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위의 코딩 - 비전공자도 시작할 수 있는 코딩 첫걸음
고코더(이진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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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시작할 수 있는 코딩 첫걸음
<내 손위의 코딩>

IT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시니어 개발자이며 코딩보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프로그래머로 브런치를 시작으로 여러 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총 5장으로 ’1장. 코딩? 개발자?‘에 대해서는 개발자가 다루는 기계어, 컴파일러와 개발자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일반인이라면 ‘개발자’에 대해 ‘코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겠지만 저자는 ‘경험하지 않은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해결할 수 있는가’(p.35), ’사회가 원하는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해주는 사람‘(p.38)이라고 대답한다. 따라서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개발자의 덕목으로 ’용기‘를 이야기한다. 이 용기를 가진 독자는 다음 ’2장. 할 수 있다, 개발자!‘를 펼치게 된다. 국비지원, 부트캠프, 온라인강좌 같은 코스로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과정과 취업 시 작성해야 할 포트폴리오에 대한 글이다. 당장 어떻게 해야 개발자가 될 수 있는지, 또 이 코스들을 마치고 날 때의 막막함을 예견한 듯 그 후의 첫 걸음은 어떻게 떼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챕터다. ’3장. 코딩을 배워봅시다‘에서는 책으로, 블로그로, 또 저자의 방법으로 코딩을 공부하는 법을 다룬다. ’4장 개발자로 변신하기‘에서는 프런트엔드, 백엔드 개발자 혹은 모바일 앱 개발자 등 직군별 성향에 대해 설명해준다. 또 정규직과 프리랜서의 비교는 잘 아는 선배 개발자에게 비싼 밥으로 꼬셔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 ’5장. 개발자의 하루‘에서는 현업개발자로서 느끼는 모든 것을 담았다.

개인적으로 2장 중 ’인공지능과 함께 코딩을‘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인공지능 때문에 개발자라는 직업이 없어질 거라는 보도와는 달리 저자는 ’인공지능 학습도구를 통해 개발자로 전향하는 데 성공‘(p.93)한 친구를 예로 들었다. 물론 친구분은 코딩 학습을 AI로 했다는 내용이긴 했으나 이어서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과의 협업 개발물에 대한 기업 내 수용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개발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p.95)

라고 쓰고 있다. 현직 시니어 개발자인 저자의 시점에서도 인공지능활용이 필수적인 흐름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용기‘라는 개발자의 덕목을 떠올렸다.

또 5장에서 ’화성에서 온 개발자‘라는 챕터도 눈에 들어왔다.

“비개발자와 개발자, 두 종족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 그만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언어가 너무 달랐다. 분명히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과 뜻은 너무도 달랐다. (p.225)”

저자가 설명한 그 외계인은 우리 집에 강림하신 개발자 남편님이 확실했다. 지구태생이며 갱년기라는 삶의 단계를 맞이한 나는 ’된다‘, ’안된다‘, ’모른다‘라는 확실한 대답을 듣고 난 후에 뒤이은 설명을 원하는데 이 화성 외계인은 항시 애매모호하게 설명을 한 후에 ’그래서 모른다‘로 끝나곤했다. 나는 그 이유가 MBTI의 T라서가 아니라, 개발자라는 직업 탓이란 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 직업이 우리 지구인을 외계인으로 만들었구나. 끙 아빠, 힘내세요. 코딩책에서 부부고민해결은 덤.


“이 책은 코딩을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안내서다. 그리고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 특히 비전공자임에도 개발자를 꿈꾸는 독자를 위해 실질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어떻게’시작해야 할지를 담았다.”(p.7)
저자의 위의 글처럼 컴공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문과이더라도, 전혀 다른 직업군에 있었더라도, Hello World (1978년 브라이언 커니핸, 데니스리치의 교재 <The C Programming Language>의 책에 나온 첫 예제로, 이 밈이 유명해지면서 프로그래밍 입문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코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p.19)) 라는 코딩의 세계는 활짝 열려있다고 말해주는 책 <내 손 위의 코딩>이었다.
당연히 컴퓨터공학이 아닌 전공자, 옛날 문과인사람, 다른 직업군이면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이다. 그리고 컴퓨터공학을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으면 코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컴공 졸업 이후, 개발자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으니 미리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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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않는 삶 - 생각과 감정 너머 존재에 닿는 안내서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서진 엮음, 루카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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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않는 삶>은 에크하르트가 1997년도에 <The Power of Now>라는 제목으로 ‘나마스테’ 출판사에서 낸 책의 실천편이다. 원본인 이 책은 1999년, ‘새 세상 도서관’에서 재출간했고 2000년도에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오프라 윈프리에 대해서는 개신교 가정에서 성장했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뉴에이지에 심취해 그가 대중들에게 추천했던 목록 중 명상과 영성에 대한 주제가 많은 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대표적으로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레이디 가가, 리처드 기어 등이 명상을 하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는 한국으로 초대해준 출판사 대리인에게 아침에 명상하는 시간만큼은 스케줄을 잡지 말아달라고 한 최근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외에도 게이머 페이커, 이효리씨도 명상 팬으로 알려져있을만큼 이제 명상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해진 삶의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2000년부터 서점가의 한 자리를 차지해온 알아차림(awareness),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한 책들과 최근의 뇌과학을 통해서 본 명상에 관련한 인문학 책들은 내 머리에 영성, 명상,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한 카테고리에 저장되어 있다. 그 중 최근에 읽은 것은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다. 한국인이 썼기에 외국인 저자와 비교해서 가독성이 좋을 것이며 이 두께를 보니 쉽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을 것이라고 오해한 책이다. 처음에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다가 명상과 영성으로 향하는 마음근력으로서의 내면소통을 제시한다. 그러다가 이 책, <붙잡지 않는 삶>을 붙잡게 되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서진씨 역시 2022년의 어느 날,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깨어남’을 경험한다. 에크하르트 역시 1997년 에고적 자아로부터의 이탈을 한순간에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별도의 번역자없이 AI의 단순번역과 뒤에는 영어원문을 실어 이 책을 출간했다. 20세기 후반 그러니까 초기의 영성지도자였기에 쉬운건지, 독일에서 태어나 스페인을 거쳐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녀서인지, AI의 단순번역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학생 영어 실력 정도라면 무난히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이 책은 고통을 느끼는 에고에서 벗어나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면 자유, 행복, 평화와 같은 주체가 원하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커다란 주제를 다룬다.
“존재는 마음이 고요할 때에만 드러납니다. 침묵은 신의 언어이자 존재의 언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고 완전히 ‘지금’에 있을 때 존재는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마음과 생각으로는 결코 그것을 알아낼 수 없습니다. 존재를 인식하고 그안에 머무는 것, 이것이 깨달음입니다.”(p.28)

“에고는 현재의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관심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에 머뭅니다. 겉으로는 지금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과거에 쌓인 감정, 의견, 경험, 견해로 이뤄진 집합적인 허상을 통해 자신을 지속시킵니다.”(p.39)

“마음이 '나는 피해자야'라는 정체성을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한, 고통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감정을 피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의 길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p.250)

파편화된 개인이 모여있는 도시에서 사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우울증이라는 이유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 에고에서 벗어나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단 한번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처단되지 않은 나의 에고는 계속해서 회한을 만들어내고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로부터 저항한다. 그렇기에 명상은 루틴이 되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책은 계속해서 읽어나가야 함을 느낀다.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책, <붙잡지 않는 삶>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면소통>을 다시 읽어볼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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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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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지나다 오랜만에 아이친구 엄마와 마주쳤다. 자전거 바구니에 자그마한 말티즈 한 마리가 앉아있다. 메리라는 하트 목걸이를 달았다. ‘개를 키우고 싶다’며 조르던 아이친구 모습이 떠오른다. “아, 결국 키우시는 군요, 친구 소원 풀었겠네요.” 이야기하자 “맞아요, 엄청 좋아해요” 대답한다. 허리가 말썽인 분이라 가끔 표정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오늘은 환하게 웃으신다. 아마도 아이가 하교할 때 메리를 보고싶다 했나보다. 바로 학원을 가야 할 텐데 그 짧은 시간이라도 메리를 쓰다듬고 싶은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으셨겠지? 혼자 유추해본다.

하지만 곧 먹이고 씻기고 뒤처리를 해야 하는 일들이 떠오르며 나는 고개를 젓는다. 이 책에도 쓰여있듯, 돌봄노동이란 “다른 구성원의 삶을 전적으로 바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소외 현상이 일어난다. 보호자는 고립감과 억울함, 인내심과 같이 아득함 같은 감정을 경험한다.”(p.188) 나 역시 이런 감정의 경력자로 아이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나 단호하게 거절을 한 터이다.

저자는 나보다 더 심각하다. 어릴 때 동물을 두려워했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 저자 역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해 살아왔고 그동안 집에 들였던 반려식물 킬러 이력(아 저도 그렇습니다)으로 “나도 남도 괴로워질 가능성이 있는 일에는 발가락조차 담그고 싶지 않았다”(p.13)고 고백한다. 이런 저자가 2022년 12월 3개월 남짓으로 추산되는 어린 개를 입양하게 된다. 그렇게 “비자발적으로 어린 개와 살게 된 초보 반려인의 좌충우돌 모험담”에 ‘어린 개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것들’ 혹은 ‘어린 개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겠지만 모르는지도 몰랐을 것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싶어한 저자의 이야기들이다. 총 3장 중, 1장에서는 어린 개가 그의 가족과 만나게 되는 상황과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루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이야기도 있다. 2장이 되어서야 겨우 루돌이의 배를 어루만지는 저자를 보며 주인공 루돌이도 루돌이지만 정이현 작가님의 고군분투도 존경스러웠다. 산책을 나가서 중형견이라는 이유로 겪는 수모(!!)도 그렇지만 마르티즈를 키우는 아저씨 부분을 읽으면서는 저자가 책에 써놓지 못한 욕을 내 입으로 해주었다. 나 역시 왕년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로에 나섰다가 자전거 금지라고 바닥에 써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주오는 자전거 아저씨에게 욕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혐오를 띈 공격을 받은 충격에 대한 이 글을 읽으며 내가 받은 공격과 나 또한 무의식중에 했을 수도 있는 모습의 경우를 떠올려보았다.
처음에는 제목을 여러번 읽었다. ‘어린 개가 왔다’. 어린 개는 보통 강아지라고 하지 않나? 왜 굳이 강아지라고 하지 않고 어린 개라고 이름을 붙인걸까?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미에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루돌이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어린 개’를 만난 순간을 떠올리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읽었다. 또 나만의 ‘어린 개’에 대한 단상도 해본다. 강아지처럼 귀여운 소형견만을 소유하려는 견주들에게 전하는 중, 대형 견의 ‘우리 애가 몸은 커도 아직 어린 애랍니다’하는 주인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도 있는 제목 아닐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라이프에 맞춰 만들어진 이 도시가 개들이 살기 불편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길들여졌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함께 동거동락해야 하는 ‘어린 개’의 마음을 한번쯤은 들여다봐야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루돌이를 만나기 전에 나를 둘러싼 세계에는 인간만이 존재했다. 편협한 줄도 몰랐다. 이제야 지구라는 장소를 공유하는 다른 종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 관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토록 지극한 개의 사랑을 받는 것에 조금 더 당당해지도록.”(p.226)


p.s 내가 사랑을 해주는 쪽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는다는 이 뻔한 간증에도 불구하고 정소현 작가가 썼기에 다르다. 개와 인간, 더 이상 쓸 말이 없을 것 같은 주제에서도 빛나는 작가의 관찰력이 함께 읽힌다. 유기견 임보사이트를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사람에게는 <어린 개 위스퍼>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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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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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저자는 1997년생으로 7.2%에 해당하는 20대 기혼자다. 한예종 조형예술학과에 입학했고 SBS아나운서를 거쳐 2022년에 첫 아이를, 이년 후에 둘째를 가진, 다자녀 엄마다. 이런 멋진 엄마가 과거의 화려한 커리어를 접고 육아라는 과정을 고독이라는 단어에 담은 책이다.

“오늘날의 육아란 현대미술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것. 어렵고 난해한 것. 심오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없어도 지장이 없는 것.(...)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을 보러 가지 않는 것처럼.”(p.17)

일반적으로 육아에 대해서 예능이나 책, 드라마에서는 리얼리즘으로 묘사되어 왔는데 저자는 고독한 현대미술을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슬쩍 또 다른 의미에서의 현대미술을 추가해본다. 모든 사람이 현대미술 작품을 사랑하진 않지만 소수의 누군가는 그 작품을 수용하고 사랑한다. 육아 역시 그렇다. 내 자식을 사랑할 소수의 누군가는 나다. 또 남의 자식을 판단하긴 쉬워도 자기 자식을 이해한다는 건 가장 힘든 미션이라는 의미에서 육아와 내 자식은 정말 현대미술을 닮아있다.

개인적으로 3부의 첫 에세이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첫 책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의 주제가 퇴사와 관련한 자유였다고 한다. 자유를 미덕으로 지키며 살아온 저자에게 닥친 육아란 ‘자유없이 존재하기’라는 논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두 돌이 갓 지난 첫째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 아이들의 얼굴이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정신의 상태라고?(...) 내가 배워야 하는 모든 것이 아이에게 있다고? 아이는 내 곁에서 해맑게도 웃었다. 자비 없이 창으로 들이치는 아침 햇살은 내 목에 들어선 칼 같았다.”(p.153)

저자는 그 때를 이렇게 글로 표현한다. 그리고 자유를 벗어난 나자신을 느끼며 위버멘쉬를 떠올린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목에 써 있던 고독과 축복 사이에 ‘같다’는 등호를 그리면서도 뭔가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이 물음표일까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아름다운 것들이 저마다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아름답다.”(p.8)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법학에 대한 공부를 놓지않고 자기소개서를 갱신하는 위버멘쉬같은 저자를 응원한다. 그리고 미래의 엄마들을 응원한다. 자신을 놓지 않고 육아도 멋지게 할, 예비엄마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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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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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선을 앞둔 지금,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고민하는 유권자에게 권하는 책,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를 소개한다. 최강욱 전 국회의원과 그의 동생인 최강혁 저자의 ‘최강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교양’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강의형 문체로 쓰여있기도 하고 50대의 동갑내기인 보수주의자 봉수씨와 진보주의자인 진봉씨를 등장시켜 그들의 대화를 읽으며 그들의 가치관이 지향하는 정치성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을 읽으며 1부는 아직 유권자가 되려면 아직 먼 내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로부터 먼 곳에 위치한 나라의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자유’라는 개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역사적의미를 되짚을 수 있다. 또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 자유와 평등, 그러니까 보수는 자유를(시장에서), 진보는 평등을 지지하는 개념에 대해 1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2부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에서는 봉수와 진봉씨가 다크 나이트, 킹스맨, 기생충,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영화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보수와 진보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다.

3부 ‘혐오와 배척이 아닌 화합과 연대를 위해’에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도마에 오른다. 가난과 빈부 격차, 평등과 복지, 능력주의와 학벌, LGBTQ, 낙태와 사형, 태극기부대와 키세스 시위대, 빈곤층의 보수성이라는 문제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설명한다. 특히 ‘LGBTQ(레즈베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의 줄임말)’에서의 기득권개신교 목사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어쩌면 이 책은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라 정치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위치를 혼내는 책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또 3부 중 ‘태극기부대와 빈곤층의 보수성에 대하여’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저자는 외신을 인용하며 태극기부대를 트럼프지지자들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동일시한다. 나는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유럽과 미국에서의 보수와 진보개념이라 우리나라의 상황과 잘 맞을것인가?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부분과 4부를 읽으며 그런 우려가 사그라들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일단 미국과 전제부터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보수정당은 안타깝게도, 선거 과정에서 보수주의의 긍정적인 가치나 긍정적 메시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신·가족·질서·법·역사·저농·권위·규범·도덕·윤리·자립·근면·절제·책임·품격·안보·애국심 등 보수의 훌륭한 가치들 중에서 안보와 애국심만을 가끔 언급할 뿐입니다.”(p.257)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이나 사회적약자가 보수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변화에 대한 두려움’(p.258)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태극기부대에 대해 저자는 ”이것도 욕하고 저것도 욕하고,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별로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이런 유형의 사람들보다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어르신들이 백 번 천 번 낫습니다.“(p.261)라는 부분을 에취에취하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4부 ‘이상적인 정치의 모델’에서는 이로운 보수 모델로는 메르켈 총리를, 의로운 진보 모델로는 오바마를 소개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달라진 이유와 이재명대표가 2025년 2월, 중도보수선언에 대한 저자의 기대를 이야기하며 가장 끝에 보수를 대표하는 유승민의 연설을, 진보를 대표하는 노무현의 연설을 실었다.
나는 이 책을읽으며 이때까지 나의 정치성향을 잘못알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더불어 그동안 내가 저질러왔던 투표의 만행을 반성해보았다.

”이제 대한민국 정당도 대권후보를 중심으로 한 패당이나 엘리트 정당에서 그만 벗어나, 대중 속에 뿌리내린 이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유권자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p.315)
이 문장이 다음주 투표를 앞두고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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