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 정이안 박사가 제안하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간단한 생활습관 36
정이안 지음 / 이덴슬리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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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책 표지에 나와있는 저 사람처럼 저런 편안한 자세로 숙면을 취하고 싶은데, 나는 이 시간, 뭘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주말만 되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린다. 이번 주말은 푹 쉬어야지, 그동안 피곤했잖아. 라는 말에 기대어 하루 종일을 잠으로 꽉 채워도 억울할 것 같지 않았는데, 나는 이런 날 하필이면 새벽 다섯시에 기상을 한 거다. 괜찮아. 아직 토요일이야. 낮잠을 자면 돼. 했지만, 초저녁 1시간 남짓의 낮잠은 피로를 풀기에 역부족이다.



 

 

나는 술을 매일매일 먹고 싶어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러기엔 달고 사는 자잘한 병이 몇 개인지. 나는 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최근 5일 이내의 관심사에 건강에 대한 카테고리가 늘었기 때문인데, 그것에 대한 계기는 배우자가 병원에 입원/수술을 하면서 투병 중인 몇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그중 관심이 쏠린 건 배우자와 같은 병명을 가진 분이 아니라, 쓸개를 제거했다는 분이었다. 배우자에게 듣기로는 그분은 조기축구도 하고,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데 당뇨가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병이 치매와 당뇨인데,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지. 그 말을 들은 이후 배우자는 내게 믹스커피와의 이별을 권유했다. 그분은 믹스커피 때문에 당뇨에 걸렸다고 했으므로. 그 와중에 정말 잘 읽었다고 생각한 책,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를 손에 붙잡고 읽었다. (덧. 지난달에 읽겠다던 김숨의 <간과 쓸개>는 아직도 못 읽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이번엔 꼭 읽어야지.)



 

 

 

책에는 여러 병명이 나온다. 나는 당연히 나와 배우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병명이나 향후 걸릴 위험군이 큰 병명에 관심이 쏠렸다. 건강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경각심이 일었다. 이거 조심해야지, 나도 이런 운동해야지, 나도 이거 챙겨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1. 공황장애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넋이 나가는데, 그런 나를 배우자는 끌어당기기 바쁘다. 사람이 많은 곳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 것 같은데,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나는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나만 빼고 다들 어디론가 간다. 한 번은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가 없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적도 있는데, 그곳은 사람이 많은 지하였다. 그러니까, 지하철역. 이후에 용기를 내어 그곳을 다시 찾았으나 여전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 장소에 갈 일이 있으면 좀 멀더라도 한 정거장 전에 내리거나 버스를 이용한다. 정말 어쩔 수 없어...

그밖에 낮잠은 몇 분만 자고 일어나도 정신이 나가있어서 그런 나를 배우자는 매번 걱정한다. 낮잠을 자는 곳이 늘 집이라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도 하다. 다른 곳에서는 잠에 들지 말기.가 가장 특효약일 것 같다.


 

 

책에서 제시해주는 방법은,

① 상황에 익숙해져라

② 미리 걱정하지 마라

③ 자신만의 긴장 이완법 개발

인데, 아... 쉽지 않아.



 

 

 

2. 만성 위장병

엄마를 닮았다, 약한 위장은. 배가 부르면 화가 났고, 비어있으면 멀미를 했다. 조금이라도 싫은 사람과 밥을 먹으면 꼭 속이 얹혔고, 비위가 약해서 밥을 먹을 때에는 그 어떤 더러움도 허용되지 않았다. 커피를 한 잔 먹어도 니글거리고, 뭔가 맛있게 먹고 나서도 니글거림과 불편함은 꼭 따라붙었다. 그래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 있을 때에는 조금씩 자주 먹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그렇지가 않지. 회사에서 점심을 먹어야 할 때는 되도록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으니 정도를 넘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후회를 한다. 아, 덜먹을걸.

그러다가 정말 식습관이 엉망이었던 작년에는 위경련을 두 번을 겪었다. 정말이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격렬한 통증이었다. 책에서 말한 규칙적인 식습관과 신선한 음식 섭취, 편안한 마음이 얼마나 위에 큰 작용을 하는지 그때 알게 되었었다.


 

點心(점심) : 마음에 점을 찍듯 적게 먹는다.라는 뜻을 이제 처음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는 잘 안되는데 큰일이다.


덧. 며칠 전에 매실액을 다 먹었다. 매실액을 더 사둬야지. 우리 집의 상비약이다. 나보다 배우자에게 더.



 

 

 

3. 역류성 식도염

나의 배우자는 예나 지금이나 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달고 사는 지병이다. 좀 괜찮아질만하면 다시 도졌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잔소리를 해댔었다. 그래서 밥 먹고 한 시간 후에 누울 것! 이라고 엄포를 늘어놓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눈꺼풀이 감겨도 앉아서 자야 한다.

 


 

① 금주와 금연

 

② 20분 이상 식사를 할 것

③ 왼쪽으로 모로 누울 것


 

*왼쪽으로 누우면 위의 구조상 소화되기 전 음식물이 하부 식도 괄약근에 자극을 덜 주기 때문에 위산 역류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의 배우자는 침대에 누우면 대부분 오른쪽으로 돌아눕는다. 이건 꼭 써먹어봐야지. 또 예방 음식으로 감자와 양배추가 있다는데, (내가 선호하지 않아서) 알면서도 잘 안 사게 되는 것들이다. 그래도 달에 한 번은 꼭 사는데, 집에 양배추 있으니 조만간 냉장고 정리도 좀 할 겸, 양배추 좀 삶아서 양배추 쌈밥을 해야겠다.



 

 

 

4. 지방간

우리 부부가, 아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지방간이다. 우선 체중을 줄여야 한다. 나는 근육이 없는 오징어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선 체지방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건 탄수화물인데, 도대체 어떻게 줄일 수 있지.


 

① 단백질 섭취

② 탄수화물 줄이기

③ 섬유소 섭취



 

 

 

5. 비만

비만이지. 음, 그래 어쩔 수 없이 비만이야. 슬프게도 비만이 아니었던 적은 없을 거야.

근데 조금 갸웃했던 부분은 오래 굶게 되면 몸은 비상사태에 돌입해 체지방이 뱃살 주변으로 모여든다. 또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면 몸은 언제 음식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비상 체제를 가동해서 에너지를 모아두려고 애를 쓴다.는 부분이었다. <월요단식>을 읽은 적도 있고, 이전에 의사가 말하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좋은 예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상반되는 개념이어서 이건 어느 쪽도 이거다, 하고 생각하지 않고 좀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후에는 변비, 근막동통증후군이나 안구건조증 등등이 나오는데, 예방법은 다 알고 있는 것들이어서 아는 지식을 다시 또 한 번 읽은 것이 되었다. 뭐 물론 앞에 써둔 내용들 역시 무척 도움이 됐다, 이런 것보다는 경각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점. 정말 제목 그대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예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면 그냥 그동안 무시해온 것이겠지. 편하다는 장점이 크니까. 이전보다 건강에 좀 더 신경 쓰고 내 몸을 보살피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더 오래가지고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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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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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그림에 대한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림 에세이라고 하면, 어려운 용어들의 향연으로 그림과 더 멀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어서 외면했었다. 나는 그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 책으로 인해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그림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주은 님의 <당신도, 그림처럼>) 그 후에는 조금씩 그림 에세이를 일부러 찾아 읽기도 했다. 그림 에세이가 좋은 이유는, 그림에 대한 설명 보다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그림과 관련된 작가의 단편적인 생활 혹은 삶을 엿볼 수 있는 까닭이다.

 

 

 

나는 현재 내 생에 두 번째의 광역시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생각보다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지가 않다. 그나마 좀 큰 미술관은 (거의) 반기마다 전시가 바뀌는데, 1년 6개월 동안 그림 앞에 멈춰 그림을 감상한 적은 많지 않다. 그나마 작은 전시관에서는 그림 앞에 멈추는 일이 잦았는데,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그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시장통을 방불케하여 급히 빠져나온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림을 자주 보러 다니고 싶다. 내 발을 멈칫하게 하는 그림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림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다.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는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림의 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위로를 받는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타국에서의 생활, 그곳에서의 조용하고 고요한 생활, 더불어 외로운 생활, 한국에 대한 향수병,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 고양이 두루에 대한 애정, 대인관계, 칙칙했던 옷의 색채가 밝게 변하는 것이나, 불만스러웠던 외모까지. 그림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읽기에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었다.

 

 

 

 

137. 삶의 위기는 언제든 어디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이곳에 없는 것만 보였다.

책은 내 마음의 날씨처럼 읽힌다고 했던가. 눈 오는 날에도 하늘이 예뻐서 견딜 수 있었다던 미국에서의 생활. 해 질 녘에 산책을 하면 노을이 마치 폴 시냐크 <분홍 구름> 속 풍경처럼 황홀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오랫동안 쳐다보게 된다던 작가의 글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 때 노을 속에 나를 파묻어버리던 그날들을 상기시켰다. 그때의 나와 조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리곤 어디선가 많이 봤을 법한 폴 시냐크의 <분홍 구름>에 나도 마음을 빼앗겨 열심히도 쳐다보았다.

 

 

 

이외에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르누아르의 그림들이나, 클림트의 <아터제 호수의 섬>, 요하네스 베르베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윌리엄 터너의 <노엄 성의 일출>, 뭉크의 <다리 위의 소녀들>이나 <병든 아이>,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들, 발레 그림하면 생각나는 에드가 드가, 폴 세잔의 <구부러진 숲속 길>, 에곤 실레의 자화상 등- 책에는 책장을 넘어가려는 손을 멈칫거리게 해주는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그밖에도 처음 보는 그림들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했고, 작가의 생활, 삶과 결부시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그림에 대한 위로를 받게 된 날이 있어 살포시 써보는 글.

 

 

가장 최근에 배우자가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하루 전에 입원을 했고 다음 날에 바로 수술을 하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9시 30분에 회진을 돌던 원장님이 10시 30분에 수술을 하자고 하여 수술 준비가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별거 아닌 수술이라고는 얘기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별거 아닌 일은 아니었다. 배우자도 입원과 수술이 처음이었고, 나는 누군가의 보호자로서 대기하는 일이 처음이었다. 배우자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그때부터 나는 아득해졌다. 울어버릴 것 같았지만 울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아빠였는데, 일하는 아빠와 내내 전화를 할 수는 없었기에 나의 외할머니께 전화했다. 할머니는 나를 위로해주셨다. 할머니답게 그 수술 별거 아닌데 왜 그러냐 라는 말은 하지 않고, 그래도 초기에 알아서 다행이다,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해, 등등의 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전화를 내내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음이 소란스럽고 어지러워 복도를 왔다 갔다 반복하다가 이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그림을 내내 바라보는 것뿐이라는 듯이 그림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림을 보며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어디선가 이 그림을 만나면 나는 생각할 거다. "이 그림은 내가 남편 수술할 때 내내 보았던 그림이야." 그것 말고는 다른 감상이 없다. 이 그림을 그린 이가 누군지, 그림의 제목이나 설명,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가 이 그림을 보면서 불안감을 좀 덜 수 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이제 나는 이 그림에 대해 좀 검색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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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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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담담하면서 담백하고, 평온하면서 건조한 그 문체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는 것은 나도 흠칫 놀랄 만큼의 변화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첫 작품으로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고 거부반응을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까닭이다. 여전히 나는 그 책은 싫다. 그 책의 서평을 슬쩍 찾아보니 문체는 좋다고 생각했었네. 하지만 어쨌든 그 책의 내용은 이해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남편이 사랑하는 동성의 남자와 결국 함께, 셋이 살게 되는 이야기라니... 내가 닫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렇다.

각설하고, 요즘의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찾아 손을 뻗을 때가 많다. 그렇게 읽은 책이 <웨하스 의자>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였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이 더 좋았는데, 나는 왜 이 책의 서평을 먼저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71.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것이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듯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에 들러붙어 버리는.

사이에 크림이 살짝 묻어 있지만, 그것은 크림이기보다 설탕을 녹여 만든 풀처럼 엷다. 얇고, 애매한 맛이 났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사랑은 곧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애인이 있는데,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그들의 사랑은, 한낱 ‘웨하스 의자’에 불과하다.

사랑은 사랑인데 깊어질수록 절망으로 변모해버리는, 결국 사랑은 곧 절망과 동일어.

깊어질수록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 와닿아서 그렇겠지.

삶의 형태는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만, 기혼인 내게는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이므로 그들의 사랑을 나는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어쩔 도리가 없잖아. 애인이 이혼을 하고 ‘나’에게 오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데 애인이 이혼을 할까? 직전에 ‘나’에게서 몸을 떼어내는 애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얌전해 보이는 개. 아니면 맥빠진 모습의. 그때, 나와 그 개는 동족이었다.라고 자신을 내보이는 ‘나’에게,

자기 자신을, 홍찻잔에 곁들여진 각설탕이라고 아무렇게 내뱉는 듯한 ‘나’에게,

애인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은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든다는 ‘나’에게,

애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기다리고 있지 않다고 착각하기 위해서 혼자 외출한다는 ‘나’에게,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는 ‘나’에게, 연민이 인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다른 것을 깨끗하게 잊을 수 있는 시간.

그림을 그리는 시간, 나비를 잡는 시간, 눈 내리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시간들을.

‘나’도, 그리고 나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얌전해지는 날에 읽었던 <웨하스 의자>

2019.07.07.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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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 사자성어 200 - 한자 쓰기 연습 노트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큰그림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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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내게 그림 같은 글자였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내게, 따라만 쓰면 그림처럼 보일 수 있는 예쁜 글자이기도 했다. 한자의 매력에 빠져들어 1일 1자를 외겠다며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자를 외운 적이 있다. 그 다짐은 한 달도 채 못갔다. 하지만 여전히 한자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었다. 옛날처럼 신문에 한자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한자를 자주 접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한자를 공부하고 싶다는 내 마음은 나조차도 생소하기만 했지만 배우고 싶은 건 배워야지.

 

 

책이 온 첫날부터 나는 하나하나 정성껏 눌러가며 쓰기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아마 이건 외우려고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면 안정이고 뭐고, 압박감이 먼저 찾아들었겠지만 이 책에서 열 자만 알아도, 아니 한 자만 알아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으로 꾹꾹 눌러쓴다. 나는 단순하게 한자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라 압박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이 책의 목적은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 나오는 사자성어 다량 수록으로 수능 대비 어휘력 향상을 꾀하는 데에 있다. 중/고등학생이 한자만 따라 쓰기에는 좀 딱딱한 부분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무척이나 알맞은 책이다.

 

 

책은 13일 동안 200개의 사자성어를 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 하루에 12개 내지 16개의 사자성어를 외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뭐, 공부를 재미로 하나~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나는 하루에 2개 내지 4개의 사자성어를 외우고 있는데, 나한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다 하고 나면 자랑 겸 이 리뷰 밑에 사진 한 장을 더 첨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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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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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을 책을 몇 권 손에 든 채로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제목만 보고 집어왔다. 이 책의 제목은 이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었는데, 그건 내가 구매해서 읽을 책과 빌려서 봐도 되는 책을 엄격하게 구분 지었던 탓이 큰 것 같다. 아이에 대해, 특히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쓴 책들 중에 만족감을 느낀 책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도 크지 않나 싶다.

몇 년째 나의 관심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이’에 대한 문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낳을까 말까’를 더 고민했었다. 아이가 있는 삶과 아이가 없는 삶을 재고 따졌는데, 사실 그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아이의 유무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최소한 우리 부부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 책은 7월 27일에 시작해서 8월 10일에 완독을 했다. 아니, 7월 27일에 1/2를 읽고, 8월 10일에 1/2를 읽어서 끝을 보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너무 난처했다. 마흔에 가까운 미혼의 여자가 아이는 괜찮다고 말을 하는 게 받아들이기가 힘들기도 하거니와, 그것과 동시에 아이가 없는 삶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ps. 숫자를 매기는 건, 내가 할 말이 굉장히 많다는 건데, 나는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는 좀 자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해해본 적도 없고, 궁금해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의 사후 처리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아이가 없는 친척의 장례에는 조카가 대부분 사후 처리를 한다)

결혼은 하지 않아도 아이는 낳으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거나 결혼은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다는 점

독신은 자기 집 묘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매우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독신으로 죽은 여성은 집에서 성가신 존재)

그렇기에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가부장적이구나- 라는 걸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오지랖이 더 심하겠네, 하는 생각도.

3.

53.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왜 출산을 해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는 한 수치만으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점점 더 결혼도, 아이도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그것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그 선택들에 참견을 한다. 참견을 하는 사람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참견을 받는 입장에서는 여간 스트레스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너는 왜 아이를 낳지 않니?’ 라는 물음에 훈계하려는 말이 뒤따라온다면, ‘너는 왜 자녀를 하나만 낳았니?’ ‘딸이 둘인 사람에게 너는 왜 아들을 낳지 않니?’ ‘애가 그렇게 좋으면 셋넷 더 낳지, 왜 안 낳니?’ ‘너는 애들이 있는데 왜 SUV를 끌지 않니?’ ‘너는 애들이 그렇게 큰데 좀 더 큰 데로 이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을 거고 실제로 그러고도 있다. 그런 질문이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무례함을 범하는지 실제로 느끼게 해줄 참인 거다. 물어보는 것까지는 OK, 그 이후 훈계는 NO. 근데 실제로 나는 타인이 보기에는 강단이 있는 사람으로 비치는지, 웃으며 ‘그런 말은 무례하네요. 저희 부부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해요.’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말을 줄인다.




4.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불편한 마음뿐이었는데, 작가의 열등감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인 까닭이다. 게다가 자꾸만 말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어서였다.

위의 책 내용만 보더라도, “아이를 낳고서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 뭐 물론 상대가 어떤 뉘앙스로 말을 했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저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나는 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 그렇구나- 로 생각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소하게 밀린 집안 청소를 다 하고 나면 말끔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세상에 없던 한 생명이 태어났는데 부모로서 느끼는 바가 없다고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함을 넘어 무서운 거 아닌가. 굳이 저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었다.

4-1.

결혼을 못 한 혹은 하지 않은 이들을 패배자라고 부른다.

너무나도 놀랐던 부분.

아이는 선택이라고 하면서, 결혼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을 하다니?

4-2.

155. 남성이 아이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교제하는 남성이 결혼도 아이도 원치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56. 여자 친구가 임신한 것도 아닌데 “당신 아이를 갖고 싶어! 결혼하자” 하는 기특한 남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수가 적고 그런 선남은 바로 선녀와 이어지죠.

아.. 음... 인정하기 힘들지만 그래, 뭐... 그 나라는 그러려니... 당신 주변은 그런 사람이 많으려니... (절레절레)

4-3.

굉장히 난처하다고 생각했던 부분.

130.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독신으로 사는 게 아닙니다. 여성의 비세대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페미니즘 사상 영향으로 독신을 선택한 세대는 또 우리와 다릅니다.

200. 겐코 씨는 “처자를 가진 놈은 바보다!”면서 아이 없이 지내는 생활이 얼마나 눈부신지 보여주었습니다. 그 당당하고 깔끔한 정신만은 지금 봐도 부러운 마음이 드네요. 현재 우리가 아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거나 가질 수 없는 상태여서 그런 거니까요.

하... 책을 반 정도 읽었고, 뭐라고 결말을 맺으려나 싶어서 끝까지 읽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결혼 못 한 혹은 하지 않은 사람과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는 사람은 패배자라고 했다가,

어쩔 수 없이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가, 아이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결말을 맺는다.


최초로 역자의 후기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요즘 책 읽기가 좀 버겁다.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많은데,

지금 나의 그릇으로는 이렇게밖에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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