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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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짧은 우주지식은 허블과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좀 더 멀리 보게 됐다는 소식이나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보이저호 정도다. 미국은 일찍이 우주산업을 민간에 넘겨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자본을 뒷받침한 기업들이 뻑하면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고,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유럽은 그들의 유니언에서 뺏길세라 쏘아댄다는 정도?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우주 강국인지는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첫 번째 하야부사는 ‘매’라는 뜻으로 세계최초로 이토카와 소행성 시료 채취에 성공했고, 이것을 개량한 후계기가 바로 하야부사2이며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하야부사2로 2020년 11월에 발간됨) 소행성 ‘류구’를 향한 하야부사2는 설계단계와 개발, 그리고 발사, 비행과 훈련, 착륙, 그리고 류구의 미립자를 담은 캡슐을 2020년 12월, 지구로 귀환시켰다. 현재 하야부사2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향해 아직도 여정 중에 있고 지구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인 츠다 유이치는 2003년 발사한 하야부사 미션에 참여했던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사가미하라 우주관제센터의 일원이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 어느 부분에서도 러시아 사람이름이나 미국회사의 기술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과 미지에 대한 도전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하야부사2와 같은 탐사 미션이 주는 흥미로움은 탐사의 성과보다 고난에 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도전의 과정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다.(...)
도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제약에 대한 도전, 또 하나는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후자는 애초에 원리가 파악되지 않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모르는 세계를 어떻게 앎의 세계로 바꾸느냐에 관한 것이다. 인류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답하는 행위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것은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인류의 공통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하야부사2를 통해 하나가 되었고, 전 세계가 하야부사2의 성과를 칭찬했다” (p.262) 일본인들만의 순수기술과 그들의 아이디어만으로 하야부사2에게 닥친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츠다 유이치의 서술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이 책을 읽는 일본인이라면 일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스고이함을(우리에겐 국뽕이 차오른다는 표현이 딱인데)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야부사2가 류구에서 펼친 활동 가운데 미지에 대한 도전과 그 성공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수두룩하다. 개인도 조직도 항상 현실이란 굴레에 얽매여있다 그 굴레가 순수한 도전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용의주도하게 그 굴레를 끊어내고 “진정한 도전을 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마음을 견지했다. 그래서 도전했고, 그리고 성공했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크게 공헌한 점은 ‘미지에 대한 도전’으로 가는 입구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 아닐까 한다.“(pp.263-264)
미지에 대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재 만들어진 구름사다리 족보를 타려는 한국인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에 입학했다가 의대로 방향 갈아타서 반수를 준비한다는 공대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MBTI보다는 하야부사2를 성공시킨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공통가치’에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에 관심가져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p.s 어렸을 때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우주선을 기차 모양으로 상상하는 구나, 라고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신칸센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연결된 만화려니 했던 것 같다. 이후 역사를 배우고 나서는 으스스하기도 했다. 일장기와 사방팔방으로 빨갛게 뻗어나가는 일본제국의 욱일기를 떠올려보자. 일본을 상징하는 해가 철도를 통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이는 욱일기는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야욕이 느껴지는 상징물이다. 우주산업 자체가 냉전이데올로기에서 태어난 전쟁산업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니 저 은하철도로 뻗어나가는 999 기차가 과연 철이가 엄마찾는
용이었겠느냐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너무 오바했다. 인정한다. 질투심이 불러일으킨 망상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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