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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이창곤 저자는 전 한겨레경제사회원구원장 겸 논설위원으로 이 책,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연재했던 칼럼을 바탕으로 2026년 현재 시점에서 전면 재구성 및 보완한 책이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났다. 나는 급변하는 시대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여 미리 방주를 만들어 대한민국 국민을 건져낼 정치인에게 투표했지, 그들이 속한 정당의 파벌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한 것이 아니다. 그 방주는 온전히 정책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정치인의 화려한 수사나 몸짓이 아니라, 실제로 입안되고 집행되는 정책이야말로 그 정치가 지향하는 철학의 결정체다.”(p.18)이기에 “정치는 정책이고, 정책은 정치다.”라는 저자가 도달한 명제에 공감하는 바다. 이제는 당선인들이 내건 공약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정책들을 수립하고 제대로 수행해나갈지 지켜볼 차례다.
책 표지의 검은 테이프 세 개가 인상적이다. 엑스자 테이프는 실패한 정책을, 찢어진 테이프는 중단된 정책, 오래되어 쭈글쭈글한 테이프는 때늦은 정책을 시각적으로 웅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정책이 실패했거나, 중단되었거나 뒤늦은 정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정책이 베일에 싸인 블랙박스와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대통령, 비서실, 경제 부처, 정당, 국회 같은 권력의 정점부터 시민단체, 노동조합, 사용자 단체, 이익집단, 대학교수, 언론과 시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를 움직이는 모든 행위자를 입체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왜 수많은 정책이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실패를 거듭하는지, 왜 정작 정책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은 철저히 배제되는지 그 구조적 모순의 민낯을 밝힌다. 또한 권력과 책임,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적 과정으로서의 정책'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4장으로 1장 ‘정책의 정치학: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오작동’에서는 뒤늦은 문제 인식으로 결국 인구 비상사태를 초래한 저출산 정책과 같은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오작동 지점을 짚어낸다. 2장 ‘무능한 정점 혹은 위대한 조율사: 최고 결정자의 일그러진 초상과 책임의 무게’에서는 최고정책 결정자로서 대통령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통령비서실의 비대한 권력, 그리고 예산집행에 있어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전 기재부, 경제 부처의 권력을 비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왜 기재부를 분리해 상호 견제를 시도하는지 그 배경이 되는 부분이다. 3장 ‘칼날 위에 선 시민사회 정책 행위자들: 책임, 역할, 그리고 변화의 모색’에서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의 위기, 배제당하고 고립된 노동조합, 의협 같은 이익 집단의 포획 현상과 지식인들을 분석한다. 마지막 4장 ‘정책 생태계의 혁신과 뉴비전을 향하여’에서는 '뉴비전 2045'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정권이 지지율 때문에 시급한 정책을 미뤄온 예시였다. "정책적 본질이 윗선의 정치공학에 매몰될 때 개혁의 골든타임은 사라지고, 그 유무형의 손실은 오롯이 시민들의 노후 불안으로 전가된다." (p.126) 제때 수립하지 못한 정책은 온전히 국민의 고통이 된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분도 눈에 띈다.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는 일은 대개 구경꾼의 몫, (...) 우월한 자원과 수단을 가진 강자와 맞서는 약자라도 구경꾼들이 호응하고 편들어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p.245) 이 문장을 인용하며 저자는 과연 한국의 노동조합이 국민이라는 구경꾼들의 호응을 불러모을 의지와 역량이 있을지 질문한다. 아스팔트 투쟁만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이라는 ‘정교한 돌팔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온 국민이 삼성 편을 드는 이런 신기한 나라에서 노조는 답이 없을거라 판단했던 나에게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 부분이었다.
대학교수와 언론이라는 정책행위자에게는 직업과 소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가 있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정치적 이론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정치적 영향을 많이 끼치는 집단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며 실망도 크다. 그들의 공론장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온 우리나라가 이제 숙의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라의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나설 때이다. 나처럼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늘 의문과 답답함을 품고 있었던 주권자 시민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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