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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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곤 저자는 전 한겨레경제사회원구원장 겸 논설위원으로 이 책,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연재했던 칼럼을 바탕으로 2026년 현재 시점에서 전면 재구성 및 보완한 책이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났다. 나는 급변하는 시대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여 미리 방주를 만들어 대한민국 국민을 건져낼 정치인에게 투표했지, 그들이 속한 정당의 파벌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한 것이 아니다. 그 방주는 온전히 정책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정치인의 화려한 수사나 몸짓이 아니라, 실제로 입안되고 집행되는 정책이야말로 그 정치가 지향하는 철학의 결정체다.”(p.18)이기에 “정치는 정책이고, 정책은 정치다.”라는 저자가 도달한 명제에 공감하는 바다. 이제는 당선인들이 내건 공약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정책들을 수립하고 제대로 수행해나갈지 지켜볼 차례다.

책 표지의 검은 테이프 세 개가 인상적이다. 엑스자 테이프는 실패한 정책을, 찢어진 테이프는 중단된 정책, 오래되어 쭈글쭈글한 테이프는 때늦은 정책을 시각적으로 웅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정책이 실패했거나, 중단되었거나 뒤늦은 정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정책이 베일에 싸인 블랙박스와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대통령, 비서실, 경제 부처, 정당, 국회 같은 권력의 정점부터 시민단체, 노동조합, 사용자 단체, 이익집단, 대학교수, 언론과 시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를 움직이는 모든 행위자를 입체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왜 수많은 정책이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실패를 거듭하는지, 왜 정작 정책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은 철저히 배제되는지 그 구조적 모순의 민낯을 밝힌다. 또한 권력과 책임,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적 과정으로서의 정책'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4장으로 1장 ‘정책의 정치학: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오작동’에서는 뒤늦은 문제 인식으로 결국 인구 비상사태를 초래한 저출산 정책과 같은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오작동 지점을 짚어낸다. 2장 ‘무능한 정점 혹은 위대한 조율사: 최고 결정자의 일그러진 초상과 책임의 무게’에서는 최고정책 결정자로서 대통령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통령비서실의 비대한 권력, 그리고 예산집행에 있어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전 기재부, 경제 부처의 권력을 비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왜 기재부를 분리해 상호 견제를 시도하는지 그 배경이 되는 부분이다. 3장 ‘칼날 위에 선 시민사회 정책 행위자들: 책임, 역할, 그리고 변화의 모색’에서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의 위기, 배제당하고 고립된 노동조합, 의협 같은 이익 집단의 포획 현상과 지식인들을 분석한다. 마지막 4장 ‘정책 생태계의 혁신과 뉴비전을 향하여’에서는 '뉴비전 2045'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정권이 지지율 때문에 시급한 정책을 미뤄온 예시였다. "정책적 본질이 윗선의 정치공학에 매몰될 때 개혁의 골든타임은 사라지고, 그 유무형의 손실은 오롯이 시민들의 노후 불안으로 전가된다." (p.126) 제때 수립하지 못한 정책은 온전히 국민의 고통이 된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분도 눈에 띈다.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는 일은 대개 구경꾼의 몫, (...) 우월한 자원과 수단을 가진 강자와 맞서는 약자라도 구경꾼들이 호응하고 편들어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p.245) 이 문장을 인용하며 저자는 과연 한국의 노동조합이 국민이라는 구경꾼들의 호응을 불러모을 의지와 역량이 있을지 질문한다. 아스팔트 투쟁만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이라는 ‘정교한 돌팔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온 국민이 삼성 편을 드는 이런 신기한 나라에서 노조는 답이 없을거라 판단했던 나에게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 부분이었다.
대학교수와 언론이라는 정책행위자에게는 직업과 소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가 있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정치적 이론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정치적 영향을 많이 끼치는 집단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며 실망도 크다. 그들의 공론장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온 우리나라가 이제 숙의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라의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나설 때이다. 나처럼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늘 의문과 답답함을 품고 있었던 주권자 시민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정책은왜실패하는가#이창곤#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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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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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최연성씨는 AI 시대의 커리어 전략과 조직 혁신 분야에서 네슬레, 보잉, 아마존, 액센츄어 등 포춘 500대 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하고 조직을 혁신해 온 이력보유자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IBM장학생으로 MBA를 취득하고 MIT에서 Industry 4.0 과정을 수료했으며, PMP와 린 식스시그마 블랙벨트 등 다수의 글로벌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차세대 리더로 동시 선정된 바 있고, 현재는 뉴질랜드 무역진흥청 산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업의 프로덕트 아키텍처 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저자는 FMCG 식품 제조기업의 공정 엔지니어와 R&D 매니저로, 항공우주 산업체인 Boeing으로, 이커머스로의 이직을 실례를 든다. 연관성이 1도 없어 보이는 이 이직의 토대가 된 피벗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개인의 커리어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재설계하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서다. 피벗(Pivot)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략 중 하나로, 농구의 피벗 동작에서 유래한다. 한 발을 땅에 고정한 채 다른 발로 방향을 전환하듯, 자신이 가진 핵심 역량과 가치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향해 유연하게 몸을 돌리는 역량의 재배치가 피벗의 본질이다. 단순하게 퇴사나 이직이 피벗이 아니라 급변하는 기술 생태계 속에서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고정축으로 두고 어느 방향으로 전환하여 살아남는 것이 진정한 피벗임을 짚어낸다.

전체적 구성은 개인의 생존 전략에서 시작하여 기업의 혁신,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 분석으로 확장된다. 1부, 2부에서는 지금 피벗이 필요한 이유를 밝히고, 개인이 산업,직무,창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이 가능한 역량을 발견해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리도록 돕는다. 3부와 4부에서는 카카오, 애플, 레고 등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기술, 고객, 수익 모델 등의 축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피벗 전략을 분석한다. 나아가 인구 구조의 변화와 기후 위기 등 거대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조직과 개인이 갖추어야 할 미래 지향적 마인드셋을 다룬다.

2008년 9월 15일, 158년 역사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 유능한 금융 전문가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절대 무능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쌓은 인재들이었으나, 그 전문성이 놓여 있던 맥락이 사라지자 경력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한 우물만 파라”는 오랜 미덕은 기술이 업무를 해체하는 오늘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우물을 깊게 파는 성실함보다 내가 파고 있는 우물에 아직 물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내가 가진 기획력이나 문제 해결력 같은 핵심 역량을 다른 우물로 어떻게 옮겨 심을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눈이 필요하다. 특히 저자는 한국계 1.5세대로, 한국인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한국인 독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한국인들이 칭찬받을 때 “별거 아니예요”라는 대답은 겸손이라는 미덕이 아니라 직무유기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신 “당신의 경험 속에 숨겨진 보석같은 ‘전이 역량’을 찾아내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닦아서 보내주어라”(p.82)라고 조언한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예전에 유퀴즈 프로그램에 영국 국립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계 분이 나온 적이 있었다. 칭찬에 대해 한국인들은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지만 칭찬은 자존감의 토대가 되는 것인데 이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고 겸손으로 대응한 한국인들의 자존감은 정작 바닥을 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중 누가 피벗을 잘할 수 있을까, 누가 보더라도 답은 정해져있다. 이 책이 본질적으로는 피벗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전략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한국사회에서 자라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저자가 한국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책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026년 현재 AI와 자동화의 파도 속에서 자신의 쓸모를 고민하는 모든 직장인, 그리고 과거의 성공 공식에 갇혀 정체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와 기업의 리더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변화를 마냥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축으로 두고 생존을 향한 방향전환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전략적피벗#터닝페이지#최연성#피벗#AI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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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꿈을 설계하다
정진웅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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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진웅씨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국방대학원에서 국방관리를 전공했다. “보병병과 장교로 인사특기를 부여받아 34년간의 군 복무를 하면서 국방부, 육군본부, 지상작전사령부, 군단급이하 제대까지 모든 제대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았다.”(p.6) 현재 육군 준장으로 군 인사관리 전문가이다.

이 책은 저자 생각에 일반적인 “리더십 관련 정보나 서적은 넘쳐나나 군인 진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안내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p.5)라는 안타까움으로 집필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진로 탐구를 중심으로 자유학기를 보내는 아이를 생각하며 집어들었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해 그나마 게임을 좋아하니 프로그래밍쪽으로 지망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AI열풍으로 전세계적으로 컴퓨터공학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낮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성향은 성실한 편인데 자기 의견이 딱히 없고 적성검사를 받아오면 비판력, 창의력이 상당히 낮다. 한마디로 별 생각없이 남의 말 잘 듣는 편이라(옛날에 태어났으면 노예겠지만....) 체력도 꽤 좋은 편이라 암만 봐도 군대가 딱인데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1~3장에서는 군인의 품격, 즉 상하좌우 모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군인의 기본 자세와 육군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군 구조는 (...)유무인 복합형 부대구조로 병력은 줄지만, 그 공백을 드론, 로봇이 중심이 된 무기체계로 보강되어 임무 수행을 위한 완전성은 향상될 것이다. 또한 작전지속 분야에는 민간기업이 확대 진출할 것이며,(...) AI, 드론, 로봇이 중심이 되는 무기체계로 전장기능은 재편될 것이며 이를 운용하는 사용자의 능력이 전투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무인 전투체계는 우주 영역과 결합이 되어 그 동안은 없었던 새로운 전장이 탄생할 것이다.”(p.37)

이외에도 민간영역으로 이전될 분야나 예비전력을 위해 부족한 병력의 상당 부분을 상비 예비군이 채워줄 것이라는 것, 통신 영역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예상하는 점, AI기반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체계 사용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엿볼 수 있다. 인구감소로 이스라엘처럼 남녀 모두 군대에 가는게 아닐까 했는데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의외였다. 미래에 군인은 그저 위험한 전투에 투입되는 총알받이가 아니라 그런 전투는 드론과 로봇이 대체할 것이며 그것들을 지휘할 지휘관으로서의 군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AI와 우주영역의 테크놀러지등의 필요한 전문지식이 있는 군사전문가로서의 군인, 이 두 가지의 길이 앞으로의 육군 미래상으로 읽혔다.

4장에서는 육군의 보병, 포병, 기갑, 정보, 정보통신, 공병, 육군항공, 방공, 군수, 기술병과, 행정병과, 특수병과에서 파생된 24개 병과별 특징과 세부 진로에 대해 분석한다. 5~7장에서는 장교로서의 진로 및 꿈을 설계하여 병과를 선택하고 위관장교와 영관장교 시기를 단계별로 가이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군 전역후 사회로 나갔을 때의 설계에 대한 내용이다. 군인 복지제도를 활용한 자산 형성과 군에서의 경력을 이어갈 제2의 직업찾기까지 담고 있다.

'MBTI 성향별 군 진로 선택' 및 '병과별 복무 여건 평가'라는 부록도 흥미롭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병과의 진로를 선택하고 병과별로 진로 전망 평가가 담겨 있어 유용하다.

내 아이의 성향은 군대에 잘 맞아 보이지만 딸이라서 남성중심의 상명하복 조직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전쟁의 위험도 커보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직업으로서의 군인에 호감이 간다. 이 책은 군장교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 외에 나처럼 군인이라는 직업군, 특히 육사에 관심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직업군인으로서 부대관리를 공고히 하고 싶은 중견 간부들에게는 단순한 복무를 넘어 커리어로 설계할 수 있는 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교준비#군사장교#군사학#초급장교#군대에서꿈을설계하다#정진웅#하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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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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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7년 전, 출간된 첫 책표지에는 출근하는 다리들 중 스타킹에 구두를 신은 다리가 보이는 그림이었는데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는 여성들의 팔과 손 사진이 담겼다. 일하는 여자들을 응원해온 저자의 7년 성과가 표지로 보이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 전문지 ‘씨네21’의 편집팀장, 그리고 다수의 책을 펴낸 에세이스트이다. 읽고 보고 쓰고 말하는 업이 좋아 버텼지만 글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일하는 여자들’의 레퍼런스가 본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일하면서 여성이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성별의 벽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일에 대해 더욱 매진하여 스스로를 지키고, 같은 여성들을 독려하며 성장하는 법에 대해 말과 글, 그리고 네트워킹으로 안내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3부와 부록으로 1부는 일하는 여자들이 직장에서 나를 지키는 ‘말과 글 사용법’을 다룬다. 무례해 보일까 우려하여 뱅 둘러 이야기하는 여성 특유의 쿠션어를 줄이고 명확하게 끝맺는 대화법, 감정을 조절하고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말하기에 대해 썼다. 2부는 일하는 여자들의 ‘네트워킹’에 집중하며, 고립을 넘어 서로의 레퍼런스가 되어주는 건강한 인간관계의 태도를 제안한다. 3부에서는 임금 격차와 이직, 고용 불안 등 '기울어진 운동장'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나만의 '출근길의 주문'을 외우며 자존감을 지키는 법을 이야기한다. 부록에서는 프리랜서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10계명까지 전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일하는 여자들 보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제안하는 스타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좋아하는 상이다. 일을 잘하면서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에서도 깔끔한 매너를 가진 사람, 요새 MZ들이 영포티라고 놀리지 않을 만한 멋진 선배아닌가, 그래서 일하는 여성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주니어 직장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에서는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기에, “사람에 대해 단순하게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고 일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돈을 버는 일의 중심에 있다.”(p.74)는 점을 기억하라는 것. 또, 누군가에게 힘든 상황을 토로하는 경우, “왜인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의 상담 상대가 자주 되곤 하는 나로서는 언어라는 형태의 배설을 받아내는 기분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상대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p.175) 이런 상황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신도 그러한데 하물며 나약한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스스로 돕는 사람이 되자.”(p.176)라고 조언해주는 부분이 시원했다. 요새 핫한 AI활용에 대해(여기서는 LLM로 언급) “LLM에게 일을 시켰는데 제대로 못 해서 뭘 수정해야 하는 지 하나하나 지시하면서 일을 해나가다 보면, 이렇게 내가 LLM의 학습에 일조하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구독료를 내든 안 내든, 이 도구를 어떻게 해야 더 잘 쓸 수 있는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행착오를 하고 있구나. 이 도구가 나를 대체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내가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구나.”(pp.202-203)하면서도 높은 환율에도 구독을 이어가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서.”(p.203) 열심히 일하는 저자의 모습이 뇌리에 박힌다.

이런 저자의 생각들이 모여 이 책을 구성하고 있고, 매일 아침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하루를 살 힘을 주는 그런 주문들이 된다.
#출근길의주문#이다혜#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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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비사
이정근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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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이정근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작가’라고 설명한다. <수양대군>, <병자호란>, <계엄령> 등 수많은 저작활동 중이며 오마이뉴스 특별상 수상, ‘남명 문학상 대상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비사’를 보고 많이 들어본 ‘야사’같은 내용인가 싶기도 하고,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에 편승한 책일까, 어느 정도 오해의 시선으로 집어들었다.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 단종은 일반 대중들에게 조선 역사상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어린 임금,이라는 동정론이 지배적이었다. 어쩌면 사육신의 충절에 대해 더 많이 거론되어 왔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 속 단종의 모습은 달랐다. 영월 청령포로 유배될 때 까지만 해도 깊은 무기력과 절망에 빠진 인물이다. 하지만 촌장과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마을에 나타난 호랑이를 활로 쏘는 사건을 계기로 주체적인 삶의 의지를 되찾는 인물로 변화한다. 더 나아가 엄흥도와 깊은 우정을 나누고 그의 아들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면서 진짜 인간 이홍위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한명회에 의해 사약이 내려졌을 때, 왕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고독하고도 당당한 부탁을 남기는 부분이다.

이 책 또한 그렇다. 정사가 박제해 버린 '불쌍한 어린 왕'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역사 뒤편에 숨겨진 인간 이홍위의 자존감과 뜨거운 고뇌를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이 책에서 단종은 조선 개국 이래 궁에서 태어난 최초의 적장자였으며, 세종과 문종이라는 당대 최고의 성군들에게 사랑받고 교육받은 무결점의 왕위 계승자로 묘사한다. 단종은 할아버지(세종)와 아버지(문종), 그리고 어머니(현덕왕후)의 삼년상이 줄줄이 겹쳐 국상으로 국혼을 강하게 거부하지만 숙부(수양대군)의 편에 선 많은 신하들의 계속되는 청으로 왕비와 후궁을 동시에 간택해야 했던 국혼의 뒷이야기까지, 정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인간적인 삶의 궤적을 촘촘히 복원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종이 느꼈을 왕으로서의 압도적인 자부심과, 그 거대한 왕관의 무게를 버텨내야 했던 외로운 소년의 고뇌를 동시에 목격하게 된다.

또, 단종의 비극의 원인을 단순히 수양대군의 개인적 야욕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계유정난에서 드러난 성리학적 명분과 대의라고 주장하며 권력 앞에 굴종해 버린 신하들의 변절, 한명회를 필두로 한 책사들의 치밀한 비사, 특히 사육신의 거사 실패 후 벌어진 고문, 처형, 멸문지화에 대해 생생하게 담았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들을 향한 뻔한 동정을 자극하는게 아니라 고문앞에서도 당당했던 사육신의 기개와 금부도사 왕방연으로부터 사약을 받아 든 단종의 결단에 대해 담담히 서술하기에 권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지점을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570년이 흐른 오늘날,
성공한 쿠데타도 단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다.”-단종을 위한 변명

저자가 <단종비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명백하다.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 이루어진 단종의 복권처럼 권력이 일시적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묻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정의는 반드시 제자리를 찾는다는 메시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준다.
#단종비사#이정근#하움출판사#왕과사는남자#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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