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그래요.
캡틴, 저 오늘 상장을 찾았어요.
정확히는 상패(賞牌)네요.
교내 대회에서 받았던 것인데 꽤 근사한 유리 상패에요.
<'인문학&미디어콘텐츠' 프레젠테이션 콘테스트>라고 되어있네요.
당시에는 별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뚜껑 덮어 보관함 째로
방구석에 두었는데, 새삼 생각나서 꺼내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유리? 크리스탈? 소재가 꽤 그럴듯해 보이고요.
이게 나이 먹어 생기는 허울이라는 걸까요?(웃음)
'이런 거 좀 더 모아둘 걸'이라고 생각했다가
'이제 이런 거 좀 모아야겠다'고 생각을 고쳤어요.
그리고 받게 되면 제일 먼저 당신에게 자랑하겠죠.
지금 이 상도 사실 당신 손으로 건네받은 거잖아요. 다 알아요.
뭘 아냐구요? 음, 정확히는 본 것이죠. 똑똑이 봤어요.
당신은 여러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고, 그래서
수여식에 시상하는 역할도 분담할 수 밖에 없었고,
상마다 시상자가 다르도록 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진행자의 안내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제 차례가 되었을 때, 계속 당신이 시상했던 것을.
잠깐이지만 분명히 보았고, 알아챘습니다.
세상 누구보다도 공정한 당신이 나중에
'나는 네 점수 제일 박하게 줬는데'라고 알려준 사실을 의심하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이 직접 나에게 상패를 건네주고 싶어했다는 사실도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그래서 기뻤고, 더욱이 의미있는 상입니다.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온세상에 자랑하고픈 나의 스승님.
"스승의 이름은 제자로 인해 빛나는 것이다."
스스로의 성과보다 제자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시는 스승님.
저도 언젠가 그럴 수 있을까요. "내가 당신 제자다!"
"저 분이 바로 내 스승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웃음)
오, 캡틴. 마이 캡틴.
상패 하나 찾은 수다가 여기까지 이어졌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쪼록 평안한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
-수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