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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
김서형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평점 :
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 : 기원과 종말을 잇는 138억 년의 비밀 코드
우주 탄생부터 현재 인류까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빅히스토리’라고 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가 1989년, ‘빅히스토리’라고 명명한 강좌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감명받은 빌 게이츠가 미래 세대에게 큰 그림을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빅히스토리 프로젝트’라고 하며 국내 도입 후 이 분야의 교과목, 강연 등을 도맡아온, 현재 인하대, 이화여대 연구원을 지나 국제빅히스토리학회의 임원을 거쳐 현재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 센터 연구교수로 활동중인 김서형 저자의 책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3장까지는 빅히스토리에서 접근하는 방식인 빅뱅 이후, 우주에서 별이 폭발하며 만들어지는 탄소의 시작부터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골디락스(이상적인 균형상태를 말한다)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탄소연대기로 보는 문명의 시작을, 5장은 중세시대의 소빙기와 제국주의 시절, 탄소가 어떻게 생산되었고 소비되었는지 서술한다. 6장은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을, 마지막 7장에서는 우주로 향해야 할 인류의 미래에서의 탄소에 대해 “ 탄소는 우주의 언어, 생명의 언어, 존재의 언어”(p.234)임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으로 아메리카가 탄소를 만들어내고 유럽이 탄소를 소비하고,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탄소 노동력을 공급해왔다고 전한다. 오늘날에도 별로 달라진 점은 없다. 기업은 탄소를 인위적으로 끝없이 연결하여 만든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을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석탄, 석유를 에너지 삼아 생산하고, 우리는 그것을 일회용으로 쉽게 사용하며 탄소 쓰레기를 만든다. 정부는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태우고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로 날아간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용한 탄소는 기후위기가 되어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인류의 문명의 근간이자 동시에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인 ‘탄소 경제’ 시스템이었다는 것, 그리고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아 “지금 배출 되는 탄소는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인간의 활동은 자연의 탄소 순환 자체를 교란한다”(p.207)는 것. 며칠 전 본 아바타 ‘불과 재’에서 새롭게 등장한 망콴족은 화산의 폭발로 살 곳을 잃고 유랑과 약탈로 버텨온 파괴적인 불의 힘을 가진 나비족이다. 같은 나비족이지만 불을 내뿜는 인간의 무기에 혹해 그들을 동맹 삼는다. 하지만 그 외의 나비족은 물의 정화하는 힘을 믿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인간종족과 불이라는 것은 탄소경제를 지향해온 악의 축이고 자연과 균형을 맞추며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나비족이 우리가 지켜야 할 탄소중립의 삶으로 보여졌다. 나비족이 믿는 물의 힘은 지구의 바다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를 홀로 흡수해온 바다는 이제 한계치에 도달했다. 산성화된 해양은 지구 전체 탄소 순환의 균형을 지키기 버겁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지속으로 바꾸기 위한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며 오늘날 우리가 선택하는 방향이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에 바로 반영된다는 것은, 이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며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인 나조차 유추할 수 있었다. 자연은 충분히 우리를 도와주었다. 이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따르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일상에서의 실천”(p.218)이 중요하다.
“기술혁신이 초래하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김상욱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과학의 힘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인간으로서는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그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기까지 우리의 지구가 버텨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시적 관점으로 인류를 바라보아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빌게이츠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부를 자녀들에게 증여하기보다 기부하려고 한다는 빌 게이츠가 우리 세대에게 남기는 선물로서 왜 빅히스토리를 선택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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