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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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포스트 AI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한달 전인가, 나는 ChatGPT에게 백내장을 앓지 않았다면 그렸을 모네의 ‘수련’을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AI가 그린 그림을 보며 신기하긴 했지만 감동을 느낄 순 없었다. 직관적이고, 뭔가 촌스러웠다. 한 마디로 창의적이지 않았다. 내가 말년의 모네 작품인 ‘수련’을 보며 느낀 건, 모네가 백내장이라는 걸림돌을 오히려 렌즈삼아 그려낸,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그림을 보고느낀 감동이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현재 거품이 잔뜩 낀 AI를 느끼며 이 책을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박주용씨는 KAIST 문화 기술대학원 교수로, 문화물리학이라는 특이한 전공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의 전공, ‘문화물리학’을 한참 동안 갸우뚱하며 들여다보았다. 문화와 물리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융합되어있는 이 전공이 신기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문화와 물리라는 단어가 붙어있기에 창의성이라는 시너지를 결과값으로 얻었구나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인 아이를 기르며 자주 들을 수 있었으나 뭔지는 몰랐던 단어, ‘융합’에 대해 이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해주는 저자의 전공, 문화물리학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특화된 장르가 SF였구나 하는 생각도 이 책을 통해 들었다. 인문학적인 상상을 과학이라는 기술로 미래를 미리보기 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SF팬인 한 명으로서, 저자님이 SF, 듄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더 끌린 면도 있다. 영화든, 소설이든, SF 소설가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 중, 30년 근미래내에 약 70% 정도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을 어디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스타워즈’의 3PO는 오늘날의 커피 뽑아주는 서비스직 로봇으로, R2T2는 청소용 로봇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 로봇들은 작가들의 상상으로부터 태어나 글로 표현되고 과학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져 오늘날 팔리고 있는 제품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바로 앞 문장에서 SF 작가들의 무질서의 모서리에서 태어난 상상이 글로 표현되어 과학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지는 연결고리가 ‘창의’라고 읽힌다. 우리가 알고 있던 ‘창의성’과 ‘과학’의 새로운 정의를 이 책에서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창의성에서 태어나는 것들이 우리의 미래임을 이야기하는, 문화물리학자로서의 긴 여정이 읽혔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는, 입력 장치가 고장난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흔이 넘어가서 주역을 잡는 사람을 꽤 보았다. 하지만 나는 “주역보다 추천한다는”장강명 소설가의 말처럼, 나 역시 물리적이어서 공평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 든 사람이 되겠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새로운 노인이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주역 대신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을 키워주고 싶은 학부모들이 읽어도 좋겠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20~30대가 읽어도 좋겠지만 나처럼 새로운 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모터사이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찰랑거리는 파마머리의 저자님 강연, 한 번 꼭 들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생기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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