를 설정할지 무게를 둔다. 3부에서는 특별한 마케팅을 시도하도록 돕는데 아이디와 태그를 선점할 것과 프로필, 꾸준하면서도 같은 컨셉을 가진 콘텐츠 제작을 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플루언서에 대한 설명도 있다. 4부에서는 비즈니스가 아닌 개인도 따라해봄직한 콘텐츠가 될 사진 찍는 법, 글쓰기는 스레드와 ChatGPT를 활용한 스토리, 릴스, 스레드를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그리고 5부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실험실에서 다루는 팔로워 늘리기 프로그램이나 상위노출 실험, 해시태그와 포스팅을 올리는 시간에 대해 실험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비즈니스를 계획 중이라면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탁월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기능이 계속 업데이트 되기에 기존의 관성대로 게시물을 올리기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인스타그램의 트렌디함을 좋아하는 젊은 층의 타겟을 잡을 수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브랜딩에 관심을 둔 개인이나 마케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책이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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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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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영어 원제는 <SLOW BURN>,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p.11)이라는 뜻으로, 직역하면 ‘느린 연소’다. 우리나라에서는 <1도의 가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경제학에서 유명한 단어인 ‘보이지 않는 손’처럼 ‘보이지 않는 비용’을 표현하고자 한 표지가 강렬하다. 100달러 지폐가 작은 불에 의해 느리게 연소 중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펜실베니아 주 대표로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정치가이자 피뢰침 발명가, 외교관, 그리고 금융가로서 미국의 경제와 제도를 형성한, 그야말로 미국의 정체성 그 자체-의 얼굴이 타들어간다. 그렇게 SLOW BURN이라는 글자조각만이 남은 상태를 표현했다. 이 책은 태풍처럼 빠르게 재앙처럼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아 보인다. 한편 올해 1월,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두 번째로 탈퇴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아무리 작은 불이라지만 지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남은 조각들 마저 다 재로 변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빌 게이츠가 환경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는, 와튼스쿨의 한국계 미국인, 환경경제학자 박지성 교수님이 집필했다. 한국의 이정모 관장님부터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추천사를 달았는데 그 중 커커스 리뷰가 인상적이다. “뜨거워진 세상을 이처럼 다각도로 조명한 글이 있을까?” 그렇다. 이 책은 1도 상승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특히 우리가 간과하는, 보이지 않는 피해에 대해 최근 1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눈에 보이도록 정량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그것을 분석한 내용이다. 개인적인 노후자금도 불확실한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에서 파생할 비용을 치르고자 하는 한국인은 몇이나 될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본다.

총 4부로 1부 ‘1장 빠르게 생각하기와 느리게 생각하기’에서는 기후변화를 직관적으로 바라볼 지, 이성적으로 따져보며 생각할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후 더운 날씨 때문에 학생들은 학습에 대해, 노동자들은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피해나, 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피해로 생각하지 않았던 연기로 인한 영향에 대해 논한다. 2부에서는 더위가 미치는 건강과 범죄율 등에 대해 다루며 3부는 영국, 특히 30도가 넘는 날이 일년에 하루 밖에 되지 않는 런던사람 제임스가 에어컨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싱가포르에 출장 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 엘베가 없는 건물 4층에 사는 태국 할머니가 30도가 훌쩍 넘는 아침부터 노점상 가판대에 앉아있는 이야기, 그리고 인도 농부인 라즈가 가뭄으로 2년째 가족을 먹여살리기도 힘든 현재 상황에 대해 묘사하며 이 넷을 대비한다. 기후변화가 가져다주는 심각한 부의 불평등이다. 4부에서는 분명 느린 연소로 기후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후재앙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현재 가고 있는 온난화의 길이 딱히 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순간, 기후변화는 한정된 정신적 관심과 정치적 자본을 굳이 할애할 이유가 없는 문제로 전락한다.“(p.288) 당장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라는, 지금은 성인일 그레타 툰베리를 이해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당장 내일 집이 무너질 것이다라는 것과 10년 후에 무너질 것이다라는 내용은 같은 문제지만 우리에게 정반대의 행동을 초래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피해를 정량화한 비용을 데이터로 설명하는 저자다. 이런 면은 우리가 그렇게 알고 있던 것과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달랐던 <팩트풀니스>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아니고 기후변화라고 썼을까?' 궁금했는데 재앙수준의 기후위기보다 느린연소 중인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이 책에는 유럽과 미국이 탄소를 그동안 꽤 감축해왔다는 데이터가 있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중공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탄소깡패는 우리라는 뉴스가 스쳐지나간다.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 방안을 기업과 적극적으로 펼쳐나감과 동시에 국가적 차원에서 세워야 할 정책들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런 생각들로 불안해진 나에게 저자는 “엄격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취하고 가상의 세계 시민을 상정해 즉시 정량화할 수 있는 느린 연소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데이터는 이미 우리가 현재와 미래 세대의 집단적 행복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끼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고려만으로도 공격적인 배출량 감축이 정당해진다는 뜻이다.”(p.308)라고 말한다.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지 말고 가능한 한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p.13)이라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는 저자의 속내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한마음으로 경제적 고려를 시작하는 단계만으로도 우리는 희망의 동아줄을 잡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고 싶다.

p.s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진다는 책 제목에 충격받는 슬이에게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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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 -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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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기안84가 한혜진의 하루를 따라다녀보는 유투브 컨텐츠를 보았다. 먹기 위해서(농사)가 아니라 예쁜 꽃을 보기 위해(가드닝) 모종을 심는 한혜진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기안84를 보았다. 나 역시 로즈마리와 고추씨로 가드닝(!)을 시작했던 사람으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예로부터 정원을 가꾸는 위인들은 많았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쳐본다. 베르사유궁전처럼 유명한 정원도 이 책에 나오지만 볼테르, 버넷, 플로베르, 디킨스, 루소, 괴테, 키냐르, 톨킨 등의 유명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그린 정원들을 치유, 사랑, 욕망, 생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묶었다. 이렇게 묶은 이는 도서관 인문강좌를 편하게 줌으로 신청해서 들을 수 있던 코로나 시절, 신청시작하자마자 빠르게 마감되는 인기강사(!) 황주영씨였던 터라 반가웠다. 그 때 베르사유, 알함브라 등 궁전에 딸려있는 정원들을 비교하는 강의도 흥미로웠고 소설 속에 등장한 정원을 영화 영상으로 보면서 이야기해주시는 강의도 즐거웠던 기억으고 남아있다. 그때 강사님이 정원이라는 주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자신의 관심사를 향해 뻗어나가는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나무처럼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대상을 닮아가는 구나. “문학에서 미술사로, 또 조경사로 전공은 달라졌어도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 주제를 좁히면서 정원의 세계를 더욱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p.6) 3가지의 전공을 가진 저자의 학문적 고생(!)은 독자에겐 복이다. 정원 하나를 보더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고심한 결과일 이 책을 나같은 독자는 그저 쉽게 주워먹으면 되니 말이다.

이 책을 펴자마자 나는 프롤로그 다음으로 톨킨과 장 지오노, 김초엽작가가 나오는 4장 생태의 정원을 먼저 읽었다. 그 다음으로 재밌어 보이는 욕망이라는 키워드의 3장을, 뒤이어 플로베르와 디킨스가 나오는 1장 치유의 정원을 읽었다. 2장 사랑의 정원을 가장 기대하지 않았기에 끝으로 읽었으나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죽음으로도 죽지 않는 사랑: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저자가 불문학과를 전공했기에 쓰일 수 있었지 싶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프랑스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을 저자가 알아서일까, 죽음이 빼앗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뉘앙스는 시처럼 다가왔다.

“인적 없는 정원에서처럼 침묵을 듣는다. 겨울 정원을 거닐 듯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고, 구절을 옮겨 적는다. 시가 아님에도 시를 읽고 난 듯 주변 공기가 맑고 시려진다.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감각을 이끄는 그런 정원을 거니는 상상을 해본다. 눈이 되고, 라일락이 되고, 태양이 된 지슬렌이 있는 정원. 눈물 아래 웃음이 있는 정원. 서리가 얇게 드리워져,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발자국을 검게 남기는 정원. ”고독과 빛과 고요로 감싸인 도피네의 작은 처소“같은 정원. 지슬렌이라는 이름이 하얀 입김으로 사라지는 겨울 정원. 그리움 속에서 시들기도 하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삶을 깨닫는“정원. 결국에는 사랑이 노래가 되어 흘러나오는 정원. 그 정원의 이름은 그리움이다. (pp.110-111)
직접적인 정원 묘사는 없지만 지슬렌을 향한 그리움으로 작은 정원을 가꾸어가는 보뱅의 문장이 겨울정원처럼 아름답다. 마지막 문장, ‘그리움 속에서 시들어가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삶을 깨닫는 정원’. 내가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읽고 싶은 문장은 이런 것이다. 이 부분이 111페이지에 쓰여있다는 것마저 좋았다. 마치 나무 세 그루가 서있는 그리움 가득한 정원이 그려졌다. 키케로가 말한 “서재에 정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라는 문장을 이처럼 잘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았을까, 하며.

순서대로 읽지 않아 정원을 가꾸는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이 글에 담기지 못해서 안타깝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돌봄 이상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다양한 인문학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책이다. 가드닝이라는 것이 작가들에게는 글을 쓰는 과정과도 같고 나같은 일반인 독자에게는 인생을 가꾸어나가는 것과 같이 읽힌다.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을 지을 예정인 사람이 읽어도 좋겠지만 자신을 위해 꽃 한 송이 살 줄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겠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정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정원이라는 카테고리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공간을 책으로 펴낸 황주영저자님의 정원에 들어올 수 있는 초대장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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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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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라는 책 표지에 이 책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편지 봉투 모양의 천에 여러 색깔과 모양, 패턴이 각기 다른 바느질로 꿰매있다. 까불이 글방’을 운영하는 양다솔 저자는 열다섯에 처음 글방을 찾아가 10년간 글을 쓰다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보내주는 편지를 받고 답장하면 된다. 편지는 같을지 모르지만 ‘쓰기로 마음먹은’ 수많은 당신들이 쓸 답장은 표지에서 본 것 처럼 똑같지 않은,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책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의 ‘행운의 편지’같은 면모가 있다. 어렸을 때는 그대로 베꼈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과 그 용기가 부럽다. 이런 재미를 십대 때 깨달았다는 저자는 더 부럽다.

우리 동네에는 왜 이런 글방이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 이거 너무 영업 비밀을 다 퍼준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막 무언가 쓰기로 마음 먹은, 이제 막 시작할 당신은 알 것이다. 러닝메이트가 중요하듯 글쓰기도 시작단계에서는 글쓰기메이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 처음을 함께 하는 메이트가 되어주는 책이다. 나 역시 인스타에 서평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 주변에 책읽는 분들에게 당장 쓰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더 친근하게 느껴진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당차게 말한다. “당신과 내가 모여 매주 글을 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약속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p.9) 그리고 이어지는 6부, 에필로그로 마무리하는 이 책은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쓰는 것처럼 유난한 글쓰기를 강요하지 않아 좋았다. 일단 1부에서는 편하게 ‘나’라는 사람을 글감으로 던져 준다. 정 쓸 것이 없으면 가계부라도, 오늘 하루라도 써보라는 독려의 편지다. 2부부터는 감정 글쓰기다. 어쩌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자는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나 나의 분노 발작버튼에 대해, 기쁨과 슬픔, 그리고 상실에 대해 써볼 용기를 준다. 3부는 내 주변인들에 대해, 4부는 장소와 사물에 대해 쓸 거리를 주고 5부 쯤 되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을 묘사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6부에서는 나만의 스타일을 첨가할 수 있는, 먼저 글쓰기를 시작한 경험자만이 쓸 수 있는 챕터다.

각각의 편지마다 제시해주는 글감외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는 것과 챕터가 끝날 때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체크리스트도 이 책에 호감을 더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도 모르게 내가 닮고 싶은 글을 따라 쓰거나, 익숙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는가”(p.186)라는 문장이 와닿았다. 지금 나의 개미지옥같이 반복되는 글쓰기에 질려있던 나에게 꼭 필요한 방향이었다. 또 글쓰기와 더불어 읽어보고 싶은 책 추천도 잔뜩 받은 느낌이다. 뭐니뭐니해도 ‘글쓰기’라는 매력어필에 영업당했다는 것.
“모든 이야기는 초고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순도 100퍼센트의 용기로 구성된다.(p.7)”
“여러분, 글이란 언제나 스스로와 마주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스스로를 위한 글을 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p.37)
“이야기를 하는 존재는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p.46) 편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글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들수 있을까? 나 역시 서평 이 외에도 다른 것도 한번 끄적거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을 이야기하는 사적인 모임이 지겨운 사람에게 추천한다. 글쓰기만큼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장치도 없을 터,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글로 쓰고 나면 털어버릴 힘도 생기겠지. 그러고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모험을 떠날 힘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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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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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아뇨, 아무것도>는 이 소설에 실린 15편의 글 중 하나다. 먼저 조금 소개하자면 주인공이 ‘아뇨, 아무것도’라는 대사를 언제 하게 될까를 마케팅팀 김대리보다 더 궁금해하며 독자는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열 다섯가지 단편들이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목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은 하는데 읽으면 느껴지는 기묘한 무언가가 있다. 이런 부분은 “마치 얼굴을 감싸고 있던 가면을 벗는 것처럼”(p.80), “일부러 헤아리지 않으면 까먹을 정도의 숫자”(p.240), “알 듯 모를 듯한 말”(p.246)처럼 문장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이런 매력을 ‘마트료시카’라고 하지만 나는 뭔가 가면 같다.

서두와 같은 <깊은 밤>을 지나 처음 만나는 우화, <날지 않는 새들의 모임>을 읽자마자 최근에 인형 뽑기 스토어에 가서 키위새를 뽑는데 삼일만에 뽑아내 뿌듯해하던 6학년 딸래미에게 각각의 새들을 연기하며 읽어줬더랬다. 이후 딸과 나는 뭔가 욱하는 일이 생기면 마지막에 나오는 유일한 닭 대사를 외친다.(스포를 할 순 없고 궁금하면 꼭 읽어보시라)

<딜레마>에서는 작가에게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안 써?”라고 새겨진 문신을 파스처럼 붙이고 사는 듯한 ‘창작의 고통’이었다는 것. <물과 숨>에서는 주인공 재희가 나 홀로 수영을 배우고 즐기는 와중에 맞게 되는 결말이 반전이다. 제목인 ‘물과 숨’, 이 한 글자씩의 의미 반전이 결말과 맞닿아있어 제목이 유레카네 싶었다. <아뇨, 아무것도>는 마침 눈이 오는 날이고, 그림책 <프레드릭> 인형을 떨어뜨리고 간 10년 전 그녀를 떠올리는 등 분명 주인공이 꿈꾸는 건 로맨스 장르인데 이 소설은 불가피하게(!) 크리쳐(!), 스릴러 소설이라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러다 가나다순으로 중간 즈음 만나게 되는 <작가의 말>에서 속아넘어가는 내 자신을 한번 비웃어주고 도마뱀을 먹어야만 끊기지 않고 해병대의 전통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군대의 수직적 구조를 비웃는 <타협>을 읽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자주 가는, 편한 장소지만 강도 높은 노동 장소이기도 한 <48시 편의점>을 읽을 때 즈음이면 이 흔한 장소에 작가만의 상상력과 사회적 문제의 틈새를 포착하여 메꾼 블랙 유머에 감탄하게 된다.

유일하게 가나다 순의 차례가 아닌, 마지막 단편 <마트료시카>에는 작가 본인이 다른 이야기보다 조금 더 노출되어 있다. “이 무의미한 자기 지시적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마트료시카적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 쓰고 있는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p.235) 라며 마트료시카의 마지막 인형과도 같은 존재인 네모와 작가의 대화가 이어진다. 네모는 <해저 2만리>에 나오는 선장의 이름으로 “라틴어로 ‘아무도 아닌자’”(p.243)이다. 작가와 네모선장 사이의 소소한 대화가 나중에는 생사를 오가는 결투의 전반전에 불과했다. 네모, 아무도 아니고, 제목처럼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라고 노상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다. 하지만 여기에 아주 많은 말들과 서사와 생사를 오고가는 작가의 정신적 분투가 있음을 나는 이제 안다. 글쓰기의 어려움, 고충가운데 아무도 모르는 결투와도 같은 글쓰기와 씨름중인 최제훈 작가의 이전 작품을 쭈욱 써 본다. ‘이 더운 여름에 다 읽고 말거야’ 치토스 대사를 패러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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