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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도둑 -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100가지 카피 공략집
석윤형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카피도둑 COPY THIEF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100가지 카피 공략집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파블로 피카소
이 책의 표지를 보면 COPY라는 알파벳이 위로도, 아래로도 여러 개 겹쳐있다. 오리지널 카피의 변형으로도 보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법 중 반복, 대비, 반전, 중의어 병렬 혹은 시각화, 오마주, 패러디, 늘이기로 보이기도 한다. 책 제목의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카피도둑>을 소개한다.
현재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HFK의 파트너로, 취업 스쿨 제로 베이스의 카피라이팅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카피라이터 석윤형 저자의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 ‘카피를 훔치고 싶은 당신에게’에서
“저는 카피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거장의 어깨를 딛고 올라가 그 너머를 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선인들의 성취를 훔쳐 제 것으로 만들고 저만의 길을 새로 내겠다는 꿈을 꾸면서 카피를 모으고 기법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피를 분류해야 카피가 왜 좋은지 알 수 있고, 카피가 왜 좋은지 알아야 단순히 모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훔칠 수 있고, 카피를 완벽하게 훔쳐 내 것으로 만들고 나서야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pp.6-7)
라며 모방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당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레토릭rhetoric 즉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학문”(p.18)으로 브랜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카피라이팅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상법을 담은 기존의 카피라이터들의 책과는 선을 그으며 저자는 그렇게 수사학적인 설득 기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카피들을 일단 모은다. 히트친 카피들을 분류하다 보니 그 카피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레임을 깨야만했다. “재밌는 생각을 발견하려고 생각의 방향을 역행”(p..68)하기도 했다. 또 오마주, 패러디처럼 다른 곳에서 카피를 빌려오기도 하고(이 부분 때문에 제목이 ‘카피도둑’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입체적인 구조로, 리듬감있게 혹은 키워드를 이용해서 눈길을 끄는 광고를 만들기 위한 구조로 쌓기도 했다. 그렇게 모아온 저자의 카피들을 탐구하고 분해해낸 기법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나같으면 동종업자면 이런 건 그야말로 소듕한 족보라 타인에게 안넘겨줄텐데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이 저자는 좋은 선배인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3장 ‘무언가의 힘을 빌려라’에서 같은 말을 다른 뜻으로 반복하는 중의어 병렬의 카피들이 재밌었다. “건성건성 말려도 속건성이라 빨리 말라요”, “활력 원해? 홍삼원 해!”(p.129) 말장난이기도 하고 아재개그로도 많이 쓰이는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나이는 못속이는구나’라는 생각이.. 그러고보면 이 기법마다 먹히는 나이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기에 최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획서를 쓴다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제목을 뽑고, 홍보문장을 창조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제목과 한 문장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100가지 기법에 대해 한 수, 아니 백 수 배웠다. 앞으로 글쓰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