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과학 미스터리 1 - 뱀파이어의 비밀 : 피 국립과천과학관 어린이 과학 시리즈
이혜선 지음, 김완진 그림 / 상상아카데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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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과학 미스터리 ① 뱀파이어의 비밀』

- 국립과천과학관 최고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진짜 과학 이야기!
-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 동화가 무시무시한 공포물로 돌아왔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뱀파이어 이야기로 과학 상식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학습동화

국립과천과학관의 커뮤니케이터인 이혜선 저자님이 쓴 이 책은, ‘과학으로 귀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여름이면 찾아오는 귀신 이야기의 실체를 과학으로 밝혀보자!’를 목표로 과학관의 여름방학 납량 특집 전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괴물의 미스터리를 풀며 과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구성”하여 아이들이 호기심과 흥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단톡방이 있다. 그 중 한 분이 공유해주신 영상은 결국 "과학은 연계가 되어 있다"는 장* 일타강사님과의 인터뷰였다. 한국의 과학 교육과정은 초등과학에서 과학의 기초를, 그리고 중학교에서는 원리를, 고등학교에서는 응용을 배우도록 되어 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게 아니라  넓어진다고 표현하신게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가 자연이라 칭하는 세계에서의 보편적인 법칙을 찾기 위한 기초를 추상적인 개념어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단어들은 그저 자주 노출되어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다. 이왕이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식의 노출이 기초를 다져야하는 초등학생에게 알맞다. 그러니 이 책은 호기심을 키워줘야 하는 초등학생에게 권해주면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뱀파이어라는 미스터리를 가지고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더운 날씨에 긴바지와 긴팔을 입은 전학생 차시후의 정체를 파헤치는 호기심 많은 친구들은 혈액에 대해서, 햇빛 알러지나 체온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평범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쓰여있다.

“오싹오싹 과학 미스터리 시리즈는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들이 전설 속 괴물 ‘뱀파이어, 키메라, 좀비, 미라’를 소재로 쓴 어린이 과학 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의 과학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들이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오싹한 공포 이야기 속에 녹여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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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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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사용하게 될 일본의 1만엔 지폐의 얼굴이며, ‘주판을 든 무사’(p.7)라는 별명을 가진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이야기다. 저자가 시부사와 에이이치라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들어가며’에 써 있다.
“2006년 11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대국굴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년간 세계 문명을 선도하던 중국이 왜 1500년 전후로 몰락했는가. 반면 서양과 일본은 어떻게 정치, 과학, 상업, 문화를 발전시켜 강대국이 됐는가,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9개 나라의 흥망성쇠로 살펴본”(p.5) 다큐를 방송한 것에 대해 신현암 저자는 주목한다.
나는 이 다큐의 목적 부분을 읽으며 <총, 균, 쇠> 프롤로그에 나왔던 얄리의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견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라고 물었던 얄리에게 대답하기 위해 쓰였다는 <총, 균, 쇠>. 중국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일본을 미워하지만, 얄리와 같은 질문을 통해 도약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대국스타일이라 한 나라로는 성에 안찼는지 아홉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투브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이 <대국굴기> 다큐멘터리의 “43분 정도의 일본 편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나오”(p.7)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시부사와 에이이치이다. “메이지 시대의 변혁기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자본주의를 토대부터 세운 인물”(p.7)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근대와 현대를 이은 ‘논어와 주판’의 저자이다.

인물도 흥미로웠지만, 일본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저자님 덕분에 정말 호로록 읽혔다. 내가 이토 히로부미 같은 매우 유명한 사람 빼고는 잘 모르는 일본 무식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시듯(강연하듯이?) 쓰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기본적 마인드가 상인이기에 이윤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업수단도 있는 사람이지만, 상업에 대한 자기 생각이 뚜렷했고, 성실한 사람을 인재로 생각하고 자본을 빌려주는 사람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청부론(깨끗한 부자)을 주장하며 베푸는 스타일이었다. 그 바탕에는 논어의 가르침이 있었다.(사실 요부분에 이르렀을 때 중국이 왜 대국굴기 여섯 나라 중 일본을 넣었는지 이해함) 그의 저서 제목을 보자. ‘논어와 주판’이다. 주판으로 돈을 벌더라도 논어의 정신이 주판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그의 경영론이 이 책 제목에서 엿보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만엔 권의 인물이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일본의 8대 재벌도 등장한다. 그 중 야스다 젠지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야스다는 ‘막대한 부를 일구고도 부호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편지를 남긴 테러리스트에게 목숨을 잃는다. 시부사와는 그에 대해 “경제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공자를 좀 더 공부했더라면, 더욱 큰사람이 되었을 것이다”(p.183)라고 썼다. 아베시절, 국가에서 그렇게 돈을 뿌려댔지만(물론 코로나도 한몫) 아직도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일본관련 뉴스를 본다. 이때 구두쇠라는 야스다가 떠오른다. 은행도 못믿고 집 장판 밑에, 장롱에 숨겨둔다는 그들의 돈다발을 두 손 가득 쥐고, 침몰 중인 일본이 보인다. 국가주도 정책이나 올라갈 곳 없는 청년들 열정페이가 아닌, 고령화사회의 주된 자본가들의 생각이 바뀌길 바라는 현재 일본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느껴진다. 나는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던 송해 할아버지를 닮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얼굴이 그려진 만엔이 과연 예전과 똑같이 그들의 집장판 밑이나 장롱에 들어가서 썩을지, 순환될지를.

일본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부터, 일본학과 대학생에게 추천한다. 또 일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싫어하는 건 자유지만 알고 싫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면 무시하기 힘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도 있는 나라다. 뭐니뭐니해도 매출만을 생각하는 모든 오너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분들에게 논어를, 아니 이 책을 꼬옥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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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
박종규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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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박종규 저자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왜 오펜하이머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다른 천재들이나 전형적인 위인과는 다른 복잡하고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오펜하이머였기 때문에, 그에게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느끼면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게다가 인간적인 결함과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을 이끌어 인류 최초로 핵폭탄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뛰어난 리더로서의 면모는 그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p.15)
모순덩어리 오펜하이머지만 13만명의 과학자들을 통섭해낸 그의 리더십을 보며 저자는 우리에게 리더는 과연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오펜하이머다. 물리학자지만, 미국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독일보다 빨리 원자폭탄을 만들어내야만 했던 맨해튼프로젝트를 이끈,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제목답게 오픈하이머의 서사대로 흘러가는 각 챕터마다 키워드가 주어져있다. 질투, 시기심, 자존감, 모순, 양면성, 입체적, 오만, 겸손, 감성지능 등 64개의 주어진 키워드를 곱씩으며 읽다보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모순과 타인의 모순을 먼저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라는 메시지에 도달한다.

이 모순을 인정하는 모습에 도달하기까지 저자의 리더십에 관련한 지식이 총출동한다. 그리고 각종 리더를 위한 꿀팁들을 셀프체크할 수 있는 정보가 책 곳곳에 보물처럼 담겨있다. 이런 부분을 보다보면 오펜하이머보다 저자에게 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보다도 그의 말과 행동들을 리더십과 연관지어 분석한 저자만의 렌즈가 내게는 더 좋아보인다. ‘그렇지, 책은 저자만의 이런 인사이트가 담겨있어야, 책이지’ 생각해본다. 책의 날개에 현재 뉴욕시립 대학교 스테튼아일랜드칼리지 경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박종규 저자 이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써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팀원과 팀장으로 일하면서 ‘리더십’이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리더십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알고자 하는 욕망이 커졌다. 결국 대학원에서 리더십을 전공하고 지금은 리더십을 가르치는 학자이자 리더십 전문가로 확동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관심은 있었으니, 학교에서 리더십을 전공하게 되었다”(p.336)라고 이야기한다. 리더로서의 열등감과 실패는 저자 자신의 모순을 발견하게 하고, 이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숨기는 이들”(p.337)을 보며 성장이 멈춤을 보았다. 저자는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고 제목을 지었을 때, 대체 무엇이 무엇일까 궁금해본다. 나는 나의 모순성을 바라볼 수 있는 자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학에서 조끼리 발표하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팀원을 이끌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나갈 때, 일보다 인간관계가 더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꼰대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모순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가 꼰대를 판가름하는 아주 좋은 기준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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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 -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완전한 지혜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김종희 옮김 / 빅피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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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유시민 작가가 코칭 받은 말실수 줄이는 법'을 쇼트로 본적이 있다. 그 멘토는 그에게 첫째로, ‘옳은 말인가’, 둘째는 ‘이게 꼭 필요한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친절한 말인가’를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더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라면 안해야 된다는 것. 여기까지만 해도 충조평판이 다 걸러지지만, 여기에 친절한 말인지를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옳은 말이어도, 필요한 말이어도 하지 않는 게 말실수를 줄이는 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와닿았다. 내가 하는 말은 맞고 네가 하는 말은 틀리다식의 화법을 사용하는 한국인에게(그 한국인 한 명 저입니다요)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여기에 유시민작가도 밤에 이불킥하실만한 말실수를 하신 적이 많았나보다...라는 전직 국회의원의 인간적인 모습은 덤.

*옳은 말이 진리이고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고 생각한, 전형적인 한국인에 불과했던 나 역시, 주변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어떤 이상적인 진리를 선망하고 거기에 의지하며 나이를 먹어온 것 같다. 그 진리의 형태는 다양하게 다가왔는데 목사님 말씀을 듣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책에서 대유행 키워드로 나타났다가 다른 유행어에 사그라들기도 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나오는 중요하지 않은 인물의 대사였을 때도 있었고 지하철을 대기하다가 언뜻 눈에 들어오는 어느 시민이 지은 시구절이기도 했다. 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를 찾아오는 진리라고 믿고 싶은 이 개념의 무한복제와 변형을 3인칭시점으로 생각해보니 이것이 세상을 나보다 먼저 살아본 철학자들의 화두가 아닌가 싶다. 이 화두에 대해 오래 고민한 사람들의 기록이 철학일지니. 이 책은 철학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니체와 쇼펜하우어같은  염세주의 철학자를 일으켜 세운 철학자의 단 한권의 책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핵심문장만을 모은 버전이다. 바르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양, 진리인양 살아온 나에게 그게 아니다라는 길을 보여준 책,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이다.

“타인은 당신의 성격을 고쳐주지 않는다. (...) 좋은 사람인 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환대받을 수 없다. (...) 타인은 아무도 당신의 나쁜 성격을 고쳐주지 않는다. 스스로 조율하고, 자제할 수밖에 없다. 항상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주의할 것. 잘못된 행동을 한 뒤에도 자신의 어리석음이 칭찬받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pp.37~38)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초반에 이야기했던 유시민 작가가 코칭받은 말실수 줄이는 법 쇼트가 떠올랐다. 내 스스로가 옳은 말인지, 필요한 말인지, 친절한 말인지 스스로 조율하고 자제하며 잘못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음을 17세기 스페인 사람인 발타사르 그라시안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라. 자신의 운명을 알아야 한다. 행운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운을 끊어내자.(...) 용감하고, 행운하는 사람은 행운을 끌어당기지만 나태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행운이 피해 간다. 운이 안 좋아졌다고 느껴지면 갈 길을 바꿔 더 나쁜 상황을 피하자.”(p.155) 철학자이면서 예수회 신부로서 행운과 불운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센스나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라는 문장도 흥미로웠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명언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인데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현명하다고 가르쳐주는 이 분, 묘하게 빠져든다.

나 역시 내 주변의 가까운 이들에게 충조평판 듣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 점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나이대가 되어가는 요즘, 바르지 않더라도, 현명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필독요망.

p.s 요새 쇼펜하우어식으로 조언해주는 챗봇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발타사르 그라시안식 챗봇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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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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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짧은 우주지식은 허블과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좀 더 멀리 보게 됐다는 소식이나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보이저호 정도다. 미국은 일찍이 우주산업을 민간에 넘겨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자본을 뒷받침한 기업들이 뻑하면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고,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유럽은 그들의 유니언에서 뺏길세라 쏘아댄다는 정도?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우주 강국인지는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첫 번째 하야부사는 ‘매’라는 뜻으로 세계최초로 이토카와 소행성 시료 채취에 성공했고, 이것을 개량한 후계기가 바로 하야부사2이며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하야부사2로 2020년 11월에 발간됨) 소행성 ‘류구’를 향한 하야부사2는 설계단계와 개발, 그리고 발사, 비행과 훈련, 착륙, 그리고 류구의 미립자를 담은 캡슐을 2020년 12월, 지구로 귀환시켰다. 현재 하야부사2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향해 아직도 여정 중에 있고 지구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인 츠다 유이치는 2003년 발사한 하야부사 미션에 참여했던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사가미하라 우주관제센터의 일원이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 어느 부분에서도 러시아 사람이름이나 미국회사의 기술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과 미지에 대한 도전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하야부사2와 같은 탐사 미션이 주는 흥미로움은 탐사의 성과보다 고난에 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도전의 과정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다.(...)
도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제약에 대한 도전, 또 하나는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후자는 애초에 원리가 파악되지 않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모르는 세계를 어떻게 앎의 세계로 바꾸느냐에 관한 것이다. 인류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답하는 행위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것은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인류의 공통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하야부사2를 통해 하나가 되었고, 전 세계가 하야부사2의 성과를 칭찬했다” (p.262) 일본인들만의 순수기술과 그들의 아이디어만으로 하야부사2에게 닥친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츠다 유이치의 서술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이 책을 읽는 일본인이라면 일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스고이함을(우리에겐 국뽕이 차오른다는 표현이 딱인데)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야부사2가 류구에서 펼친 활동 가운데 미지에 대한 도전과 그 성공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수두룩하다. 개인도 조직도 항상 현실이란 굴레에 얽매여있다 그 굴레가 순수한 도전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용의주도하게 그 굴레를 끊어내고 “진정한 도전을 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마음을 견지했다. 그래서 도전했고, 그리고 성공했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크게 공헌한 점은 ‘미지에 대한 도전’으로 가는 입구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 아닐까 한다.“(pp.263-264)
미지에 대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재 만들어진 구름사다리 족보를 타려는 한국인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에 입학했다가 의대로 방향 갈아타서 반수를 준비한다는 공대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MBTI보다는 하야부사2를 성공시킨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공통가치’에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에 관심가져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p.s 어렸을 때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우주선을 기차 모양으로 상상하는 구나, 라고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신칸센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연결된 만화려니 했던 것 같다. 이후 역사를 배우고 나서는 으스스하기도 했다. 일장기와 사방팔방으로 빨갛게 뻗어나가는 일본제국의 욱일기를 떠올려보자. 일본을 상징하는 해가 철도를 통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이는 욱일기는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야욕이 느껴지는 상징물이다. 우주산업 자체가 냉전이데올로기에서 태어난 전쟁산업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니 저 은하철도로 뻗어나가는 999 기차가 과연 철이가 엄마찾는
용이었겠느냐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너무 오바했다. 인정한다. 질투심이 불러일으킨 망상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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