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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책소개를 하고 싶어요. 당신처럼요.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듣던 방송은 크나큰 즐거움이었죠.

쏟아져 나오는 신간 가운데 신중을 가해 엄선한 책의 소개는

때로 청취자들에게 '책보다 소개가 더 재밌다'는 평을 듣기도 했죠.


새 책 제목을 재빨리 메모한 다음 도서관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나요.

도서관에 없는 책이면 서점으로 달려가곤 했죠. 얌체 같지만 훑어본 

다음 긴 고민 끝에 구입을 결심하고 계산대로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늘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소장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거나. 물론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학생 시절, 캡틴은 점심값을 아껴 헌책을 구입하곤 했다고 하셨죠.

식당에서 늘 라면을 주문해서 먹곤 했는데 항상 계란은 빼달라고 해서,

거슬러 받은 달걀값 50원을 모으고 모아 헌책방으로 달려가셨다고.


헌책방에는 철지난 계간지 등을 묶어 300원에 팔았다죠. 

단행본은 헌책이라도 비싸니까 대신 소설 등이 연재되는 잡지를 사서

배낭 한가득 담아와 방 안에 우르르 쏟아내고 그가운데에 누워 

온종일 읽었다고. 읽다가 스륵 잠들면 보다 더한 행복이 없었다고.



저도 가능한 아끼며, 책은 가능한 구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을 모두 가지기란 쉽지가 않네요.

매일매일 올라오는 신간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오프라인 서점으로라도

달려가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나름의 꼼수를 생각해냈습니다.

인터넷 서점 온라인 책 미리보기 30쪽을 활용하는 것이죠.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몇 장은 넘겨보고 구매를 결정하잖아요.

(아마 온라인 미리보기도 그걸 염두에 둔 서비스인것 같고요)


'어떤 책이든 삼십 쪽 가량 읽어보면 대강 파악이 된다'라고

말씀하신 이가 캡틴인지 어떤 책의 저자인지는 좀 헷갈립니다만

일단 그 의견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쯤 읽으면


"계속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지" 파악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계속 읽고 싶은 책', 그 다음 장이

궁금한 책, 기대되는 책-에 대해서 소개하고 싶은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기대평'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습니다.

(고작 삼십 페이지 읽고 쓴 글을 '서평'라고 할 수 없거니와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쏟아낸 글'을 달리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캡틴, 차례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더이상 캡틴은 책소개 방송을 하지 않고 계시죠.


해마다 쌓이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여러 스케줄을 정리하며

함께 정리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방송까지 

바짝 귀 기울여 들었던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것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과욕일까요.

천천히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아들아, 무얼하는 것이냐...!"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이 패러디 아는 사람 있을까요.) 


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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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캡틴, 바람처럼 다녀왔습니다.


<논픽션> 수업을 마친 후 출석 게시판에 "또 떠나겠습니다"라고 

남기채 훌쩍 떠났던 날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때 학우들이 대체 또 

어딜 간 거냐고 궁금해했었죠. 이제 털어놓자면 '용소호'라는 호수였습니다.)


위 사진은 작년 가을 호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요즘 마스크는 필수지요.

가급적 외출은 자제해야하는 때에, 정말 '어쩔 수 없이' 가야할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김에 냅다 여행을 떠나버렸습니다. 오후 4시에서 7시까지의 여행.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망미동 책방거리를 향해 버스 안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날 총 책방 세 곳을 방문하였는데도 메모한 양이 제법 됩니다.

각자 독립책방으로서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고 또

비치된 책들 하나하나가 시선을 붙들고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방문한 책방 모두를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설명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간단하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두 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시간 육성으로 감탄사를 터트리며 넘겨보았던 책 한 권,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못 박힌듯 굳어져 말을 잃어버리게 했던 책 한 권입니다.


*


첫장부터 "우와!"라고 저도 모르게 소리냈었던 첫번째 책.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김은미 지음, 온다프레스, 2018)


             (이미지 출처: 알라딘)



부제목은 '시장과 그 너머의 삶에 관한 인터뷰'입니다. 


<논픽션> 수업을 들었을 때, 다큐멘터리란 것이 영상 뿐만이 아니라

책으로도, 문학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이때 조지 오웰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썼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으로까지 가능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나봅니다.

다큐멘터리. 이 책은 그림책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다큐보다도-'시장'을 주제 삼아 담아낸- 

가깝고 깊숙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제가 비록 모든 시장 다큐를 찾아 

본 것은 아니지만요. 누구나 펼쳐본다면 이해할 겁니다. 

첫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벽에 집을 나와 짐을 실고 

장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천막을 치는 거야. 



미색이 감도는 너른 페이지.

왼쪽에는 글귀가, 오른쪽에는 상인이 있습니다.

눌러쓴 모자와 큼지막한 파라솔이 펼쳐지면서 

시장의 아침을, '책의 시작'을 열고 잇습니다.  


한 장씩 넘기면 시장 상인들의 한 마디가 드문드문 펼쳐집니다.

빼곡한 인터뷰 전문, 빼곡한 물건과 사람과 풍경으로 가득찬 화면 따윈 없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들었을텐데 자료의 전부를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으로써 전부를 옮겨왔습니다. 우물 깊숙이서 퍼올린 것 같은 정수를.



캡틴, 어린시절 당신의 뛰놀던 보수동 책방골목 바로 곁 

부평깡통시장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여기가 거긴 줄 알았습니다.

책을 보는 누구나가 눈에 익은 가장 익숙한 시장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워하겠지요. 



언니 없으면 난 지금도 암것도 못 해.

언니랑 있으면 나는 아직도 어린애야, 어린애.



한 몸처럼 30년동안 함께 일했다는 자매의 이야기를, 그리고

연세있으신 분들의 옷은 왜 그렇게 꽃분홍이 많은지 누가 들어보았을까요.


엄마들은 연세가 있으셔서 화사한 게 잘 어울려. 



누가 들었을까요. 대체 누가.

대체 저자는 이곳에 얼마나 있었던 것일까요. 얼마나 찾아왔던 걸까요.

얼마나 오랜시간 듣고 또 들었을까요. 얼마나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걸까요.



        오늘은 또 뭘 물어보려고 왔어.

           날도 더운데 뭐러 자꾸와.

     담주에 뭐하러 또 와. 할 얘기도 없는데.

           근데, 지난 번에도 왔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죠. 그림책의 특성상, 그리고 저작권의 문제 때문에

극히 일부분만을 소개해드릴 수 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서 어마마한 자료를 모은 다음 압축해서

단정한 그림과 담백한 글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만 송이의 꽃을 모아 한줌의 향수로 만든 것 같은 책'이라고

이날의 제가 메모해두었네요. 비루한 비유지만 정말이지 한방울만 떨어뜨려도

천지사방에 향기를 풍길 것만 같은 책입니다. 화면에 오로지 시장풍경만이 아닌 


사람들의 대화 속에 스치는 광경(등산을 즐기시는 분, 낚시를 좋아하는 분,

아들 욕심에 다섯 딸을 두게 되었지만 살아보니 딸이 최고라는 분 등...)을

붙잡아 놓치지 않고 담아둔 것 역시 놀라웠습니다. 얼마나 깊이 들어갔으면.


이 분들의 삶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 '보았'으면. 심해 스쿠버 마냥.

작가로써이 태도, 마음가짐, 작가 자신만의 시선... 주목할 점이 너무나 많지만

지금 제가 가장 감탄스럽게 여기는 것은 '편집의 힘', 바로 연출입니다.


렌즈가 시장 상인 볼따구에 달라붙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던 카메라의 움직임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두번째 책은 독립출판물로 

동네책방에서만 구할 수 있는 화집(畵集)입니다.


『My Place』 (이영채 지음, 2020)  

     이미지 출처: @ynchlee (이영채님 인스타)



이미지 하단에 표시한 출처를 통해 들어가보면 

이 화잡에 수록된 작품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10*292mm 사이즈로 출력된 인쇄물과 손바닥만한

혹은 모니터로 보는 화면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요...)


작가가 본래의 의도와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안하고 섬세하게 조율하여 뽑아낸 화집은

그만한 아우라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공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실 나만 아는 풍경들.

경기도에 거주 중이라는 작가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특별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과 공간이지만

감히 뒷주머니에서 대충 꺼낸 폰카로 갈길 수 없는 광경.


이날 저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별노래'같은 그림들이라고 

메모해두었네요. 유튜브에서 이별에 관한 노래를 검색하면,

영상 아래 사람들이 달아놓은 댓글들이 가득합니다. 내용은

전부 저마다의 이별 이야기,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흥미롭지요. 작사가는 그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을 땐데

사람들은 전부 '내 얘기야', '내 이야기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합니다.


이 화집도 그러합니다. 작가님만의 'My Place', 하지만 보는 이마다

'그들만의 Place'가 됩니다. 먹먹해지도록, 무려 울고 싶을 정도로.   



어느 날의 저녁 산책길. 유난히 가로등이 많은 곳.

빛과 함께 걷다가 든든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작품명:〈Night Walk〉


제가 구입을 결심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작품이

위와 같은 글귀와 함께 작가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어있습니다.

(저작권에 폐가 될까 이미지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양해부탁드려요.) 


밤, 가로등, 번지는 빛, 잠시 후 눈에 들어오는 달.
365일 중 어느 하루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풍경 중 하나인데 강제로 소환되는 겁니다.


특별했던 하루가. 보통의 세상이 특별하게 보이도록 했던

소중했던 순간이. 눈에 새기듯 기억하고 싶었던 '그' 하루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붙잡아 지면에 담아두었는데

어떻게 가져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곁에 두지 않을 수 있나요.


집착 같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나간 순간들은 모두 과거이고

과거는 저의 뿌리이기에 감히 쳐내거나 잘라낼 수 없습니다.



쓰다보니 광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네요.

아파트 단지, 공원, 육교 다리와 같이 언제라도 보게 되는 것들을

정겹게, 아름답게, 따뜻하게 그려낸 화집을 소개하려던 것이 어느새.



각설하고, 이제 그만 이번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 타이밍인가 봅니다.

길게 쓰지 않으려고 '이번에 책 두 권만 소개하겠다'라고 했는데 이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책방 세 곳의 이야기는 나누어서 올리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모두 다 캡틴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장소였습니다.



캡틴, 와중에 재밌는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한 책방에서 어떤 강연이 안내된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의 제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분을 통해 당신의 가르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것을 생각하니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끄적여보았습니다. 



누가 

당신의 입이 된다면


나는 

당신의 눈·발이 되지



'발'이라고만 쓸까 '눈'이라고 바꿀까 고민하다가 

아직 현재 저 상태로 남겨두었습니다. 눈발이라니,

"휘몰아쳐라 폭풍아" 설산에서 노래하는 엘사도 아니고.


무튼 그러고 싶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너무도 바쁜 캡틴.

<논픽션> 수업 때도 그러했듯이, 당신의 발이 되어 세상 곳곳을 가고

당신의 눈이 되어 세상 아름다운 곳을 다 비쳐주고 싶다고 바래봅니다.



그럼 캡틴,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마지막에

꼭 한마디씩 더하는 녀석이잖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안한 오후, 또는 평안한 오전 되시길.




-사무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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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7년 간 배웠던 제자가 말없이 떠났어요.

물론 제가 가르친 기간은 1~2년 남짓에 불과해요.

하지만 이곳에서 아이가 있었던 기간은 그렇게나 길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그렇게 가르쳐준 선생님들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 남기지 않고 가버렸다는 아이가 원망스러워지는 밤입니다.


저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건 상관없어요. 제가 뭐라고. 그런데,

그 선생님들에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손편지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그 진심이란 것도 없었던 것이죠.


표현에 서투르니까, 아이들은 무릇 그러하니까, 라며 이해해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 보호자분의 마지막 태도를 보고 확신했습니다. '별 거 아니였구나.'

몇 달 밀린 수업료를 이번에 한꺼번에 정산해주셨다는데 그 금액이 5만원이래요. 

여기 한달 수업료가 얼마인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분이 생각하시기에 

이곳 수업의 가치는, 선생님들의 노고와 가르침의 가치는 고작 그정도였다는 겁니다.


보호자의 태도에서 아이의 태도를 겹쳐 읽는 것이 오독일까요? 과대해석일까요?

대수롭지 않게, 별 거 아닌, 아무렇지도 않은,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은 인연일까요.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며 쏟았던 각별한 애정이, 오랜시간동안 어릴 때부터 받아와서

너무 익숙해졌던 걸까요. 당연한 도움, 당연한 혜택. 사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더이상 곁에 있지 않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 깨닫게 되는 걸까요. 



선생님의 사랑도, 보호자의 사랑도, 내리사랑이란 무릇 그러했던 것인가 새삼스럽습니다.

어릴 때는 몰랐어요. 굳-이 스승의 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이유를요. 선생님과 보호자,

언제나 감사한 분들인데 왜 하루를 정해서 유-독 소란을 떠는 것인지. 이제는 알겠어요. 

'그렇게라도' 그날만이라도 듣고 싶다는 것을. '그렇게라도' 듣게 해드려야한다는 것을.

   

사실 꽃이나 선물은 중요하지 않죠. 그래서 캡틴도 그렇게나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죠.

제자들에게, 제발 챙겨오지 말라고. 그게 유치한 반어법이나 가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닌

백 퍼센트의 진심이었다는 것은 저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제자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말씀 그대로를 잘 지켰고, 간혹 부득이도 부득부득 챙겨오는 분도 있었지만요.)


캡틴을 기억하는, 캡틴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제자들이 찾아오는 것이 

진심으로 반가웠던 당신은 손수 커피를 내리거나 차를 우리며 그들을 대접하고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리고 이따금 수업시간, 흐름을 환기할 타이밍에

옛 제자들에 대한 안부 중 자랑스러운 것들만 골라 현 제자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무릇 스승이란 자기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빛나게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스승의 이름이란 제자들로 인해 빛나는 것'이라며 말이지요. (쓰다보니 찔리네요)

 

이야기마다 흥미로워서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에는 그런 분야도 있구나', 

'그런 분야에서 활약하는 선배들이 부럽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나 단편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그 이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매 학기 수업이 끝나면 단체사진을 찍으시죠, 캡틴은. 그리고

수업 게시판에 "함께 해준 그대들, 고맙습니다"라며 올려주시죠.

그들은 모두 평생 잊지 못한 수업을 들은 걸거예요. 하지만

그들 모두가 캡틴을 찾아오거나, 안부를 전하는 것은 아니죠.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까요. 다들 바쁘고 치열하게 살고 있을테니까요.

제자들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생각하고 있다는 캡틴의 말이 진심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종종 소식을 전해주는 제자들로 인해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것 역시 알아요.


캡틴, 캡틴. 언제까지나 제자이기만 하다가

제가 제자(라고 하기엔 깜냥이 안 되지만)를 두어보니

새삼 또 당신의 입장을 다시금, 새롭게 생각하게 되네요.


웃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제자가 오랜 스승의 맘을 다 알겠냐며.

그래요. 아직 저는 당신에 비해 어리고, 앞으로 알아야할 것도 한참이나 남았어요.

그래도 이번에 '실망'이라는 걸 느끼게 되어서, '허탈감'이라는 것을 알아버려서-

오래전 스승님의 입장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내리사랑이란 이런 건가봐요. 어쨌든 윗사람이 더 퍼줄 수밖에 없나봐요.

아깝진 않아요. 돌려받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고요. 다만 알아줬으면,

'아무것도 아닌' 걸로 취급해버리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프니까요, 제법.


상처받은 마음이 채 아물기도 전에 쓴 글이라 이후 지울게 될지도 모릅니다.

행복한 이야기만 전하고 싶은데, 좋은 내용만 남기고 보여주고 싶은데.


칭얼거리고 싶은가봅니다. 처음으로 선생으로서 받은 상처를 말하고 싶었나봐요.

아이들을 보면 언제나 회복되곤 했거든요. 없던 힘도 생겨날 정도로 행복했는데.

언제나 치유 받는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다칠 수도 있는 것이었군요.



그럼에도 계속 사랑해야죠. 한 명에게 상처받았다고 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에요. 그리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어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내리사랑은 늘 불리한 것 같지만, 채워지고도 남는 것 같아요.

계속 상처 받더라도, 상처가 아닌 무언가도 받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캡틴,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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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단 한순간이라도 뜨거울 수 있다면 저는 그저 행복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던 한 학생을 기억하시겠지요. 위 사진은 그 학생이 찍어준 것입니다.


 유독 이번 계절에 생각이 납니다. 매년 가을마다 떠오르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올해는 더더욱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매년 가을은 제게 '미칠 것 같은 계절'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그리워서냐고요? 아니오. 아니, 맞아요. 그 한 사람이 상징과도 같았으니까요.


 내가 미치도록 뜨거웠던 계절. 나 스스로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사랑스러웠던 계절.

 아니, 인지하고 있었지만, 훗날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걸 예상하다 못해 확신했지만

 닥쳐온 현재는 예측보다 더 하리란 것까지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시간과 순간들.


 그런 것들을 하나로 압축한다면 그 학생 한 사람의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수업들 가운데는 그 학우가 연달아 세 번인가 끼어있었거든요.

 첫 번째가 <논픽션>, 두 번째가 <문화영상광고론>, 마지막이 <수필론>이었던가요.

 제목과 순서조차 헷갈리지만 그 외에는 모두 생생합니다. 수업과, 과제와, 학우들과, 열정.


 사진을 찍는 그 학우는 초소형 방수카메라(아마도 캐논) 광고로 모두를 놀라게 했지요.

 논픽션 수업의 첫번째 과제 다큐멘터리에서는 본인을 피실험자로 삼아 채식을 하더니,

 두번째 여행 수필에서는 야생동물- 그것도 날짐승이자 천연기념물인 백로를 찍겠다며

 일주일간 수업도 빠지고, 머리도 감지 않고 (인공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강가를

 쏘다녔다지요(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백로).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몹시도 아름다웠습니다. 지금도 그의 사진 몇몇 장은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유월의 바다에는 잠자리가 산다>가 그의 사진 수필 제목이었을 겁니다.

 (새파란 수평선을 배경으로 빨간 잠자리가 날고 있는 사진, 아직도 당신 서재에 있겠지요.) 

 당신은 수필 수업에서 여러가지 형식을 제안하셨는데 '사진이 있는 수필'도 그중 하나였죠.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당신의 수업을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그것은, 어느 학생에게

 물어보아도 역시 노래 수필, '노래가 있는 수필'아니겠습니까. 


 저는 무려 세 번이나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세어보니 그렇더군요.

 어리고 풋풋했을 때 한 번(뭘 불렀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친구를 도와주러(구경하러) 한 번,

 그리고 아직도 그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에 웃음이 절로 터지는 마지막 한 번.


 저의 완벽하고 멋진 무대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때문이었죠. 정확히는 제가 그 사람에게-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 사람에게 열 송이 백장미 꽃다발을 내밀었기 때문이었죠.

 "사겨라!, 사겨라!" 짖궃은 학우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앞서 다른 학우에게 홍장미 다발을

 건넸을 때보다 두 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둘 다 사귀라고?? (참고로 두 명 성별도 달랐음)


 시들지 않게 제때 꽃을 건네는 것이, 제 차례인 발표보다도 더 신경쓰일만큼,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던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당신의 가르침과, 그걸 받아들여 재능을 터트리는 학우들과

 그외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에워싸 완벽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냈던 수업 이상의 수업.


 캡틴의 수업. 최고의 수업. 도무지 끝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래서 발버둥치게 했던...

 당신의 곁을 떠난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훗날, 신기하게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귀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평범한 날 느닷없이 날아온 연락을 확인했을 때 든 첫번째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연극 같다' 신이 무대를 꾸며 희곡 작가처럼 이런 장면을 마련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매번 다른 사람들을 피사체로 삼아 찍어주는,

 구도나 형태는 거의 바뀌지 않는. 그러나 그가 '사람을 찍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그런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그의 표현입니다)에서도 무언가를 찾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번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중이었습니다. 주위 여러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중인데, 

 마침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저에게도 연락해볼 생각이 들었다는군요.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를 몹시 좋아했습니다. 글도, 사진도, 서툰 연주까지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가 쓴 수필은 모조리 필사해둘 정도로 그의 글을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수기로. 뿐만 아니라 수업 게시판에 쓴 출석글마저도 옮겨 적어두었습니다. 그의 글이라면,

 무조건이다 싶을 정도로 좋아한 저이니 그가 저를 떠올리지 않는게 되려 이상할 일일 정도로.


 심지어 문집에 실린 그의 수필 맨 마지막 장에 사인을 받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렇게나,

 그렇게나 좋아했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그때의 수업을, 그 수업을 담아냈던 계절까지.


 그가 노래 수필에서 연주했던 곡은 S.E.N.S의 <Like Wind>였고, 수필 제목은 <바람처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꼭 <가을처럼>이라고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수필 내용 중에서도 저 곡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는 대목이 있지요. 마지막 수업은 늦가을의 절정과 초겨울이 머지 않았던 시기였을 겁니다.


 오랜 짝사랑 중이던 그가 상대방을 기다리는 내용이었던 수필, 그 수필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바뀌고, 네가 변하고, 또 내가 변해도, 분명 이것 하나만큼은 

 평생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 바람을 오래도록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이 바람이 가져다준 아련한 여운만큼은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저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한 시간, 그들과 함께 한 시간, '그'로 대변되는 모든 시간들. 

 당신의 수업, 캡틴 당신의 수업, 캡틴 당신과 함께 했던 모든 수업과 수업과 수업과 수업과 수업들.

 몇 번이고 곱씹어보아도 떨쳐지지 않는 그리움. 정말 수없이 되뇌어보는 '당신'과 '수업'이라는 말...

 

 그래서 한 사람의 이미지로 압축하고, 그속에 응축하여 모아놓고, 그것도 모자라 페인트를 들이붓듯

 새빨갛게 칠한 다음, 가을이란 계절 속에 치밀하게 꼭꼭 숨겨뒀던 것일테죠.


 그래서 그 학생은 현재 어떤 길을 걷고 있을지 궁금하시겠지요. 마지막으로 안부를 물었을 땐

 여전히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야가 약간 바뀌고, 또 그 자리에서 꽤나 안정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캡틴은 '또 한 명의 제자가 잘 지내고 있구나'

 여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체 연락하지 않는 제자들로 인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믿는다던 캡틴.


 저 역시 그런 제자 중 한 명이라 이 글을 쓰는 중 괜시리 민망해지는군요.

 그리고 뒤늦게야 제 선배격인 그 제자분들의 심경을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좀 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은 것이겠지요. 금의환향, 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멋지고 당당한 무언가가 되어 인사드리고픈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은 도저히 잊기 힘든 스승이니까요. '아버지'라고 당신을 부르고 싶어했던 제자가

 저 하나뿐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스승입니다. 선장님, 나의 선장님.


 가을 밤, 개요도 없이 그저 쭉 써내려간 편지를 또 유리병에 담아 띄어보냅니다.

 그거 아시나요. 이무렵 새벽 3-4시쯤에는 남서쪽 하늘에 오렌지색 별 하나가 빛난다는 걸.

 정말 밝아요. 초등학생 때 배운 별자리등급에서는 흐리게 보이는 색깔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까만 밤하늘에 투명한 검정 유리병을 던지면 첨벙, 검은 웅덩이가 솟았다 희게 가라앉겠죠.

 편지를 담은 병은 부디 가라앉지 않고 둥실둥실 흘러서 계절을 담은 저 별을 향해가길 바랍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글을 쓰는 내내 S.E.N.S의 <Like  Wind>를 틀어두었습니다. 

 그러니 운좋게 이 편지가 당신 손에 닿는다면 함께 담겨있는 노래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매 수업이 마칠 때마다 그는 버릇처럼 같은 문장, 또는 비슷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단 순간이라도 뜨거울 수 있다면 저는 그저 행복할 것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좋아했지만

 끝내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틀림없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저'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까마득한 먼 훗날인 지금에 이르러서는


 행복하고, 그립습니다. 



 그럼 이만 진실로 진실로 줄이겠습니다. 늘 마지막 인사를 하고서도 

 꼭 한마디를 더하는 버릇어디 안 갑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무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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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가을은 언제나 "미칠 것 같은 계절"이었죠.

 "단 한순간이라도 뜨거울 수 있다면 저는 그저 행복할 겁니다"

 라고 말했던 그 사람으로 인해, 그 계절은 미칠듯 뜨거운 계절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했던 수업이 <여행 문학>이었던가요? 아아. <논픽션>이었습니다.

 첫번째, 문학으로 쓰는 다큐멘터리. 두번째, 여행 문학으로 진행되었지요.

 완벽했던 수업이었습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최고의 수업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소위 '미쳤다'고 말하기에 적합한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과제 주제를 '백로'로 정하고, 제 1급수에만 산다는 노랑부리백로를 렌즈에 담기 위해 

 일주일 간 학교도 빼먹고 야생동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머리도 감지 않은채 강가를

 쏘다녔다는 '그 사람'. 그에게 저는 과제 후 기념으로 노란 장미 한송이를 선물했지요.


 저 역시 미쳐있었습니다. 온 힘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은 수업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마치 그런 수업의 상징 같았습니다. 우연히 '그 사람'과 또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을 땐 '이런 학우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가 학교에서 보이지 않으면, 모두 다 너무도 당연하게 '글 쓰러 갔다' 혹은 

 '또 뭔가에 빠져서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받아들일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입니다.

 계절은 돌고 도는데, 피처럼 붉은 순간들이 이때의 가을 속에 낱낱이 박혀있는데.

 내가 사랑한 수업 시간이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단 한순간이라도 뜨거울 수 있다면 저는 그저 행복할 겁니다."

 그 학우의 말은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먼 미래조차 예측한 것이었을까요? 이렇게나 까마득히

 먼 훗날에도 이 순간을 그리워하며 몸부림치게 될 상황은 상상하지 못했을까요?


 캡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더이상 미칠 것 같지 않습니다.

 매년 가을마다 괴로워했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불타고 불타다 더이상 탈 게 없어 화르륵 사그라진 재처럼, 저의 그리움도

 이제 깜빡 깜빡 불씨가 꺼져가고 있습니다. 끝나버린 순간의 미련도, 모두 다.

 흩어진 연기조차 남지 않기 전에, 한번쯤 이렇게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캡틴. 저는 '현재'의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직 물들지 않은 나무와 숲은 녹색과 초록색, 짙푸른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차차 노랗게, 주홍색으로, 빨강으로 변해갈 겁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사랑스러운 가을입니다.


 캡틴, 캡틴. 

 당신이 모든 날 모든 계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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