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여섯 시, 일기를 씁니다
박선희 지음 / 나무발전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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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잘 일기를 밀리곤 한다. 밀린다는 표현을 한다는 것은 내 일기의 내용이 내가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데 그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기장에 내 생각을 적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하루의 일기를 쓰는 칸이 제한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할 거리가 있어 쓰는 글들은 일기장에 적지 않고 다른 수첩을 꺼내게 될 때가 많았기에 일기가 일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22년부터는 만년 다이어리를 쓰면 괜찮겠지? 싶어서 주문해서 잘 쓰고 있기는 한데... 아뿔싸, 그렇게 생각들을 모아 모아 쓰다 보니 11월 중순부터 종이가 없어 기록조차 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하하; 이 당황스러움은 어디에서 채워야 할까.



나의 경우에는 일기를 쓰는 것에 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그날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하는 단순한 기록장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떤 하루를 살아있었다는 방증들이 일기장에 고스란히 빼곡 쓰여있다. 그렇게 열심히 쓰다 보니 2011년부터 일기를 써서 10권이 넘는 일기장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딱히 보게 되는 일기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일기장을 없애버릴까 하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실패했고, 또 앞으로는 일기장을 사지 말까 하다가 아니 그럼 내 하루들은 어떻게 기록을 하지? 싶은 마음이 들어 내키지가 않는 것이다. 도대체 뭘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기를 쓴다는 제목을 보게 되었고 나는 당황했다. 내가 아는 일기와 사전적의 일기는 동의어였다.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ㅡ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활동하지 않은 아침 여섯 시에? 다른 것도 아닌 일기를 쓴다고?’ 라는 것이 나를 당황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나도 2018년에 시시때때로 무언가를 적었다. 시간을 정해두고 쓴 것은 아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생각이 들 때마다 노트를 펼쳐 그때의 감정들을 적어내려가곤 했다. 그것은 일기라기보다 ‘생각노트’에 불과했지만 단순한 일기장보다 생각노트가 더 의미 있다는 생각도 하기는 하지만 생각노트를 쓰려면 많이 귀찮고 피곤하기 때문에(...) 비연속적으로 쓰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나저나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이라는 것을 가동하려면 우선 활동을 해서 몸이 따듯하게 데워져야 하는데 저자는 아침 여섯 시에 어떤 내용을 썼을까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하고 가볍게 책장을 넘겼다.


저자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자 했을 때 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나는 어떤 글을 제대로 써보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시도도 해보지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핑계는 길든 짧든 글을 시작하는 것이 늘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가 “그냥 써. 아무거나. 내가 답장해 줄게.”라고 말을 한다면 나도 용기를 내볼 수 있었을 것도 같다. 저자도 친구의 말에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일기(日記)라기보다 수필에 가까워 보였고 이질감 없이 읽기는 했는데 한편으로는 웃음이 났다. 나도 이런 글을 써본 적이 있다는 동질감과 더불어 나의 경우에는 밤에 쓰는 일기에는 이런 힘이 거의 없다는 점에 있었다. 왜냐하면 밤에는 잠을 자기 직전이라서 얼른 쓰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매일매일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쓰는 것이 진정한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읽으면서, 저자는 글을 쓰고 싶은 시간을 잘 잡아서 썼네. 하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또 글은 평온해보이고 담담하지만 내면에 깊이 출렁거리고 있는 슬픔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저자는 그게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으니까. 슬플 때 쓰는 글들은 유난히 담담했고 덤덤해서 내가 괜찮아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으니까.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에 있던 친구의 물음에는 내가 더 화가 났다. 만약 선택이 가능하다면 남편의 죽음을 겪지 않는 쪽을 고르지 않겠느냐고 묻다니.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뇌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런 물음을 했나. 나는, 타인의 슬픔을 물을 때 가감 없이 순진한 얼굴로 상처를 헤집는 사람들을 경멸하게 되었다. 같은 이유로 나는 2년 전에, 여러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내게 묻고 결정적으로 ‘그러고 나면 그곳이 더 깨끗해져서 더 잘 들어선... 블라블라’라고 말하는 20년 지기 친구와 결별했다. 오랜 친구였고 마음을 나눠왔기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당시에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내 상처를 꺼내 보일 수는 있지만, 누군가 내 상처를 단순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으로 헤집어놓는 것을 용인할 수가 없다는 것은 여전하다. 우리는 타인의 상처가 비록 내 것이 아닐지라도, 아니 내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마지막 챕터를 보고 느꼈다.




이 책을 다 읽은 직후에 방 정리를 하다가 우연하게 생각노트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노트를 적어볼까 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단단하게 서있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자주 무너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말과 행동이 다른(즉 언행불일치인)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다가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는 다중인격 같은 나를 보고 싶지 않아서, 감정 기복이 심한 나를 제어할 수 없어서 등등의 이유들로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그 생각노트를 말이다. 요즘의 나는 생각이 넘쳐흐르는데 그 생각들을 굳이 글자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들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으니 굉장히 단순해지는데 그 느낌이 조금 낯설면서도 재미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생각들은 쓰지 않으면 휘발되고 만다. 그때의 나는 기록되지 않는다. 나를 기록하는 일은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다시 용기를 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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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네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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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올 즈음이면 눈 생각이 가장 많이 난다. 지금의 나는 눈을 퍽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나는 눈이 오면 꼭 내 몸통만한 눈사람을 만들어 사진을 남겨놓은 것으로 봐서는, 매년 눈썰매를 신나게 탄 기억이 나는 것으로 봐서는, 눈이 온다고 눈을 비비며 창문을 내다보던 기억이 선명한 것으로 봐서는 눈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은 눈이 조금만 와도 제설작업이 되지 않는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곧 눈으로 겨울왕국을 만들 수 있는 지역으로 가야하는 나는 눈에 다시 익숙해져야할텐데, 그동안의 ‘눈이 오지 않는 겨울’에 만족하고 살았던 탓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것과는 별개로 하얀 눈으로 덮인 동화책 <겨울 동네>를 보는 순간 포근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표지의 그림이 어쩐지 워터볼의 안에 꼭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워터볼을 천천히 흔들어보기도 했다.



아이는 이모가 사는 겨울 동네로 떠나는데 그곳에는 산과 숲이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곳으로 아이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뒷마당에 가끔 놀러오는 사슴! 사슴을 보기 위해 잘게 부순 별사탕이 밤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겨울 동네를 왔는데, 막상 사슴이 놀러오지 않아 아이는 속상해하다가 사슴을 만나러가기로 한다. 아이의 사슴 만나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사슴을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소망을 보면서 어떤 형태로든지의 소망은 참 소중한 것이구나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또 아이가 소망을 이루기 위한 여정 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되는데 그것에 충분히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른이 된 우리들은 지금 확고하게 답을 정해놓고 무표정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지 알기에, 어린이들은 어떤 답을 정해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뚝딱 가볍게 읽고자 책을 펼쳤는데, 내 머릿속에는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내가 살던 겨울 동네가 펼쳐지고 있었고 그 안에서의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마대자루를 질질 끌면서 눈썰매를 타러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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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 내집마련 표류기 - 소박한 관사에서 평생 살 내 집까지 직업군인의 찐 드림하우스 정복기
노영호 지음 / 예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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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군본부 및 국방부에서 군인 주거정책의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육군 수도군단의 주거지원과장으로 있는 저자는 전국에 있는 군관사에 대해 책의 1/2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나 역시도 이제까지 네 군데의 관사에 살았고 현재도 거주 중이기에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몇 년 전에 친구가 “너는 좋겠다. 집 걱정 안 해도 되어서.”라고 말했을 때 나는 애로사항이 아주 많은 15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할 수 없었다. 또 나는 이사를 할 때마다 집 걱정을 안 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이사를 갈 때는 항상 인사발령으로 인해 관사 포화상태로 대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한 달 이상은 떨어져 살아야만 했는데, 그때마다 전전긍긍해하던 우리 둘의 모습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이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친구에게 나는 “나는 차라리 우리가 이사를 안 다니면 여기에 집을 사서 편하게 있을 거야.”라고 대꾸하곤 했다. 하지만 관사에 살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분명 있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 관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이 있었다. 연금이 나오니까 노후는 해결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대부분 그런 건 아니지만 주변에는 우선적으로 집이 보장이 되니 돈이 딴 데로 새는 경우도 많았다. 차, 식생활비 등등. 이유야 어떻든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거지가 결정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집을 언제라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안일했다고 말하지만, 누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랴.

또 한 가지 장애물은,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면 관사를 얻을 수 없는 조건이 있다. 책에는 규정이 변화되어서 집이 있더라도 임대를 줘서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에는 군인관사가 제공이 가능하다고 쓰여있지만 전군이 통합된 규정이 아닌 걸까? 우리와 같은 경우에는 거주해야 하는 해당 지역에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면 여전히 관사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6개월마다 한 번씩 세목별 과세 증명서라는 것을 통해 우리는 이곳에 자가가 없으므로 관사에 계속 살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가장 최근에 세목별 과세 증명서는 세 달 전에 요구를 하여 제출한 상태다.)

또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환경 탓에 어느 한 지역에 집을 매매해두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base로 언젠가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하여 집 구매를 미리 해두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저 집에서 언제 살아볼 줄 알고, 언제까지 살 줄 알고 집을 ‘벌써’ 구매해야 하지? 하는 입장들의 목소리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멀면서도 가까운 미래를 위해 집 구매에 대해 서두르지는 않아도 차근차근 계획은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3. 책에서는 군인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 알려준다.


ⅰ 군인공제회 공급(분양)

ⅱ 군인 특별공급

ⅲ 일반 분양

책에 의하면

군인공제회 공급의 경우에는 30대 초중반, 결혼 후 자녀가 2명 이상이면 확률이 꽤 올라간다고 하고

군인 특별공급의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있으므로 그 지역에 평생 살 것이 아니라면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어야 하며

일반분양은 우리가 아는 그 일반분양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방법이 있대,라고 말을 하니 그는 벌써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청약을 탐탁지 않아 하는 우리와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써먹지 않았지만 군인으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점이 있기 때문에 해당이 된다면 놓치지 않고 혜택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j가 다 읽으면 나는 커뮤니티에 이 책을 나눔 할 예정이다. 더 많은 군 가족들이 보고 미래를 준비했으면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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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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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뜬금없이, 별자리를 묻는 걸까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답은 책을 다 읽고 나의 공간들을 둘러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9년 4월에 책을 구매하고 이 책을 두어 번 정도 읽으려고 했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다. 책이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마의 구간이 있었다. 타인을 기른 공간을 엿본다는 사실은 즐거웠지만 연속되는 공간들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지루하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나의 목표는 완독이었기에 꾸준히 읽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다. 전에 읽을 때는 저자의 공간들을 ‘보기만’ 했다면, 이번에 읽을 때는 저자의 공간에 내 공간도 ‘겹쳐’ 읽게 된다는 점이 달랐다.

87.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여전히 저자는 골목길을 예찬하고 있고, 나 역시 골목길에 대한 추억들을 몽글몽글 떠올리기에 바빴다. 저자의 골목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내가 아는, 내게 익숙한 골목길을 그리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과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때는 저녁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소변을 눈 나에게 팬티를 입히며 “좀 더 놀고 와~”라고 했던 기억. 그래서 모기차를 쫓아다니기 여념이 없었던 순간들과 다른 언니오빠친구들은 담을 넘을 때 겁쟁이인 나는 담을 넘지 못해 1분이면 갈 거리를 5분 만에 당도하니 아무도 없었다는 서글픈 이야기까지. 선연한 추억들이 어렸던 나와 함께 떠올랐다.

당신의 지하철은 몇 호선입니까?

내 지하철은 1호선이다. 대전 1호선. 아, 대전엔 1호선밖에 없지. 하하하. 2006년에 개통된 대전 지하철은 시승식을 했었고 우리는 와르르 몰려나가 그 시승식에 합류했다. 와, 지하철이 이런 거구나. 하며 우리는 대전이 엄청난 발전을 하는듯한 착각에 행복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럴까, 아니면 나만의 문제일까. 나에게는 환승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늘 힘들다. 그런 내게 j는 말하곤 한다. “너한테는 1호선, 그리고 출구 4개인 지하철이 딱 어울려.”라고.

119.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가장 많은 삶을 빚는 공간이다. 그곳이 좋아야 그 사람의 삶의 질도 좋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있는 자리가 나를 만들어준다.는 당연하지만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단연 발코니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집에서 떠나야 할 날이 온다면 지금의 발코니를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애착을 넘어 집착이 생긴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곳이라면 좀 더 뭉개고 있어보자. 하는 심산이랄까. 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발코니에서 엄마 코알라에게 부비적거리는 아기 코알라 심정으로 양껏 빛을 받으며 책이나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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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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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 인생의 책’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내게 미끼를 던졌을 뿐이지만, 그것을 물까 말까 고민하다가 물어버린 것은 나였다. 힘들 때마다 떠올렸던 그 책, 아. 그런 걸 두고 ‘인생 책’이라고 하는 거구나. 새삼 느꼈다. 그래서 그 책을 올해 언젠가 다시 손에 들기로 결심했다. 결심까지 해야 하는 것은, 그 책을 읽는 것이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급박하면서 종래는 얼마나 허탈한지. 나의 감정선을 정돈할 수 있을 때에 천천히 긴 호흡으로 읽고 싶으니까.



나는 이제야 오롯하게 30대 후반이 되었고, 곧(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부분이 있지만)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두려움이 없다. 다만, 내가 그 나이를 먹어서도 인간이 되지 못할까봐 그게 조금 두렵다. 나이만큼 늙지 못하고 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주책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나이만큼 늙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까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젊은 감성들이 빼곡한 책에서 잠시 벗어나 잔잔하고 고즈넉한 마음을 품게 하는 그런 책을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의 첫 책으로 꼽았다.



사설이 길었다. <어른의 인생 수업>에는 챕터마다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당시 저자의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타자들에게 건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읽다 보면 저자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는 착각을 일게 하는 것은 고민과 불안의 지점을 알 수 있게끔 챕터마다 중복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2022년의 내 인생도 입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22년의 끝인 12월에 나는 방황을 했다. 지금은 또 해가 달라졌다고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편안해졌달까. 이거든 저거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일할 준비, 쉴 준비, 과거를 청산할 준비, 현재를 즐길 준비, 미래를 위한 준비 등등 우리는 수없이 많은 준비들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늘 불안과 염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가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런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 부류에 속한다. 내가 힘들어 죽겠다는데 그걸 위로한답시고 거기에는 의미가 있을 거라든지, 뜻이 있을 거라든지, 결국은 그 일로 더 단단해졌다든지 하는 말은 아직도 벽을 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뒤에 있었다. 크고 작은 피할 수 없는 시련들은 우리에게 너무 많이 주어지고 (물론 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걸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물음으로써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가 어떤 것이든 ‘내’가 결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결정을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정이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인생은 원래 수정테이프로 덕지덕지 그어야 제맛이니까.



크라슈나무르티에 따르면 어떤 것을 즉각적으로 대면할 때, 마음이 완전히 현재에 살 수 있을 때 두려움은 없다.고 하는데 나의 마음은 현재보다 미래에 가 있는 경우가 1:9 혹은 2:8로 훨씬 압도적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으니 현재는 없나 하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또 그 현재에도 나는 열심히 즐기고 싶어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지. 다만, 그 미래에 도달했을 때 ‘그건 그렇게 신경 쓸 게 아니었어. 으휴. 시간 낭비였지 뭐야!’라고 나를 꾸짖을 때가 많다.


러셀은 자기 자신에게 과도하게 몰입한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며 외부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나’를 활동하게 하고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말이었다. 나에게 몰두하는 상황에 대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부로 시선을 돌리니 훨씬 마음이 이전보다 편해진 것을 깨달았다(지칠 때까지 나에 몰두를 하면 답을 찾거나 포기를 할 줄 알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둘 다 안 됐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지. 그래서 요즘의 나는 바깥에 나돌아다닌다. 이러다가 또 귀찮으면 집에 콕 박혀있기도 하고.


삶이란 부단히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도 괜찮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던 연금술사에서처럼 나의 삶을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지금을 또 살아내고 살아가며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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