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희선생님의 동화책은 엄마인 나를 한번더 돌아보게 만든다. [너는 기적이야]는 딸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그 기분을 돌이켜 생각나게 만들었고, 이번 [엄마가 화났다]는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림책은 환상일 때가 있고 현실일 때가 있다. 이 책은 현실에서 시작한다. 책 속 주인공 산이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엄마는 얌전히 앉아서 먹으라고 이맛살을 찌푸린다. ’이거 내모습 아닌가?’ 우리 딸도 짜장면을 좋아하는데 딸아이가 잘먹는다는 생각보다는 ’이 옷에는 묻으면 안되는데, 아, 손빨래해야하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산이는 얼굴을 씻으러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놀다가 넘어지면 큰일 난다고 소리를 버럭지른다. 우리딸도 요즘 부쩍 비누놀이에 빠져있는데. 딸아이가 비누에서 거품이 나는 것을 얼마나 신기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비누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상사하기 보다는 ’아, 물을 너무 오래 틀어놓는 건 아닌가? 저번에는 미끄러졌는데, 행여나 이번에도 위험한건 아닐까’ 그래서 결국 소리를 지르게 된다. 검은 그림자로 표현된 엄마는 결국 소리를 지르다가 불같이 화를 냈다. 산이의 그 때의 심경이 글로 표현되어 있다. 손발이 후들후들 떨렸어요. 숨을 제대로 쉴수 없었어요. 내가 소리를 지를 때 우리 딸의 마음이 전해졌다. 다른이의 입장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가장 가까이 있는 딸아이의 마음은 이제까지 왜 헤아려주지 않았던가. 산이의 엄마는 산이가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림자가 아닌 엄마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엄마는 산이를 찾아서 후루룩이 있는 성을 찾아가고. 거품호수를 지나서 부글이, 얼룩이를 만나기도 한다. 한명 한명 만나면서 산이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산이 엄마가 산이를 찾지 못해서 이렇게 말하는 순간 산이가 나타난다. 내가 낳아서 내가 키운 자식이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딸아이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해 하루에도 몇번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 때마다 다시 다짐한다. 나도 이럴때가 있었다고, 그리고 딸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우리딸이 커서 또 아이를 낳았을 때 다시 읽어주고 싶은 책 [엄마가 화났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