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땅 - 챌린저 교수 시리즈 2 환상문학전집 1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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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한창 홈즈 시리즈에 빠져 있었을 때 '왜, 코난 도일의 글은 이것밖에 번역이 안되어 있을까? 작품목록에는 여러 가지가 더 있던데...'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 해답을 찾은 것 같군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도 대개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른 바 심령학 (학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전제를 달고서)의 옹호를 위해서 쓰여진 글입니다. 전에 출간된 마라코트 심해에서도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리기는 합니다만 이 글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바꿔서 말하면 비판적 이성주의자가 '확실하고 객관적인 (!)' 증거에 의해 열렬한 심령학 지지자로 탈바꿈하는 과정, 회심담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증거들이 엄정한 검증의 시련을 거쳐 살아남은 것이 없음이니... 

   코난 도일이 심령학에 빠져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일이지만 이렇게 깊게 빠져 있었다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 자체를 놓고 보면 '안개의 땅'과 단편 2권이 더 실려있습니다. 단편이 '안개의 땅'보다는 예전의 모습에 가깝기는 합니다만 다소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에테르 설이 힘을 잃지 않던 시절에 쓰여졌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으셔야 하겠지요. 두번째 단편의 경우 어찌보면 가이아 이론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홈즈나 챌린저 교수의 활약 같은 것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심령학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명한 심력학 지지자의 글이므로 읽어보고 싶으시겠지요. 하지만 전혀 이 책에 제시된 내용들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으신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여기 제시된 여러 증거 중에 엄정한 검증을 거쳐 인정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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