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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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사용하게 될 일본의 1만엔 지폐의 얼굴이며, ‘주판을 든 무사’(p.7)라는 별명을 가진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이야기다. 저자가 시부사와 에이이치라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들어가며’에 써 있다.
“2006년 11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대국굴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년간 세계 문명을 선도하던 중국이 왜 1500년 전후로 몰락했는가. 반면 서양과 일본은 어떻게 정치, 과학, 상업, 문화를 발전시켜 강대국이 됐는가,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9개 나라의 흥망성쇠로 살펴본”(p.5) 다큐를 방송한 것에 대해 신현암 저자는 주목한다.
나는 이 다큐의 목적 부분을 읽으며 <총, 균, 쇠> 프롤로그에 나왔던 얄리의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견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라고 물었던 얄리에게 대답하기 위해 쓰였다는 <총, 균, 쇠>. 중국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일본을 미워하지만, 얄리와 같은 질문을 통해 도약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대국스타일이라 한 나라로는 성에 안찼는지 아홉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투브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이 <대국굴기> 다큐멘터리의 “43분 정도의 일본 편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나오”(p.7)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시부사와 에이이치이다. “메이지 시대의 변혁기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자본주의를 토대부터 세운 인물”(p.7)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근대와 현대를 이은 ‘논어와 주판’의 저자이다.

인물도 흥미로웠지만, 일본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저자님 덕분에 정말 호로록 읽혔다. 내가 이토 히로부미 같은 매우 유명한 사람 빼고는 잘 모르는 일본 무식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시듯(강연하듯이?) 쓰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기본적 마인드가 상인이기에 이윤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업수단도 있는 사람이지만, 상업에 대한 자기 생각이 뚜렷했고, 성실한 사람을 인재로 생각하고 자본을 빌려주는 사람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청부론(깨끗한 부자)을 주장하며 베푸는 스타일이었다. 그 바탕에는 논어의 가르침이 있었다.(사실 요부분에 이르렀을 때 중국이 왜 대국굴기 여섯 나라 중 일본을 넣었는지 이해함) 그의 저서 제목을 보자. ‘논어와 주판’이다. 주판으로 돈을 벌더라도 논어의 정신이 주판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그의 경영론이 이 책 제목에서 엿보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만엔 권의 인물이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일본의 8대 재벌도 등장한다. 그 중 야스다 젠지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야스다는 ‘막대한 부를 일구고도 부호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편지를 남긴 테러리스트에게 목숨을 잃는다. 시부사와는 그에 대해 “경제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공자를 좀 더 공부했더라면, 더욱 큰사람이 되었을 것이다”(p.183)라고 썼다. 아베시절, 국가에서 그렇게 돈을 뿌려댔지만(물론 코로나도 한몫) 아직도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일본관련 뉴스를 본다. 이때 구두쇠라는 야스다가 떠오른다. 은행도 못믿고 집 장판 밑에, 장롱에 숨겨둔다는 그들의 돈다발을 두 손 가득 쥐고, 침몰 중인 일본이 보인다. 국가주도 정책이나 올라갈 곳 없는 청년들 열정페이가 아닌, 고령화사회의 주된 자본가들의 생각이 바뀌길 바라는 현재 일본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느껴진다. 나는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던 송해 할아버지를 닮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얼굴이 그려진 만엔이 과연 예전과 똑같이 그들의 집장판 밑이나 장롱에 들어가서 썩을지, 순환될지를.

일본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부터, 일본학과 대학생에게 추천한다. 또 일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싫어하는 건 자유지만 알고 싫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면 무시하기 힘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도 있는 나라다. 뭐니뭐니해도 매출만을 생각하는 모든 오너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분들에게 논어를, 아니 이 책을 꼬옥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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