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블랙잭 1 - 제1외과 편
슈호 사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기획의도 자체는 대단히 훌륭한 만화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건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워낙 소재가 다양한 일본만화계를 볼 때 오히려 이런 사실적(?) 의료 만화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화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평평무기한 이야기 진행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고 무언가 눈에 띌 만한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 만화의 경우 (작가가 생각하는) 의료계의 비리 내지는 문제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위주의 스토리 진행상 어쩔 수 없는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주인공 주위는 온갖 비리와 문제점의 산실처럼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됨으로써 무의식중에 '의료 = 온갖 비리와 문제점의 산실'이라는 등식에 힘이 실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등식은 당연히 사실이지 않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걸로 생각합니다).

둘째, 이 만화는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성공적입니다만 그 해결은 그다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정책연구서가 아닌 이상 대안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이겠습니다만 제기되는 문제점들이 상당히 본격적인 것임을 감안할때, (과욕이긴 합니다만) 문제점을 지적해서 같이 생각해보는 자리를 만드는 것 이상의 역할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의료공급자 측의 반론권도 보장할 수 있었을 걸로 생각됩니다.

셋째, 만화에 그려진 내용중에 우리 나라와 일본의 의료 시스템이 다른 부분이 많은데, 양쪽 시스템을 동시에 비교한 후 차이점을 걸러내어 보실 수 있는 분은 적을 걸로 생각됩니다. 이 경우 그야말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습니다.

이 만화를 보시고 의료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보시고 싶으신 분은 맥킨지 (그 콘설팅 회사 맥킨지가 맞습니다)의 '한국의료개혁 2010'이나 민중의료연합의 '이윤보다 생명이다'를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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