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 은퇴자가 사는 법 - 일본 은퇴 선배들의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김웅철 지음 / 부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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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은퇴자가 사는 법
일본 은퇴 선배들의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요즘들어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수명연장의 꿈은 이루어졌고, 그래서 일본에서는 관리만 잘하면 120세가 아니라 150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나와는 무관한 이야긴가 싶다가도 역세권에 한번 나가보면 병원이 참 많음을 실감한다. 직접 방문하면 대기시간도 길다. 우리나라도 150세인생 멀지 않았다. 재활의료기기나 임플란트 쪽 주식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의 무병장수의 꿈은 정말 멀지 않은 것 같다. 건강검진만 꾸준히 받는다면 하드웨어쪽 장수는 확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전에 없던 나이를 살아가야하는 대다수의 초고령인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 첫걸음에 관한 책, <초고령사회 일본 은퇴자가 사는 법>을 소개한다.

최근에 알게 된 분이 현재 퇴직연수 중이라고 하셨다. ‘퇴직연수’라는 단어를 듣고는 ‘회사가 어디세요?’를 묻고 싶었지만 프라이버시가 있어 묻지는 못했다. 하지만 매우 좋은 복지시스템으로 보였다. 청년층을 생각하면 지금의 퇴직 나이가 적당하지 모르지만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금은 사실 ‘퇴직’은 각가정마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분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중이라며 그 중 하나로 독서에 매진하셨고, 토론활동에도 열심히셨다. 건강해보이셨다. 나도 그 나이에는 저분처럼 멘탈이 건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이 분처럼 건강하게 은퇴를 맞이하는 법에 대해 1부, 2부에서 다루고 있다.
“1부 미래 - ‘은퇴’가 아닌 ‘데뷔’의 시간이다”, 와 “2부 일 - 100세 시대, ‘평생 현역’으로 산다”에서는 은퇴를 앞둔 사람의 멘탈케어를 해준다. 은퇴가 인생의 후반부나 낙엽처럼 우울하게 남은 여생을 기운없이 지낼 일이 아니라, 인생 2회차를 맞이해서 ‘데뷔’와 ‘평생 현역’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시니어 인사이트’라고 해서 ‘당신의 은퇴력 점수는 얼마인가’, 또는 ‘시니어의 꿈’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주어진다.
“3부 돈 - 당신은 ‘은퇴 부자’인가 ‘은퇴 빈민’인가”에서는 사실 은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해하는 자산관리를 배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험한 신앙, 자녀 교육의 함정에서 벗어나라”라는 부분이 와닿았다. “4부 관계 - 새로운 인연이 새로운 인생을 선물한다”를 읽으며 사실 가장 가까운 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과 새로운 만남에 도전할 것을 조언한다. “5부 일상 - 나이 들수록 더 행복해지는 비밀”에서는 “취미 모임 내 인간관계는 절대 수평을 유지한다”(p.210)와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한 철칙 7개조”(p.226) 등 마구 줄치며 읽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당신의 마음 나이는 몇 살인가'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먹는 나이만큼 마음을 다스리라는 이야기는 늘 들린다. 남이 보는 나의 나이가 아닌 내 마음이 정하는 마음나이로 살아보는게 훨씬 중요해보인다. 나는 이 책이 은퇴에 대해 중간 점검해볼만한 검사지로 느껴졌다. 일반 회사의 퇴직이 빨라지고 있는 요즘, 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마흔이 적당한 시간이다. .은퇴라는 인생후반부를 반갑게 맞이하기 위한 이 책, 마흔 넘은 분들에게 혹은 은퇴에 대해 회피보다는, 가볍게라도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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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도둑 -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100가지 카피 공략집
석윤형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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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도둑 COPY THIEF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100가지 카피 공략집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파블로 피카소

이 책의 표지를 보면 COPY라는 알파벳이 위로도, 아래로도 여러 개 겹쳐있다. 오리지널 카피의 변형으로도 보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법 중 반복, 대비, 반전, 중의어 병렬 혹은 시각화, 오마주, 패러디, 늘이기로 보이기도 한다. 책 제목의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카피도둑>을 소개한다.
현재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HFK의 파트너로, 취업 스쿨 제로 베이스의 카피라이팅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카피라이터 석윤형 저자의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 ‘카피를 훔치고 싶은 당신에게’에서

“저는 카피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거장의 어깨를 딛고 올라가 그 너머를 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선인들의 성취를 훔쳐 제 것으로 만들고 저만의 길을 새로 내겠다는 꿈을 꾸면서 카피를 모으고 기법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피를 분류해야 카피가 왜 좋은지 알 수 있고, 카피가 왜 좋은지 알아야 단순히 모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훔칠 수 있고, 카피를 완벽하게 훔쳐 내 것으로 만들고 나서야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pp.6-7)

라며 모방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당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레토릭rhetoric 즉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학문”(p.18)으로 브랜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카피라이팅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상법을 담은 기존의 카피라이터들의 책과는 선을 그으며 저자는 그렇게 수사학적인 설득 기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카피들을 일단 모은다. 히트친 카피들을 분류하다 보니 그 카피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레임을 깨야만했다. “재밌는 생각을 발견하려고 생각의 방향을 역행”(p..68)하기도 했다. 또 오마주, 패러디처럼 다른 곳에서 카피를 빌려오기도 하고(이 부분 때문에 제목이 ‘카피도둑’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입체적인 구조로, 리듬감있게 혹은 키워드를 이용해서 눈길을 끄는 광고를 만들기 위한 구조로 쌓기도 했다. 그렇게 모아온 저자의 카피들을 탐구하고 분해해낸 기법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나같으면 동종업자면 이런 건 그야말로 소듕한 족보라 타인에게 안넘겨줄텐데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이 저자는 좋은 선배인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3장 ‘무언가의 힘을 빌려라’에서 같은 말을 다른 뜻으로 반복하는 중의어 병렬의 카피들이 재밌었다. “건성건성 말려도 속건성이라 빨리 말라요”, “활력 원해? 홍삼원 해!”(p.129) 말장난이기도 하고 아재개그로도 많이 쓰이는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나이는 못속이는구나’라는 생각이.. 그러고보면 이 기법마다 먹히는 나이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기에 최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획서를 쓴다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제목을 뽑고, 홍보문장을 창조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제목과 한 문장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100가지 기법에 대해 한 수, 아니 백 수 배웠다. 앞으로 글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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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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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이 책은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p.11)살펴봄과 동시에 열 여덟명의 한국여성학회 회원들이 함께 썼다.

최근 교육청에서 딥페이크 관련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피해 신고가 교육청에 줄을 잇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일상과 사진, 영상물을 보며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그런 영상물의 기술 중 하나인 딥페이크를 가벼운 장난으로 인식하는 점이 문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큰 피해와 상처를 받게 된다. 재미로 던진 작은 돌이 아니라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야 하는 상황이나, 교육청에서는 딥페이크 시청 및 소지에 대한 처벌기준 자체가 없다고 한다. 주로 피해자는 여학생이나 서열에서 밀린 남학생들이다. 한때는 같은 유치원을 다녔을지도 모를, 아는 친구에게서 받은 혐오와 폭력은 앞으로 피해 학생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알던 사람을 믿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대면하며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영화연구자, 여성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여성 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1부.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에서는 제목 그대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여성을 향한 혐오와 폭력들이 커져가는 문제들을 다룬다. 그 예로 메갈색출에 대한 담론과 딥페이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부. 디지털 사회 속 여성주의 지식을 생산하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존재하는 IT업종 속 문제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에서는 능력주의와 젠더가 만나 발생하는 갈등과 여성의 몸을 수익화하고 자본화하는 대상에 대해 썼다.

우리 사회에 내면화되어 있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더 나아가 메갈 색출에 대한 문제는 내게는 매우 쓴 맛으로 읽혔다.

“메갈 색출의 주장은 젠더 정치와 민주적 권리의 문제를 시장 거래의 문제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구매한 상품에 대한 합당한 편익을 얻지 못하고 소비자 지위를 무시당하고 여성혐오자로 몰려 상처 입은 피해자에 남성을 위치시키고자 했다. 소비자 운동은 거대 자본인 생산자(기업)에 비해 소비자가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저항적 정치로 발전했다.(pp.64-65)
발췌문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 젠더갈등은 경제적, 사회적인 다양한 얼굴로 바뀌어 언제 어디서든 위협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이것은 결국 정치적인 일이다. 이런 정치로 번진 논쟁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무관심으로 이끌고 상호연결관계를 흐리는 일로의 결말이 보며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해시태그 연결 행동은 사회운동의 대안적 모델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과거의 시민 행동 모델과 달리 특정한 거점이나 확고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활동가 단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의제에 대한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p.125)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셜 미디어의 해시태그 하나의 가치로 읽혔다.

N번방이 터진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올해 초, 서울대 N번방 사건이 터졌고, 지난 10월, 사건의 주범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되었다. 나는 이들이 서울대생이었기에 징역을 이 정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익명성에 숨을 수 있는 이 디지털 시대에 이런 엔딩은 매번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논의가 더욱 더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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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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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한국 교육 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p.4) 소설가 14인의 시선이 담겼다.
나는 이 소설을 읽기 전, 우리사회의 병폐를 바로잡기에 한국소설은 항상 뒷북을 친다고 생각했다. 빨리 쓰이는 소설은 시의적인 사회성을 담아 한 때의 유행가처럼 휘발되고, 반대로 오래 걸려 쓰인 소설은 이미 세상이 다음 단계에 진입했는데 뒷북을 치며 쉬어터진 김치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장강명 작가의 “살아있는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 책 속 '기획의 말'을 읽으며 그런 나를 반성했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작가를 통해 그동안 책에서만 읽어봤던 예술의 힘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어서일까?) “나는 저 혼란스러운 질문들을 마주하는 것,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당대를 다루는 작가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살아 있는 작가에게는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그의 시대가 있고,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그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겪게 된다 바로 그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쓸 때 그의 글에서 단순한 생생함 이상의 어떤 불꽃이 튀는 것 같다.”(p.8)는 장강명 작가님의 문장을 읽으며 ‘살아있는 소설가’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조망하는 시선을 함께 하는 것, “저희가 본 것을 같이 봐주시고, 함께 괴로워해주십시오.”(p.9) 이 것이 ‘살아있는 독자’의 일이란 생각을 해본다.

사실 한국 교육에 대해서 그간 아이돌들이 힘써주었다. 그 중 ‘교실 이데아’가 상징적이지만 난 개인적으로 ‘시대유감’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라고 노래하다가 심의에 걸렸던 1996년도의 서태지 노래를 듣고 자란 어른들. 그들이 자식 세대에게 보여주는 여전한 시대유감이 이 열 네 편의 소설에 담겼다. 서태지의 노래를 들으며 열광하던 그들은 이 소설 속에서 부모가 되어 자식교육농사라는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다.(나 역시 어제 애 레테를 보고 온 사람으로 다르지 않다)

"너 과학 약하잖아. 정작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건 제대로 외우지도 못하면서 자작나무니, 동박새니, 물오리니, 왜 그런 쓸데 없는 거나 알고 있는 거니? 과외 선생이 그딴 거나 가르치디?(p.164)"

"가난하고 게으르고 약한 것들과는 어울리지 말라 하셨죠.(p.164)"

<지옥의 문> 한 구절이다.

수능시험 하나를 위해 달려가는 오늘날의 교육 제도 안의 아이들이 너무도 불행해 보인다. 나 역시 이 터널을 지나왔기에 그 시간이 얼마나 개미지옥인지 잘 알지만 그 시간을 버티고 최종 수능시험 고득점자만이 갈 수 있는, 저 높은 곳으로 내 자식을 보내기 위한, 이 넌제로썸 게임에 한국에 거주하는 그 누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지옥에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제 자식을 밀어넣는 부모를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지난 주에 수능시험이 끝났다. 내년도, 그리고 2025년 개정된다고는 하지만 내후년에도 매년 계속될 수능이라는 목줄은 어떻게 해야 끊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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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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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호주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연구 웹진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을 매년 네 차례씩 발간하는”(p.20) 등, 활발한 활동 중인 이반 프란체스키니와 니콜라스 루베르 공저의 책 <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를 소개한다.
머리말에서, 그동안 중국을 어떻게 보아왔는지에 대한 관점 세 가지에 대해 쓰고 있다.
첫번째는 본질주의적 관점으로 반공적인 시각이다. 두 번째는 산파술적 접근법인데 이는 시간을 두고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구 소련과 동독이 이런 자유의 물결 속에 무너졌기에 중국에도 이 프레임이 유효할 것이라 생각한 관점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시진핑 이전 시대와는 어느정도 맞았으나 이후 ’전랑외교‘와 일대일로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중국이 지구 공동체의 ’정상적인‘구성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면서”(p.30) 빛을 잃었다. 세 번째는 ’그쪽이야말로주의‘로 “중국에 대한 모든 비판을 위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p.31)는 관점이다. 무언가를 비판하면 그것과 상관없는 더 큰 단점을 들고와서 대응하는 식을 말한다. 이 비판적 접근은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무관심을 조장하고 상호연결관계를 흐리게 만들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세가지 프레임 외의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는 연구가 바로 이 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총 다섯 장의 테마-노동, 디지털, 신장 인권 문제, 일대일로, 학계의 점령-을 통해 그동안 타자로 간주되어 온 중국을 “외부에 존재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적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p.171)를 보여준다.

나는 1장과 2장이 인상적이었는데 1장 노동 부분을 읽으며 그저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태그를 단 물건들을 시장에서 살 때 6.25때 인해전술로 미군도 못막은 중공군을 떠올리며 값싼 노동력도 많은 나라겠거니 치부했던 나를 반성했다. 중국의 노동 현장에서 최악의 과잉착취의 예로 대만의 폭스콘을 든 부분이 있다. 이 글로벌 기업은 중국에서 약 10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소외된 노동환경으로 2010년에만 18명의 노동자들이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들은 공동 시설에서 생활했기에 자신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소속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라도 가졌지만 오늘날의 신경제(New Economy)시대에 “불가능한 노동 리듬에 종속되어 있는 배달 노동자들”(p.70)이나 플랫폼 디지털 경제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노동하는 부문의 구조로 인해 원자화되어 있다”(p.71)라며 암울하게 바라본다. “중국뿐만 아니라 신경제가 예고하는 멋진 신세계 속에서 노동이 처한 곤경을 더 잘 보여줄 뿐이다.”(p.72)라는 문장에서 소름 한번 돋았다. 중국의 노동에 대한 부분을 읽었는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봐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본질주의적 관점의 오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2장의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읽으면서는 2019년 보안을 이유로 미국에서는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블래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한 사건이 떠올랐다. 사실, 내 입장에서 중국이 쏘아대는 위성이나 일론 머스크가 쏘아대는 위성이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저자는 사회적 신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나간다. <1984>가 과연 중국에서 일어날 것인가, 나도 궁금하다.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 관련 국제조사 요구로 중국에 팔 소와 와인이 얼마치인데 당당하게 요구하던 이슈를 보며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호주의 철광석을 사들이는 1등 손님이 중국이라는 것과 그 당시 호주 총리가 반중성향의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음을 고백한다. 2022년에는 ‘대중국 관계 개선’에 우호적인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당선되면서 양국간의 긍정적 변화에 물살을 타고 있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여서 동등할 수 있었던 호주의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균형외교를 보며, 가진 것 없는 우리나라의 빈 주머니를 털어보았을 뿐이다.(나오는 것은 광화문에서 흔들다 남은 성조기? 특정세대를 뭐라 하는 건 아니고, 총선때마다 반중정서라는 쇼비니즘에 기댄 여야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보에 대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시장경제 체제나 반공주의를 넘어선 호주의 중국연구센터 교수 둘이 공동집필한 이 책을 보며 호주의 균형외교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음을 단박에 이해하게 되었다. 호주보다도 중국에 훨씬 더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은 우리나라입장에서부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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