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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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암기과목은 쥐약이었던지라 세계사, 한국사 등은 책을 펴기도 전에 저쪽 어딘가에 던져두고 쳐다도 보지 않는 과목이었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결과는 너무 초라하고, 도대체 흥미를 가질 수 없었던 과목이라 가슴에 돌덩어리를 올려 둔 것 같았다. 이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일률적으로 암기를 강요당하고, 죽을 때까지 나와 관계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그것도 꼼꼼히 외워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교수법이었는지를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합리한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나의 중고딩시절보다는 나아졌기를 기대하며 세계 문명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도시 이야기를 읽어보기로 한다.

"각자 흥미를 끄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하는 방식으로 역사의 재미를 느껴봅시다. 하루 한 도시 역사 여행을 마쳐나가다 보면, 도시의 역사적 배경을 훑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어느새 세계사의 기본 지식에 정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p.6)

지금 생각해보면 역사 과목이 몸서리치게 싫었던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지를 늘려가며 무작정 외워야 했던 방대한 학습량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세계 30개 도시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스스로 선택해서 읽기로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도시'라는 아이템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맞닥뜨린 상황이 각각 다른 도시들은 저마다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그렇게 쌓여진 기록들이 한나라의 역사가 되어간다.

하루 한 도시 역사 여행을 통해 세계사의 기본 지식에 정통한 사람! 역사에 문외한인 나에게 30개 도시의 순례를 마치고 나면 왠지 멋있는 지식인이 되어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주는 문장이다. 공부가 아니라 흥미로운 도시부터 하나하나 읽어가는 과정은 부담 없이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확실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대를 따라 역사 공부를 하는 것보다 흥미롭다.

현존하지 않는 고대의 요충지 바빌론을 시작으로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 항상 신경 쓰이는 미국의 뉴욕 그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미항 시드니까지 세계 30여 개의 도시들을 그들이 상징하는 한 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도시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라 다소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고 세계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세계사 트라우마를 잊게 해준다. 결국엔 다 같이 이어지겠지만, 단락단락 구분되어 있는 도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세계사라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른들의 세계사 교양도서로도 만족스러운 책이지만, 세계사에 부담을 느끼는 중고딩들에게 가까운 느낌의 도시를 중심으로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시 한번 찬찬히 30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훌쩍 떠나보고 싶은 도시를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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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엄마의 맛있는 에어프라이어 레시피 - 한 권으로 끝내는 진짜 쉬운 집밥
오슬기 지음 / 길벗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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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동안 에어프라이어로 냉동식품만 조리해서 먹었디면 이 책으로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작가의 말)

살림을 잘하지는 않지만 워낙에 가벼운 팔랑귀의 소유자인지라 희귀한 아이템이 나오면 재빠르게 구입하고, 순식간에 모든 기기를 가구를 만드는 훌륭한 특기를 가지고 있는 불량주부 중의 한 사람이다. 에어프라이어 또한 신박한 아이템으로 구입을 미루지 않았던 주방기구였지만, 신기함에 몇 번 사용한 후 역시나 붙박이 가구가 되어 가고 있다.

에어프라이어는 기름 없이 튀김을 할 수 있다는 혹하는 기능으로 단시간에 주방을 점령했지만, 기름 없는 튀김요리의 2% 부족한 맛과 커다란 덩치에 실망한 사용자들로부터 빠른 퇴장을 요구받기도 한 비운의 주방기구이기도 하다. 우리 집 에어프라이어 역시 짧은 기간 닭봉과 윙을 수시로 요리하곤 했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주방 한구석을 차지하는 붙박이가 되어버렸다.

에어프라이어가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아마도 냉동 닭과 감자튀김 그리고 떡과 고구마 구이로 한정된 요리방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름 없이 튀긴 맛에 만족하지 못하니 한두 번 쓰다가 다시 조리된 패스트푸드와 배달치킨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고, 떡과 고구마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탓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대다수의 에어프라이어가 우리집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싶다.

붙박이 가구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집 에어프라이어의 구원투수가 되어준 '1등 엄마의 맛있는 에어프라이어 레시피'는 주부들의 집 밥 고민 해결자로 자리 잡고 있는 요리분야의 파워블로거 1등 엄마 오슬기님의 에어프라이어 요리 레시피 101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냉동식품 튀김과 떡 구이로 한정되어 있던 에어프라이어 활동영역을 집 밥 요리 전반으로 넓혀주는 레시피다. 국, 찌개 등 간단한 밥반찬부터 간지나는 브런치, 술안주, 아이 간식까지 무궁무진한 에어프라이어의 도깨비 방망이 같은 능력을 보여준다.

첫번째 레시피 가지구이무침은 에어프라이어 요리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준다. 신랑이 가지를 무척 좋아하지만 가지를 데치고 무치는 과정이 번거로워서 자주 해주지 않았었는데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면 뚝딱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를 활용한 리코타치즈 만드는 방법은 나의 눈에서 무한 하트를 발사하게 만드는 레시피였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불량주부 요린이는 물론 뜨거운 식기만 조심해서 다룬다면 아이들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요리시간, 맞춤온도, 보조적인 조리기구 등을 자세히 소개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쉽고 편하게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요리뿐만 아니라 에어프라이어의 효용성을 높여줄 수 있는 조리기구와 청소법 등은 사용과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요리초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정보다.

요리방법부터 관리, 보관법까지 에어프라이어를 정복할 수 있는, 다들 사길래 따라 샀던 그러나 활용도가 너무 낮았던 에어프라이어의 심폐소생을 위해 꼭 필요한, 한 권으로 끝내는 진짜 쉬운 집밥의 동반자가 되어줄 레시피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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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함의 기술 - 뇌과학이 말하는 즐거워할 줄 아는 지능의 비밀
앤서니 T. 디베네뎃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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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자고 있는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가?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가?

즐기는 시간이 있는가? (p.7)

일상의 유쾌함과 불쾌함의 한 끗 차이를 결정짓는 저자의 네 가지 질문의 나는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세상을 다 잃은 듯 불쾌함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꽤나 힘들 것 같은 일도 아무렇지 않게 긍정적으로 쉽게 끝내는 사람이 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내달리면서 주어진 모든 일에 열심 또 열심, 노력 또 노력만을 반복하는 무료한 일상은 흡사 기계와 같은 완벽함으로 무장할 수 있을지언정 행복을 주지는 못할뿐더러, 즐거움이 결여된 완벽은 허깨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다소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편인 나는 무던히 긍정적으로 사건사고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다. 거슬리는 말이라도 듣게 되면, 겉으로는 쿨한척하고 뒤돌아서지만 행간의 의미를 찾느라 몇 날 며칠을 소심함의 끝장을 보기라도 할 것처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곤 한다. 쿨하게 넘기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면서 말이다.

행동과학자이자 내과 의사인 저자 앤서니 T, 디베네뎃은 자신의 환자를 포함한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관찰한 결과 사람에게는 '유쾌 지능'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IQ나 EQ는 들어봤어도 유쾌 지능은 처음 들어보는 말인지라 호기심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상상력, 사교성, 유머, 즉흥성, 경이감의 5가지 기술을 통해 학습능력을 키우듯 유쾌 지능을 성장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탄탄해진 유쾌 지능을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유쾌 지능을 성장시키기 위한 5가지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기술에 대한 사례와 방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챕터의 팁을 통해 유쾌 지능을 깨울 수 있는 학습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

1장 상상력 상황을 재구성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끌어내라

2장 사교성 첫인상에 집착하지 말고 겸손하게 다가가라

3장 유머 웃음으로 친밀도를 높여 인생의 사막을 건너라

4장 즉흥성 심리적 유연성으로 완벽주의의 경직성을 극복하라

5장 경이감 내 삶의 놀이공원을 발견하라

상상력이나 사교성 같은 개인의 성향을 깊이 반영하고 있는 영역이 이론적 학습으로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학습을 통해서라도 나의 유쾌 지능이 성장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반백년을 살아온 내가 쉽사리 나아질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사랑하던 회전목마가 나의 외사랑이 아니라, 회전목마 역시 나를 기다린다는 저자의 말처럼 일상의 치열함은 잠시 내려두고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존재인 나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인생에서 겪는 일들을 지금보다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아가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에게 고통을 준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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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에 대처하는 유능한 아빠양성 - 여자는 잘 몰라도, 딸에 관한한 누구보다 전문가이고픈 아빠들을 위해~
김정용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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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그냥 아들만 하다 보니, 딸은 처음이야 미안해 그래도 노력 많이 하고 있어 기대해"

일상 육아에서 '아들바보' 엄마라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에 반해 '딸바보' 아빠는 딸을 가진 아빠들이 대부분 얻게 되는 수식어다. 유난히 딸에 약한 아빠들 그들의 육아심리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네 육아 환경이 아직은 아빠보다는 엄마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가 지금은 라테 파파나 육아휴직 등 아빠의 양육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독박 육아만큼이나 아빠 양육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선은 육아를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따님 김재인을 양육하고 계시는 저자에게 대한민국의 독박 양육 엄마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폭풍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업주부의 독박 육아도 서러운 판에 똑같이 맞벌이를 하면서도 유난히 엄마에게 씌워진 굴레는 무겁기만 한 것이 우리네 양육 현실이다. 나 또한 아이가 이만큼 자라기까지 눈물 콧물 쏟아가며 아이를 키웠다. 그나마 막(?) 키우는 게 덜미안한 아들만 둘이라 에너지는 좀 더 들어갔을지 몰라도 마음고생은 좀 덜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라고 나서는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편견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보편적인 경우 아들은 갈수록 무뚝뚝해지기만 하고, 따님들은 갈수록 엄마와 가까워지니 말이다. 10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시도라도 해보는건데 아쉬울 뿐이다. 막 키우는게 덜 미안했던 아들과도 공감하기 어려웠던 엄마로서 남자보다 훨씬 섬세하고 예민한 따님과의 교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재인의 아버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남자와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사랑은 이 모든걸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딸을 키우는 아빠가 기저귀 갈기와 화장실에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 특히 수유중인 엄마는 수유실 찾아 삼만리거나 불결하기 짝이 없는 화장실옆 수유실이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한참 키우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장소에서의 불편함이 여전한걸 보면 여전히 아이를 키우기는 어려운가 보다.

아이를 기다려준다거나, 가벼운 선택권을 주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양육태도와 경청하는 부모의 역할 등은 비단 아빠가 딸을 키우는 육아방법이라기 보다는 아이의 성별을 넘어 초보 엄마 아빠가 참고하기 좋은 육아선배의 조언이었다. '그때는 이렇게 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미 아이가 다 커버린 엄마의 반성과 후회를 불러으키는, 땀 뻘뻘 흘리며 꼬꼬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아빠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당신이 육아를 '돕는' 아빠라면 한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아내가 육아하고 당신이 돕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비중이 적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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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 -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 알려주는
이자키 히데노리 지음, 전지혜 옮김, 박상호 감수 / 아티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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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란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취향에 맞는 최고의 커피를 의미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날씨가 좋을 때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찌뿌둥해 있을 때도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커피를 마시곤 한다. 나에게 커피는 - 몸에 나쁘지도 않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도 않을뿐더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까지는 하는 - 애연가들의 담배와 같은 습관적인 기호식품이다. 어릴 적 엄마의 커피 2, 설탕 2, 프림 2의 조제 커피를 시작으로, 맥심 모카골드와 잘생긴 공유의 카누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역사를 가진 애정템이다.

잘못 조제되면 밍밍한 커피를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던 노란색 모카골드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스턴트 다방커피와 원두커피의 확실한 다리가 되었던 카누만으로도 커피를 애정 했지만, 흩어지는 향기에 정신줄을 놓게 만드는 핸드드립으로 나의 소소한 행복이 극대화되었다. 커피와 관련된 지식이 전무했던 시절에는 오래되어도 상하지 않는 탓에 커피를 신선식품이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번 드립 했던 원두가 아깝다고 아침에 한번, 오후에 한번 드립 하는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기도 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핸드드립과 관련한 짧은 강의를 접할 기회가 생기고, 커피콩은 상하지 않는다고 무작정 길게 보관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극도로 예민한 신선식품이었음을 알게 되고 마술처럼 부풀어 오르는 커피 빵에 반하기도 했다. 다른 모양에 이유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칼리타, 고노, 하리오 등의 드리퍼를 사모으기도 했지만, 드립 할 때마다 달라지는 커피 맛에 실망하고 - 일주일에 서너 잔의 커피를 마시기에는 다소 짐스럽고 부담스러운 가격의 - 균일한 커피 맛과 귀차니즘 극복을 위해 커피 머신을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있어 보이는 핸드 드립은 나를 유혹하곤 한다.

지루해지기 시작한 머신 커피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핸드 드립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요즘, 나에게 온 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통해 소소한 긴장감으로 행복감을 선물하는 핸드드립을 제대로 배워 보기로 한다. 저자 이자키 히데노리는 15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주식회사 QAHWA 대표이기도 하다.

지역별 특징과 자신의 입맛을 고려한 가장 중요한 원재료를 고르는 요령에서부터 분쇄 정도와 드립법까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답게 그간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핸드 드립 방법을 설명한다. 산미가 있는 커피였음에도 묵직한 느낌이라고 믿고 선택했던 케나는 산미가 감소될 수밖에 없는 프렌치 로스팅 된 원두였고, 간혹 느껴졌던 산미가 케냐의 원래 풍미였음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원두에 거침없이 케냐를 외치며, 산미는 싫다고 했으니 얼마나 바보 같은 대답이었는지... 가끔 한 잔씩 마시는 별다방의 아메리카노는 맛있어도, 별다방 원두로 내린 커피는 그다지 나의 입맛을 돋우지 못했던 이유가 보관 기간과 방법의 오류였음을 알게 된다.

원재료부터 드립 방법까지 어렵지 않게 설명된 이론은 커피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고, 나에게 딱 맞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의 친구가 되어줄 친구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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