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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 -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 알려주는
이자키 히데노리 지음, 전지혜 옮김, 박상호 감수 / 아티오 / 2020년 7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란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취향에 맞는 최고의 커피를 의미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날씨가 좋을 때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찌뿌둥해 있을 때도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커피를 마시곤 한다. 나에게 커피는 - 몸에 나쁘지도 않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도 않을뿐더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까지는 하는 - 애연가들의 담배와 같은 습관적인 기호식품이다. 어릴 적 엄마의 커피 2, 설탕 2, 프림 2의 조제 커피를 시작으로, 맥심 모카골드와 잘생긴 공유의 카누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역사를 가진 애정템이다.
잘못 조제되면 밍밍한 커피를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던 노란색 모카골드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스턴트 다방커피와 원두커피의 확실한 다리가 되었던 카누만으로도 커피를 애정 했지만, 흩어지는 향기에 정신줄을 놓게 만드는 핸드드립으로 나의 소소한 행복이 극대화되었다. 커피와 관련된 지식이 전무했던 시절에는 오래되어도 상하지 않는 탓에 커피를 신선식품이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번 드립 했던 원두가 아깝다고 아침에 한번, 오후에 한번 드립 하는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기도 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핸드드립과 관련한 짧은 강의를 접할 기회가 생기고, 커피콩은 상하지 않는다고 무작정 길게 보관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극도로 예민한 신선식품이었음을 알게 되고 마술처럼 부풀어 오르는 커피 빵에 반하기도 했다. 다른 모양에 이유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칼리타, 고노, 하리오 등의 드리퍼를 사모으기도 했지만, 드립 할 때마다 달라지는 커피 맛에 실망하고 - 일주일에 서너 잔의 커피를 마시기에는 다소 짐스럽고 부담스러운 가격의 - 균일한 커피 맛과 귀차니즘 극복을 위해 커피 머신을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있어 보이는 핸드 드립은 나를 유혹하곤 한다.
지루해지기 시작한 머신 커피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핸드 드립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요즘, 나에게 온 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통해 소소한 긴장감으로 행복감을 선물하는 핸드드립을 제대로 배워 보기로 한다. 저자 이자키 히데노리는 15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주식회사 QAHWA 대표이기도 하다.
지역별 특징과 자신의 입맛을 고려한 가장 중요한 원재료를 고르는 요령에서부터 분쇄 정도와 드립법까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답게 그간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핸드 드립 방법을 설명한다. 산미가 있는 커피였음에도 묵직한 느낌이라고 믿고 선택했던 케나는 산미가 감소될 수밖에 없는 프렌치 로스팅 된 원두였고, 간혹 느껴졌던 산미가 케냐의 원래 풍미였음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원두에 거침없이 케냐를 외치며, 산미는 싫다고 했으니 얼마나 바보 같은 대답이었는지... 가끔 한 잔씩 마시는 별다방의 아메리카노는 맛있어도, 별다방 원두로 내린 커피는 그다지 나의 입맛을 돋우지 못했던 이유가 보관 기간과 방법의 오류였음을 알게 된다.
원재료부터 드립 방법까지 어렵지 않게 설명된 이론은 커피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고, 나에게 딱 맞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의 친구가 되어줄 친구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