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이원재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을 올려야 할 지 꽤 고민했다. 경제분야는 내가 확실하게 전문성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약력에서 보듯이 저자는 해당분야에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인물이다. 따라서 내 글이 해당분야에 대해 별다른 고민도 해보지 않은 일반인이, 전문가의 권위 있고 타당한 견해에 딴지를 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고, 또 정파적 이해에 따라 이 책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 정치와는 별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는 데다,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했기에 써두었던 글을 올려본다.

   이 책에서 퍽이나 껄끄러운 점은 저자가 현 정부와 많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흔적이 너무 뚜렷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자취야 여기저기서 보이는 데 일단 추천사를 쓴 인물이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과 저자의 주장 중 상당수가 정부에서 해 온 이야기들과 판박이 같다는 점만 들어두면 충분할 것이다. 이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의견이 정부의 의견과 전적으로 일치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말할 때 설득력이 부족하던 이야기가 이 책에서 갑자기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그때 들을 때나 지금 들을 때나 비슷한 논거와 '정신론(어찌보면 박정희 정권의 '하면된다'론까지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일부 언론(이라고는 하고 있지만 소위 조중동)을 지목한 비난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이미 난 결론에 사실을 끼워맞추는 것 같은 인상도 풍긴다.

   이런 예를 한 두 가지 들어보자면 “부끄러운 역사는 이제 끝났다. 외국인들이 보는 것처럼 한국은 식민 지배에서 벗어났고, 전쟁 참화를 극복했고, 독재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항거해 민주주의를 얻어냈으며, 인권을 신장시켰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경제 발전의 기관차를 몰고 있다. 이 기관차에 변명과 부끄러움이 탈 자리는 없다.”라는데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역사라는 것이 이렇게 무우 자르듯이 자를 수 있는 것인가? 또 자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기점은? 그리고 이른 바 '부끄러운 역사'는 그럼 이제부터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쳐야 하는지? 그 기간 동안은 아무 의미도 없는 기간인 것인지? 하나 더 묻자면 저자는 부끄러운 역사가 이어지지 않는 정부로는 현 정부를 염두에 두고 말하고 있다고 보이는 데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을 걸로 보인다.
   또 “증시도 내국인 투자를 늘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공격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선다면,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외국인투자자’가 될 것이다. 개미군단의 월급봉투에서 한푼 두푼 모인 돈이 해외의 거대기업을 사들이고, 그 수익을 향유하며 자산을 불려 다시 개미군단의 노후 자금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안정성보다 높은 가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앞에 지문이 조금 잘렸는데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살 수도 있다라는 부분은 우리 나라의 땅을 얼마 팔면 미국땅의 얼마를 살 수 있다더라하는 예전 이야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론이야 가능할 지 몰라도 실제로는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상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독자의 호감도에 따라 호오가 퍽이나 갈릴 듯한 책이다. 헛된 걱정으로 경제적 활력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은 십분 공감하지만 그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에는 동의키 어려운 것(예를 들자면  “아무리 거대투자자가 들어와서 기업을 집어삼키더라도, 여전히 언젠가는 주식을 팔고 이익을 챙겨 나가야 하는 투자자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파괴해 주식 가격을 낮출 지 모르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이 다소 엉뚱하게 보이는 전제들을 깔고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제일 큰 문제일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께는 차라리 '한국, 어떠한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권하고 싶다.

추기 : 필자의 불만이 근거가 희박하다고 생각되는 분은 의견을 주셔서 탁마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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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성 2005-03-1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야기는 논외로 하고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서 한 마디 드릴까 합니다. 스스로 주식 전문가라고 하는 많은 에널리스트조차 주식의 기본을 모릅니다. 그들은 단기투자만 알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세상승을 모르기 때문입니다.(국제금융세력이 경제교육이 이렇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현물입니다. 현물은 물가가 오르는만큼 따라 오르는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항상 갭이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경제실력이나 규모에 비해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익을 잘 내고 미래 전망도 좋은 회사의 주가총액이 그 회사가 가진 자산규모에도 못 미치는 회사가 수두룩합니다. 상식적으로 봐서는 말이 안되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경우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이익이 안 나기가 힘든 것이죠. 안정적인 것의 기준이 어떤 것일까요?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불가피한 상황을 예로 내세운다면 어차피 은행예금 조차도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瑚璉 2005-03-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쪽에는 문외한이지만 다행히 말씀해주신 문제의 요지에 대해서는 알아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1) 주식시장의 성장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같이 이뤄진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성장이 계속 예기되는 고로 주가는 대세상승(단기간의 등락은 있을 수 있겠지만)이 예상된다.
2) 우리나라의 증시는 현재(무슨 원인에 의해서건) 저평가되어 있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남아있고, 이는 수익률로 연결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시장 자체의 전망이 밝으므로, 기준 자체가 모호한 안정적인 수익률이라는 지표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라는 것이 정유성님의 입장이신 걸로 보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요?

정유성 2007-11-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댓글을 오늘 우연히 보았습니다. ㅎㅎ 이 글을 쓴때가 2년 반 전이니 제가 정확히 확인은 못해 봤지만 그새 코스피 지수가 100% 정도 상승했을 것 같습니다. 저평가가 심했던 주식은 보통 훨씬 가파른 상승을 했구요. 주식회사의 지분을 주식이라 부르기 때문에 주식은 결국 회사의 가치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시켜 준 몇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의 예를 들자면 최근 몇년간 중국증시는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 향후 성장성을 감안해 주더라도 가치대비 고평가가 심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중국증권투자 바람이 적잖게 불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