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나의 사랑 - 미치도록 깊이 진심으로
아이리 지음, 이지수 옮김 / 프롬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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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아직 낙엽이 떨어지려면 멀었지만, 왜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쌔하니 주위를 감도는 것만 같은지, 오스스한 몸을 좀 더 웅크려본다. 사랑타령하기에 너무 좋은 가을. 그러니까 가을에는 사랑타령하는 책들을 읽어야만 한다. 꺄르르거리며 둘이 좋아죽는 이야기도 좋고, 한없이 늘어뜨리며징징거리는 이별이야기도 좋다. 책은, 시각적 효과와 청취적 효과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기도 하니까, 그래서 좋은 거다. 내 사랑이야기만큼이나 재밌는 것이 남들 사랑이야기지 않은가. 바야흐로, 내 본격적인 사랑타령이 시작되려는 가을이다.

 

 

 

좋아한다라는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순종하는 것이고

좋아한다는 것은 오직 그로 인해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이며

좋아한다는 것은 같은 얘기도 그가 얘기해야 재밌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내가 더 강해지고

그 사람만 기억하는 내 모습이 있고

그 사람만이 나를 온전히 받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 _p93

 

 

 

 

 

 

 

 

 

사람과 사람이 만나 그 사이에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것이 한 쪽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로만 만들어진 관계라면, 가열된 물을 차가운 유리컵에 붓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개인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이전보다 나도 모르게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가장 크지만, 어쨌든 이후에는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니까.

 

 

 

 

 

 

 

책은 각기 다른 연인들의 사연들을 제 3자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실려 있었고, 그 이야기는 각자에 맞는 색을 지녔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누군가는 아직 옛 사랑을 잊지 못하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그 사랑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되고, 또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 당신의 마음 언저리에 남아있던 사랑이 남긴 상흔을 어루만져줄 게다. 가을, 당신의 이야기를 만나보라.

 

 

> 밑줄

 

모든 사람이 나를 받아줄 필요는 없다. 오직 당신이 좋아하고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만 괜찮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나를 받아 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내게 와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_p93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 밤 그의 곁에서 잠들 수 있다면 족하다.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_p111

 

 

서로를 이해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났다고 해서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도 평화롭게 공존할 합의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_p126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 날씨는 어때?’등의 의미 없는 말을 대신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잘 지내니?’, ‘행복하니?’, ‘너도 나를 좋아하니?’, ‘내가 고백하면 너도 내 마음을 받아 주겠니?’ 등 그 사람이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진짜 질문들이 숨어 있답니다

.” _p185

 

 

우리는 현재 주어진 행복을 보지 못한 채 손에 넣지 못한 불확실한 그 무언가 때문에 계속 먼 곳만 바라본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을 놓치지 않게 꼭 붙들고 있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언젠가를 위해 애쓰지 말고, 사랑할 수 있는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 _p231

 

 

 

오타

_p180 2째줄 : 하지만 결말은 모두의 예상을 빚나갔다. ▶▶▶ 빗나갔다.

 

_p183 12째줄 : 마음 속에 품은 다른 사람을 얘기했디. ▶▶▶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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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하루 그림 - 그림으로 문을 여는 오늘, 그림 한 점의 위로와 격려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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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을 갔다. 사무실 앞 도서관은, 얼른 사무실에 들어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조급함을 주는 동시에 책 속에 파묻혀있다는 기분 좋은 위안을 주는 까닭에 꼭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몇 번이고 찾아가곤 하는 곳이다. 그 도서관에서는 나만의 책을 대출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한 책장에 있는 책을 한 번 주욱 훑어보고 그 다음 책장으로 넘어가는 것.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그 다음 책장에는 그림책,이 즐비하게 있었다.

 

 

 

나에게 그림, 이라는 거. 그림을 어지간히 못 그리는 까닭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동경도 크지만, 결과물인 그림 자체에 대한 동경이 대단하다. 그 동경의 시작에서 변함없는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입이 마르게 칭송하는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았을 때부터였고, 두 번째는 이주은 작가의 당신도, 그림처럼을 보고 난 뒤였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 타인들에게 겉으로 보여지는 허세 부린다는 말이 두려워서도 있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그림을 구경하는 것만 좋아하지, 제대로 볼 줄을 모르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 그림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점, 그것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오랜만에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고 있으려니, 전에는 그림 하나를 재미있게 설명해놓은 글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던 때도 많았었는데... 라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멀리 했나. 생각한다.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그에 따라 맞는 그림과 글이 있었다. 단순하게는 그림만을 보고 추리한 것도 있었지만, 심도있게는 그 그림에 담겼을 역사를 만나 볼 수 있기도 했다. 정신없는 업무시간 중의 점심시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에 읽으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지만, 일전에 그림에 관심이 생겼을 때부터 이웃추가를 했었던 레스까페님의 책이었다. 왜 몰랐지? 그러면서 레스까페님도 내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서 일상 포스팅에도 덧글도 달아주시기도 했었는데, 이웃이 모조리 날아가는 봉변을 겪은 이후 내가 다시 이웃추가를 못했다며.. - 다음은 눈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그림들. 저작권이 문제가 되진 않겠지? 올리고 싶은 그림 중 해리 허먼 로즈랜드 - 가장 높은 경매가를 부른 사람에게로는 저작권이 문제가 될 염려가 있어서 올리지는 않지만,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림이니 찾아서 보는 것을 살짝 권장해본다.

 

 

 

 

엘리자베스 너스, 모성애

 

 

 

브렌데 킬데, 가을 날 숲의 오솔길

 

 

 

 

조지 엘가 힉스, 여인의 사명, 남자의 동반자

 

 

조지 히치콕, 노란 한련화

(당시 일에 지쳐 퇴근하고 싶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때,

보자마자 마음이 뻥 뚫리던,

정말 한참을 쳐다보게 만드는 :)

 

 

 

 

로버트 윌리엄 보노, 플랑드르 벌판에서

(이 그림 너무너무 예쁜데, 사실 알고 보면 참 슬픈 그림.)

 

 

 

루이스 찰스 몰러, 꽃다발

(이걸 보며 J군과 한참을 웃었다. 이게, 내 50년 후의 모습일까? 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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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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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8월 여름휴가 때,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먼저 만나볼 수도 있었던 책이었다. 거대한 책 탑 묶음 중에서도 한 가운데에 있었던 책이라서 귀찮았던 모양인지, 주인아저씨가 한 권만 사는 거라면 안 팔거요.”라는 말만 안 했다면 말이다. 어떤 내용을 지닌 책인지도 모른 채,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중 나눔으로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고, (thank, 연꽃언니) 읽던 책을 마저 끝내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도 내팽개치고 읽기 시작. 어느 날, 중간 즈음 책을 읽었을 무렵, 저녁을 먹고 책을 읽으려고 주섬주섬 챙기는데, J군이 책을 스윽 보더니, “벨라야.”라고 말해서, “? 뭐가?” ... 표지에 있는 여자아이의 얼굴, 필시 주근깨를 보고 나라고 지칭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아이, 미셸? 오드아이? . 난 그때까지 이 아이가 오드아이, 궁극의 아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는데, 표지를 보고 복선을 알아차리게 된다.

 

 

 

 

 

"궁극의 아이?"

"그 아이들은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들이오."

 

7살 이후의 과거를 모두 기억하는 과잉 기억증후군을 가진 여자, 그리고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닷새 동안의 사랑, 그리고 이별. 그로부터 10년 후, 엘리스 로자 앞에 FBI요원인 사이먼 켄이 나타나서 말한다. “신가야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금 이 남자가 장난하는 걸까? 그는 10년 전에 죽었는데?

 

 

 

 

 

본래 나는, 스케일이 큰 소설이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옹기종기한 것들을 한데 모아 손으로 조몰락거리며 오밀조밀하게 만들어진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톡- 건드렸을 때에도 반응하지 않는 그것의 견고함이 좋달까. 반면에 스케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탄탄한 구성을 필요로 하는데, 대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고, 그것을 건드렸을 때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까닭이 첫 번째요, 내 두뇌가 스케일이 큰 그것들을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두 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다. 요 근래는 마음이 어수선한 탓인지, 책을 읽어도 활자만 읽기에 급급했던 것 같은데, 책을 읽음과 동시에 극장의 상영관 중 스크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옴짝달싹 거리며 저자가 준비한 화려하고도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내는 여전히, 또 두말할 것 없이 사랑이다. 사랑, 어째서 그것은 모든 시작의 끝인가. 형체없는 그것은 생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조건적이며 절대적인 감정이니까. 그러니까 여전히, 사랑,인 것인가. 그래서, 이야기 그 화려한 마지막장에선, 내가 가진 온화함을 모두 내비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 추신, 악마개구리의 추종자들은 어떻게 된 걸까. 또 다른 악마개구리가 재탄생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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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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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무려 지하 6, 지상 123층에 달하는 제2의 롯데월드를 만들고 있고, 그에 따라 인근 주변에서 싱크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어 뉴스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석회암의 자연 상태나 화강암의 도심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까닭은 단연 지하수에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 있으면서 모든 소장님들께서 입을 모아 말하길, 하나의 건물을 지을 때에는 그 동네 전체를 지반을 조사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반을 조사할 때, 건물을 짓는 그 지반 혹은 1~2m 이내에서만 지반 조사가 실시된다. 아무래도 정해져있는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이 발목을 붙잡는 것이 그 까닭일 테다. 이따금 싱크홀이 생긴 자리를 비춰주는 뉴스를 접하고도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걸까?하고 의구심이 가져진다. 눈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마음인 게다.

 

 

 

그러다가 (이제야) 이재익의 싱크홀을 접하게 되었다. 123층의 초고층 시저스타워의 오픈날, 시저스타워를 지탱하고 있던 지반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며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 안에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들을 구해야한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라고 볼 수 있다. 흡입력은 책 제목인 싱크홀 못지않게 강해서 요 근래 하루 동안 책 한 권을 읽기 버거운 나도 뚝딱 다 읽어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게 읽은 것 같은데, 뭔가 자꾸만 아쉽다. 먹고 싶은 쵸콜렛을 두고두고 아껴먹다가 다 먹은 뒤에 입맛을 다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갈증이다. 너무 우연같지 않은 우연을 가장한 동호와 민주의 이야기라던지, (개인적으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 이 부분은 이럴거면 차라리 로맨스로 가던지, 그랬으면 조금 비현실적이라도 괜찮았을텐데.라는 생각) 연쇄살인범 현태의 등장(이건 또 뭐야?)은 헛웃음이 날 정도로 너무 뜬금없다. 무엇보다 이재익의 싱크홀은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재난소설이라고 하면, 재난 속에서 대처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이 있어야하는데, 재난소설이라고 칭하기엔 사건은 너무 늦게 터졌고, 그 사건은 너무 빨리 종결이 되버렸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읽는 내내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정리도 안 하고 이야기를 억지로 풀어나가는 것 같달까. 아니면 몇 년 전, 주관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압구정 소년들을 읽고 너무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란 말인가.

 

 

 

저자는 싱크홀을 통해 정말 도심의 거대한 구멍을 말하려 하였는가, 사랑을 말하려 하였는가, 가족의 애틋함을 말하려 하였는가,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군상을 말하려 하였는가. 생각해보면 뭐 하나 제대로 말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그 무엇도 아니라면 그저 술술 잘 읽히는 그러한 책을 내고 싶었단 말인가. 참 오랜만에 만나는 까닭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던 이재익 작가였는데, 그러기엔 아쉬움이 너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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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딸의 유럽 여행
이미상 글.사진, 솨니 그림 / 달콤한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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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은 너에게. 유월의 여행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통째로 잃어버린 나는, 정말 어디든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팔월의 여행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라는 것이 주는 고속도로 정체가 떠올려지는 판국에 여행자체가 그리 흥미롭지 않았던 까닭이리라. 어디든 좋아, 우리, 멀리, 아주 멀리 떠나볼까? 하지만 현실이 주는 막연하기만 한 부풀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그와 나는 항상 얘기를 하곤 하는데, 대화는 이렇다. “당신()이 일을 그만 두면, 꼭 여행가자. 어디든.” 사실 그때는 이미 정해져있고, 여행지 또한 대충 정해져 있어서, 이제 그때만 바라보며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면 되지만, 그러기엔 하루에도 몇 번씩 여행가고 싶어.”를 읊조리는 내가 있다. 그러다 문득 보게 된 이 책, 엄마와 딸의 여행기란다. 전에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에서 엄마와 아들의 여행을 보며, 미치도록 부러워했던 게 언제라고 이젠 엄마와 딸이란다. 얼마나 또 내 마음을 올칵거리게 만들 정도로 시샘하게 만들까,하며 시작하게 된 책.

 

 

 

예술가가 되고 싶은 딸 김수완(솨니),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엄마 이미상의 개방적인 마인드로 중학교를 중퇴한다. 사실 지금의 엄마들이라면 그게 가능키나 할까, 싶기도 할 정도로,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해보이기도 하다. 정해져있는 규격 안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 이미상의 나는 내가 자유롭고 싶었던 만큼 내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라는 말이 깊숙이 박히게 된다.

 

 

 

솨니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열정으로 힘들어한다. 거의 날마다 대상 없는 분노를 내게 표출한다. 어쩌겠는가. 이 혐오스러운 세상에 저를 있게 한 사람이 엄마인 것을. 깊이를 모르는 심연을 만나는 사춘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시절이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이해하려 한다. (p.60)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혹자는 두 모녀의 투닥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마냥 부럽게만 보인다고 했는데, 난 왜 그렇지 않지? 이 여행은 순전히 엄마의 노력(이라고 쓰고 인내심이라고 말한다.)이 컸다는 점. 솨니의 모든 행동이, 그저 사춘기 소녀의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도대체 얼마나 받아줘야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눈살이 찌푸려진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것이 엄마와 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예의를 차려야할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엄마와 딸이기 때문에 적정의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딸 솨니의 말과 행동이 짜증을 유발시켰고, 종래는 책을 덮어버리는 현상까지 오고야 만다. 책을 다 읽고도 답답한 마음에, 혹자의 서평에 덧글을 단 적이 있다. “저도 이 책을 읽었지만, 딸의 행동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내 덧글에 아무래도 엄마와 딸이 평범한 직업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보통사람의 시선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이라는 대덧글이 달렸다. (, 글쎄. 뭐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있으니 그것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요즘 나의 관심사가 육아로 전향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여행에세이라는 것보다 이런 면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그런 불편함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지금보다 조금 더 느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아주 짙게 남는다.

 

 

 

엄마. 옷 벗어줘.” / “싫어, 나도 추워.” / “엄마는 참아야지, 엄마니깐.”

 

아놔, 짜증나, 임신했을 때 엄마가 뭘 먹었기에 난 매일 짜증이 날까?” / “별걸 다 엄마 탓을 하네. 먹긴 뭘 먹어? 입덧 때문에 먹지도 못했는데.” / “그럼 먹어서 영양실조로 뇌가 이상해졌나? () 안 그랬는데 엄마랑 있으니까 괜히 다시 화가 나.”

 

스무 살이 넘으면 세계의 축제를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라고 하는 엄마에게, “싫어! 난 세계를 돌아다니며 거지들을 그릴 거야. () 근데 엄마가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해?”

 

이게 다 엄마 탓이야. 엄마가 그리라고 협박했어. () 매일 누군가 나를 협박하거든. 그게 누군지 모르니깐 다 그냥 엄마야. 엄마 탓이야!”

 

엄마의 등에 비둘기똥이 척! 떨어져서 휴지로 닦아달라는 엄마의 말에 더러워, 난 못해!”라고 하니, 지나가던 한국인 남자가 물티슈를 주며 이걸로 닦아드려라. 네가 그렇게 됐으면 엄마는 얼른 닦아줬을 텐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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