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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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비닛 - 소외된 것들의 기록

오래전 백년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때가 중학교 때였나? 
책을 보면서 어른들도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사는구나 싶었다. 

캐비닛을 안에 채워진 말도 안되는 상상을 읽으며, 너무도 사실적인 구라에 매료됐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벽을 느끼거나, 어느 한 구석인가는 억압하거나, 
사랑을 쏟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롭거나, 
비주류로 살면서 부딪히는 따가운 시선에 마음을 다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소중히 여겨온 가치를 훼손 당할 때 
세상에 자신을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진화를 선택한 이들이 캐비닛 안 파일로 보관되어 있다. 

캐비닛 속 파일을 들추다 보면 나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세상에 상처받은 많은 이들은 어떤 아픔을 견디며 진화를 겪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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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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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이 본문보다 더 풍부하다. 읽고 난 뒤에 여운이 짙고, 옛 사람들의 사귐이 풍기는 그윽한 향기에 전염이 되어 벗을 향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행간이 풍부하여 읽기에 시간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문장 중간 중간 들어 있는 한자가 거슬거리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한시를 되새김질하느라 들인 품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해내느라 들인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뭐랄까? 단번에 소화시키기 어려울만큼 꽉찬 책이 그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묘하다.
책 속에 인용한 니체의 말 그대로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딱이다. 조선이란 나무에 관다발을 채워 온 옛 사람들의 한정 없는 깊이가 만들어내는 향기 짙은 숲을 지나온 듯 내 속 건조했던 한 부분이 촉촉해져오는 걸 느낀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는 말 그대로 ’지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잠깐을 만나도 서로의 심장 속에 오래도록 남는 벗들의 우정의 기록이다. 저자가 우정의 본질을 말한 대로,  성숙한 영혼들이 허허로운 벌판 속에 선 상대를 알아보고, 그 깊이를 헤아리며 공감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시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엮어낸 아름다운 사람들의 역사이다.


- 나옹화상과 이색
이 둘은 생전에 사귀지 않았다. 이색은 나옹화상을 추모하는 석종과 사리탑에 그를 기리고 추억하는 글로 나옹화상을 만났다. 영혼과 영혼이 만나 깊은 우정을 쌓았다. 요즘의 시선으로 말하자면 당치 않은 이야기다. 유자와 불자로서 서로 다른 길을 걸었으나, 서로의 길을 이해할 수 있었던 힘을 저자는 두 사람 모두가 지녔던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철저함에서 찾는다. 같은 시공 속에서 서로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둘을 각자가 지닌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신념과 맑고 깨끗한 엄정한 성품에서 찾는다.
패거리 지어 서로의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세상에서 진실한 가치를 지고지순하게 지켜내려 분투했던 나옹화상과 이색은 서로의 분투를 진정으로 공감하여 우정의 기초인 신뢰를 쌓아갔다.

- 정몽주와 정도전
정몽주가 고려를 끝까지 지켜낸 사람이라면 정도전은 조선의 시작을 열어간 사람이다. 벗이 지키다간 자리에서 벗이 살아남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아마도 그 둘은 예리하게 부딪혔으리라. 한 쪽은 지킬 것을 한 쪽은 버릴 것을 요구했으니. 그러나 본질은 철학적으로 통했다. 진정한 ’질’을 향한 부단한 싸움과 노력과 경주를 하는 이였기 때문이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에서는 그 둘의 공히 갖고 있던 모습의 이유를 묻는다.
"왜 어려운 길만 골라 갔을까?" 하며, 그리고 정몽주의 삶을 통해 이렇게 해석한다. 

"정몽주의 행동들은 하나의 내면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것은 순수하고 섬세한 감성이다. 순수했기 때문에 태산처럼 무거운 일들을 마다하거나 회피하지 않았고, 섬세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얼버무릴 수 없었다. "

저자는 이 두 벗의 이야기를 꺼내며 영화 ’빅 피쉬’에 나오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을 인용한다. 
"저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면 더 크게 자라게 된다. 지향하기 때문이다."
"큰 물고기는 안 잡히기 때문에 자기 길을 갈 수 있다." 
참 상반된 이야기 같으나 정몽주와 정도전 두 사람에게 깃든 깊이와 풍모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고려 말 정몽주를 품기에 시대는 작은 호수였던 것이며, 정도전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큰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둘 모두는 우리 역사에 뚜렷한 획을 남긴 큰 사람이었다.


- 김시습과 남효온
이 둘 역시 세상을 떠난 곳에서 자신의 깊이를 만들어 나갔던 사람들이다. 세속에 물들지 않게 자신을 지키려 외로움을 기꺼이 감수한 사람들. 그 외로움의 깊이를 헤아려 줄 벗을 만나 단 몇 차례의 조우로도 깊은 우정을 쌓았다.

"우리는 사과가 떨어지는 소리는 들어도,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나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감각기관의 감지 영역 밖에 있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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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한 사람은 소리 없는 데서 듣고, 모습이 이루어지기 전에 본다"(한서)
"큰 존재는 일정한 형태가 없고, 위대한 소리는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노자)
"큰 사랑은 사적으로 친애함이 없고, 위대한 변론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회남자)


둘의 만남은 겨울 산수를 담은 여백 많은 수묵화 처럼 소리 없는 그윽함으로 남는다.


- 허균과 매창
남녀 사이에 우정을 쌓고 간직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제가 필요한 지를 잘 보여준다. 시대의 울타리를 뛰어 넘는 자유로운 정신을 소유한 두 예인의 사귐은 지금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가슴 속에 있다. 마치 바람의 화원의 ’정향과 윤복’을 보는 듯, 더 없는 흥취와 깊은 교감과, 절제를 바탕으로 한 그리움이 어우러져 화려한 채색을 드러낸다. 

책 속에서 인용한 박지원의 글,
"부부 사이도 관계의 기본은 믿음에 바탕을 둔 우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구나 스승과 제자는 같은 세계를 열어가는 도반이 아닌가! 스승과 제자 사이에 우정이 없다면 아마도 권위와 비굴, 눈치와 파벌만이 남을 것이다." 처럼 남녀라 할지라도 만남의 바탕에 두둑한 신뢰를 쌓는다면 우정의 향기를 오래도록 남길 수도 있다는 실증을 보았다.


사람을 사귐에는 여러 갈피가 있게 마련이다. 요즘같이 각박하고, 속도 빠른 세상에는 사귐이나 벗은 생활 밖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벗이 꼭 있어야 하나? 한가로이 벗과 노닥거리다가는 아무것도 못 이루고 뒤쳐지고 말지. 하는 생각을 사람들이 적잖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거문고 줄 꽂아놓고>을 권하고 싶다. 벗이라는 존재가 나와 세상에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결정을 확인하게 되니까 말이다. 심연에서 부터 벗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이 맑은 물방울로 올라와 내 삶의 주변으로 파동을 만들어간다.

풍부한 행간을 남기는 책이니 만큼, 책을 읽을 때 유난히 밑줄도 많이 긋고, 노트 한 구석에 옮겨 놓은 글도 많았다. 주옥같은 글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흐릿하게라도 남기고 싶은 글들을 여기에 옮겨 본다.

"겨울 숲을 산책할 때 문득 친근하게 다가오는 두 그루의 나무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을 삿갓에 도롱이 차림으로 나란히 걷는 두 벗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역사 속을 거닐다 보면 유난히 황량한 시절에 이르게 되고 그래서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있다. 김시습과 남효온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김시습과 남효온의 관계는 마치 겨울 숲에서 두 그루 나무가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느낌을 준다."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니체)

"스승이 곧 벗임을 모르고, 그저 허물없이 사귀는 사람만을 벗이라고 여깁니다. 스승으로 삼을 수 없다면 그와는 벗이 될 수 없고,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또한 스승으로 섬겨서는 안 됩니다. ... 이 세상에는 벗만 한 스승이 없고, 스승만 한 벗이 없다는 말입니다. "

"공자는 삼무(三無)를 말한 적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소리 없는 음악’(無聲之樂)이다.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없어도 백성들이 즐거워한다는 뜻이니, 통치자가 요란하게 선전하거나 폭죽놀이 같은 이벤트를 베풀지 않아도 천하가 잘 다스려짐을 의미한다."

"상층의 패거리가 배타적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재생산할수록, 하층의 패거리는 거기에 비례해서 어둠의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둘은 공생 관계에 있는 유사 집단인데, 굳이 선후를 따지지면 후자는 전자의 그늘에서 자라난 버섯과 같다."


P.S. 
- 책 내용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적어 놓은 것이 아니라서 정확한 문장이 아닐 수도 있따. ’목숨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며, 그 사람들이 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말이며,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 시다.’ 옛 사람들은 모두 시로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과 서로를 깊이있게 성찰하기에 가능할 것이다. 가벼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했지만, 여유가 되면 더 구입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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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 -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 새사연 신서 4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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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이하 이후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다양한 지표와 경제학에 근거한 분석을 기초로 현재의 한국경제를 진단한다. 나아가, 현재의 위기를 한국 경제 구조 전환의 기회로 돌리기 위한 전제를 제시하고, 위기를 넘어설 대안을 이야기 한다.

책을 읽는 중이던 2월 4일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증권, 자산운용, 선물, 종합금융, 신탁 등으로 분리되어있던 자본 시장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불거진 미국에서 세계경제로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금융 위기를 이 정부는 보고 있기는 하는 걸까? 보고도 못 본척 하는 걸까? 이미 한국경제는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위기 진단과 분석 단계에서 고삐를 놓친 정부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에 폭발적 관심을 보이는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지도, 그에 대한 논리적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의>가  구조 전환을 이야기하는 절실한 이유이다.

새사연의 경제 분석 자료를 통해 이야기해 온 위기의 진단과 <이후의 한국경제>에서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 드러나는 각각의 지표가 새사연이 진단한 내용을 강하게 증거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라 말할 수 있다. 
미국정부가 7,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그 순간 미국은 이미 ’보이지 않는 손’이 주도하는 시장의 조율 능력을 부정했다. 지난 30년간 위기의 연속으로 점철된 미국식 경제시스템은 미국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채와 이자, 일자리와 집을 잃는 고통의 화살이 되어 돌아갔다. 책은 거품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서민이라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경고한다. 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쫓는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미국경제가 시난고난 하던 지난해, 한국의 금융시장이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를 감당하던 때에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수출로 인한 자본의 유입이었다. 그러나, 미국 수출시장에 대한 의존이 큰 한국경제가 수출에서 기대할 것은 현격하게 줄었다. 미국 뿐 아니라, 경기침체가 세계화 된 조건에서 어느 곳으로 물건을 팔아 경제를 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 국민이 스스로 먹고 살 대책을 세워야 할 때며, 내수 경기를 살리는 정책만이 세계금융위기의 풍랑을 견뎌낼 방파제가 될 수 있음을 <이후의>는 역설한다. 

내수경기를 살리는 주요 방안은 우리 나라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한 ’조정협의 의무제’가 아니라 원자재 가격 인상 비용을 원 - 수급업자가 상호 분담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의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자기 살을 깎아 대기업의 수입을 보장하던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소기업 기업이 겪는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국책은행을 공공의 영역에 두는 것이 중요 함을 강조한다. <이후의>는 금융기업으로 변모하여 자본의 공정한 분배자의 역할 보다,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데 몰두하는 은행이 맞고 있는 자기자본비율 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은행이 공공성을 회복하는 기회임을 지적한다. IMF 이후 공적자금으로 목을 추기고 회생의 길을 걸어 온 은행은 모기지론으로 부동산 버블을 부추겼다. 또 외국인 주주가 반 넘게 지분을 가진 은행들은 앞을 다투어 과도한 배당금 지급에 몰두했다. 결국, 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 앞에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느라 돈을 움켜쥐고 돈의 유통을 꺼리고 있어 경기 회복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부실 의혹을 받는 은행들이 늘어 다시금 은행가의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이후의>는 바로 이 때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택이 은행의 공공성을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실제가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의 권능이 사라진 시대에 자본시장을 조율하고 질서를 부여할 힘을 정부가 은행을 통해서 진행할 기회를 잃지 말라는 이야기다.  (허나 자통법의 시행으로 은행은 사익 추구에 더 몰두할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의 민영화 움직임이라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불거진 유동성의 위기가 확산되어가던 작년 미국 경제에 응급 수혈을 해 준 것은 중국과 중동 등지의 국부펀드들이었다. 국부펀드의 작용 방향과 의미는 아직 미증유이다. 허나 금융자본이 GDP의 4배를 넘어서는 지금에도 여전히 산업자본은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위기가 확산되는 미국의 사례를 좇을 것인지, 산업경제의 밑바탕을 굳건히 다지는 경제 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인지 선택할 시점이다.

<이후의>는 지금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이 ’진정한 내수기반 경제로 전환’ 하기 위한 구조 변화의 기회라고 지적한다. 지금껏 우리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불균형과 양극화를 가져왔고, 외풍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경제 체질을  지녀왔다.  물론 내수 기반 역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허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가결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감세가 아니라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을 요청한다. 재정지출을 1조 원 늘리면 1만 3,000명의 고용이 유발되며, 0.11%의 추가 성장이 가능한 반면, 법인세(비용)를 1조 원 낮추면 고용 유발은 2322명, 경제성장률은 0.013%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설사 감세를 하더라도 부가가치세 등 서민의 세금을 낮춰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거두려는 다른 나라들의 선택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 
또한 정부 지출과 공적자금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곳에 투자한다는 공적자금 투입의 제1원칙에 따라 ’토목건설’이 아니라  ’사회 서비스’ 분야에 정부의 돈을 들이는 ’21세기 방식의 뉴딜’일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관심을 가지면 어디서든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 국민은 그동안 낯 설던 경제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그 증거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어떤 지향성을 갖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후의>는 한국경제의 원형인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한국경제의 분석, 그리고 위기의 결절점에 선 한국경제의 대안을 이야기 한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를 읽으면서 분석에서 대안을 위한 논의로 넘어서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늦었지만, 여기서도 잘못된 해법을 찾았다간 더 큰 혼란을 맞을 거라는 예감을 매일의 뉴스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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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이면우 옮김 / 사람과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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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 발견한 성과를 엮어낸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 수학이 그저 어려운 과목만은 아니었을텐데. 답을 구하는 것에 몰두하고 정답인지 오답인지에 주목하기 전에 하나 하나의 공식과 정리에 담긴 사람들의 고뇌를 읽었더라면, 그와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수학에 좀 더 애정을 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무영 교수는 수학은 사람의 사고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며, 과학의 언어라고 이야기 한다. ’세계를 관통하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상적인 가정에서 출발하여 독특한 시각으로 세계를 소통하는 추상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 그렇게 찾아낸 언어로 세계와 자연과 우주를 넉넉하게 포옹하는 것이 수학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리와 증명으로 씌여지기 전에는 들인 시간과 노력과 고통이 아무리 많다해도 본인 이외에는 알 수 없는 외로운 노동을 이 책을 읽어나가며 알게 됐다.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에서 만난 후지와라 마사히코라는 일본 수학자에 매료되어 읽게됐다. 책은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 9명을 찾아 떠나는 여행과, 천재 수학자들의 간략한 전기를 담고 있다. 필자 자신이 수학자인 관계로, 수학자의 정신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려 애쓴 흔적은 있으나 전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마치 예술가의 독창성을 진면목을 가려볼 줄 아는 예술가가 빼어난 예술작품에 보내는 찬가처럼, 수학의 아름다운 세계를 밝혀나간 수학자에게 바치는 진정어린 사랑의 헌사를 보는 듯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물들이는 책이다.

350년이 지나서야 추론에서 정리로 밝혀지는 수학자들의 발견, 하나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바치는 수학자들의 집요한 연구는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밥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연구에 몰두하여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수십년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나머지 중년 이후에 가서는 정신병적인 시달림마저 겪는 그들을 곁에서 지켜봤다면, 나 역시 미치광이 정도로 취급했을 것 같다. 허나, 다함없는 그 노동이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것이며 진리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빚어낸 것이라 할 때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유클리드가 기하학에 관한 정리를 강의 하는 중에 한 제자가 "기하학의 정리를 이해해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유클리드는 곁에 있던 다른 제자에게 "그에게 동전 한 닢을 주어 보내게."라고 답했단다. 대가를 바라고 연구하는 것은 수학자의 마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순수한 마음만이 수학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갖는 비결이라 여긴 수학자의 마음. 그 마음에 천재의 뛰어남까지 더한 사람들의 세계를 엿보는 과정은 안타까움과 비탄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책 표지에 쓰인 것처럼 천재의 봉우리가 높을수록 좌절의 골짜기도 깊었던 수학자들의 면모를 되새겨 본다.

- 신의 목소리를 갈구한 아이작 뉴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미적분법을 찾아낸 수학자이며, 자연과학자인 동시에 국회의원과 조폐국장을 지내고 기사 작위까지 받았던 천재이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어린시절을 보내고,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으며, 중년 이후에 1년 정도 정신착란 증세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의 미의식은 뛰어나, 프리즘을 통한 광학연구에서 빨강에서 보라까지의 빛의 띠를 일곱가지의 빛깔로 정돈해낸다. 우주 천문학에 대한 연구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언어로서의 수학을 담아 <프린키피아>를 펴내어 우주를 이해하는 과학의 눈을 인류에게 제공했다. 
"내 눈 앞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리를 안고 있는 커다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라며 삶을 다할 때까지 진리를 찾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벌였던 이이다.

- 21살의 나이에 스러진 열정의 수학자 갈루아
그의 정리가 무엇인지 모른다. 허나 대수학과 기하학을 통합시키는 군이론을 발견한 수학자라니 그렇게 읽는다. 그러나 수학학회에 제출한 논문을 심사위원이 중간에 잃어버린다던가, 심사를 마치기도 전에 심사위원의 숨을 거둔다든가 하는 끝없는 불운으로 살아 있을 때는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 프랑스 혁명기에 공화제라는 이상을 위해 구속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위해 싸운 사람이라는 것. 종래는 그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결투를 벌이다 희생되었다는 것. 그리고, 죽기까지 마음 속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갈구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이다. 허나 몇 줄로 정리 되는 그의 짧고 강렬한 빛이 가슴을 친다.


- 아일랜드의 시인 수학자 윌리엄 해밀턴
작은아버지에게서 영재교육을 받았던 사람이다. 10개국어를 알고, 천문학과 수학에 밝았던 사람이며, ’해밀토니안’이라 불리는 광학이론을 발견한 천재라고 한다. "수학과 시는 모두 상상력으로 얻는 것이며, 수학이 목표로 하는 진리와 시가 목표로 하는 아름다움은 같은 물체의 양면"이라고 믿었던 그는 직접 시를 짓기도 하고, 잘 알려진 시인인 워즈워드와도 문학적 교분을 나누기도 했다. 한편 첫사랑의 마음을 30년이 넘도록 뜨거움 그대로 간직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빠지면 쉽게 포기하지 못했으며 그런 지구력으로 수학을 연구하여 특성함수에 대한 연구에만 10년 이상, 4원수의 연구에 20년 이상을 바쳤다. 

- 소냐 코발레프스카야
러시아 귀족의 딸로 자라나 만인의 사랑을 받았고, 세계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었으며, 문학과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한번 본 사람은 누구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으나 "수학의 신은 우리가 지불하는 희생 이상의 보상은 해주지 않는다."라는 냉혹한 격언을 이해하고, 그를 축복하는 주위의 안락에서 벗어나 연구에 매진한 여성 수학자이다. 문학적 재능도 뛰어나 중편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고 수학연구에서 오는 정신적인 피곤을 문학의 그늘에서 풀어낸(마음에 안드는) 천재였다. 영원한 진리를 갈구하는 수학과 유한한 인생을 묘사하는 문학의 두 세계를 옮겨다니는 삶을 살면서 사랑을 이유로 남자에게 안주하지 않고 늘 독립적인 소냐로 살기 위한 선택을 해온 아름다운 여성이다. 
추상의 세계에 빛나는 별인 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수학자는 시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던 소냐 역시 41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신의 계시로 수많은 수학적 공식과 정리를 알게되었다던 인도의 수학자라고 한다. 식민지의 청년이었으나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영국의 수학자 하디에 의해 수학계에 발을 디뎠다. 허나 영국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종교적 신념에 따라 하지 않은) 이주민으로 고독한 삶을 살다가 병을 얻어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짧은 생애 동안 남긴 그의 낡은 수학노트는 아름다운 정리들로 가득한 채, 아직도 많은 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 나라를 구하고도 동성애로 처벌을 받은 안타까운 사람 앨런 튜링 
세계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를 개발했으며, 독일의 군사작전 암호를 해독하는 데 큰 기여를 하여, 수많은 영국민을 구한 수학자이다. 추상의 덩어리를 정교한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뛰어난 천재였으나 암호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영국과 미국의 기밀을 알게된 것으로 하여 늘 영국군 당국과 CIA 감시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급기야 앨런 튜링이 알고 있던 기밀이 두려워 미국과 영국은 그를 동성애자라는 것을 앞세워 가둔다. 나라와 진리와 진심에 바친 그의 사랑은 냉전의 제물이 된 채 42세의 나이에 지고 만다.

- 철학에 정통하고 시와 음악을 사랑한 헤르만 바일
1948년 "수학과 자연과학의 철학"의 서문에 ’ 사실과 이미지의 연계 없이 과학의 발달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이 연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언어가 필요하며 그 언어가 바로 수학이라고 믿었던 독일의 천재 수학자이다. 그런 언어이기 때문에 반드시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고 믿었던 바일은 ’나는 언제나 참과 아름다움을 통합하려고 노력했지만,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는 대개 아름다움을 선택했다.’고 고백한다. 아름다움을 향한 사랑은 컸으나 시대의 포화를 피할 수 없었던 바일은 독일 수학을 위한 깊은 책임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태인 아내와 가족을 위해 나치의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천재 수학자들 중에 특이하게 조화로운 삶을 살았으나 시대의 찬바람을 피할 수 없던 그의 삶이 많은 생각을 던진다.

- 350년 만에 페르마의 정리를 밝혀낸 엔드루 와일즈
선배 수학자들이 쌓은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들기고 딛어 30년간의 집요한 탐구 끝에 페르마의 정리에 다다른 현존하는 수학자. 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허명을 쫓는 수학자 취급을 받는 것을 경계하여, 7년간 두문불출하며 페르마의 정리에 매달리는 대목이었다. 진리를 향한 갈증으로 집요하게 연구에 매달리면서도, 수학자의 자긍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을 마다않는 맑은 정신을 본 까닭이다.

- 세키 다카가즈
일본의 화산가로 불운을 겪었으나, 현재 일본 수학의 밑돌을 놓은 곧은 성품의 수학자이다. 중국과 백제에서 건너온 천문학, 역술을 수학과 과학적 탐구를 통해 서양을 압도하는 수학적 성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불운 속에서도 정진했던 그의 삶은 아름다운 것이었으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느라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무엇이든 실용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선이 아닌듯 구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람이 발굴해낸 아름다운 정신적인 재부를 돌아보고, 그들의 마음을 만나게 해 준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은 오랜동안 내 마음에 남을 듯 하다. 

P.S.
책을 덮는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정진했던 그들의 수학이 많은 사람들을 우롱하는 ’파생상품의 재료’가 되어지는 현재를 보면 수학자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덜컹였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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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 - 차베스의 상상력, 21세기 혁명의 방식 새사연 신서 2
김병권. 손우정. 안태환. 여경훈. 이상동. 정희용. 한우림 지음 / 시대의창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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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을 염두하고 주도하면서 ’진보’적인 대안에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방의 주도나 파놉티콘의 지배가 아니라, 만인이 주인이 되고 참여자가 되며 다양한 진보적 요구와 희망이 조화롭게 반영되는 시놉티콘의 사회를 열어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민에 답하는 과정에서 집어든 책이다.

2005년쯤 한국사회의 다양한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참여한 다종 다양한 토론회와 심포지움이 활발했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민주노총이 10년을 맞는 때라 더욱 활발했던 토론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콘이 국민들의 뭇매를 맞던 때라서 더욱 절실하게 총의를 모으려 했었다. 각이한 결론으로 매듭을 짓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의견은 여전히 한국사회는 많은 희망을 품고 있으며,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며, 문제의식을 느끼는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아 대안을 고민하면 필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물론, 다양한 문제가 돌출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결말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고민할 때, 사람들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전형을 찾는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나라들이나 역사를 굳이 찾아서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겠다. 미국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대는 차베스가 집권하는 나라 베네수엘라 (정식 명칭 볼리바리안 베네수엘라) 역시, 그 중 하나의 전형이 될만한 모델이다. 허나 환경과 토양이 다르므로 모델 이상의 기대를 갖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를 읽게 된 것은 과연, 베네수엘라와 차베스가 품은 희망의 요소들이 근거가 있는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 사회를 내재적인 눈으로 경험하지 못한 중에 <다시 쓰다>를 읽고 난 느낌의 총체는 근거 있는 희망이란 생각이다.

1. 자율적인 써클이 만든 헌법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치어를 잡지 않을 방안을 토론하여 규제내요을 만든다. 작은 텃밭을 일구는 농촌의 사람들이 마실방에 모여서,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이며 문화적인 협력을 이룰 방안을 토론한다. 그리하여 도시가 지역을 존중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한 법률을 만들어낸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장면들이다.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저마다의 삶에서 길어 올린 소중한 원칙과 가치를 법으로 만들었다. 차베스의 표현은 때론 과격하나 국민들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치열함에 비하면 오히려 우아하달 수 있다.

2. 시장과 소통하는 법
모든 것을 독식하고, 이윤을 위해서 국민 위에 올라서 호령하는 사람들과 말이 통하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두고 토론에 나서야 할지 알기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베네수엘라의 선택이었다.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권을 쥔 그 신자유주의와 연을 끊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의 성장 기반인 석유를 바탕으로 일군 생산력을 시장에 내놓기도 하고, 시장에서 사들이기도 하면서, 시장을 넘어서는 질서를 만들어낸다. 때로는 금융화에 맞서 별도의 남미 시장을 구축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사회주의 나라들이 선택한 길과는 다른 사회주의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3. 놀라운 자치력
볼리바리안 서클 자체가 가진 자치력도 놀랍지만, 작은 마을 단위에서든, 대도시의 공장에서든 수평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어 마련한 자치력을 잘 발휘해 나간다는 점이다. 까라까스 봉기에서 언론이 국민에게 등을 돌리자 소출력 방송을 활용하여 항쟁에 정보를 제공한다.  대형 쇼핑매장을 가진 자본이 파업을 하면, 사람들은 공동체 단위로 소규모 가게와 생산자를 연결하여 유통라인을 묶는다.
이 모든 행동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본이 파업한 공장을 돌리기 위해 오랜 동안 일 해오던 기술자들이 지혜와 경험을 모아 기계를 다시 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여하기도 하며, 하나의 써클이 다른 써클들과 연대하기 위해 트럭과 트랙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해서야 소통하기도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부단히 시도하고 모색한 결과이다. 

지난해 촛불의 바다를 보면서, 누군가는 혼라이라고 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희망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촛불의 과정에서 다시 펼쳐본 <다시 쓰다>에는 계속되는 모색이 담겨있었다. 우리와 달리 막강한 에너지원을 가진 나라가 주변의 나라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니 검증된 편린일지라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넓고 긴 눈으로 들여다 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모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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