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하루 그림 - 그림으로 문을 여는 오늘, 그림 한 점의 위로와 격려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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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을 갔다. 사무실 앞 도서관은, 얼른 사무실에 들어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조급함을 주는 동시에 책 속에 파묻혀있다는 기분 좋은 위안을 주는 까닭에 꼭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몇 번이고 찾아가곤 하는 곳이다. 그 도서관에서는 나만의 책을 대출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한 책장에 있는 책을 한 번 주욱 훑어보고 그 다음 책장으로 넘어가는 것.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그 다음 책장에는 그림책,이 즐비하게 있었다.

 

 

 

나에게 그림, 이라는 거. 그림을 어지간히 못 그리는 까닭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동경도 크지만, 결과물인 그림 자체에 대한 동경이 대단하다. 그 동경의 시작에서 변함없는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입이 마르게 칭송하는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았을 때부터였고, 두 번째는 이주은 작가의 당신도, 그림처럼을 보고 난 뒤였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 타인들에게 겉으로 보여지는 허세 부린다는 말이 두려워서도 있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그림을 구경하는 것만 좋아하지, 제대로 볼 줄을 모르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 그림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점, 그것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오랜만에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고 있으려니, 전에는 그림 하나를 재미있게 설명해놓은 글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던 때도 많았었는데... 라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멀리 했나. 생각한다.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그에 따라 맞는 그림과 글이 있었다. 단순하게는 그림만을 보고 추리한 것도 있었지만, 심도있게는 그 그림에 담겼을 역사를 만나 볼 수 있기도 했다. 정신없는 업무시간 중의 점심시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에 읽으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지만, 일전에 그림에 관심이 생겼을 때부터 이웃추가를 했었던 레스까페님의 책이었다. 왜 몰랐지? 그러면서 레스까페님도 내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서 일상 포스팅에도 덧글도 달아주시기도 했었는데, 이웃이 모조리 날아가는 봉변을 겪은 이후 내가 다시 이웃추가를 못했다며.. - 다음은 눈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그림들. 저작권이 문제가 되진 않겠지? 올리고 싶은 그림 중 해리 허먼 로즈랜드 - 가장 높은 경매가를 부른 사람에게로는 저작권이 문제가 될 염려가 있어서 올리지는 않지만,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림이니 찾아서 보는 것을 살짝 권장해본다.

 

 

 

 

엘리자베스 너스, 모성애

 

 

 

브렌데 킬데, 가을 날 숲의 오솔길

 

 

 

 

조지 엘가 힉스, 여인의 사명, 남자의 동반자

 

 

조지 히치콕, 노란 한련화

(당시 일에 지쳐 퇴근하고 싶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때,

보자마자 마음이 뻥 뚫리던,

정말 한참을 쳐다보게 만드는 :)

 

 

 

 

로버트 윌리엄 보노, 플랑드르 벌판에서

(이 그림 너무너무 예쁜데, 사실 알고 보면 참 슬픈 그림.)

 

 

 

루이스 찰스 몰러, 꽃다발

(이걸 보며 J군과 한참을 웃었다. 이게, 내 50년 후의 모습일까? 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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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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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8월 여름휴가 때,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먼저 만나볼 수도 있었던 책이었다. 거대한 책 탑 묶음 중에서도 한 가운데에 있었던 책이라서 귀찮았던 모양인지, 주인아저씨가 한 권만 사는 거라면 안 팔거요.”라는 말만 안 했다면 말이다. 어떤 내용을 지닌 책인지도 모른 채,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중 나눔으로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고, (thank, 연꽃언니) 읽던 책을 마저 끝내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도 내팽개치고 읽기 시작. 어느 날, 중간 즈음 책을 읽었을 무렵, 저녁을 먹고 책을 읽으려고 주섬주섬 챙기는데, J군이 책을 스윽 보더니, “벨라야.”라고 말해서, “? 뭐가?” ... 표지에 있는 여자아이의 얼굴, 필시 주근깨를 보고 나라고 지칭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아이, 미셸? 오드아이? . 난 그때까지 이 아이가 오드아이, 궁극의 아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는데, 표지를 보고 복선을 알아차리게 된다.

 

 

 

 

 

"궁극의 아이?"

"그 아이들은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들이오."

 

7살 이후의 과거를 모두 기억하는 과잉 기억증후군을 가진 여자, 그리고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닷새 동안의 사랑, 그리고 이별. 그로부터 10년 후, 엘리스 로자 앞에 FBI요원인 사이먼 켄이 나타나서 말한다. “신가야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금 이 남자가 장난하는 걸까? 그는 10년 전에 죽었는데?

 

 

 

 

 

본래 나는, 스케일이 큰 소설이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옹기종기한 것들을 한데 모아 손으로 조몰락거리며 오밀조밀하게 만들어진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톡- 건드렸을 때에도 반응하지 않는 그것의 견고함이 좋달까. 반면에 스케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탄탄한 구성을 필요로 하는데, 대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고, 그것을 건드렸을 때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까닭이 첫 번째요, 내 두뇌가 스케일이 큰 그것들을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두 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다. 요 근래는 마음이 어수선한 탓인지, 책을 읽어도 활자만 읽기에 급급했던 것 같은데, 책을 읽음과 동시에 극장의 상영관 중 스크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옴짝달싹 거리며 저자가 준비한 화려하고도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내는 여전히, 또 두말할 것 없이 사랑이다. 사랑, 어째서 그것은 모든 시작의 끝인가. 형체없는 그것은 생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조건적이며 절대적인 감정이니까. 그러니까 여전히, 사랑,인 것인가. 그래서, 이야기 그 화려한 마지막장에선, 내가 가진 온화함을 모두 내비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 추신, 악마개구리의 추종자들은 어떻게 된 걸까. 또 다른 악마개구리가 재탄생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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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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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무려 지하 6, 지상 123층에 달하는 제2의 롯데월드를 만들고 있고, 그에 따라 인근 주변에서 싱크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어 뉴스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석회암의 자연 상태나 화강암의 도심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까닭은 단연 지하수에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 있으면서 모든 소장님들께서 입을 모아 말하길, 하나의 건물을 지을 때에는 그 동네 전체를 지반을 조사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반을 조사할 때, 건물을 짓는 그 지반 혹은 1~2m 이내에서만 지반 조사가 실시된다. 아무래도 정해져있는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이 발목을 붙잡는 것이 그 까닭일 테다. 이따금 싱크홀이 생긴 자리를 비춰주는 뉴스를 접하고도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걸까?하고 의구심이 가져진다. 눈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마음인 게다.

 

 

 

그러다가 (이제야) 이재익의 싱크홀을 접하게 되었다. 123층의 초고층 시저스타워의 오픈날, 시저스타워를 지탱하고 있던 지반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며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 안에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들을 구해야한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라고 볼 수 있다. 흡입력은 책 제목인 싱크홀 못지않게 강해서 요 근래 하루 동안 책 한 권을 읽기 버거운 나도 뚝딱 다 읽어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게 읽은 것 같은데, 뭔가 자꾸만 아쉽다. 먹고 싶은 쵸콜렛을 두고두고 아껴먹다가 다 먹은 뒤에 입맛을 다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갈증이다. 너무 우연같지 않은 우연을 가장한 동호와 민주의 이야기라던지, (개인적으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 이 부분은 이럴거면 차라리 로맨스로 가던지, 그랬으면 조금 비현실적이라도 괜찮았을텐데.라는 생각) 연쇄살인범 현태의 등장(이건 또 뭐야?)은 헛웃음이 날 정도로 너무 뜬금없다. 무엇보다 이재익의 싱크홀은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재난소설이라고 하면, 재난 속에서 대처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이 있어야하는데, 재난소설이라고 칭하기엔 사건은 너무 늦게 터졌고, 그 사건은 너무 빨리 종결이 되버렸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읽는 내내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정리도 안 하고 이야기를 억지로 풀어나가는 것 같달까. 아니면 몇 년 전, 주관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압구정 소년들을 읽고 너무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란 말인가.

 

 

 

저자는 싱크홀을 통해 정말 도심의 거대한 구멍을 말하려 하였는가, 사랑을 말하려 하였는가, 가족의 애틋함을 말하려 하였는가,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군상을 말하려 하였는가. 생각해보면 뭐 하나 제대로 말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그 무엇도 아니라면 그저 술술 잘 읽히는 그러한 책을 내고 싶었단 말인가. 참 오랜만에 만나는 까닭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던 이재익 작가였는데, 그러기엔 아쉬움이 너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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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딸의 유럽 여행
이미상 글.사진, 솨니 그림 / 달콤한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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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은 너에게. 유월의 여행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통째로 잃어버린 나는, 정말 어디든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팔월의 여행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라는 것이 주는 고속도로 정체가 떠올려지는 판국에 여행자체가 그리 흥미롭지 않았던 까닭이리라. 어디든 좋아, 우리, 멀리, 아주 멀리 떠나볼까? 하지만 현실이 주는 막연하기만 한 부풀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그와 나는 항상 얘기를 하곤 하는데, 대화는 이렇다. “당신()이 일을 그만 두면, 꼭 여행가자. 어디든.” 사실 그때는 이미 정해져있고, 여행지 또한 대충 정해져 있어서, 이제 그때만 바라보며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면 되지만, 그러기엔 하루에도 몇 번씩 여행가고 싶어.”를 읊조리는 내가 있다. 그러다 문득 보게 된 이 책, 엄마와 딸의 여행기란다. 전에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에서 엄마와 아들의 여행을 보며, 미치도록 부러워했던 게 언제라고 이젠 엄마와 딸이란다. 얼마나 또 내 마음을 올칵거리게 만들 정도로 시샘하게 만들까,하며 시작하게 된 책.

 

 

 

예술가가 되고 싶은 딸 김수완(솨니),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엄마 이미상의 개방적인 마인드로 중학교를 중퇴한다. 사실 지금의 엄마들이라면 그게 가능키나 할까, 싶기도 할 정도로,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해보이기도 하다. 정해져있는 규격 안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 이미상의 나는 내가 자유롭고 싶었던 만큼 내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라는 말이 깊숙이 박히게 된다.

 

 

 

솨니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열정으로 힘들어한다. 거의 날마다 대상 없는 분노를 내게 표출한다. 어쩌겠는가. 이 혐오스러운 세상에 저를 있게 한 사람이 엄마인 것을. 깊이를 모르는 심연을 만나는 사춘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시절이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이해하려 한다. (p.60)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혹자는 두 모녀의 투닥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마냥 부럽게만 보인다고 했는데, 난 왜 그렇지 않지? 이 여행은 순전히 엄마의 노력(이라고 쓰고 인내심이라고 말한다.)이 컸다는 점. 솨니의 모든 행동이, 그저 사춘기 소녀의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도대체 얼마나 받아줘야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눈살이 찌푸려진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것이 엄마와 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예의를 차려야할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엄마와 딸이기 때문에 적정의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딸 솨니의 말과 행동이 짜증을 유발시켰고, 종래는 책을 덮어버리는 현상까지 오고야 만다. 책을 다 읽고도 답답한 마음에, 혹자의 서평에 덧글을 단 적이 있다. “저도 이 책을 읽었지만, 딸의 행동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내 덧글에 아무래도 엄마와 딸이 평범한 직업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보통사람의 시선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이라는 대덧글이 달렸다. (, 글쎄. 뭐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있으니 그것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요즘 나의 관심사가 육아로 전향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여행에세이라는 것보다 이런 면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그런 불편함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지금보다 조금 더 느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아주 짙게 남는다.

 

 

 

엄마. 옷 벗어줘.” / “싫어, 나도 추워.” / “엄마는 참아야지, 엄마니깐.”

 

아놔, 짜증나, 임신했을 때 엄마가 뭘 먹었기에 난 매일 짜증이 날까?” / “별걸 다 엄마 탓을 하네. 먹긴 뭘 먹어? 입덧 때문에 먹지도 못했는데.” / “그럼 먹어서 영양실조로 뇌가 이상해졌나? () 안 그랬는데 엄마랑 있으니까 괜히 다시 화가 나.”

 

스무 살이 넘으면 세계의 축제를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라고 하는 엄마에게, “싫어! 난 세계를 돌아다니며 거지들을 그릴 거야. () 근데 엄마가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해?”

 

이게 다 엄마 탓이야. 엄마가 그리라고 협박했어. () 매일 누군가 나를 협박하거든. 그게 누군지 모르니깐 다 그냥 엄마야. 엄마 탓이야!”

 

엄마의 등에 비둘기똥이 척! 떨어져서 휴지로 닦아달라는 엄마의 말에 더러워, 난 못해!”라고 하니, 지나가던 한국인 남자가 물티슈를 주며 이걸로 닦아드려라. 네가 그렇게 됐으면 엄마는 얼른 닦아줬을 텐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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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재테크 - 남편 기 살려 주는 쩐모양처 따라잡기
박미향 지음 / 피톤치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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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돈 관리를 시작한 것이 2010년 2월에 처음 입사하면서부터였으니, 이제 겨우 4년이다. 4년 동안 일을 하고 그 돈을 모아 부모님께서 갚아주겠다 말씀하셨던 학자금을 “내가 대출해서 내가 공부했으니 내가 갚는 게 맞다.”며 내가 갚았고, “뭐 필요한 것 없느냐. 이거 사줄까. 저거 사줄까.”하시던 부모님께도 “필요하면 말씀드리겠다.”며 결혼준비도 차곡차곡 해나가서 이제는 한 집 안의 아내가 되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IMF 이후로 급격하게 하락했던 집안의 경제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도 알게 모르게 크게 다가왔었던 까닭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하루 500원이었던 용돈이 300원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말고는 내가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데.))

 

 

 

 

결혼 전에는 막연하게 ‘여자가 살림을 하니까 (소소하게 돈을 쓸 일이 더 많으니까) 당연히 여자가 가지는 게 맞지.’라고 생각해서, 친구가 자기는 경제권을 남편에게 주었다고 했을 때 이해를 하려고 하기는커녕, ‘그렇게 다 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말 다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 결혼생활을 죽죽 그려나가다 보니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경제권이었다. 과연 누가 가질 것인가. 당신인가, 나인가. ㅡ 결혼 전 우리는, 자주 ‘경제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서로에게 던지곤 했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일명 답정너)라는 계획적인 물음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돈 관리는 누가 하기로 했니?”라고 묻던 엄마에게 “리라가 하기로 했어요.”라는 J의 말로 기정사실이 되면서부터 우리는 아니, 나는 그것을 어떻게 분배해야하는지 혼자 깨나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그것이 얼마나 불필요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다. 한 두 달도 살아보지 않고 어떤 식으로 돈을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그리고 함께 살다보니 가장 중요한 또 하나.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타인들(이를테면 부모님,친척, 친구)이 경제권을 물어올 때엔 “내가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 부부의 경제권은 우리,다. 그것은 서로의 용돈을 제외한 ‘우리의 자산’에서 지출이 있을 때, “나 - 사도 돼?”하며 상대방의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를 사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의견을 묻는 것.

 

 

 

 

우리는 경제관념이 참 다르다. 하지만 또 같다. 이를테면, 나는 이율은 없지만 안전한 적금,을 선호한다면 J는 안전하진 않지만 묵혀두면 꾸준히 플러스를 낼 수 있는 펀드,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서로의 견해를 이야기하며 나는 원유펀드를 든 적 있고, J는 적금을 들었다. 또, 우리는 신용카드는 쓰지만 할부는 하지 않는다. J는 그것이 빚이라며 싫어하지만, 내가 할부를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사는 어떤 물건이든 최소 3개월 이상 아껴줄 자신이 없다는 것이 그 까닭이다. 나는 금방 질려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난 할부를 할 정도로 사고 싶었던 물건이 없기도 했었고, 항상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에 따른 돈을 미리 빼놓고 마련해두는 방향으로 해왔었는데, J는 그게 아니었다. “이번 달에 성과금 나오는데.” 결혼 전에는 내가 감히 남의 돈을 쥐락펴락하려 하다니,라며 스스로를 제어했지만, 이제 J의 그 말은 내게 씨알도 안 먹힌다. 최대의 수혜자는 언제나 우리,여야만 하니까.

 

 

 

 

나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잘 맞춰 재테크를 용이하게 해나가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가정경제가 어떠한 상황인지 진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단어들(이를테면 보험, 펀드, 주식 등)을 솰라솰라하는 순간 나는 그냥 그대로 책을 덮어버린다. 그러면서도 무심코 재테크에 대한 책을 찾아보곤 하는데, 관심이 없어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부분이 재테크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남편 기 살려주는 쩐모양처 마녀 재테크 (남편 기를 살려준다는 건 책을 읽고 나서도 뭔지 잘 모르겠지만)에 나오는 부부의 이제 갓 신혼부부인 우리의 상황은 좀 다르다. 달 수입액도, 가정 구성원도, 빚도. 책을 읽으며 안심을 했던 부분은 외벌이 가정의 경우 한쪽이 버는 수입액에 맞춰 지출을 한다. 맞벌이라면 한쪽의 수입으로 생활비를 쓰고 다른 한쪽의 수입으로 그 외의 지출이나 저축을 한다. p.38 라던가, ‘선저축후소비’라던가, 부부간의 재무대화 등. 또 책에는, 저축액을 더 늘리자는 내 말에, 사람은 언제 어떻게 돈이 필요할지 모르니 여윳돈이 있어야한다며 저축액과 한 달 공과금+생활비를 뺀 나머지는 CMA에 돈을 넣어두자는 J의 말에 반박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책에서 J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수입의 10%씩 비상금으로 넣어두는 게 좋다는 것.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책을 읽어나갔다.

 

 

 

 

한 주부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가계부에 붙여 놓는 일에 철저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과소비를 했고 남편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영수증을 모아 놓고 가계부를 쓸 정도면 살림을 잘할 것 같았는데 의아했다.

가계부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영수증을 모아 놓는 것이 습관이고 쓴 항목을 가계부에 정리했으나 수입과 지출을 맞춰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계부가 아닌 금전출납부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가계부는 그저 다이어리 꾸미기와 같은 취미 활동인 셈이다. p.150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가계부쓰기였다. 난 가계부를 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의 본문처럼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 붙이고, 지출을 쓰기에 연연해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일 지출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한 달 동안 얼마만큼의 외식을 하는지, 장을 보는지, 그래서 총 식비는 얼마이며, 병원을 가는지, 총 관리비는 얼마이고, 얼마만큼의 주유를 넣는지, 그 외의 교통비나 하이패스는 얼마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정산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싶은 마음에 책을 읽은 4월에 한 달 정산을 시작했는데, 아마 책을 읽지 않았다면 월 정산은 언젠가는 깨달았겠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을 것 같다. ㅡ 누구든지 자신에 맞는 재테크가 있어서 똑같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식은 사실 재미가 없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재빨리 캐치해서 실행에 옮기면 되는 것이고, 관심이 없으면 유유히 흘려보내다가 언젠가 다시 필요할 때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 그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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