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탐 청소년 문학 24
이명랑 지음 / 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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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가 함께 마음을 여는 마법의 세 단어. 오케이! 노프라블럼! 파이팅!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극강의 시련기 '사춘기'. 북한이 대한민국의 중2 때문에 남침을 하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중딩아이를 키우는 일은 고되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아이가 사춘기를 겪고 있었던 시기에는 내가 결혼을 왜 했을까를 시작으로 아이는 왜 낳았으며_그것도 둘씩이나, 어디까지 참아줘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은 수도 없이 했으며 급기야 '죽고 나면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시련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련이었다.

사춘기를 시작한 조카를 위해 여동생에게 추천해 주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세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집 작은 아드님의 사춘기와 오버랩돼서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사춘기 만렙의 아들 엄마로 겪었던 극한의 전쟁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저절로 셀프 위로를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들도 사춘기를 겪느라 힘들었겠지만, 엄마도 고생했어요~ 토닥토닥... ^^;;

보통의 집에서 흔하게 겪는 게임 아이템에 열광하는 사춘기 아들과 엄마가 겪는 일화를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는 하게 되는 건, 아이들을 이해하는 중재자로 나서는 책방 아저씨가 있긴 했지만 중재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보통의 엄마들과 달라 보여서다. 나 역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아이의 사춘기를 두 번이나 겪었지만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라는 투덜거리기만 했지, 진심으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후회 때문이다.

"엄마는 우리 세계를 몰라서 그래요! 내 게임 무기를 레벨 업 시키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어른들도 어른들의 세계가 있잖아요. 우리도 우리 세계가 있어요. 우리 세계에서는요, 인정받으려면 세가지밖에 없어요! 공부를 완전 잘하거나, 싸움을 대박 잘허가나, 게임을 진짜 잘하거나. (중략) 태양이한테 돈을 주고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요!" (p.124)

어른들만의 세계가 있듯이 아이들도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힘들겠지만, 가장 힘든고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다시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긍정적인 엄마가 되고 싶다. 오케이! 노프라블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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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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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의학이란 학문 안에 이렇게 다른 세계가 있다니, 객관식 세계에서 유일한 주관식 나라를 만난 느낌이었다." (p.33)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일컬으면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하곤 하지만, 주변의 누군가가 우울증으로 병원이라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모든 관심은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어쩌다 정신과에 다니는 처지가 되었냐는 상처되는 말과 물론이거니와 이 책에서도 반복하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거라면 환자에 대한 위로 보다는 가슴을 후벼파는 훈계의 말을 쏟아내곤 한다.

아주 오래전은 아니지만,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조울증을 치료하다가 괜찮아졌다는 생각으로 한동안 약을 먹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말은 좀 많았지만 항상 유쾌하고 구김 없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던 동료였던 탓에 그의 극단적 선택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린아이와 남겨진 가족을 보면서 조금만 버텨보지,,, 하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과'라는 진료과목은 어쩐지 감춰야 할 내밀하고 은밀한 비밀 같다. 고된 직장 생활 속에서 지쳐갈 때면 직장 동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울증 진단이나 받아서 휴직이나 해볼까' 하는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우울증이란 질병을 이렇게 희화화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말이다. 당사자에게 죽고 싶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병일 텐데 상담 몇 변만으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질병으로 치부해 버리는 철없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괜찮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동안 주변 동료들때문에 우울감이 극에 달했던 적이있다. 그들이 특별히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않았음에도 그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위축되고, 그들과 나를 둘러싼 한마디 한마디가 상처가 나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극심한 우울감에 병원문을 두드려 볼까도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나의 경우야 견딜 정도의 우울감이었고, 우울감을 주는 주변환경을 억지로라도 바꿀 수 있었던 탓에 무사히 지나갔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벼랑끝에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튼 나에게 마음의 감기, 우울증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준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약 6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신과 의사들의 진짜 정신과 이야기 팟케스트 '뇌부자들'을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지용쌤의 은밀하고 솔직한 정신과 이야기다. 유급 두번에 한량같은 의대시절을 지나, 환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100점짜리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 무던히 애쓰다 순식간에 0점짜리가 되지 말고, 적당히 노력하는 충분히 좋은 70점짜리 부모가 되기를 택하고, 가족보다 친구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함께 밥한끼도 먹을 수 없는 사이인 환자와 의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내담자가 스스로 단단한 알을 부수고 나와 세상에 맞서기를 응원하는 그의 철학과이 녹아 있다. 자칫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는 정신과에 대한 이론과 사례를 부담없이 접할 수 있게 돕는다.

"친구의 조언을 들은 뒤로 나는 스스로의 기준을 낮추려 노력하기로 했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닌 충분히 좋은 부모임을 잊지 않고 70점짜리 아빠를 목표로 삼게 되었다." (p.217)

"그럼에도 결국에는 사람이 답." (p.183)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정신과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병원이다. 하지만, 뇌부자들이나 김지용쌤처럼 정신건강을 위한 그곳이 사랑방과 같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곳도 어렵지 않고 편안한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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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의 업무교과서 셀프헬프 시리즈 14
홍종윤 지음 / 사이다(씽크스마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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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의 반대말은 약점이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잠재력이다" (p.134)

일머리와 공부머리는 다르다는 말을 자주듣는다. 특히나 요즘처럼 완벽한 스팩을 자랑하며 입사한 밀레니얼들을 볼때면 진심으로 일머리와 공부머리는 다르구나를 확인하게 된다. 만점에 가까운 필기시험과 900점이 넘는 토익점수를 이력서에 기재하고 있지만, 상사의 가벼운 지시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초보 직장인들이 많다. 지금은 중간관리자의 위치에 있으니 눈치로라도 상사의 마음을 읽기도 하지만 나 역시 신입시절에는 상사의 한국말이 한국말로 들리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나의 일머리는 물론, 아직도 나의 한마디 한마디를 외계어처럼 듣고 있는 신입들과 여전히 일머리를 잡지 못해 헤매고 있는 그분들의 일머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품고, 저자가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딱 한 권으로 정리해 선물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필한 셀프헬프 시리즈 일 잘하는 사람의 업무교과서를 읽어 보기로 한다.

저자는 HRD Company 대표이사이자 2006년부터 현재까지 삼성, LG 등 유수의 대기업은 물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기관에서 효율적 업무관리, 문제해결력 등 업무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전문강사이다.

인트로 부분의 책을 만든 이유를 시작으로 문제해결의 출발점인 문제의 이해, 업무세분화, 문제의 구조화, 아이디어 표출, 대안평가의 과정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기술하는 한편, 다양한 계층의 관리자가 생각하고 있는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현장감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일머리를 잡을 수 있는 문제해결력에 초점을 맞추고, 문제해결 사례에서 부터 실제 적용을 해볼 수 있는 워크시트까지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인터뷰를 읽으며 나는 후배들에게 아쉬운 모습만 지적하고 있는 심술쟁이 선배였던 건 아닌지, 과연 '일 잘하는 선배'로 느껴지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한손에 딱 잡을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사이즈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업무교과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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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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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는 살인마와 괴물이 있다"

아귀,,,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에 시달리는 영혼. 아귀는 허락되지 않는 탐욕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용된다. 아귀도의 비극 또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부터 시작된다.

제주도의 남서쪽 아귀도 주변에서 낚싯배 한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낚시배에 올랐던 낚시꾼들도 낚시배도 작은 흔적하나 남기지 않은채 사라졌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귀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것처럼 말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버지가 초대되었던 낚시모임을 찾은 문진플랜트 대표 문형규의 아들 문승진. 우연한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초대된 이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낚시모임을 가장하고 있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작부터 예고되는 검은 욕망은 그 끝을 알수없다.

우연을 가장한 채, 문주란호는 살기위해 아귀도로 향하고 고립된 그곳에서 비밀을 간직한 매혹적인 별장주 서희를 만나게된다. 살인마와 피해자들을 한 공간에 두고 서서히 숨통을 조여가는 클로즈드 서클방식의 전개는 쫄깃한 긴장감과 함께 모두가 용의 선상에 오를수 밖에 없는 추리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의문의 사고로 한사람씩 살해되는 그곳, 살인마의 의도된 순서와 방법에 의해 실행돠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악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선량한 피해자를 가장한 채 죽어간다. 살기위해 오른 아귀도에는 베일에 쌓인 살인마가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는 의문의 생명체가 시커먼 입을 벌린채 그들을 노리고 있다.

낚시모임에 초대되지 않은 한사람 민희주. 그녀는 어릴적 폭우속에서 알 수없는 괴물에게 아버지를 잃고,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잊혀져 간다. 눈 앞에서 이름모를 괴물에게 아버지를 잃은 그녀는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생물학에 관심을 갖게되고,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아귀도의 사건을 풀어나간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탄생한 미완의 생명체는 배고픔에 굶주린 아귀가 되어 인간을 위협하지만, 끝없는 인간의 욕심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위협을 가하고 있는 미완의 생명을 포기하지 못한다. 굶주린 아귀에게 잠식되어 가고 있는 것도 알지 못한채...

"맞아. 아무튼 아귀도의 일들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어. 인간은 자신을 낳아 준 대자연까지 파괴하는 악행을 저지르면서 결국 그 화가 자신들에게 미친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지" (p.333)

아귀도는 살인마와 괴물이 함께 등장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하이브리드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살인마를 다루는 클로즈드서클과 괴물을 다루는 크리쳐 호러를 함께 담고 있다보니 살인마에 집중하지도, 괴물에 집중하지도 못하는 산만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 민희주 주도하에 살짝 과한감이 없지않게 이론적으로 해석되다 보니,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의 긴장감이 살짝 떨어지는 아쉬움이 남는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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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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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방호복에 갇힌 한 남자가 붉은 손아귀에 둘러싸여 있다. 붉은 손들은 의미 없는 손짓을 계속하며 남자를 향하고 있다. 숨통을 조이려는 듯, 피에 젖게 하려는 듯이....

좀비가 문화콘텐츠의 대세라는 듯 근간에 좀비를 주제로 하는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을 했고, 이어서 출판된 한국형 좀비물이다. 책장을 펴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건 기묘한 모습을 히고 있는 을씨년스러운 좀비들이다. 무서운 영화를 샛눈을 뜨고 보듯이 어휴~를 외쳐가며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그들을 감상한다. 얼마 전 관람했던 반도처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좀비들을 피해 정착지를 버렸던 인간들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칸소 독감으로 인한 구인류의 멸망과 그로 인해 지구를 떠났던 새로운 인류 N-형식을 비롯한 신인류는 Z.A.(Zombie Apocalypse) 102년 좀비들에게 빼앗겨 푸른빛을 잃고 회색빛으로 죽어가고 있지만, 인류가 살 수 있는 물과 산소를 지고고 있는 이곳 지구로 귀환한다. 아칸소 독감이 창궐했던 지구를 탈출한 인류가 살기 위해 만든 스페이스 콜로니나 달의 정착지의 사람들은 오늘도 한 모금의 깨끗한 공기를 찾아 헤맨다. 당연한 듯 인류를 감싸고 있던 물과 공기는 아칸소 독감의 좀비와 함께 인류를 저버렸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과 살아남기 위해 그들을 죽여야 하는 스페이스 콜로니나의 신인류들. 인간과 좀비는 서로가 살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한다. 좀비에게 물어뜯긴 순간 인간성을 잃어버린 채 좀비가 되어 살육의 현장으로 내몰린다. 살기 위해 물어뜯어야 한다.

"어디로? 나도 모르겠다. 여길 나가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좀비들과 미쳐버린 인간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p.193)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해 지구로 귀환한 스페이스 콜로니나의 신인류 N-형식은 우연히 구인류가 아칸소 독감에 대항하며 써 내려간 일기를 발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잠식당해 서서히 사라져 가는 인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은 살기 위해 함께 있지만, 종국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좀비들이 창궐한 사지로 서로를 몰아 간다. 결국엔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민낯을 들어낸다. 하지만, 신인류라 칭하는 그들 역시 살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어야 한다. 생존을 위한 암울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은 구인류가 살았던 세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인간이 지구를 되찾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해. 하지만 적어도 그 피는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지 않고 대지에 뿌려지겠지. 지구에서 인간으로 죽는거야." (p.297)

구인류의 일기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영화 #살아있다를 떠오르게 한다. 좀비에 맞서 인간성을 잃지 않고자 버티지만, 살기위해 아이 엄마의 처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함께 말이다. 과연 우리는 좀비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 외면하고 있는 본성은 없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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