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6년부터 호주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연구 웹진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을 매년 네 차례씩 발간하는”(p.20) 등, 활발한 활동 중인 이반 프란체스키니와 니콜라스 루베르 공저의 책 <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를 소개한다.
머리말에서, 그동안 중국을 어떻게 보아왔는지에 대한 관점 세 가지에 대해 쓰고 있다.
첫번째는 본질주의적 관점으로 반공적인 시각이다. 두 번째는 산파술적 접근법인데 이는 시간을 두고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구 소련과 동독이 이런 자유의 물결 속에 무너졌기에 중국에도 이 프레임이 유효할 것이라 생각한 관점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시진핑 이전 시대와는 어느정도 맞았으나 이후 ’전랑외교‘와 일대일로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중국이 지구 공동체의 ’정상적인‘구성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면서”(p.30) 빛을 잃었다. 세 번째는 ’그쪽이야말로주의‘로 “중국에 대한 모든 비판을 위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p.31)는 관점이다. 무언가를 비판하면 그것과 상관없는 더 큰 단점을 들고와서 대응하는 식을 말한다. 이 비판적 접근은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무관심을 조장하고 상호연결관계를 흐리게 만들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세가지 프레임 외의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는 연구가 바로 이 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총 다섯 장의 테마-노동, 디지털, 신장 인권 문제, 일대일로, 학계의 점령-을 통해 그동안 타자로 간주되어 온 중국을 “외부에 존재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적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p.171)를 보여준다.

나는 1장과 2장이 인상적이었는데 1장 노동 부분을 읽으며 그저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태그를 단 물건들을 시장에서 살 때 6.25때 인해전술로 미군도 못막은 중공군을 떠올리며 값싼 노동력도 많은 나라겠거니 치부했던 나를 반성했다. 중국의 노동 현장에서 최악의 과잉착취의 예로 대만의 폭스콘을 든 부분이 있다. 이 글로벌 기업은 중국에서 약 10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소외된 노동환경으로 2010년에만 18명의 노동자들이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들은 공동 시설에서 생활했기에 자신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소속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라도 가졌지만 오늘날의 신경제(New Economy)시대에 “불가능한 노동 리듬에 종속되어 있는 배달 노동자들”(p.70)이나 플랫폼 디지털 경제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노동하는 부문의 구조로 인해 원자화되어 있다”(p.71)라며 암울하게 바라본다. “중국뿐만 아니라 신경제가 예고하는 멋진 신세계 속에서 노동이 처한 곤경을 더 잘 보여줄 뿐이다.”(p.72)라는 문장에서 소름 한번 돋았다. 중국의 노동에 대한 부분을 읽었는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봐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본질주의적 관점의 오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2장의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읽으면서는 2019년 보안을 이유로 미국에서는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블래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한 사건이 떠올랐다. 사실, 내 입장에서 중국이 쏘아대는 위성이나 일론 머스크가 쏘아대는 위성이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저자는 사회적 신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나간다. <1984>가 과연 중국에서 일어날 것인가, 나도 궁금하다.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 관련 국제조사 요구로 중국에 팔 소와 와인이 얼마치인데 당당하게 요구하던 이슈를 보며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호주의 철광석을 사들이는 1등 손님이 중국이라는 것과 그 당시 호주 총리가 반중성향의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음을 고백한다. 2022년에는 ‘대중국 관계 개선’에 우호적인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당선되면서 양국간의 긍정적 변화에 물살을 타고 있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여서 동등할 수 있었던 호주의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균형외교를 보며, 가진 것 없는 우리나라의 빈 주머니를 털어보았을 뿐이다.(나오는 것은 광화문에서 흔들다 남은 성조기? 특정세대를 뭐라 하는 건 아니고, 총선때마다 반중정서라는 쇼비니즘에 기댄 여야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보에 대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시장경제 체제나 반공주의를 넘어선 호주의 중국연구센터 교수 둘이 공동집필한 이 책을 보며 호주의 균형외교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음을 단박에 이해하게 되었다. 호주보다도 중국에 훨씬 더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은 우리나라입장에서부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