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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이 책은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p.11)살펴봄과 동시에 열 여덟명의 한국여성학회 회원들이 함께 썼다.
최근 교육청에서 딥페이크 관련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피해 신고가 교육청에 줄을 잇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일상과 사진, 영상물을 보며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그런 영상물의 기술 중 하나인 딥페이크를 가벼운 장난으로 인식하는 점이 문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큰 피해와 상처를 받게 된다. 재미로 던진 작은 돌이 아니라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야 하는 상황이나, 교육청에서는 딥페이크 시청 및 소지에 대한 처벌기준 자체가 없다고 한다. 주로 피해자는 여학생이나 서열에서 밀린 남학생들이다. 한때는 같은 유치원을 다녔을지도 모를, 아는 친구에게서 받은 혐오와 폭력은 앞으로 피해 학생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알던 사람을 믿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대면하며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영화연구자, 여성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여성 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1부.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에서는 제목 그대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여성을 향한 혐오와 폭력들이 커져가는 문제들을 다룬다. 그 예로 메갈색출에 대한 담론과 딥페이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부. 디지털 사회 속 여성주의 지식을 생산하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존재하는 IT업종 속 문제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에서는 능력주의와 젠더가 만나 발생하는 갈등과 여성의 몸을 수익화하고 자본화하는 대상에 대해 썼다.
우리 사회에 내면화되어 있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더 나아가 메갈 색출에 대한 문제는 내게는 매우 쓴 맛으로 읽혔다.
“메갈 색출의 주장은 젠더 정치와 민주적 권리의 문제를 시장 거래의 문제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구매한 상품에 대한 합당한 편익을 얻지 못하고 소비자 지위를 무시당하고 여성혐오자로 몰려 상처 입은 피해자에 남성을 위치시키고자 했다. 소비자 운동은 거대 자본인 생산자(기업)에 비해 소비자가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저항적 정치로 발전했다.(pp.64-65)
발췌문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 젠더갈등은 경제적, 사회적인 다양한 얼굴로 바뀌어 언제 어디서든 위협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이것은 결국 정치적인 일이다. 이런 정치로 번진 논쟁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무관심으로 이끌고 상호연결관계를 흐리는 일로의 결말이 보며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해시태그 연결 행동은 사회운동의 대안적 모델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과거의 시민 행동 모델과 달리 특정한 거점이나 확고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활동가 단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의제에 대한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p.125)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셜 미디어의 해시태그 하나의 가치로 읽혔다.
N번방이 터진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올해 초, 서울대 N번방 사건이 터졌고, 지난 10월, 사건의 주범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되었다. 나는 이들이 서울대생이었기에 징역을 이 정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익명성에 숨을 수 있는 이 디지털 시대에 이런 엔딩은 매번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논의가 더욱 더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