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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ㅣ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는 전작들<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리테일 트렌드>,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사지 않고 삽니다>등의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일본의 경영정보 플랫폼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국내 매체에 일본 트렌드 관련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저자다. 작년에 나는 2024 소비의 변화에 대해 쓴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읽었었는데 저성장시대에 일본기업이 추구하는 것들이 앞으로의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며 읽었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책에는 일본이 잃어버린 다섯가지를 이야기하며(중산층, 세대 구분, 지방 소멸, 1인가구(줄어드는 가족수), 인구감소) 거기에 맞춰 진화하는 일본인들의 트렌드를 담았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가 이끄는 트렌드의 시대가 지나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 입장이다. 이들은 그 해답을 ‘세밀한 관찰’에서 찾는다. 특히 총 5장 중, 1장의 양극화와 2장의 탈세대에서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1장에서 말하는 ‘양극화’란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말한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백화점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부유층이 빈 곳을 메꾸고 백화점 역시 이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장의 탈세대에서는 일본의 덕후들이 나이를 먹어 40대, 50대가 되어도 계속해서 장난감을 사는 형태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며 요새 논란 중인 ‘영포티’가 맴돌았다. 이 단어는 2016년도의 한 트렌드 책에서 최초로 사용한 표현이다. ‘자신을 위해 소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40대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지금의 20대들에게는 ‘감 못 잡은 꼰대’라면 좀 우아하게 표현한 편이고 젊은 척하면서 아가씨들에게 들이대는 진상 아저씨 또는 자신은 다른 어른들과 다른 척하면서 결국 꼰대질하는 기득권의 느낌으로 쓰인다. 어느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룬 40대의 ‘레트로 욕망’이 2장의 키워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장 지방소멸에서는 활력을 잃은 지역들을 살리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부분에서는 꽃축제, 무슨 물고기 축제, 여름에는 워터밤, 가을, 특히 11월에는 다들 한결같은 단풍축제로 똑같은 모습을 복제하는 우리 나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었다. 평일에는 도쿄에 있고 주말에는 지방에서 휴식을 즐기는 ‘별장 구독서비스’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무인양품의 지역 주민들의 인프라를 챙기는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나오진 않지만 나오시마의 섬에 위치한 미술관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4장 1인가구에서는 앞으로 특히 1인 고령 가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부분에서 힌트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장담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1위 일본(38%), 2위는 한국(36%)이다. 10가구중 4가구가 1인가구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데이터는 2050년이 되면 44%가 넘어갈 것으로 일본국립인구사회보장 연구소는 예상하고 있다. 중년세대의 미혼율이 급상승한 상황이며 여성의 편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에 여성고령1인가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는 1인가구부터 주로 ‘돌봄’을 서비스로 하는 비즈니스가 압도적으로 필요해보인다.
5장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라 축소되는 서점, 은행 등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시도들을 살펴본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책을 좋아한다는 일본에서도 살아남는 서점에서는 더 이상 책만 팔지 않는다. “물건이 아닌 공간을 팔며,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p.245)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기업들 중에서도 2000년대의 디지털 전환에 맞추지 못한 회사는 소니여도 무너져버렸음을 우리는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 그 저성장에 맞추어 소비패턴을 읽으려는 ‘세밀한 관찰’을 계속한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외국에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인구감소현상이 심각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감소 트렌드가 일본에 전해져 저자가 반대로 <서울 트렌드 인사이트>를 일본에 출판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책장을 넘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