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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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래에 관리자들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었다. 같은 관리자라고 불리는 것이, 그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것이 치가 떨릴 정도였다. 어쩌면 저렇게 무능력할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무능력한 인간으로 비칠까, 갈팡질팡하게 만든 장본인들을 두고 나는 떠났다. 하지만 어디에나 그런 관리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의지력을 상실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도 어째서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에 눈길을 보냈던가. 이야기는 망설임이 없고 가독성이 좋았는데 어쩐지 자꾸만 멈추게 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자꾸 움츠러드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선길은 아픈 아들을 두었다. 아들과 관련된 전화를 자주 받아야만 했기에 자주 자리를 비웠고 핸드폰을 내내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장은 함바집의 비리를 감추려고 멧돼지를 내려보냈다. 그렇게 있지도 않은 멧돼지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선길. 멧돼지를 잡기 위해 보초를 서던 날들이 이어지고 와중에 아들의 수술 날짜가 다가왔다. 아들의 수술을 마쳤는데도 연락이 없던 선길은 개 두 마리를 데려왔다. 멧돼지는 개에게 맡겨두고 자신은 일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선길은 멧돼지 보초를 그만두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선길은 초짜였다. 책에서도 선길을 직접적으로 초짜라고 말하고 있지만, 굳이 그렇게 짚어내지 않아도 같은 직종을 가진 내가 본 시각에서는 하는 말부터 행동까지 초짜였다. 책의 이야기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읽어 내려가던 나조차도 선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건설 현장에서 초짜들은 위험하다. 물론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뭉뚱그려 얘기할 수밖에 없지만, 실질적으로 위험을 예견하는 능력과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안전 수칙이 없는 현장이라면 더더욱. 모든 일은 운전과 같다. ‘오, 나 좀 익숙해진 것 같은데?’ 싶을 때 사고가 난다. 같은 맥락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위험을 간과할 수 없는 건설 현장에서는 칭찬 한 마디가 사람을 들뜨게 만들고 결국 사고를 일으키기에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결국 선길은 사고가 났다. 아니, 선길에게 사고가 났다. 그냥 조금 다친 정도가 아니라 즉사. 안타깝다보다 어떻게 할까를 먼저 생각한 나는 독자이면서 관리자였다.

106. 개죽음 중의 개죽음이었다. 흙막이 공사를 하지 않아 사면이 그대로 빗물받이까지 이어져 있었고 안전수칙이나 시공 기준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 선길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선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고의 경위는 확실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지가 없다. 하지만 소장은 그걸 완전히 뒤바꿔버린다.

109. 이런 일에 책임을 안 만들려고 하는 것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오히려 먼저 책임을 지겠다고, 사고의 발생과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다만 그 책임을 작게, 가능한 한 아주 작게 만들어야 했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낸 것처럼 보일 만큼 작게, 충분히 작게, 그러자면 아주 대담해야 했다. 거침없이, 단숨에 해치워야 했다. 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쏟아붓듯.

모든 것이 매끄럽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반발과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다고 안 되는 것은 없었다. 반발하든 저항하든 모두 귀결하는 것은 단 하나의 사실이었다. 이제 선길은 이곳에 없다.



일이 착착 진행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 누구의 입장도 되지 못했다. 목 씨도, 현경도, 한 대리도, 소장도, 그 누구도. 전에는 이런 불합리한 일에 분노를 하고 광분을 했을 나였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경위에는 모순이 많았다.

크게는 안전교육 미실시, 흙막이 공사 미이행, 관리감독자의 비상주, 근로자 개인보호구 착용 불량이 있겠고, 세부적으로는 사전작업허가(PTW), 위험성평가교육, 특별 교육, 건설기계 작업계획서 미실시가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이 사고는 관리자와 근로자의 공동책임이나 비율로 따지자면 9:1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장에서 근로자 스스로 본인이 안전수칙을 지키기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어서 그런 비율을 매겨도 되나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책장을 제대로 넘기기가 힘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현경.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164. 여자는 벽 이쪽에 있지 않았다. 물론 저쪽에도 없었다. 여자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었다. 여자가 속한 곳은 복도였고 진창이었다. 남은 평생 동안 죄책감의 진창을, 끝없이 이어지는 잠긴 방들의 복도를 계속 그렇게 걸어야 했다. 선길이 남긴 캐리어를 끌며, 어디에서도 안식하지 못한 채. 그것이 여자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고 어떤 보상금으로도 해소될 수 없는 형벌, 그것도 가짜인 형벌이었다.

내가 선길의 아내였다면 처음부터 내 남편이 술을 먹고 작업을 했다는 말에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었다. 그리고 남편의 명예를 위해서, 그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나는 끝까지 싸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해봤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남편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남편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어떤 것의 형벌이 덜한 것일까,하고.

그렇게 어떤 방식으로든 형벌을 받아야하는 선길의 아내였는데, 내가 현경이었다면 그 사실을 선길의 아내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저 말해주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도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전제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현경은 선택의 몫을 선길의 아내에게 돌림으로써 등기를 보낸다. 선길의 아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68. 각자가 각자 져야 할 짐을 지는 것뿐이다. 진실이란 오직 그렇게 스스로 짊어지는 것으로만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몸만큼, 각자의 몫만큼.

이 책을 읽은 뒤에 계속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무언가를 바꾸려고 들기에는 우리는 고작 ‘개미새끼’가 맞으니까.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소장의 말이 귀에 웅웅거린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내 직업에 따라붙는 거머리 같은 존재인데, 그게 유난히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책 속 밑줄


36. 고생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각자의 고생이라는 생각에만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그것을 보듬고 다독인 경험도 그럴 만한 여유도 없었다.


45. “인마, 해 줄 거 다 해주고 챙겨 줄 거 다 챙겨 주는 게, 그게 관리야? 그게 시중드는 거지, 관리야? 해 줄 거 다 해 주고 챙겨 줄 거 다 챙겨 줘야 일하겠다는 놈은 아무 일도 안 하겠다는 놈이야. 그런 놈들부터 제일 먼저 솎아 내는 게 관리고 걔네들은 관리가 안 되니까! 황 반장도 그런 놈이니까 내 진즉 솎아 낸 거야. 알겠어? 그런 놈들은 해 주고 챙겨 줄수록 지가 상전인 줄 안다고. 아쉬운 게 있어야, 뭐 하나 빠지고 부족한 게 있어야, 그걸 내가 쥐고 흔들 수 있어야 관리가 되는 거야.”


46. “(…) 책임은 지는 게 아니야. 지우는 거지.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거든. 멍청한 것들이나 책임을 지네 마네,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자기 짐까지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대가리부터 치켜들거나 하거든.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게 다 그거야.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거, 자기 책임이라는 걸 아예 안 만드는 거. 걔들도 관리자거든. 뭘 좀 아는.”


55. “익혀 먹으면 괜찮대요…….”


55. 이 현장 저 현장 구르며 세상이 계약서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수없이 보고 겪은 사람, 젊었을 때는 자기만 한 일꾼 구해 볼 수 있으면 어디 구해보라며 빳빳이 고개를 치켜들고 다녔지만 이제는 깎이고 닳아 둥글넙적해진 바위가 된 사람. 노가다를 했지만 감히 노가다나 한다고 말할 수 없게, 무엇을 시켜도 시킨 것 이상으로 해내서 아무도 시키는 대로 하라 말할 수 없게 일해 왔지만 그것으로는 고작 자신을 지킬 수만 있을 뿐이었다. 바위는커녕 살고 겪을수록 작고 동글동글한 하천의 조약돌밖에, 아니 여느 때는 모래 한 톨밖에 안 돼 보이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125. 인생이야말로 연약한 거라니, 참 고상하고 그럴싸한 말이었다. 그렇지, 인생이야말로 연약하고 위로받고 서로 부둥켜안아 줘야 하는 것이지. 산 사람은 계속 살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하니가. 산다는 건 비용이 들고 계속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인생이란 단지 비용의 문제였다. 전기비, 수도비부터 세금, 교육비, 생활비까지 온갖 비용이 들어갔고 더 많은 비용이 들수록 더 가치 있고 한번 살아볼 만한 인생처럼 보이니까. 그러니 모두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삶이 청구하는 비용에,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는 노예 운반선에.


166. 허전했다. 뿌듯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완전히 비어 버린 듯했다.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죽음에 합당한 것은 진실밖에 없다. 죽음은 어떤 것으로도 번복할 수 없는 진실이므로. 진실이란 말은 소장 같은 사람이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고 현실이란 늘 그랬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이 달라질 수도 없었다. 하거나, 하지 않을 뿐.


171. “너 왜 사람이 안 변하는지 아니?”

“사는 덴 ‘그런데’가 없어서야. ‘그랬으니까’ 그것만 있거든, 사는 덴. 세상에 공짜가 없어. 비용을 꼬라박고 때려박아야 가까스로 살아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손절을 칠 수가 없는 거야. 안 그러면 지금까지 처박은 게 말짱 황이 되니까. 사람이란 그걸 참 무서워한단다. 말짱 황이 되는 거, 죄다 도루묵이 되는 거.”

“뭔가를 하면 계속 더 그렇게 해야 돼. 이미 했으니까, 이미 했는데가 아니라. 그게 계속된다는 거고. 그렇게 계속되는 게 인생이야. 안 그렇습니까, 유 반장님?”


176. “가요, 가서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마요. 아무도 시켜서도 안 되고 시켰다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에요. 누구라도 이런 걸 다시 시키면 두말하지 말고, 아무리 늦었다 생각해도 빠져나와요. 그게 제일 빠른 거예요. 안 그러면 끝까지 끌려 들어 갈 테니까, 지금처럼.”

“감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래야 하고. 늘 그다음은 있고 그래야 그다음에 오는 것도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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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아무튼 시리즈 30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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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태어난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장마철이 태어났음에도 여름의 뜨거움은 견딜 만했지만 여름의 습함은 더없이 견디기 어려워했다. 누군가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저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여름은 결코 내게 좋아할 수 없는, 절교하고 싶은 친구였다.



나는 한여름의 끝에서 <아무튼, 여름>을 읽었고 나의 여름을 기록하고 싶어 가까스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여름이 갔다, 여름은 갔다. 여름도 갔다. 2025년 나의 여름은 덥다, 뜨겁다로 점철되었지만 어쩐 일인지 살 만했다. 라고 귀결되었다. 너무 더워 못 살겠다,라는 말을 하면서 가을이 언제 오는지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된 여름은, 내가 기억하는 한 최초일 것이다. 2025년의 여름은 뜨겁고 춥고의 연속이었다. 유월 말에는 여름의 날씨라기보다는 서늘했다가 갑자기 뜨거워져 신체의 부적응을 만들어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비온 뒤에도 땅의 지열이 내뿜는 습함도 예년보다는 덜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함께 일하던 협력업체 소장이 내게, “올해는 비가 많이 왔어요.”라고 했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기억하고 싶은 대로, 편집해서 기억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편리한 도구임에 분명하다.



올해 나는 너무 많은 여름들을 목격했다. 그들의 여름을 보면서 내 여름은 유난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정적이었다. 그렇기에 올해 나의 여름은 견딜 수 있었다. 누군가는 땀을 한 바가지로 쏟으며 자재를 날라야 했고, 누군가는 숨을 쉬기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 특정 작업을 해야 했고, 누군가는 땡볕 아래에서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여름은 길고 지난했을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입장이었음에도 나는, 언제든 시원하고 추운 바람이 부는 에어컨 밑으로 숨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여름은 누군가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해야 하는 계절이었다.


16.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빠르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김신회 작가도 여름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름의 생동감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나 역시 여름을 좋아한 적은 없지만, 여름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좋아한다. 이게 또 무슨 말이냐 하면,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떠난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가 고기를 먹기 위해 뭍으로 올라오던 기억, 평상에서 수박을 먹는 것, 선풍기를 틀어두고 대나무 돗자리에 벌러덩 누워있던 기억, 집에서 들리던 매미소리, 사랑해마지않는 거봉과 머루포도, 푸릇푸릇한 숲속, 비가 세차게 내리는 소리, 퇴근 후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시원한 맥주, 건조기가 필요 없는 뜨거운 볕에 보송보송하게 마르는 빨래들, 여름에 듣는 K-POP, 그리고 여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동글동글함.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summer>


여름과 관련된 것을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흠칫 놀라게 된다. 여름을 견딜 수 없으면서도 여름을 견뎌낸 나를 기특하게 여기는 일은 매년 반복된다. 지겨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계절이다. 어쩌면 나는 여름이 끔찍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 책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끔찍했던 여름이 조금은 완화가 되는 느낌일 것 같아서.



책 속의 밑줄


32.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나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152. 나는 하필이면 왜 여름이 제일 좋을까. 여름은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툭하면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얼버무리는 나조차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태평해진다. 뜨거운 햇빛 아래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의 잡티와 주름, 금세 벌게지는 얼굴과 속절없이 흐르는 땀, 애써 가려봐도 티 나는 군살이 신경 쓰이면서도 일순간 ‘아, 다 됐다 그래!’하고 만다. 여름에만 가질 수 있는 대범함과 무방비함 때문에 여름을 이렇게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초당옥수수, 편의점 맥주, 머슬셔츠, 수영, 샤인머스캣, 호캉스, 전 애인, 식물, 혼술, 옥천냉면, 치앙마이, 덩굴장미, 사누르, 대나무자리, 낮술, 여름휴가, 신비복숭아, 드라마 <수박>, 여름 밥상, 강릉, 여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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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손 팔 재활 교과서 - 누우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 인체 의학 도감 시리즈
장하나 옮김, 가와히라 가즈미 감수 / 보누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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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집에 뇌졸중 환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 말은 뇌졸중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았다는 것과 비례한다. 그런데 몇 년 전 경미한 뇌경색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급기야 작년에 쓰러지시게 되었다. 당시에 주치의와 면담 시에 왼쪽 팔과 다리만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걱정했었는데 주치의는 편마비가 온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근 1년이 지난 지금은 팔과 다리는 이전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있게 되었지만, 재활치료사는 고개를 저으며 아버지의 팔근육이 많이 굳어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쭉 뻗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왼쪽 팔은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손가락을 많이 쓰지 않다보니 손가락이 많이 굳어있어서 가족들이 면회를 갈 때마다 손을 풀어주곤 했었다. 재활치료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인데 아버지의 재활의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대체 왜...) 아무래도 가족 중 면회를 가장 많이 가는 엄마가 아버지의 손가락에 대해 재활을 도맡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엄마는 본인께서 일부러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아서 자녀인 우리가 찾아서 보내드리곤 했었지만 평소 유튜브를 잘 찾아보지 않는 엄마는 그게 또 불편한 모양이어서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는 책을 찾게 되었고 그게 바로 <뇌졸중 손·팔 재활 교과서>이다.



<뇌졸중 손·팔 재활 교과서>의 표지에는 ‘누우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라고 적혀있는데 이건 정말 정답이다.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게 잘 안된다면 강제적으로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어느 부위든지 굳지 않을 수 있다. 책에 나와있는 재활의 목표는 옷을 입고 벗기, 얼굴 닦기, 문손잡이 돌리기, 컵 쥐기, 약봉지 들기, 작은 물건 집기, 발 떼기 같은 일상생활 동작이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들 중 편마비가 왔거나 굳어버린 근육으로는 위와 같이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짜증이 늘기 때문에 하나하나 동작을 할 때마다 칭찬을 엄청! 해주어야 한다. 


책에는 가정용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함께 있는데 어깨와 손, 손가락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훈련할 수 있게끔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보호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현재 아버지는 재활병원에 입원해계셔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재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재활 시간에 하는 것은 30분 내외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기도 하고 재활을 하는 부위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아쉽기도 한데 면회를 자주 가는 보호자인 엄마와 꾸준히 합을 맞추어 놀이처럼 재활을 하면 거부감없이 잘 따라와주지 않을까, 그럼 보다 더 빠른 회복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은 완벽하게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아버지의 적극적인 동참을 소망한다!



모든 재활을 하는 환자들, 보호자들께 힘내시라는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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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날이 좋으니까 - 삶과 사랑의 조각들을 엮은 감성 그림 에세이
규하나 지음 / 드림셀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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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날이 좋으니까.

제목이 참 예쁘다. 날이 좋은 날에는 마음도 포근해져서 여유로움이 한껏 생기는걸까. 나 역시도 같은 마음을 지닐 때가 많아 어떤 내용인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이 책을 집어 읽게 되었다. 책은 사랑에 국한되어있지 않고 삶 전체를 어우르고 있었는데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차분하고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기 충분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흔히 느끼는 기쁨과 슬픔, 실망과 설렘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한껏 녹아있다. 그런데 다음장을 넘겼을 때 감정이 휙 바뀌기도 해버려서 당혹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챕터를 나눠서 모아두었다면 좀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런데 다 읽고 생각해보니 나눠서 모아두었더라면 계속 기쁘다가 계속 슬프다가 하니 또 그거 나름대로 아쉬웠으려나 싶기도 하고.



괜찮아, 괜찮아.

잠시 쉬면 돼.

다 잘될 거야.


이 책은 일러스트가 정말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래서 일러스트만 보고 마음을 차분하게 누그러뜨릴 수 있어서 대부분 자기 전에 힐링용으로 보기도 했었다. 색감은 파스텔톤이었다가 진한 색감이기도 했다가 각기 매력이 달랐는데, 보다보니 어쩐지 모두가 하나의 통일성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상을, 현재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어 부러움을 연발하며 보기도 했다. 잠깐의 여유, 쉼을 찾는 나에게 딱 좋았던 책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펼쳐볼 것만 같다. 마음이 잔잔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림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면서. 특히 여자가 꽃을 들고 뛰는 그림은 두고두고 보고 싶다.





책 속 밑줄_


내일의 가방에는 당신이 애정하는 것만 가득하기를!


가끔은 속도를 줄이고 고개를 돌려 늘푸른 나무를 바라봐.


꽃을 한아름 받았더니 사랑도 한아름 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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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계속하는 힘 - 자신만의 성공 리듬을 만드는
손민규 지음 / 북스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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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망설임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만 다음 순서가 진행이 된다는 점은 나를 힘들게 했다. 또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몇 년 전, 느닷없이 하루 루틴을 시작한 적이 있다. 아무런 계기도 없이. 2021년 1월부터 시작하여 2024년 1월까지. 그렇게 꾸준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혹시 내게 그런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네 번의 수능과 세 번의 대학 입학, 두 번의 자퇴 이력이 있고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지만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변리사를 선택했고 곧이어 수험공부를 병행하게 된다. 삶 전체가 공부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어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나 역시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하긴 하지만 저자처럼 할 용기도 낼 수 없고 그만큼의 공부머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공부머리라기보다 공부법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공부머리라는 것도 타고나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을 보기 전에 타인의 합격후기를 찾아보게 되는데 그중에서 빠질 수 없는 ‘순공 시간’이라는 것을 난 단 한 번도 체크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그냥 했다. 그렇다고 나 이거 아니면 죽어! 하는 심정으로 하지도 않았고, 될 대로 돼라 식으로 했던 적이 더 많고 공부의 목적을 배움으로 둬야 하는데 항상 자격증 취득으로만 했기에 책을 읽으며 약간의 반성도 하게 되었다.


나의 자격증 취득을 할 때 나의 공부법은 이론을 한번 훑고 이후에는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론을 충분히 두세 번 공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복되는 기출문제는 답만 외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합격 후에도 머리에 크게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자격증 공부니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있었고. 저자가 말하는 공부법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공부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나한테 맞는지 맞지 않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으니까.



논외로 부러웠던 점은 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인데, 현재 직업을 가지면서 잠에 대한 갈구가 더 커졌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혀서 그런 것이리라. 나는 잠에 대해서만큼은 유연성이 부족해서 저자만의 잠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법을 좀 더 자세히 다루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잠 시간을 확보하라, 휴식을 계획하라,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 시간을 쪼개라, 한 걸음씩 나아가라, 계획을 수정하고 조정하라였다. 뻔하고 진부한 내용일지 모르나 이런 진부함이 우리의 삶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 나의 루틴은 조금 망가진 상태지만 이전에 하던 루틴을 다시 불러와 조금씩 다시 루틴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루틴이 있는 삶은 당장의 일상에 변화를 크게 주지는 않겠지만 스스로의 만족감을 고취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발돋움이 되는 건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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