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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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오리진>에 이은 인간 삼부작의 마지막 시리즈, <인간이 되다>는 영국의 웨스트민스터대학 과학 커뮤니케이터 교수인 루이스 다트넬이 썼다.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해부학과 유전학, 생화학, 심리학의 고유한 측면들은 인류의 역사에 깊고도 놀라운 방식으로 그 흔적을 남겼”다며 “인간을 정의하는 특징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이야기를 살펴보려”(p.21)한다.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는 꼭 쥔 두 주먹이 안쓰러울 정도로 무기력하다. 할 줄 아는 것은 빠는 것과 우는 것 뿐이다. 털을 가지고 태어난 다른 포유류와 달리 맨 몸에, 성장과정 마저 길다. 이런 유인원이 “진화의 요람인 아프리카에서 사방으로 이주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한 육상 동물이 되었다.”(p.14) 저자에 따르면, 사피엔스의 이러한 성공신화 뒤에는 뇌와 몸이라는 두 가지, “우리의 복잡한 뇌는 진화의 경이로운 산물이고, 우리의 몸은 공학의 경이로운 산물”(p.11)이 존재한다. 사피엔스 개개인의 능력은 연약하나 언어를 통한 공동체의 힘은 위대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와 부모와 동료에게서 배울 수 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세대는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우리 문화는 누적적 특성이 있어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능력을 축적하게 되었다.”(p.11) 석기를 다루던 우리의 조상은 현재 AI와 우주선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결함이 있다.”(p.12) 음식물이 목에 걸려 죽기 쉬운 존재라는 것, 직립보행은 무릎에 큰 부담이며, 더 이상 쓸모 없는 근육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얻으려면 나머지 동물들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게다가 커피와 담배, 알콜을 달고 사는 우리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우리 뇌는 완벽한 합리적 사고 기계와는 거리가 멀고, 인지 결함과 버그가 넘쳐난다. 우리는 또한 충동적 행동을 초래하는 중독에도 취약하며, 그 결과로 가끔 자기 파멸의 길을 걷는다.”(p.12) 여기에 우리의 유전 부호 오류나 정신적 소프트웨어에 존재하는 버그라는 결함으로 생기는 인지 편향으로 전쟁 같은 역사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음을 이 책에서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잠시 소름돋는다. 하지만 머리말 마지막에서 “어떻게 인류는 점점 커져가는 집단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공동의 모험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p.22)라고 맺는데, 뭔가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저자의 관점이 느껴지며 소름이 (아주 조금) 가라앉는다.

* <총, 균, 쇠>의 최신버전을 읽고 싶은 이들이나, <사피엔스>를 좀 더 과학적인 설명으로 듣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의 진화론이 우리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최근 읽은 <유전자 지배사회>가 진화론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거쳤다면, 이 책은 생물학으로 바라본 인류의 빅히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1장에 나오는 ‘간접적 호혜성’부분을 읽으며 이 부분에 대해 완전 부정적으로 본 <유전자 지배사회>의 저자가 떠오르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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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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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포스트 AI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한달 전인가, 나는 ChatGPT에게 백내장을 앓지 않았다면 그렸을 모네의 ‘수련’을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AI가 그린 그림을 보며 신기하긴 했지만 감동을 느낄 순 없었다. 직관적이고, 뭔가 촌스러웠다. 한 마디로 창의적이지 않았다. 내가 말년의 모네 작품인 ‘수련’을 보며 느낀 건, 모네가 백내장이라는 걸림돌을 오히려 렌즈삼아 그려낸,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그림을 보고느낀 감동이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현재 거품이 잔뜩 낀 AI를 느끼며 이 책을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박주용씨는 KAIST 문화 기술대학원 교수로, 문화물리학이라는 특이한 전공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의 전공, ‘문화물리학’을 한참 동안 갸우뚱하며 들여다보았다. 문화와 물리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융합되어있는 이 전공이 신기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문화와 물리라는 단어가 붙어있기에 창의성이라는 시너지를 결과값으로 얻었구나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인 아이를 기르며 자주 들을 수 있었으나 뭔지는 몰랐던 단어, ‘융합’에 대해 이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해주는 저자의 전공, 문화물리학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특화된 장르가 SF였구나 하는 생각도 이 책을 통해 들었다. 인문학적인 상상을 과학이라는 기술로 미래를 미리보기 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SF팬인 한 명으로서, 저자님이 SF, 듄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더 끌린 면도 있다. 영화든, 소설이든, SF 소설가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 중, 30년 근미래내에 약 70% 정도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을 어디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스타워즈’의 3PO는 오늘날의 커피 뽑아주는 서비스직 로봇으로, R2T2는 청소용 로봇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 로봇들은 작가들의 상상으로부터 태어나 글로 표현되고 과학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져 오늘날 팔리고 있는 제품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바로 앞 문장에서 SF 작가들의 무질서의 모서리에서 태어난 상상이 글로 표현되어 과학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지는 연결고리가 ‘창의’라고 읽힌다. 우리가 알고 있던 ‘창의성’과 ‘과학’의 새로운 정의를 이 책에서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창의성에서 태어나는 것들이 우리의 미래임을 이야기하는, 문화물리학자로서의 긴 여정이 읽혔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는, 입력 장치가 고장난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흔이 넘어가서 주역을 잡는 사람을 꽤 보았다. 하지만 나는 “주역보다 추천한다는”장강명 소설가의 말처럼, 나 역시 물리적이어서 공평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 든 사람이 되겠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새로운 노인이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주역 대신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을 키워주고 싶은 학부모들이 읽어도 좋겠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20~30대가 읽어도 좋겠지만 나처럼 새로운 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모터사이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찰랑거리는 파마머리의 저자님 강연, 한 번 꼭 들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생기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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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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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페이지 넘기자마자 등장하는 에피그라프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은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해 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 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이글이 1778년에 쓰인 박제가의 <북학의>의 한 부분이라는 것.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 요상한 것은 전통적이었구나! 하고 한 대 맞고 시작하는 책, <수능해킹>이다.

이 신묘한 제목의 책은 수능시험의 문제에 대해, 특히, 사교육의 지난 10년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수능시험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해뭐해단계에 진입한지 오래됐다. 이 책에서는 “사교육계의 수능 해킹과 평가원의 타협적 개입이 맞물리면서 수능의 난이도는 기형적으로 상승했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폐단은 더욱 심각”(p.22)하다며 이 책은 그러한 왜곡을 성립시키는 구조를 밝히고 문제상황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써있다. 이에 대한 논지는 네가지로,

a. 평가원의 타협적 개입으로 인해 수능이 비교육적이다 못해 반교육적인 시험이 되었다는 것
b. 사교육계의 수능 해킹이 만성화되면서 사교육 자체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바뀌었다는 것
c. 이러한 파행에서 공교육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
d. 사교육의 고도화가 전례없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1장에서는 a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사교육의 수능해킹이 가져다 준 것은 “등급 커트라인 조절에만 목매는 평가원과 고도화된 사교육 시스템, 그리고 수험생들의 악전고투”(p.22)다. 뭐하나 틀린 말이 없다. 백번 지당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평가원이 ‘쉬운 난이도’와 ‘높은 분별력’이라는 보조가 맞지 않는 두 날개”(p.32)를 단 딜레마에 대한 내용이다. 그 해법으로 난해한 주제와 개념어로 기선 제압을 시도한다. 수능시험을 잘 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발상과 논리를 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의 외주화”(p.57)(여기서는 유형에 익숙해져 문제풀이만을 반복하는 형태를 가리킨다)로 당연히 짧은 시간내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사고의 외주화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학생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떠나
“시험의 형식과 요구사항이 잘못된 인식을 유도하고 강제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인식은 학습 태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지요.”(p.84)라고 비판한다. 이 책에 한 수학과 조교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입생들이 그렇게 문제풀이집을 찾는다고 한다. 학생 때 내내 문제풀이를 들여다보며 문제를 풀었으니 문제풀이가 없는 문제의 접근 자체를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학생은 잘못이 없다. 그동안 해온 것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대학교의 내용을 사교육으로 배울 수도 없고, 이게 대체 무슨 사단인 것인가.
이 책임은 평가원이나 교육부 같은 공무원 조직만 받을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의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첨예한 문제의식으로부터 나온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내 아이만 입시를 넘기면 끝이 아니라 우리나라라는 “공동체의 지속을 염려하는 태도가 필요”(p.102)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한국판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느껴진다. 마이클 센델의 이 책 역시 서론을 미국의 2019년에 있었던 입시비리로 시작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몇몇 특권 계층이 입시브로커를 이용하여 자녀들을 아이비리그로 입학시킨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시브로커는 아니지만 그와 다를바 없는 사교육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렇게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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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과학 미스터리 1 - 뱀파이어의 비밀 : 피 국립과천과학관 어린이 과학 시리즈
이혜선 지음, 김완진 그림 / 상상아카데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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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과학 미스터리 ① 뱀파이어의 비밀』

- 국립과천과학관 최고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진짜 과학 이야기!
-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 동화가 무시무시한 공포물로 돌아왔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뱀파이어 이야기로 과학 상식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학습동화

국립과천과학관의 커뮤니케이터인 이혜선 저자님이 쓴 이 책은, ‘과학으로 귀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여름이면 찾아오는 귀신 이야기의 실체를 과학으로 밝혀보자!’를 목표로 과학관의 여름방학 납량 특집 전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괴물의 미스터리를 풀며 과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구성”하여 아이들이 호기심과 흥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단톡방이 있다. 그 중 한 분이 공유해주신 영상은 결국 "과학은 연계가 되어 있다"는 장* 일타강사님과의 인터뷰였다. 한국의 과학 교육과정은 초등과학에서 과학의 기초를, 그리고 중학교에서는 원리를, 고등학교에서는 응용을 배우도록 되어 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게 아니라  넓어진다고 표현하신게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가 자연이라 칭하는 세계에서의 보편적인 법칙을 찾기 위한 기초를 추상적인 개념어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단어들은 그저 자주 노출되어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다. 이왕이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식의 노출이 기초를 다져야하는 초등학생에게 알맞다. 그러니 이 책은 호기심을 키워줘야 하는 초등학생에게 권해주면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뱀파이어라는 미스터리를 가지고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더운 날씨에 긴바지와 긴팔을 입은 전학생 차시후의 정체를 파헤치는 호기심 많은 친구들은 혈액에 대해서, 햇빛 알러지나 체온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평범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쓰여있다.

“오싹오싹 과학 미스터리 시리즈는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들이 전설 속 괴물 ‘뱀파이어, 키메라, 좀비, 미라’를 소재로 쓴 어린이 과학 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의 과학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들이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오싹한 공포 이야기 속에 녹여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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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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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사용하게 될 일본의 1만엔 지폐의 얼굴이며, ‘주판을 든 무사’(p.7)라는 별명을 가진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이야기다. 저자가 시부사와 에이이치라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들어가며’에 써 있다.
“2006년 11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대국굴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년간 세계 문명을 선도하던 중국이 왜 1500년 전후로 몰락했는가. 반면 서양과 일본은 어떻게 정치, 과학, 상업, 문화를 발전시켜 강대국이 됐는가,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9개 나라의 흥망성쇠로 살펴본”(p.5) 다큐를 방송한 것에 대해 신현암 저자는 주목한다.
나는 이 다큐의 목적 부분을 읽으며 <총, 균, 쇠> 프롤로그에 나왔던 얄리의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견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라고 물었던 얄리에게 대답하기 위해 쓰였다는 <총, 균, 쇠>. 중국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일본을 미워하지만, 얄리와 같은 질문을 통해 도약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대국스타일이라 한 나라로는 성에 안찼는지 아홉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투브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이 <대국굴기> 다큐멘터리의 “43분 정도의 일본 편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나오”(p.7)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시부사와 에이이치이다. “메이지 시대의 변혁기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자본주의를 토대부터 세운 인물”(p.7)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근대와 현대를 이은 ‘논어와 주판’의 저자이다.

인물도 흥미로웠지만, 일본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저자님 덕분에 정말 호로록 읽혔다. 내가 이토 히로부미 같은 매우 유명한 사람 빼고는 잘 모르는 일본 무식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시듯(강연하듯이?) 쓰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기본적 마인드가 상인이기에 이윤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업수단도 있는 사람이지만, 상업에 대한 자기 생각이 뚜렷했고, 성실한 사람을 인재로 생각하고 자본을 빌려주는 사람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청부론(깨끗한 부자)을 주장하며 베푸는 스타일이었다. 그 바탕에는 논어의 가르침이 있었다.(사실 요부분에 이르렀을 때 중국이 왜 대국굴기 여섯 나라 중 일본을 넣었는지 이해함) 그의 저서 제목을 보자. ‘논어와 주판’이다. 주판으로 돈을 벌더라도 논어의 정신이 주판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그의 경영론이 이 책 제목에서 엿보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만엔 권의 인물이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일본의 8대 재벌도 등장한다. 그 중 야스다 젠지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야스다는 ‘막대한 부를 일구고도 부호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편지를 남긴 테러리스트에게 목숨을 잃는다. 시부사와는 그에 대해 “경제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공자를 좀 더 공부했더라면, 더욱 큰사람이 되었을 것이다”(p.183)라고 썼다. 아베시절, 국가에서 그렇게 돈을 뿌려댔지만(물론 코로나도 한몫) 아직도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일본관련 뉴스를 본다. 이때 구두쇠라는 야스다가 떠오른다. 은행도 못믿고 집 장판 밑에, 장롱에 숨겨둔다는 그들의 돈다발을 두 손 가득 쥐고, 침몰 중인 일본이 보인다. 국가주도 정책이나 올라갈 곳 없는 청년들 열정페이가 아닌, 고령화사회의 주된 자본가들의 생각이 바뀌길 바라는 현재 일본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느껴진다. 나는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던 송해 할아버지를 닮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얼굴이 그려진 만엔이 과연 예전과 똑같이 그들의 집장판 밑이나 장롱에 들어가서 썩을지, 순환될지를.

일본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부터, 일본학과 대학생에게 추천한다. 또 일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싫어하는 건 자유지만 알고 싫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면 무시하기 힘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도 있는 나라다. 뭐니뭐니해도 매출만을 생각하는 모든 오너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분들에게 논어를, 아니 이 책을 꼬옥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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