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오 - 드래곤북스 명작 컬렉션 1
좌백 지음 / 시공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의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무협은 생각보다 역사가 일천한 편입니다. 물론 조선시대 군담소설이나 그 이전의 민담들에서도 무협적 요소를 찾을 수 있겠지만, 저는 우리 나라에서의 무협의 역사는 해방과 6.25 라는 큰 사건 이후에 소개되기 시작한 중국무협을 그 뿌리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협이란 글이 태생상 중국의 영향을 배제키 어려운 관계로 무협 = 중국이라는 등식은 그 뒤에도 계속 지속되었고, 금용 (개인적으로 김용이라는 표현을 싫어해서요)의 글이 붐을 일으키는 동안, 무와 협과는 관계가 먼 내용으로 이어져 갔던 것이 소위 한국 무협의 주소였던 거지요.

이런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한 것은 90년대 초라고 기억되는데 용대운의 태극문이 효시였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논하는 사람에 따라 서효원이나 금강을 기점삼아 말할 수도 있겠지요). 이 때를 기점으로 소위 한국 신무협이 일어났는데 그 선봉이자 (사견이지만) 제일의 자리에 오른 것이 바로 작가 좌백이고 그 첫 작품이 이 '대도오'입니다. '대도오'만 놓고보면 이전 한국 무협들의 개연성 부족을 고치기 위해 되도록 기연을 없애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한데 (실제로 이번 개정판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일부 수정되어 있더군요. 마지막 결투 장면도 조금 바뀌었고...), 요즘의 시각에서 보자면 조금 상투적으로 보이는 것도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했을 것이라는 걸 감안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건 그 이후로 좌백은 지금까지도 제게 큰 기쁨을 주고 있는 작가입니다 (혈기린외전보다는 이재일의 쟁선계를 더 높이 평가하기는 합니다만...).

이 책에 대해 무협독자로서의 편애가 들어가 있는 평을 하자면 '한 권 분량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한 권을 넘을터이다'라고나 할까요? 무협에 발을 들이려는 분들이 꼭 한 번은 읽고 넘어가실 만한 책으로 생각됩니다.

추기 : 대도오가 이런 판형으로 나온다는 것은 좌백의 나머지 작품들이 같은 판형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지요? 금강불괴와 생사박이 나와주었으면 고맙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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